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대한 것을 주제로 삼는 이야기들은 참 많았지만 미노밴 이벤스는 참 입체감 있고 온기 있게 다가오더라


갖가지 메타포들도 있고 스토리 떡밥적으로 접근하고 싶은 부분들도 상당히 많았긴 한데 그냥 마냥 이벤스를 보면서 온 세상이 어흥이의 꿈을 지켜주기 위해 하는. 극의 아름다운 결말을 위한 거짓말에 몰입하게 하는 매력이 있었음



방금 말했듯 이벤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흥이를 위한 하나의 영화이자 거짓말로 채워져 있음


스크립터도, 카메라맨도, 감독도, 음향 효과 담당, 음악 담당도, 그리고 어흥이 스스로도.




어흥이가 스텔라에게 가진 애착과 연민은 사실 스스로를 향한 것이었음.


가족을 잃고, 고향을 잃고, 낯선 땅에 홀로 내버려진...


그래서 스텔라의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를 찍어 디스영화제에 출품하고, 스텔라와 어흥 모두 유명해져서 가족과 고향을 찾을 수 있길 바라는 꿈<이게 이야기를 지탱시키는 가장 튼튼한 뿌리라고 할 수 있을듯





하지만 데렌이 말했듯 영화란 것은 참 묘한 것이기도 함


관객 모두가 주인공을 사랑하고 주인공의 행복을 바라더라도 120분이라는 런타임 내내 아무런 고난도, 역경도 없이 행복만을 누리는 영화는 누구도 원치 않으니까


이야기의 완성도를 위해 사건과 고통이 더해지고 거짓말이 섞여 들어가는 것. 데렌은 영화 감독으로서 순수함을 가진 어흥에게 호의를 가짐과 동시에 그녀가 언젠가 맞닥뜨릴 현실에 대해 연민을 가짐






그래서 데렌은 역경을 마주친 주인공, 어흥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함


나 데렌을 따라와 부와 명예를 거머쥐어 보지 않을래?





하지만 어흥은 이를 거절함. 미노밴의 리더가 아닌 고향을 잃은 불쌍하고 귀여운 소녀로서 다른 사람들의 동정을 받으며 살아가는 것을. 거짓말을 거부한 거임.




그래서 데렌은 어흥이의 이야기가 디스 영화제에 어울리지 않는다 말하며 떠난 거임. 어흥이는 그녀의 이야기에서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근데 이 사건 자체가 주인공 어흥이의 이야기에 페이소스를 더하기 위한 데렌의 연기였다는 사실도 좀 진짜 광기긴 함,,,





그래서 어흥이는 미노밴으로 돌아와 제작팀의 해체를 선언함. 금예향이 사라진 이상 어흥이가 영화를 찍는 이유가 사라졌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끝났나? 하면 그건 아님.




데렌이 말했듯 완벽한 결말은 가장 큰 고난을 딛고 일어나 꿈을 이룰 때 이르는 것이니까.


때문에 어흥이가 자신을 투영했던 대상인 스텔라가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 이 꿈을 포기하지 않는 한 영화는 끝나지 않게 되는거임




이는 린의 대사에서도 알 수 있음. 어흥이가 꿈을 이루는 것. 어흥이에게 있어 영화는 거짓말이 아닌 꿈이었기 때문에 데렌이 제안한 화려한 거짓말의 삶을 거부한 거.





그리고 이 영화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거짓과 진실, 꿈에 대한 이야기는 꽤 친절하게 설명됨





그런데 이 어흥이의 진심을 담은 이야기들이







지금까지 그랬듯 어흥이의 꿈을 지켜주기 위한 허무맹랑한 거짓말로 끝났다는 점이 내겐 너무 감명깊었음








그리고 마지막엔 어흥이도 이것들이 모두 거짓임을 알았지만 지어진 완벽한 결말에 만족함. 판타지 색채라는 말로.



그리고 영화 '미노밴 이야기'가 끝나며 떠오른 에필로그도 관찰자인 플레이어에게 참 따뜻한 결말을 안겨줌


고향을 잃었지만 여전히 살아남은 금예향의 사람들이 있다는 진실과 함께.




왜 다들 디스영화제가 감명깊었다고 말했는지 알겠더라,, 사실 꿈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진부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영화라는 소재로 다른 가지들을 인내심 있게 엮어 이토록 즐거운 스토리를 만들어줄 줄은 상상도 못했음,,,


무끼 이벤스 치고도 상당히 긴 편이었는데 러닝타임 내내 내가 미노밴의 일원이 된 것 처럼 어흥이를 둘러싼 이 따뜻한 거짓말들이 깨어지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랐고, 역경을 맞닥뜨린 어흥이를 보며 진심으로 안타까웠음.


이렇게 즐겁고, 슬프면서도, 마지막엔 아름답게 끝나는. 완벽한 결말을 만들어준 아이스노에게 새삼 고맙다는 생각이 들더라,,,




사실 처음부터 이 이야기가 심상치 않을 거라고 직감하긴 했음...


"온 세상에 이 작은 소망을 알리자."


이거 다 보고 자려고 했는데 아마 심문까지 봐야할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