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고딩시절 겨울방학때였음

내 잠버릇이 한겨울에도 속옷만 입고 자는게 잠버릇이라 고딩때는 런닝에 사각팬티만 입고 자고 있었는데


무붕이들은 당연히 알고있을 김태희 CF로 선전하던 초콜릿폰인가 카카오폰 같은 슬라이드폰 쓸만큼 옛날이라
카톡 대신 문자 쓰던 시절임 한 새벽 3시쯤에 문자가 연달아서 4통인가 6통 오는거
내가 밤귀 예민해서 결국 짜증내며 아씨 뭐야 하고 보는데


"나 이제 떠난다 그동안 고마웠고 가기전에 마지막으로
니들 생각나서 문자했다 나 없어도 내 생각말고 잘 살아라"

라는 내용의 장문의 문자가 여사친으로부터 와 있던거


그거 보자마자 바로 머리 새하애져서 벌떡 일어나 그 친구 사는 아파트로 슬리퍼도 안신고 막 달려감

그때는 진짜 지금도 기억 생생한게 아무 생각 없었고 단지 이 미친년 살려야된다 이 생각뿐이었어


마침 같은 동네라 아파트가 바로 옆이었는데 그렇게 고층 아파트는 아니어서 옥상 보였거든
위에 올려다보니 아니나 다를까 그 미친년이 난간에 서있는게 달빛에 보이는거


그래서 바로 잡으러가는데 엘리베이터 올라가있어서 정신없이 계단 타고 올라가보니 다행이 아직 난간에 서있더라

보자마자 냅다 달려가서 머리채 휘어잡고 옥상 안쪽으로 자빠뜨리고 뺨 좌우왕복으로 4대 갈김


그리고 이년 질질 짜고있든말든 머리채 부여잡고 그대로 집까지 끌고감

그리고 초인종 누르니 부모님 나오시길래
'xx랑 알고있는 친구 ㅇㅇ인데 얘 보라고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해서는 안될짓 할려했다고 다시는 그런 짓 못하게 따끔하게 혼내달라'

라고 말하고 쿨하게 계단 저벅저벅 내려오는데 뒤에서 막 뭐라뭐라 혼내키다 서로 부둥켜안고 흐느껴 우는 소리 들리더라


그거 들으면서 착잡한 기분으로 계단 내려와서 아파트 나왔는데



내가 한겨울이랬지?

그리고 속옷만 입고 잔댔잖아 뛰어올때는 몰랐는데 나와보니 그제서야 얼어 죽을것마냥 존나 춥더라ㅋㅋㅋㅋ
발가락은 푸르딩딩한데 반대로 발은 새빨개지고 ㅋㅋㅋㅋㅋㅋ

그래서 할수 없이 위로 올라가서 울고있는 그 친구 가족분들한테 '저기요 죄송한데 옷이랑 신발 좀 빌려주세요' 라고해서

옷이랑 신발 빌려입고 집 돌아왔다가 다음날 몸살감기+독감 걸림



그리고 왜 그랬는지는 묻지 않았는데 나중에 고등학교 지나 대학 졸업할때까지 연락하고 지내다
고딩시절 친구들 모여서 부산 놀러갔을때 우연히 들어보니 당시 사귀던 남친이랑 애가 생겼는데

남친 반협박반강제로 부모 몰래 지웠다더라 그리고 남친은 그런 여자 냅두고 헤어졌고 이런저런

충격이랑 슬픔땜에 극단적인 선택할뻔했다고 지금은 웃으면서 그때는 철 없었다고 얘기하더라


여튼 내덕에 살았다고 정말 고맙다면서 따로 술 사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