쏴아아 ㅡ 쏴아. 쏴아 ㅡ

바닷가.

생각을 정리하기에 이보다 좋은 곳이 어디있을까. 부담을 떨치고 그러기엔 어느 곳보다 좋을 것이다.

하지만, 난 아무래도 좋았다.

난 여기서 끝낼거였으니까.

마지막 개피가 남은 담배를 물었다.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라이터가 지직대며 불을 붙이고.

"후우 ㅡ"

한숨인지, 담배연기를 뱉기 위한 습관적인 숨인지가 뿜어져 나왔다.

"유서는 적어뒀고, 이제 사라지기만 하면 되는건가."

탁탁탁탁 ㅡ

모든걸 끝내기 위해 방파제 위에 올라섰을때.
"지휘관님..! 다행이야..늦지 않았어.."

내 뒤에서 날 끌어안는 함선소녀.

익숙한 체취, 익숙한 목소리. 익숙한 느낌.

아카기였다.

"지휘관님, 다 봤어요. 가지 마요. 아카기가 잘못했어요."

"아카기...아카기 잘못은 전혀 없는걸."

"그치만, 아카기는 지휘관님이 없으면 살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내 옷깃을 꽉 잡는 아카기.

"한번만, 뒤를 돌아봐주시면 안될까요?"

***

"무엇이 당신을 그렇게 힘들게 했나요?"

"모든게."
나는 아카기의 집으로 데려와졌다. 카가는 눈치껏 빠져줬고.

"모든 것이라...이 아카기도?"

"아카기는...아니었지. 내 사랑이었잖아."

"그럼, 사랑하는 사람을 져버릴만큼..아니, 사랑하는 사람과..."

배에 손을 올리는 아카기.

"당신을 사랑할 누군가를 두고, 사라지실만큼이나.."

아카기는 눈물을 글썽거렸다.

왜 니가 우는거니, 내가 편해지려고, 이기적으로 도망치려고 한 내 잘못이 100%인 사안인데. 왜 니가 울고 니가 죄인이 되는거니.

비서함으로써 아내로써 여자친구로써 모든걸 다한 아카기 니가 왜 글썽거리며 우는건지.

미안해서 어떻게 있어야 할지 전혀 모르겠어.
"아카기, 왜 아카기가 우는거야?"

"전 아내로써 남편의 힘든 짐 하나 같이 들어주지 못한.."

"자책하지마 아카기, 그냥 난...이기적으로 도망치려고 했을 뿐이니까..딸도, 아내도 다 져버리고 도망치는."

나는 아카기의 약간 볼록한 배를 쓰다듬었다.

"미안해. 아빠가"

"...."

말없이 나를 안아주는 아카기.

"그래서, 왜 유서까지 남기시고.."

"그냥. 요새 너무 힘들었어. 아카기를 돌아볼 시간이 없을 만큼"

"항상 옆에 있는걸요."

"내 힘든거에 눈멀어서 널 못본거지."

"아..."

"깔려 죽을거같았어. 모두가 나만 보고 있는걸..."

"괜찮아요. 지휘관님..도망치려는건 나쁜게 아니에요. 그치만...도망치기 전에, 절 한번만 봐주세요. 제가 옆에서 같이 있을게요."

"아카기.."

"그러니까..곧 태어날 우리 딸도, 저도 당신의 힘이 될테니까. 한번만 더 힘내주면 안될까요?"

"....응. 그래"

"후후. 추우셨겠다. 옆으로 오셔요."

그녀의 품은 언제나 따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