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만들어야지”


변이 확산 억제를 핑계삼아, 장갑차로 무장한 군인들이 시내에 배치되는 것은 일상

시민들의 일상을 강도 높게 감시하고 통제하는 디스시티 행정부


이렇게 문민과는 거리가 한참 먼 국가 정부조차도

군대 싹 빼버린 다음, 이제부터 느그들끼리 자치하시라고 보장한 지역, 서구


여전히 서구에는 사람이 산다. 

가령 다른 곳으로 기반을 옮길 돈도 없는 빈자들 같은, 

혹은 이런 부모들로부터 버려지거나, 각자의 가정으로부터 도망친 고아들 같은


일자리다운 일자리가 없으니, 남의 것을 빼앗지 않으면 영양도 유지할 수 없다 

그래서 사지 멀쩡하고 건강한 놈들이라곤 죄다 깡패새끼들뿐


650만이나 되는 인구가 각자도생 해야 하는 

도시 전역이 철창 없는 감옥이나 다름 없는

이 좆같은 도시의 이름은,,, 



이미 서구에 공식적인 교육 기관은 남아있지 않으며 

통계에 따르면 신디케이트의 문맹률은 80%에 육박할 정도(출처: 크로싱 시스템)


이 수치는 아직 의무교육이라는 개념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아테네 민주정 시절에나 볼 수 있는 심각한 수치인데


현대에 이 정도의 문맹률을 보이는 집단은 시각장애인 정도에 불과하다



이런 현실에 분노한 사람들이 있었고



적어도, 이런 차별이 미래까지 이어져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어떻게?



MBCC 국장의 도움으로 

마침내 앰창도시 신디케이트에 학교를 세운 크로우


첫 수업부터 학생들에게 민감한 질문을 던진다,,

"5월 35일에 무슨 일이 일어났더라?"




분명히 기록되었지만, 인용될 수 없는 역사

그날 서구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



크로우는 계속해서 기록한다 

이런 당돌한 저널리즘은 당연히 높으신 분들의 주목을 끌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크로우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다



수사관들한테 붙잡혀 코로 설렁탕을 먹고



철창에 갇힌다



부상당한 채 유치장에 들어간 레이븐 

건너편 철창에는 아이가 수용되어 있다. 시국 레전드,,


이 마일즈라는 아이는 한번이라도 신성 땅을 밟아보길 원했는데,

글자도 모르는 일자무식 신디케이트 애새끼라도 신성에 가면 팔자가 바뀐다는 소문은 들어본 모양이었음


그런데, 크로우의 과외로 겨우 문맹에서 벗어나게 된 이 소년은

뜻밖에도 신성으로 향하던 발길을 다른 곳으로 돌렸음


찾아간 곳은? 

前광부 조합 러스트 스파크

국가를 상대로 승산 없는 싸움을 해나가는 집단임


좆같은 고향 신디케이트를 벗어나고 싶어서 배운 글자였지만

글자를 배운 덕분에 현실의 모순에 분노할 수 있는 지성을 갖게 됐고, 

소년이 인생 목표로 삼고 동경하던 장소, 신성은 증오의 대상으로 변해버린 것



물론,, 이게 그 정도로 이상한 일은 아니다

신디케이트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은 누구나 이런 감정을 연료로 삼으니까


그럼 러스트 스파크에 찾아간 마일즈는 어떻게 됐을까?

머리에 총맞고 죽었음


크로우로부터 전해들은 신디케이트를 지키려고 애쓴 시민들의 이야기는 

마일즈에게 "나도 저런 어른이 되어야지" 하는 영웅심을 심어주었지만, 



한편으로는 신디케이트를 이 꼴로 만든 세상을 격렬하게 증오하도록 만들었고 

헛바람까지 들게 만든 거임,, 


진실을 기록하고, 알리는 일에 보람을 느끼던 크로우였지만

이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고 S급 변이 능력을 각성할 정도


자신의 수업을 받았던 학생이 이토록 허무하게 죽어버리니까

크로우의 사명감도 조금씩은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앞선 메인스토리 챕터와 심문에는 

크로우의 S급 능력자로 각성하는 계기나, 여러 가명과 신분을 위조해서 활동한 과정

신뢰하기 어렵고, 자기만의 꿍꿍이가 있는 썅년으로 보였던 크로우의 내면이 잘 표현되어 있읍니다


심문이나 13지 아직 안 본 사람도 있을 테니까

결말과 핵심 소재에 대한 해석은 따로 적지 않을게


지금까지 무끼는 일레븐이나 코쿠리코, 메인 챕터와 국장의 서사 등등

억압에 침묵하고 방관하는 사람, 동조하는 사람, 상처받고 꺾인 사람들

이렇게 무력하고 평범한 사람들을 안아주는 내용을 그려내는 한편,

그런 현실에 저항해서 조금씩 바꿔나가는 영웅상도 꾸준히 만들어서 보여줬는데


크로우는 이런 요소가 꽤 노골적으로 표현돼서 의외였음

코쿠리코 이상으로 중공이 과민반응할 만한 캐릭터 아닐까 싶을 정도



크로우야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