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을 읽고 오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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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에서 조야와 마주쳤다. 국장은 마치 도둑질을 하다 들킨 듯, 심장이 철렁하고 내려앉았다. 애써 침착하게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인사를 건넸다.


"안녕, 조야."

"일벌레 국장이 어쩐 일로 지각하셨군. 어제 그 일이 너무 힘에 부쳤나?"


국장은 순간 조야가 자신과 나이팅게일과의 밀회가 들킨 것인가 흠칫했지만, 잘 생각해보니 그건 아니었다.

전날 나이팅게일과 퇴근하기 전, 상담을 명목으로 조야와도 거사를 치룬 사실을 조금 늦게 떠올렸다.


"그럼 안되지, 출근에 늦었는데 향수를 뿌릴 여유가 있었다는 건가?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조야는 국장이 자기것인 마냥 능청맞게 다가와 한 손으로 국장의 왼쪽 엉덩이를 쥐어짜듯이 잡았다.

국장은 깜짝 놀라 조야의 손을 내쳤다. 그리고 뒤를 돌아 뒤에 보는 사람이 있는 지 황급히 확인했다.


"조야, 밖에서까지 희롱하는 건 자제하도록 해."

"흥."

조야는 가소롭다는 듯이 눈동자만을 굴려 국장을 내려보곤 휘파람을 휘익 불며 말 없이 지나갔다.


"오후에 정기 심문이 한번 더 있었지, 기대할게."

"..."


오후 14시 40분에 조야와의 정기심문이 남아있었다. 몇 주전부터 그 시간은 조야와의 비밀스러운 놀이시간으로 변모했다.

CCTV와 감독도 없는 밀실, 문을 암호로 잠군 뒤의 방은 굴욕과 쾌락의 공간이었다. 그 공간에서 그 두사람은 수감자와 관리관이 아니었다. 짐승대 짐승, 맹수와 먹이. 국장은 자신이 가지고 온 수갑에 스스로 속박당하고 온몸 구석구석을 능욕당했다.

조야에게 모욕당하고 철저하게 장난감 다루듯 가지고 놀아났다. 조야가 엉덩이를 떄리는 건 더 허리를 창녀같이 흔들라는 신호였다. 손등으로 국장의 뺨을 찰싹치면 시끄러우니 억지로 신음을 참으라는 신호였다. 조야가 유두를 잡아비틀 때는 괴롭고도 행복한 신음과 함께 균형을 잃어 그녀에게 더 매달렸고 조야 역시 그것에 정복감을 느꼈다.

그 비밀스러운 순간의 국장은 지위를 다 내려놓은 암퇘지였다. 쾌락이 절정에 달해 머리 속이 하얘질 떄 즈음에는 항상 라벤더 향이 어렴풋이 코 끝에 닿았다.


그러나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국장은 이미 나이팅게일과의 일선을 넘었다. 잠깐의 일탈로 조야와 어울렸지만 더는 그래서는 안된다. 스스로 생각해도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제라도 슬슬 이 위험한 놀이를 끝내야 했다. 

오후 14시가 다가왔다. 국장은 조야의 심문실에 시설 내 전문상담사를 보냈다. 본래 국장직접심문이 원칙이지만, 컨디션을 핑계로 심문권한을 위임했다. 조야와 물리적으로 거리를 두고 차츰 멀어지려 한 계획이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일이 무사히 지나간건가 싶은 15시, 전문상담사가 사무실로 다시 돌아왔다. 그는 S급 수감자 군단장과 보호유리도 없이 대면한 일이 꽤나 큰일이었는지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었다.

"저기, 국장님. 수감자 조야가 국장님이 아니면 무조건 묵비권을 행사하겠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습니다... 죄송하지만 몇번이고 회유해보아도 듣질 않아서 그만.."


"국장님, 그녀의 요청을 들어줄 의무는 없습니다."

나이팅게일이 단호한 어조로 치고 나왔다.


국장은 어두운 표정으로 심히 고민하더니 머지않아 결단을 내렸다.

"내가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국장님?"


"빨리 끝내고 올게. 걱정하지 마.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복귀하셔도 좋습니다."

국장은 나이팅게일을 향해 빙그레 웃어보이며 상담사를 물러가게 했다. 그는 연신 손수건으로 이마를 닦으며 복도로 나갔다.

그가 나가자 국장은 나이팅게일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뭍고 읊조렸다.


"코스모스."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쪽 키스를 하고 사무실을 나와 복도로 향했다. 

의기양양하게 발걸음을 옮겼지만 심장은 마구 박동하고 있었다. 이것은 긴장감인가, 아니면  조야의 발에 밟히는 그 순간을 다시 회상하고 멋대로 기대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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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슥한 조명을 지나 아무도 없는 외딴 복도에 달했다. 이곳은 익숙한 곳이다. 조야를 심문하던 그 방이다. 노크도 하지 않고 곧바로 들어갔다.


"드디어 왔구나. 몸이 많이 안좋나?"

접이식 의자에 여유롭게 걸터앉은 조야가 보였다. 들어오는 국장을 마치 물건 보듯이 위아래로 훑어보는 눈동자가 느껴졌다. 잘 익은 가슴 한번, 고혹적인 얼굴 한번, 그리고 잘 뻗은 다리를 3초간 주욱. 국장은 그런 조야의 모습에 오싹오싹했고 자신이 매춘부처럼 느껴졌다.


"앉아. 시작해야지."

"..."

국장은 그녀를 마주보는 의자에 마찬가지로 앉았다. 심문의 시작은 언제나 착석부터였다. 아닐 때도 있었지만..

그러나 한순간에 예상 못한 일이 벌어졌다.


텅--!! 와장창!

조야가 국장이 앉은 의자 다리를 그대로 힘 껏 걷어찼다. 다리 한 쪽은 구석으로 날아가버렸고 균형을 잃은 국장은 순식간에 바닥에 엎어졌다.

"읏, 아아악...!"

"감히 나를 얼간이취급했겠다?"


조야가 엎어진 국장의 머리채를 휘어잡아 올렸다. 한 쪽 눈을 찡그린채 곤혹스러운 얼굴로 조야를 올려다 보았다. 신디케이트에서 처음 대면한 그 날의 서늘한 시선이다.

그렇다. 조야는 직감으로 알아차렸다. 부관과 나란한 지각과 출근, 낮선 향수냄새, 예정과 다른 전문상담사와의 심문..

그녀 몰래 나이팅게일과 잠자리를 가지고 거리를 두기 시작하려 한 모든 것을 한 순간에 알아차린 것이다.


"귀여운 부관과의 하룻밤은 재미있었나?"

조야는 가지고 놀듯 국장의 머리채를 좌우로 흔들었다.


"미, 미안해.. 일부러 속이려던 건 아니었어. 그만해줘.. 아파, 조야.."

조야는 머리카락을 놓았다. 국장이 내심 안심하는 직후, 조야는 국장의 두 손목을 한 손으로 꽉 잡은 뒤 머리 위로 올리게 하고 벽에 세게 고정시켰다. 수감자의 완력을 연약한 국장따위가 당해낼 수는 없었다. 나름대로 몸을 비틀어보고 저항을 해보았지만, 거친 숨을 내몰며 가슴을 흔드는 것이 맛있어보이기 그지 없었다.


"주제파악을 못하는군 국장. 내가 바람맞았다고 생각하나? 천만에, 너는 내 심심할 때 신디케이트에서 데리고 논 다른 여자들이랑 똑같아. 처음부터 이 짓거리를 시작할 때부터 우리가 연인처럼 동등한 관계라고 생각했나?"

국장은 공포에 질려 입술을 파르르 떨며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네가 그 년과 무슨 짓을 하던 나랑 전혀 상관없어. 그렇지만 너는 내 소유물이야. 내가 원하면 바로 몸을 벌리고 소리를 지르면 그만인 여자야. 그런데 감히 나를 피해?"

"조야, 제발. 이젠 그만해야 해."


"그만할거면 족쇄를 이미 족쇄를 사용했겠지."

"...!"


그말이 맞다. 조야에게 폭행을 당하고 제압당할 동안 국장은 족쇄를 발동시키면 그만이었다. 그렇지만 하지 않았다.

"결국 너도 이걸 원했던거지? 변태같은 년."


국장이 눈을 감자 뜨거운 눈물이 두 볼을 타고 뚝뚝 흘렀다. 국장이면서도 내심 조야가 언제나처럼 이런식으로 강간당하길 기대한 심리를 꿰뚫린 수치심의 눈물이었을까? 아니면 그것을 알아준 기쁨의 눈물일까?


"혀 내밀어."

"흐윽..히끅.."

국장은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벽에 손을 고정당한 그 자세 그대로 눈을 감은 채 혀를 내밀었다.

조금 있다 조야는 고기를 잡아뜯는 맹수처럼 국장의 거칠게 혀를 빨았다.


타액이 섞이는 소리가 밀실에 울렸다. 거친 숨소리를 눈을 감고 듣다보면 사나운 들짐승들의 무리 한가운데 내던져진 것처럼 요란스러웠다. 조야는 오른손으로 국장의 손목을 잡고, 왼손으로는 국장의 바지 속까지 벌써 침투했다. 그 무자비한 뱀의 혓바닥은 키스하느라 호흡조차 버거운 국장을 더더욱 미치게 했다.

조야는 국장이 딱 절정에 다를 그 순간에 흠뻑 젖은 왼손을 뻈고 이번엔 국장의 셔츠 안에 넣었다. 그리고 국장의 풍만한 가슴에 달려있는 핑크빛 젤리를 꽉 비틀었다.


국장의 정신이 혼미해지는 그 절묘한 순간이었다. 국장은 다리 힘이 풀렸고 넘어지지 않으려고 본능적으로 조야의 품 안에 얼굴을 묻어 안겼다.


"그래, 결국 이렇게 되는 거지."


삑, 삐빅 삑-

잠궈놓은 문에서 입력음이 났다.


문이 열리자 국장이 지금 가장 마주하기 싫은 인물이 나타났다.


"국장님을 풀어줘."

총구를 조야에게 겨눈 나이팅게일의 눈동자에는 터질듯한 분노의 불꽃이 서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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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딩으로 할 지 배드엔딩으로 할지 고민중. 다른 캐릭터 추천도 받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