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린과 함께 숲을 산책한다. 이 숲은 나의 정원이긴 하지만 실질적인 소유자는 그녀, 그린이다. 그녀는 이 숲을 정성들여 가꾸며 지내고 있다. 새들이 지저귀고 사슴과 토끼 등이 종종 우리의 앞을 지나간다.


"정말 아름다운 정원이야. 네가 아니었으면 이렇게까지 정원이 아름답게 꾸며질 수 없었을 거야."


"아니에요. 제가 큰 일을 한 것도 아닌데요 뭐."


그녀가 겸손하게 미소짓는다. 그런 겸손함이 그녀의 매력이다. 나무 사이로 바람이 불어오자 그녀의 몸에서 향긋한 풀냄새가 난다. 두 갈래로 정성스럽게 땋은 머리카락은 숲의 생물들에게 언제나 정성을 다하는 그녀의 모습과도 같다는 느낌이 든다. 안경 뒤에서 빛나는 맑은 녹색 눈동자에는 언제나 이 숲에 대한 애정이 넘쳐흐른다.


우리는 한참을 걸으며 즐거운 대화를 나눈다. 그녀가 어떤 나무 앞에 잠시 멈춰선다. 그리고는 빨간 열매 두 개를 따서 손에 들고 잔디 위에 앉는다. 나도 그녀의 곁에 따라 앉는다. 그녀가 내게 하나를 건넨다.


"드셔보세요. 맛있을 거에요."


처음 보는 열매다. 딸기나 사과나 자두는 아니다. 하지만 그것들보다도 더욱 빨갛고 윤기가 흐르는 것이 훨씬 먹음직스러워보인다. 나는 열매를 한 입 베어 문다. 처음엔 사과를 베어문 듯 약간 딱딱한 느낌이 들더니 이내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느낌이 난다. 달콤한 과즙이 엄청나게 많이 흘러나와 하마터면 입 밖으로 흐를 뻔했다. 그녀가 손수건을 꺼내 내 입가를 살짝 닦아준다.


"맛이 어떠세요?"


"정말 맛있는데? 이렇게 맛있는 건 처음 먹어봐. 이걸 네가 직접 키웠다고?"


"칭찬해주시니 부끄럽네요. 저는 그저 이 숲의 식물들이 잘 자랄 수 있게 도와줄 뿐이에요. 나머지는 그들의 몫이죠."


그녀가 얼굴을 붉힌다. 그녀의 겸손한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오랜만에 숲에 오셨으니 주인님을 위한 춤을 보여드릴게요."


"좋지. 부탁해 그린."


그녀가 포즈를 취하고 벨리댄스를 추기 시작한다. 그녀의 춤은 격렬하지도 요염하지도 않다. 하지만 섬세하고 부드러운 그녀의 골반의 움직임이 나를 유혹한다. 지나가던 동물들도 일제히 멈추어서 그녀의 춤을 구경한다. 그녀가 완전히 홀려버린 나의 표정을 보고 싱긋 웃는다. 그녀가 한 바퀴 빙그르 돌면서 춤을 마무리한다. 그녀의 몸을 따라 그녀의 스커트와 망토가 크게 원을 그리며 회전하다가 내려앉는다. 그녀가 나에게 다가온다 그리고는 내 앞에 꿇어앉아 두 손으로 내 얼굴을 감싸쥔다. 뺨에 부드러운 그녀의 손이 느껴진다.


"저의 숲에 오신 걸 환영해요. 나의 주인님."


그녀가 내게 키스를 해온다. 우리는 숲 한복판에서 사랑을 한다. 지나가던 숲 속 동물들이 우리의 모습을 뚫어져라 지켜보지만 우리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사랑을 나눈 후, 우리는 서로를 마주본 채 옆으로 누워있다. 그녀가 안경을 고쳐쓰고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본다. 나도 행복에 가득찬 미소로 그녀를 바라본다. 그녀와 사랑을 나누는 이 시간이 나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