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이벤스가 평가가 굉장히 안좋다는 말만 들었다가 이번에 쭉 다 밀었는데 왜 평가가 별로였는지는 알만하더라...


사실 아름다운 꿈과 똑같은 주제를 공유하면서도 한쪽은 무기미도 최고의 이벤스중 하나로, 다른 한쪽은 최악의 이벤스중 하나로 평가받는 이유를 꼽아보자면


아름다운 꿈은 각 챕터마다 서사의 중심이 되는 수감자의 이야기에 집중하여 이야기를 힘있게 끌고가면서도


각 챕터의 연결고리이자 기둥 역할을 맡는 듀크, 나챠를 통해 각자의 기승전결이 존재하는 별개의 이야기들을 한데 엮어 완성도 높고 몰입감 있는 스토리를 구상했기 때문이고


반대로 레이디펄 이벤스에서는 유저가 제대로 몰입할 수 있을만한 서사의 중심이 제대로 설정되지 않았다는게 문제라고 느꼈음


이그니스와 루비아.레이가 함께 등장했으나 흩어졌다가, 적이 되기도 했다가, 흩어졌다가, 결국은 최후반부에 국장과 만난 레이디펄이 검을 주고 보스를 썰어서 죽임. 이벤스 끝!!


이렇게 되어버리니 감옥에서-감방에서-탈옥 했다가-거리를 헤메이다가-뮤지컬을 보다가-노래를 듣다가-변이가 원인이다!-끝


이 정신없는 이야기 진행에서 자신의 배역을 찾지 못해 헤메이는 국장처럼 유저 역시 극에 몰입하지 못하고 불편함을 느끼게 됨...


그래서 이번 글을 통해 내가 레이디펄 이벤스에 몰입하는데 도움이 됐던 장치들을 하나하나 소개해보려고 함



1. 드라마




극중극 느낌으로 짧막한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는 '드라마'가 첫째임.


근데 이건 진짜 아이스노가 무평을 빡세게 잡은거... 설계미스라고 생각함.


마블러스 시어터 이벤트에서 아이스노는 사실 유저들에게 초반부부터 힌트들을 마구 던져줬음


드라마와 음유시인의 노래를 통해서임.


그래서 캐릭들 심문 정독하고 프로파일 정독하고 설정들 줄줄 꿰고 있는 유저들은 초반부부터 이게 변이사건이며


포르투나 극장은 연극을 통해 사람들이 되고 싶었던 또다른 모습을 투영해주는구나-하고 이해가 다 끝남




첫번째 드라마인 플로라 파트를 다시 보자


플로라 드라마는 '장비도 제대로 다루지 못해 홍보대원이라 불리는 플로라가 화재 현장에서 사람들을 구하는 영웅'으로 나옴


두번째 드라마에서 카와카와는 미국으로 떠난 아버지가 측량 데이터와 함께 돌아와 함께 화이트샌드를 측량하고 있다는 내용이고...



세 번째 드라마는 봇치 그자체인 린제비가 자기한테 무례하게 구는 사람에게 당당하게 한마디 하는 내용임




조안은 능력 각성 계기 자체가 밴드를 배신한 멤버에 대한 분노로 공연장에서 난동을 피우는 것이었음


그런데 드라마를 통해 사실 조안은 '그의 진심어린 사과만 있었다면 그를 용서하고 예전처럼 함께 음악을 했을텐데' 라는 미련을 가지고 있었음을 보여줌


이렇게 아이스노는 초반부터 나름대로 유저들에게 힌트를 던져줬고 이걸 캐치한 무붕이들은 초반부터 스토리를 이해하고 이후부터는 이벤스에서 등장하는 상징, 클리셰들과 음유시인의 노래, 무대라는 떡밥에 집중을 할 수 있게 됨


근데 내가 앞에서 무평을 너무 빡세게 잡았다는 말처럼 S급 심문도 제대로 정독 안해본 사람들이 많을텐데 A급, 심지어 심문도 없어 프로파일을 통해 설정과 스토리를 알 수 있는 B급까지 나온건 진짜 아이스노의 패착이라고 봄...




2. 무대



때문에 첫 무대로 설정된 감옥 역시 뜯어보면 괜히 첫 무대로 선정된게 아님



국장과 수감자들이 마주하는 첫 무대가 감옥임은 필연적이었음을 나타내는 부분인데


보통 사람들과 다른, 수감자라는 이유만으로 수감되어야 한다는 현실을

'가장 극악무도하고, 가장 불공평한 사람이야!'라는 문장을 통해 풍자한거임



때문에 감옥이라는 무대에서 시작해 탈옥을 하게 되는 각본은 죄와 무관하게 그저 수감자라는 신분으로 인해 갇히게 된 이들이 마음속으로 갈망하던 일이었음이라고 해석할 수 있음


이어지는 다음 무대는 수감된 이들이 갈망하던 평범한 삶을 상징함



초반부부터 '따끈따끈한 빵에서 버터 향과 달콤한 냄새를 풍기며 코끝을 자극했다.'라는 문장을 통해 이번 무대에서는 서사의 중심이 이그니스가 될것임을 암시하는데




이그니스는 감옥에서 떠난다고 해서 수감자로서 존재하는 이상 평범하게 살아갈 수는 없다고 매몰차게 얘기하지만



사실은 그저 보통 사람들처럼 요리를 하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직접 만든 애플파이를 선물하고 싶은 평범한 소녀에 불과했음






그리고 이 연극을 계속 이어나갈 지, 끝낼 지를 결정할 수 있는. 말 그대로 '칼'이 수감자인 그녀들을 족쇄로 통제하는 국장의 손에 쥐어진 것은 꽤 의미심장함








그리고 '칼'을 쥔 국장의 선택은 각본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힘으로 수감자들을 구해내는 것.

(이거 분기점마다 다른데 칼을 들고 무용수를 겨누는 선택지 말고 무용수를 쳐다보는 쪽이 진엔딩인듯)


그리고 루비아.레이와 이그니스는 국장이 위험에 빠지자 스스로 각본에서 벗어나 국장의 편에 서게됨


국장이 족쇄를 통해 수감자들을 통제하지만 수감자들이 거부하는 것은 수감자라는 신분과 사람들의 차별이지 그들을 보살피는 국장이 아님을 암시하는 장면임



마침내 무용수를 쓰러뜨리며 배우들의 현실이었던 무대는 생기를 잃고 말 그대로 무대로 돌아와 연극 또한 폐막으로 향하게 됨




3. TMI


여기부터는 살짝 무끼 설정딸 영역임

이번 이벤스에서도 꽤 재밌는 부분들이 많았어서




(1)


앞에서 나왔던 이 부분은 샬롬 심문스에 나오는


과거 국장과 관련이 있음




(2)


레이디펄은 이벤스에서 '마법사' 배역으로 많이 언급되는데 레이디펄이 국장에게 검을 건네고 그 검으로 무용수를 해치우는 장면은



기사도문학에서 마녀나 마법사가 용사에게 마법의 검을 선물하고 용사가 그 검으로 악당을 해치우는 클리셰에 대한 일일종의 오마주임


대표적인건 지크프리트 일대기에서 지크프리트가 마녀에게 미뭉(mimung)이라는 검을 받았던 게 있음




(3)



내가 아름다운 꿈과 마블러스 시어터가 같은 주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하는 이유임


근데 좀 재밌는게 있는데



이 부분은 또




점성가 스토리에서 나왔던, 국장의 '운명을 바꾸는 능력'이 연상되고





무용수가 국장에게 텅 비어있다고 언급한 부분도





점성가가 국장에게 영혼이 존재하지 않고 공허하게 비어있을 뿐이라고 말한것을 연상시킴




텅빈 것이야말로 가장 탐욕스러운 것이라는 말도...

유해들이 서로를 갈망한다는 것에 비춰서 보면 상당히 의미심장한데




번역이슈일 가능성도 커보이지만 무용수가 국장의 승리를 인정한답시고 하는 말이 '나는 모든 사람들을 통제할 수는 없다'는 말임


 


국장과 족쇄가 바로 통제의 대명사임을 생각해보면 참 몬가몬가임...







이렇게 마블러스 시어터를 보고 내가 할 말은 얼추 다 한것같음. 이후에 심문스도 보고 심문스에서도 재밌는거 있으면 글 또 적어볼 계획임


아무튼 이번 이벤트가 상당히 아쉽긴 하더라


모든 이야기들은 초반에 사람들을 사로잡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아이스노가 아방가르드함에 치중한 나머지 이 부분을 간과했음


얘네가 군데군데 숨겨놓은 힌트들도 모든 수감자들 설정을 꿰고있는 바멍무<이게 기본 요건이라


바멍무들은 초반부터 대충 감잡고 이후부터는 하나하나 주어지는 단서들을 즐기는데 수감자들 세세한 설정까진 크게 관심 없던 사람들은 거의 막판에 다 떠먹여줄 때가 되어서야 이해하게 되는거라...


전개가 허술하게 느껴지고 난잡한 스토리였다고 생각하는게 당연하다고 봄. 그러면 다시 스토리 읽어볼 생각도 안 들거고...


스킵이 불가능한 음유시인의 노래도, 빠르게 전개되는 스토리도, 갈수록 난해해져가는 뮤지컬의 메시지도 피로감만 가중시켰을 거임


무엇보다 아쉬운건 얘네는 똑같은 주제로 아름다운 꿈이라는 정공법을 시도해본 적 있고, 얼마나 정공법에도 소질이 있고 잘 먹히는지 보여줬던 애들이라는거...


물론 이정도로 아방가르드 지랄나는 스토리는 레이디펄 이후로 딱히 없으니 안심하도록 하자


마지막으로



이벤스에서 이그니스 넘 귀엽고 마음씨도 곱더라...

이그니스 애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