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출처 :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b%af%b8%eb%9e%98%ec%9d%98-%ec%97%94%ec%a7%84%ec%9d%80-%ec%97%b0%ec%86%8c%ec%8b%9d-%ec%95%84%eb%8b%8c-%ed%8f%ad%eb%b0%9c%ec%8b%9d/



엔진(engine)은 열에너지를 기계적 에너지로 바꾸는 장치로서, 열에너지를 얻기 위해 대부분 연료를 연소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연소를 통해 열에너지를 얻는 것은 안정적이지만, 기대 이상의 속도를 얻기는 어렵다.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과학자들은 ‘연소’가 아닌 ‘폭발’을 통해 엔진을 가동하는 방법을 꿈꿔왔다. 추진력만 놓고 볼 때 폭발은 연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효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폭발을 통한 엔진 가동 방식은 상용화되지 못하고 연구 단계로만 머물러 왔다. 연소 방식과는 달리 폭발 방식은 예측이 거의 불가능해서 엔진을 제어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최근 들어 미국의 과학자들이 폭발을 이용한 엔진을 개발하여 항공우주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엔진은 수소 및 산소의 폭발력을 이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핵분열의 폭발력 이용한 엔진 개발


우리에게는 엔진을 가동하기 위해 연소가 아닌 폭발을 이용한다는 것이 상당히 생소한 개념이다. 하지만 이 개념은 이미 지난 1960년 대부터 개발이 추진되어 왔다. 이른바 핵분열을 활용한 엔진 개발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우주탐사에 불이 붙었던 1960년대는 그야말로 새로운 엔진 개발을 위해 강대국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던 시기였다. 로켓 엔진의 연료인 액체연료나 고체연료는 사실 추진력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방법이 바로 핵이 분열될 때 발생하는 폭발력을 이용하는 로켓 엔진이었다. 지금까지 우주탐사 역사에 있어 가장 황당한 프로젝트 중 하나로 불리고 있는 ‘오리온 프로젝트(Project Orion)’가 바로 그것이다.


오리온 프로젝트의 핵심 개요는 핵폭탄을 폭발시켜서 그 폭발력을 우주선의 추진력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때 사용하는 로켓 엔진은 폭발력을 이용하므로 분사가 마치 파동을 일으키는 것처럼 일어나기 때문에 일명 ‘핵 펄스(pulse) 로켓 엔진’으로도 불렸다.


당시 미국의 과학자들이 밝혔던 오리온 프로젝트의 개요는 그야말로 단순했다. 우선 핵폭탄을 우주선에 탑재한 다음, 대기권 밖으로 나가 우주선 뒤쪽에서 핵폭탄을 터뜨리는 것이다. 그러면 핵폭탄이 터지며 발생하는 충격파로 인해 우주선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렇게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3~5번 정도를 폭발시키면 화성 정도는 액체연료로 가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어떻게 보면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등장할 것만 같은 황당한 방법이지만, 과학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을 전문가들이 보장하고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오리온 프로젝트는 왜 추진되지 못하고 역사의 한 페이지로만 남겨지게 된 것일까. 그 이유는 우주 공간에서의 핵폭발 금지 조약이 체결됨에 오리온 계획이 중단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유명 천문학자인 ‘칼 세이건(Carl Sagan)’ 박사조차도 그의 저서인 코스모스 (Cosmos)를 통해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심정을 밝힌 바 있다.


미래에는 연소식 아닌 폭발식 엔진이 대세


오리온 프로젝트 이후 역사에서 사라질 뻔했던 폭발력을 이용한 엔진은 최근 들어 미 센트럴플로리다대의 ‘카렘 아흐메드(Kareem Ahmed)’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과거의 폭발식 엔진과 차이점이라면 예전에는 핵분열 시 발생하는 폭발력을 이용했지만, 아흐메드 교수가 개발한 엔진은 수소와 산소의 폭발력을 이용한 ‘회전식폭발엔진(RDE, Rotating Detonation Engine)’이라는 점이다.


RDE 엔진은 폭발력이 있는 연료라면 종류에 상관없이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폭발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산소와 수소는 폭발 현상이 발생할 시 제어가 어렵기 때문에 제작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흐메드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프로토타입으로 제작된 RDE 엔진을 통해 최대 200 lbf까지 추진력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lbf는 파운드 중량(pound force)을 나타내는 힘의 단위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아흐메드 교수는 “로켓 엔진으로 사용하기에 충분한 힘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능성을 보여준 결과”라고 밝히며, “효율은 물론 경제성 때문이라도 미래에는 연소식 엔진이 아니라 폭발식 엔진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보다 앞서 미 워싱턴대의 ‘제임스 코흐(James Koch)’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도 실험용 RDE 엔진을 개발하여 주목을 끈 바 있다. 이들 연구진은 초당 24만 프레임의 초고속 카메라로 0.5초 간 폭발 과정을 촬영해 컴퓨터 모델링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했다.


수집된 데이터는 폭발 과정을 효과적으로 예측하고 통제하는 모델을 개발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연소식 엔진에 비해 폭발식 엔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인위적으로 제어가 어렵다는 점이기 때문에 연구진은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여 엔진 제어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코흐 교수는 “폭발을 제어한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전제하며 “RDE 엔진의 성공 여부는 폭발에 따른 추진력을 안정적으로 높일 수 방법에 달려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