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렌 감독니이임!!!지금 어디에요?!!영화제 시작했어요!!!"


"그거 잘됐네,상은 나중에 택배로 보내줘."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신성 뒷골목,쓰레기 봉투 더미위에 누워있는 데렌은 귀찮다는 듯이 비서의 전화를 끊었다.


"하....영화제에 VIP로 초청된건 분명 기쁜일인데..."


아직 시상식은 시작도 안했지만 그녀는 자신이 상을 탄다는 것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거만하게 보이지만 누구도 그 말에 반박할 수는 없다,그럴것이 그녀는 명성이 자자한 천재 감독 데렌이 아닌가.


그녀가 찍은 영화는 개봉과 동시에 전문 평론가들과 일반인들의 극찬을 받으며 시상식의 모든 상을 휩쓸었다.

모든 사람들이 최고의 영화라고 부르며 자신을 이 위치로 이끌어준 그 영화들을,정작 그녀는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아니 인정할 수 없었다.


자신의 손을 떠나 대중성을 강요받으며 편집을 거친 결과물은 더이상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그녀 또한 안다.자신의 영화에 수많은 사람들의 생활인 걸려있다는 것을,자존심을 버리지 않으면 그 사람들의 삶이 망가진다는 것을.


그래서 그녀는 현실과 타협했다.

자신의 영화가 변질되도록 하였다.

그토록 싫어하던 토크쇼에도 나갔다.

그럴수록 부를 얻었다,명예를 얻었다.


부모가 사준 저가형 캠코더로 영화를 찍던 소녀는 이제 몇천 디스코인에 달하는카메라를 사용한다.

가족과 친구들을 상대로 영화를 찍던 소녀는 이제 명배우들 마저 줄을 서게 만들었다.

지금도 선명히 기억나는,처음으로 영화를 봤을 때,자신도 감독이 되어 사람들에게 잊지 못할 전율을 주겠다며 소리치던 꿈많은 소녀는 이제 그럴 능력이 생겼다. 하지만


더이상 영화를 찍고싶지 않았다.


"하하...난 결구 뭘 하고 싶었던 걸까?"


자조섞인 웃음을 지으며 데렌은 그냥 이렇게 도망치며 사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


"너 거기서 뭐하는 거야?"


"?"


이상한 질문을 들은 데렌은 몸을 일으켜 앞을 보았다.


(오렌지 색의 특이한 복장...자기 몸만한 탈까지 가지고 있네...외지인이군, 그리고 옆에 퍼런건...)


"뀨~?"


(요즘엔 별 특이한 강아지가 다 있네..)


"너 뭐하는거냐니깐~~?!"


목소리 너무 커...조용히 쉬고싶으니깐 얼른 쫒아내야겠다.


"꼬마야,여긴 강아지 산책시키기엔 너무 위험해,얼른 돌아가."


"스텔라는 강아지 아니야! 스텔라는 어흥이 친구고, 우린 영화를 찍고 있어!"


영화라는 단어는 데렌의 이목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영화? 영화는 찍어서 뭐할려고?"


"디스영화제에서 대상을 탈거야!,대상을 타면 모두가 어흥이를 주목할거고,그러면 고향을 찾을 수 있어!"


헛소리,어리기에 가능한 크기만한 꿈이다.

그런 꿈은 현실에 쉽게 막힌다는걸 알려주자.


"꼬마야, 사실 난 감독이거든? 천재 감독이란 소리도 듣곤 했지.근데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 줄 아니? 현실이란 장벽에 막혀서 그래, 어디에도 가지 못하도록 날 가뒀어. 돈 밖에 모르는 그 노인네들이 나와 내 작품들을 짓밟고 멋대로 바꿨다고! 영화계는 그런 곳이야, 모든 상상이 이뤄지는 마법이 일어나는 곳이 아니라고!!"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걸까. 아마 화풀이겠지.오랫동안 참아온 말을 이름도 모르는 소녀에게 하고있다. 몹쓸 짓이다.하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눈앞의 소녀가 자신과 같은 좌절을 겪지 않았으면 했다.


"그러니깐.."


"현실에 막히면 그걸로 끝이야?"


말문이 막혔다.


"그 돈만 밝히는 노인네들이 무슨 말은 한건지는 모르겠지만,어흥이는 걱정 없어! 어흥이가 크게 소리치면 무서워서 찍소리도 못할껄~!"


웃긴 소리,하지만 데렌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자신은 그들에게 거절 한 번 해보았던가,한 번쯤은 모든 걸 무시하고 자신을 위해 볼 수 있지 않았을까.자신이 한심해졌다.


"너 감독이랬지?! 그것도 천재 감독.이거 잘됐네!! 마침 어흥이가 감독을 찾고 있었거든~!어때? 들어올래?"


작은 손이 데렌에 눈앞으로 뻗어왔다. 자신의 손에 반밖에 안되는 손이었지만 어둠 속에서도 밝게 빛났으며 강인해보였다.


(이 꼬마를 따라가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을까?)

확실하지는 않았다.하지만 좋은 느낌이 들었고 그손을 잡기로 했다.


"난 감독D라고 불러주면 되는데,넌 이름이 뭐야?"


"어흥이 이름은 어흥이야!정확히는 썬더 토네이도 우주 무적 슈퍼 울트라 사자춤 대왕 어흥이지만 그냥 어흥이라고 불러!"


"가면 밥하고 잘곳은 주지?"


"음....밥은 스크립터가 해주고..잘곳은 스크립터의 미노벤이 있어!!"


고생 많은 스키립터구만...라고 생각하며 데렌은 신이나서 폴짝폴짝 뛰는 어흥이를 뒤따라갔다.






"데렌! 일어나."


"음으..아 국장님"


"도데체 어떻게 그런 자세로 잘 수 있는 거야?"


"하하..그냥 쓰레기 봉투 더미위에서 몇달간 자면 되요"


"어휴..가자 니 차례야,저들에게 너의 진짜 영화를 보여줘야지."


"네,제대로된 미치광이를 보여주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