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나였을까?


제일 먼저 내 방에 들어왔던 넌… 왜 그런 거니?

제일 먼저 달려와서는 한 치 망설임도 없이 내 목을 찔렀지, 대체 왜?

넌… 제일 막내였잖니. 설마 네 누나들이 그러라고 시킨 건 아니겠지?


…아니야, 그건 분명 아닐 텐데. 그런 거였다면 날 수십 번 이상 찌를 필요가 없었겠지. 그런 눈빛으로 째려보면서 말이야.


너는 내가 데려온지도 얼마 안됐잖아? 내가 뭘 했다고 그런 거야? 


너한테 끔찍한 짓을 저지른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내가 아니라 네 부모야. 널 길거리에 버린 건 네 부모였다고. 


허름한 교회의 목사에게, 너에게 발라준 약과, 너에게 내어준 내 빵조각이 얼마나 값진 것이었는지 모르는 거니? 너에게 내어준, 너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내어주었던 내 집이, 내게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진 곳이었는지 몰랐던 거니?


내가 너에게 무슨 일을 시키기는 했니? 애초에 넌 남자애잖니, 내가 무슨 일을 시키겠어?


넌 대체 왜 그런 거니?



너는… 맨 마지막으로 들어왔던가?


난 아직도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한단다. 교회 문 앞에 놓여진 바구니 속 갓난쟁이를 보고 어찌나 놀랐던지. 네게 수프를 떠먹이고, 옷을 사주고, 인생에 대해 가르쳐주면서 난 너를 자식처럼 여겼단다. 


너도 그런 마음을 알아줬던 걸까, 후회하는 듯한 표정이구나.


마음으로만 간직한 후회가 무슨 소용이 있겠니? 네 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덜 찔렸다면 모르겠지만 지금 와서는 뭣도 소용 없을 것 같긴 하구나. 


아무리 고된 일이든, 내 앞에서는 애써 웃어보이는 모습이…  참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단다. 네가 우리 교회의, 동네의 자랑이었어.


그런데 왜 하필 나였던 거니? 왜? 왜 네 동생들을 막지 않았니?



그리고 마지막으로 너희들. 


너희가 내 방에 함부로 들어와서 면담을 방해했을 때에도, 내 방에 들어와 책과 명단들을 함부로 훔쳐보았을 때에도, 난 너희를 사랑으로 보듬어주었어.


그래서인지 꽤 주저하는 듯 보이더구나


그렇다고 해서 너희가 나를 찔렀다는 사실은 변치 않겠지.


너희들에겐 궁금한 게 없구나… 



…그래서 왜 하필 나인 거니?


다른 사람도 있었잖아


씨발


그 사제라던 놈은 기억 안나는 거냐?

한 번 접대해 주니까 그 이후로도 몇 번이고 찾아왔었잖아, 근데 왜 걔가 아니라 나를



왜 하필 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