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죽었다. 이것이 몇 일 전의 이야기.


나는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고, 이 부고도 반갑지 않았다.


귀성의 계기라면, 어떤 젊고 예쁜 아가씨가 아버지를 끝까지 돌봐주었다는 별난 얘기 탓이다.


도대체 누가? 아버지는 사람을 좋아하는 분이 아니었다. 어떻게 결혼했는지도 모를 만큼, 여자에도 관심이 없던 분이셨다.


그런 사람을, 마지막까지 지켜봐줄 사람이 있었던 걸까. 그렇다면, 어째서? 호기심이 동했다.


부끄럽지만, 내가 귀성길을 걷게 한 건 부고 소식보다는 이런 별난 얘기였다.




이렇게 고향 땅을 밟는것이 몇 년 만인가.


산속의 시골. 밤마다 짐승 우는 소리가 들릴 정도의 한적한 마을. 그것이 나의 고향이었다.


그래도 어릴적에는 여우를 찾겠다고 저 산을 온통 쏘다닐 정도로 나도 별난 아이였지.


...그래서, 사람보다 산을 좋아하던 아이여서, 결국 부모님이 나를 데리고 고향을 떠났던 거지만....





어릴 적, 고향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추억이 없다.


그래도, 고향길을 걷다보니 추억이 하나 떠올랐다.


누구한테 말해도 믿어줄 리 없는. 꿈같은 추억.


산속에서 우연히 만났던 사람이 아닌 그 소녀, 그럼에도 나와 친구가 되어서, 행복한 시간을 같이 보냈던 그 소녀.


......그리고 내가 부모님 손에 끌려, 말 한마디 없이 떠나버렸던 그 소녀... 


이렇게라도 고향에 돌아왔으니, 그 소녀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만일 그렇다면, 나는 무슨 말을 해야할까.


오랜만에 만났다는 반가움? 말없이 떠나버렸단 미안함?


글쎄. 그런건. 만나고 나서 얘기하면 될 일이다. 애당초에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십년도 넘은 어릴적의 이야기, 역시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두는 게 낫지 않을까.




아버지의 묘를 보고 돌아오는 길. 묘는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마지막까지 남에게 이토록 정성을 다하는건 대체 누구일까. ...피붙이조차도 당신이 싫어서 거절했는데.




"어라...너는...."


목소리가 난 곳으로 눈을 돌린다. 그리고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주황색의 머리카락과 여우처럼 뾰족한 귀, 그리고 타오르는 듯한 눈동자. 고향을 떠나면서 헤어진지 수년이 지났다. 목소리도 바뀌고 어른이 되었지만, 그걸 잊을 리가 없다.


"돌아왔구나. 어서와."


만날 수 없을 것 같던  그녀가 눈 앞에 있다.


"몇 년만이지? 많이 컸네? 정말 놀랐어"


"....어떻게?"


말을 했다가 어떻게든 주워담으려는듯 침을 삼킨다. 이게 아니잖냐. 이게 몇 년만의 친구한테 전할 인사가 아니잖냐.


무슨 말을 해야할까.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할까. 생각할수록 알 수 없어져서 멍하니 그녀를 바라봤다. 


그렇게, 나는 바보처럼 얼어붙었다.




멍하니 서있는 나를 물끄러미 보더니, 그녀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일단 좀 걸을까. 집으로 갈거지?"


그녀가 흰 털 망토를 어깨에 걸친다.


그렇게, 얼결에 그녀를 만나, 얼결에 그녀와 함께 걷게 되었다.


그녀의 이름은... 은주였다.


..........................



은주와 같이 숲길을 걷는다.


말문이 트인다. 얼어붙었던 생각도 조금씩, 조금씩 녹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몇 년 동안 아버지를 간호하면서 같이 살았던거야?"


"응. 응. 좋은 분이셨어. 나한테도 잘해주셨고."


아버지가 여우를 좋아하게 되었다니 놀랄 노자다.


"게다가 네 얘기를 자주 들려주셨어."  


"그렇게 여우를 싫어하셨던 분이? 그래서 도시로 이사까지 했던거라고?"


"사람 홀리는 나쁜 여우들이 있으니까 말이야. 그래도 어떻게든 도와드리고 싶어서 쭈욱 부탁드렸더니 받아주셨다구." 



은주가 잠시 멈춰선다. 그리고 칭찬받고 싶은 아이처럼 나를 바라본다.


"마지막에는 너가 오면 너의 아내가 되어도 좋다고, 허락해주셨어.."


어라. 아내? 무슨? 머리가 다시 상황을 따라오지 못한다.


"잠깐만. 아내?"


"내가 너의 신부가 되겠다고 얘기 했었잖아? 약속까지 했는데 기억 못하는거야?"


기억난다. 어릴적 은주와 놀때, '여우가 시집가는 날' 같은 얘기를 했더니 은주가 나중에 시집가도 좋냐고 물어봤었지.


나는 무심결에 그래. 라고 했고.




그때 어디서 면사포를 구해서 쓰고는 생긋 웃으면서 "앞으로 난 네 신부야? 약속이야?" 했었지.


아.


아니. 아니. 아니. 잠깐만.


설마 그걸 진심으로...


"하지만 어릴 때 얘기잖아! 신부라니, 그런건 천천히 생각해 보고..."


아직... 아직 마음의 준비가...!


"괜찮아, 나도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열심히 준비했다고? 전혀 문제될 거 없으니까."



허둥거리는 나를 보면서 요염하게 망토자락을 들고 입꼬리를 올린다. 


"그럼 잘 부탁해? 신랑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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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면서, 은주를 설득시키려고 얘기를 해봤다.


시집간다는 게 뭔지 알고 하는 얘기냐, 몇년 만에 만났는데 적어도 좀 더 생각해봐야 되는거 아니야 등등. 


저 생글거리는 얼굴로. 표정 하나 안 바꾸고 고집을 꺾질 않으니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아...


어찌됐건. 은주와 함께 고향집에 도착했다...


은주가 여기 산다고 했었지...


너무 상황이 갑작스러워서 정신이 아찔하고 신경이 곤두선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하지... 


그래. 일단은 조금 쉬었다가 생각해보면 어떻게든 될거야. 그래.


그 와중에 은주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그때, 그녀의 표정이 어두워진 것을 처음 봤다. 확실히, 그녀는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물끄러미 그녀를 쳐다본다.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려고....




"미안. 진작에 얘기를 했어야 하는데 언제 말해야할지 몰라서..."


갑자기 사과를? 지금은 조금만 진정하고 싶다. 진정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나는 저 난처한 표정을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그래. 말해봐."


피곤을 무릅쓰고, 어떻게든 입을 열었다.


그러자 은주는 조금 안심한 듯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점점 가까이, 코앞까지 와서 얼굴을 맞댔다.


조금 긴장한듯한 은주의 숨결이 느껴졌다.


은주와 내가 처음으로 서로 입을 맞춘건 그때였다.



 

은주가 내 귀 양쪽에 손을 대고 입 속에 혀를 넣는다. 깊고, 격렬한 키스. 물소리가 머리에 울려퍼진다.


내 혀와 은주의 혀가 얽히고, 서로의 타액이 입 안에서 섞인다. 




하응♡ 읍♡ 응웁♡ 응♡


은주의 타액이 목으로 넘어간다. 부드럽고 달콤하면서도 머릿속을 더 저릿저릿하게 만든다.


한참을 그렇게 키스를 하고 나서야, 은주는 만족한듯 혀를 빼냈다.


푸하...


"다시 돌아와줘서 고마워. 그리고 정말 좋아해. 앞으로는 절대. 절대 헤어지지 않을거니까."




아....


그게 결정타였다. 피로와 긴장 그리고 모든것이 합쳐져서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어라? 많이 피곤했나보네?"


의식이 가라앉는 와중에, 약간 당황한듯한 은주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렇게 고향집에서의 첫날은... 기절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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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님. 이건 제가 쓴게 아닙니다. 저희집 치와와가 썼습니다.


프롬프트도 치와와가 물고 온겁니다.


여캐 복장부터 디테일까지 맞추려고 이악물고 뺑뺑이 돌린것도 치와와의 짓입니다.


저는 아무것도 안했습니다.


앞으로 몇 화씩 연재할 생각으로 이 짓거리 구상하며 복장부터 체위에서 배경까지 어떻게든 맞춰보려는 노가다를 감수하려는건 절대 제가 아닙니다.


진짜로 제가 아닙니다.


힘들어.



2편 링크


나의 신부는 인간이 아니다 2편 - AI그림 채널 (arca.l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