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언급되는 대상은 반실챈 기존 이용자와는 무관하며 자칭 '순찰'한다고 하는 분탕러를 위한 글입니다)


0. 복제권

'나는 커뮤니티에 올려서 즐기고 있는데 쟤네는 수익화 하니 나쁘다' 

이건 저작권에 대해 잘 몰라서 하는 말이야. 복제권은 수익화 여부에 관계없이 공개된 장소에 어떠한 형태로든 기존 작품을 변형하거나 복제해서 내놓으면 위반이야.

그리고 latent space 에 대한 몰이해,

NAI 모델 외에 저작권 이슈 없이 작성된 모델의 존재 여부를 몰라서 하는 말이기도 하지. 


혼자 일기장에 쓰는 거 아니고 밖에 내놓으려면 공부를 하고 생각을 해야 해.

억울하게 없는 죄 뒤집어쓰고 싶지 않으면.



1. 돚거 모델 관련

그림체 관련 근본 모델이 NAI 가 단부루에서 돚거한 모델인 건 맞아.

근데 AI그림을 위한 text to img 용도의 모든 모델이 돚거인 건 아냐.

누군가는 착실히 자기 서비스에서 얻은 데이터나 오픈데이터[1] 모아서, 자기 돈 내고 빌린 그래픽카드 돌려서 학습시킨 모델도 있어.


NAI 가 단부루에서 돚거한 거니까 AI 그림이 전부 다 돚거한 불법 그림이다?

논리 점프가 지나치지 않냐.



2. latent space - 가치

이미지 데이터 라는 게 실은 다 숫자로 이뤄져있고 사진 뷰어 프로그램이 이걸 사람 눈에 보이도록 바꿔준다는 건 알지?

이미지가 다 숫자고, 테두리 선도 숫자로 나타낼 수 있다면 이 모든 숫자를 다 하나의 공간에 넣어놓고 꺼낼 때 특정 조작을 하면 이미지로 짠! 나타낼 수 있어.


... 여기까지 들으면 무슨 생각이 들어? 뭔소리인지 하나도 모르겠고 '그래서 그걸 어떻게 하는데?' 라는 질문이 나오지?

맞아. 이건 어려운 기술이고 아무나 구현할 수 있는 건 아냐. 

우리가 마카롱을 만들지 않고 사먹고, 물을 직접 정수하지 않고 정수기 업체에 돈을 주는 이유는 그게 어렵기 때문이야.


다행히 일부 연구자가 그림 학습 기술을 무료로 풀었지만, 예쁘게 만들어내는 건 여전히 어렵고, 어려운 것은 내가 하기 싫고 귀찮지.

그 귀찮은 것을 해냈는데 누군가 그걸 원하는 상태를 우리는 '가치있다'라고 불러. 가치있는 것에는 돈을 받고 팔 수 있고.



3. latent space - 학습

단지 숫자 계산 잘 하는 기계가 학습하니까 결과물이 좀더 빠르게 나오는 것 뿐, 사람이 학습하는 것과 유사해.

그림을 처음 그릴 때 어땠어? 신체 비율 완벽하게 맞고 근육 정확하게 그리고 좌우반전해도 멀쩡하고 색감이랑 옷 디테일, 사물 배치 완벽했어?


그럴리가. 우리는 그림을 더 예쁘게 그리기 위해 연필 쥐는 법, 형태 잡는 법, 얼굴 그리는 방법, 색채학, 해부학에 대해서 

이전에 다른 사람들이 그려놓은 많은 그림과 책을 봤지.

그런데 사람 뇌가 환경에 유연하게 살아남으라고 설계되었지 그림 예쁘게 그리라고 설계되진 않아서 그 학습 과정이 비효율적이야.

'눈으로 보고- 까먹고- 인출 연습하고- 까먹고- 다시 인출 연습하고- 기억 피질에 조금 저장하고 - 까먹고 - ... - 반복하다가 소뇌에 좀 저장하고'

더럽게 힘들게 10년쯤 그리고 까먹는 걸 반복해야 빛 표현 좀 괜찮게 나오고 보여줄만한 그림이 나오지.


이 작업을 기계는 '다른 사람들이 그려놓은 많은 그림과 책'을 한 방에 꿀꺽 삼켜서 내놓는 거야.

2배 빠른 천재만 봐도 질투나는데 200배 빠른 무언가를 보니 그냥 죽이고 싶겠지


근데 얘나 너나 '기존의 무언가'를 보고 학습한거야. 학습을 부정하면 네가 10년 동안 공부한 것도 같이 부정해야지. 

그림 공부를 혼자 연구해서 하나?



4. 활용

프로와 아마추어의 시각차에 대해 간단히 쓴 글[2]이 있어

요약하면 프로는 이미 AI 를 다 활용중이라는 거야.


왜 아마추어는 싫어하는데 프로는 일단 쓸까?

그건 작업량의 차이라고 봐.


웹툰이나 외주받는 작업자들 강의 영상보면 꼭 등장하는 게 있어. 

'기존 리소스의 활용'


뭐 이건 일러 뿐만 아니라 산업 디자인, 개발자 다 마찬가지인데 

내 역량으로 하루에 작업해야 하는 양은 30시간 어치인데, 하루는 24시간이잖아?

이건 잠을 쪼개서 열심히 하는 걸로 감당이 안 되. 하루 밤샘은 몇 번 한다지만 이걸 1년을 유지한다? 죽겠지.


그래서 프로들은 거의 예외없이 기존 리소스를 활용하거나 자기 그림을 재활용해서

요 컷에 썼던 걸 다음 컷에 쓰고 그래. 다 그렇게 살고 있다고. 

하루 작업량을 자기 의지대로 조절할 수 있는 아마추어 빼고.


근데 그 작업도 쉽지 않아. 클라이언트가 요구한 느낌은 A1인데 암만 찾아도 A2 느낌 밖에 없어.

그럼 A2 를 일단 가져와서 A1 으로 마개조해. A1 을 처음부터 만드는 것보다는 빠르니까.

그랬는데,

학습속도 200배인 AI그림이 나왔어. 클라이언트가 요구한 A1 을 거의 바로 뽑아.


Wow! 탄성이 나오지만 걱정이 되지.

'이 정도면 클라이언트가 직접 A1 을 뽑을 수 있는 거 아냐?' 하고.


여기까지만 생각하면 일러레의 종말이지.


근데 애초에 네가 일러레가 되려고 했던 이유를 생각해보자.

'그림을 예쁘게 그린다' 가 목적이었어? 그게 진짜 목적이었을까?

아닐걸? 

'나 자신의 표현' 이라던가 '만화를 만들어서 사람을 기쁘게 하고 싶다' 거나 '영화를 만들고 싶다' 같은 더 궁극적인 목적이 있는데

그게 혼자서 일생동안 해도 될까말까한 큰 목표라 그 중간 단계를 밟고 있는 거라고 봐.



자꾸 말이 길어지는데 요약하면

기존에 '직업' 이라는 건 '어떤 궁극적인 목적을 이루고 싶은데 능력이 부족해서 사람들이 분업을 하고 각자 역할을 분담한 것' 이라고 생각해.


여기서 능력이 부족해서 못한 이 부분을 이제 AI가 채워줄 수 있는 거야.

그러니 아마추어도 스스로 한계를 제한하지 말고

애초에 생각했던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려고 노력해봐.


1인 영화감독? 1인 게임 개발자? 1인 광고 에이전트?

다 가능해졌으니까. 

물론 여전히 '어렵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