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저번에 이벤트 스토리가 재밌으면서도 복잡해서 정리글을 썼었는데, 이번의 샬롬 심문 스토리도 그러해서 다시 정리할 겸 써보려고 한다.


이전에 썼던 정리에서 내가 틀렸던 부분이나 새로 알게 된 부분에 대해서도 쓰면서 정리하려고 하니, 혹시 이벤트 스토리 정리글이 궁금한 사람은 보고 와도 된다. (https://arca.live/b/aisno/90121150).


이번 샬롬 심문도 댓글로 틀린 점이나 추가할 점이 있다면 써주면 좋겠다.


아래는 샬롬 심문 및 이벤트 스토리의 스포를 포함하고 있음.



[본론]

이번에도 어김없이 찾아온 현재 과거를 넘나드는 서술 방식.

이 전개 방식 덕분에  흥미진진하고 재밌기도 하지만, 쉽게 이해하려면 시간 순으로 정리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시간 순으로 정리해보려고 한다.



1) 낙원의 도구, 레블과 샬롬의 탄생

(낙원의 실험체였던 샬롬)


실험을 당하는 동안 그녀의 '강한 적개심 = 분노'가  그녀의 주된 감정이었다. 낙원은 이 감정을 추출해서 분리하는 것으로 샬롬의 이성과 감정을 분리한 것으로 추정된다.


변이 속에서 갇혀버린 '감정'과 기계처럼 행동하는 '이성'. 이 둘의 분리가 샬롬을 요약하는 한 문장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만 중간에 특이한 점이 언급되는데 레블의 '감정'은 오직 샬롬의 '분노' 만을 가지고 만들어진 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녀가 실험을 당하면서 겪었던 분노, 공포, 고통 등의 감정이 함께 엮여서 만들어졌던 것.

그리고 이런 '같은 부류'의 감정을 가진 자들을 억압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저번에 설명했던 것처럼 '표식'의 대상은 분노 뿐만이 아니라 고통, 무력함, 공포 등을 겪는 대상에게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번째 심문에서 자신이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점을 토로하던 국장이 그녀에게서 황홀감을 느끼며 '표식'에 당할 뻔 했던 것은 아마도 이 때문이 아닌가 추측한다.


다만 그 중 '분노'가 가장 강력한 감정이며, 그렇기에 이벤트 스토리에서 S급 수감자인 라후와 코쿠리코에게는 분노를 유발하도록 계획을 세운 게 아닌가 싶다.



2) 완전한 도구였던 샬롬과 기억을 잃기 전의 국장


이 시간대를 이야기 하기 앞서, 먼저 지금의 SHP-13 의 국장이 아닌, MBCC의 '국장' 직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


이 복잡한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구분해야할 점이 있는데, 바로


1. '이전 국장들'과

2. '기억을 잃기 전의 국장' 이다.


현재 국장( = SHP-13)은 MBCC의 초대 국장이 아니다.

지금 국장 이전에 전대 국장이 있었고, 이는 헤카테를 처음 만났을 때 넌지시 언급된다.

(새로운 '국장' SHP-13이란 건, 이전에 국장이 있었다는 뜻)


낙원이 만들어낸 족쇄 사용 도구인 SHP 시리즈는 족쇄를 사용해서 MBCC의 국장을 해왔을 것이다.


아마 현재 국장 SHP-13 이전에 SHP-1 부터 12까지 12명이 있었을 것이고, 13대 국장이 아닐까 추정된다.


이벤트 스토리에서 나왔듯, SHP시리즈는 족쇄로 일정 이상 오염을 흡수할 시 본워커가 될 것을 우려한 낙원이 제거한다. 그리고 새로운 SHP를 만들어서 족쇄를 달아주기를 반복한다.


이렇게 13번째로 국장이 되었던 SHP-13은 MBCC에서 국장 일을 하던 중 어떤 일로 인해서 낙원에게 무척이나 '분노'하게 된다.



그리고 이 '기억을 잃기 전 국장'의 '분노'의 감정을 이용해서 '표식'을 남기기 위해 낙원은 샬롬을 파견한다.


 

(샬롬 마망, 국장 화났어)


반항하게 된 SHP-13을 죽일 수도 있지만, 낙원은 '표식'을 통해서 그를 지배하는 게 더 좋은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낙원은 이벤트 스토리에서도  코쿠리코를 죽이는 대신 '표식'을 남기는 작전 쪽으로 샬롬에게 설득당했기 때문이다.


분노에 잠식당한 '수감자' 국장과, 그를 심문하고 표식을 남기러 온 '샬롬'.


 

(이것이 둘의 첫 만남이었다.)


심문실에서의 만남이란 점은 똑같지만 완전히 서로 반대의 입장이었음은 빼고 말한 샬롬. 그녀의 '진실'이 얼마나 무서운 무기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다시 돌아와서, 샬롬의 '표식'은  상대와 직접 닿아야 발동할 수 있다. 그렇기에 국장에게 직접 닿은 순간,



국장의 족쇄에 채워지게 된다.


저번에도 언급했듯, '족쇄'는 서로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때, 이성만 남았던 샬롬은 국장의 족쇄를 통해 '분노'를 배우게 되었고, 완벽한 이성의 도구였던 샬롬은 이때부터 망가져 인간에 한 걸음 가까워졌다.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낙원은 국장의 족쇄 능력을 알고 있었을 텐데, 왜 샬롬에게 접촉을 시켰는가? 이다.


이는 마지막에 언급되는데, 낙원은 '감정이 제거 된 청부업자에게는 족쇄가 통하지 않는 규칙'을 국장이나 청부업자에게 달아두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낙원이 SHP-13을 '불량품' 이라고 불렀던 이유. 바로 청부업자에게 족쇄를 사용할 수 없다는 '규칙'을 돌파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청부업자에게도 족쇄를 달 수 있는 '불량품'을 낙원은 왜 처분하지 않았을까?


위 이미지에서 샬롬이 '다시 태어날 수는 있지' 라고 하면서 묘사된 '국장의 가능성' 들은, 아마 그녀가 직접 낙원에게 제시한 제안의 일부가 아니었을까 추측한다.


SHP-13이 연구가치가 있음을 어필한 것이다.


(실제로 이벤트 스토리 마지막에서 샬롬은 연구가치를 인정받은 낙원에 의하여 다시 살려지기도 했으니.)


이유가 무엇이든 낙원은 SHP-13을 폐기하지 않고, 다시 태어나도록 했는데,


이 '다시 태어나는 과정'이란 국장의 기억 제거와 규칙(제약)설정 등등의 과정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 '다시 태어나는' 도중에 프롤로그에서 R이 나타나 국장을 일찍 깨워버린다. 아마 그녀가 없었다면 국장의 감정도 제거되지 않았을까?)




추가적으로 이번에 나인팅게일의 정체에 대해서 잠깐 언급된다.


샬롬이 '기억을 잃기 전 분노한 국장'에게 표식을 달러 가는 중, 나인팅게일을 마주치는데...


(청부업자가 '상급자'인 나인팅게일. 그녀는 낙원 소속의 사람이라는 뜻인가?)


다만 나인팅게일이 낙원 사람이라고 해도 단순히 스파이인 건 아닌 것 같다.

'기억을 잃기 전 국장'이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수감된 상황에 충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이는 샬롬의 첫번째 심문에서 샬롬이 MBCC에 찾아왔을 때, 나인팅게일이 불안에 떨며 국장에게 이것 저것을 조언했던 이유인 듯 하다. 나인팅게일에게 샬롬이란 이 당시의 트라우마인 것이다.


샬롬이 와서 국장의 처분 여부를 결정하러 왔었던 과거에 대한 트라우마.


(무기미도는 이해하기 쉬운 평면적인 캐릭터가 한 명도 없다...)



3) 9지 전, 드림보틀 사건 후 (수정됨)


심문 스토리에서 국장은 샬롬을 통해 자신의 과거에 대해 들으며 '그제서야' 기억을 잃기 전 자신에 대해 궁금해하기 시작한다.


이후 샬롬과 여러가지 일이 있고 나서 마지막에 국장은 샬롬에 대한 기억을 잃는다.



그리고 '과거의 기억'과 똑같이 기억나지 않는 샬롬에 대해서도 '궁금해하지 않는'다.


(졸라 중요해 이샛기야!!!)


아마 국장이 12지에서 낙원이 만든 '규칙'에 의해 유해를 다 흡수하지 못한 것처럼, 어떤 특정한 기억에 대해서는 기억을 잃고 궁금해하지 않도록 '규칙'이 달려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억에 대한 떡밥은 코쿠리코 심문에서도 한 번 등장하는데, 국장이 다시 MBCC로 복귀하고 난 이후의 스토리인 코쿠리코 심문에서, 그녀는 국장을 기억하지만, 국장은 그녀를 기억하지 못 하는 듯한 대사가 등장한다.




4) 12지 직후, 이벤트 스토리 직전인 국장이 혼수 상태일 때의 샬롬


이벤트 스토리에서 샬롬이 코쿠리코에게 '국장은 내가 한번 추적이 불가능하게 만들었으나, 아직 완벽하지 않다. 네가 도망치게 해라.' 라고 딜을 제시하는데, 이때 '내가 한번 추적이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는 스토리가 심문에서 등장한다.


크로우가 빼돌린 '국장'은 무기 최고 호감 남캐인 '돈'이 보호하고 있었는데, 낙원은 자신들의 기술력으로 국장을 추적하는데 성공한다.


이때, 샬롬은 직접 나서서 SHP-13의 추적 작전에 참여하고, 저격총에 일부러 맞으면서까지 실패를 '연출'한다.



이는 족쇄를 통해 자신에게 감정을 알려준 국장을 향한 샬롬의 고마움의 표시였다.




5) 이벤트 스토리에서 샬롬

(이벤트 스토리가 시작되는 순간 시점의 샬롬. 불안정한 텍스트 배열로 그녀의 완고했던 '이성'이 망가졌음이 묘사된다. 특히 나 죽게 돼? 는...)



그리고 그 다음 순간 깔끔하게 정렬된 텍스트로, 'X' 대신 자신을 '샬롬'이라고 지칭하는 독백이 등장한다.


도구 'X' 가 아닌, 국장이 만들어준 인간 '샬롬'. 그녀에게는 낙원을 속이면서 다른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이 상황 자체가 성공과도 같았다.


이후 살아남을 확률이 너무 희박했던 그녀의 앞에, 경호원 '라후'가 등장하며 이벤트 스토리가 시작된다.



6) 13지 를 포함한 이후의 국장과 샬롬

현재 샬롬에 의해 낙원의 감시망에서 벗어난 국장이, 다시 MBCC로 돌아오기까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가 최고 관건인듯 싶다.

(라후와 코쿠리코 스토리를 보면 다시 돌아오는 건 확정)


이벤트 스토리 마지막 장면처럼 샬롬은 현재 낙원에 의해 회복에 들어갔고, 국장도 돈이 더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


낙원도 찾지 못할 곳으로 대피했으니 수감자들은 싹다 국장이 죽은 줄 알고 있을텐데... 재회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결론]

샬롬의 심문을 보고 나서, 난 SF소설의 인공지능의 이야기들을 떠올렸다.


SF소설에서 단골 주제 중 하나는 '인공 지능은 사람이 될 수 있는가? 감정을 가질 수 있는가?' 이다.


샬롬은 이 주제를 정확히 180도 뒤틀어버린 이야기이다.


'인간은 기계가 될 수 있는가?'


감정이 인간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무기미도의 세계관이기 때문에 더 빛나는 주제였고, 그랬기에 더 눈부신 캐릭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오랜만에 전율을 느끼며 즐긴 스토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