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감응에 실패해버렸다. 그렇게 소녀는 낙담해버렸다.

다른 아이들은 전부 성공했는데 왜 나만이 안될까.

나도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닌데 왜 안될까.

소녀는 점점 늘어만 가는 부담감에 한숨을 내뱉게 되었다.


'태어났을 때 부터 강한 사람은 없어. 성장하고, 시련을 겪고, 끊임없는 실패에서 다시 일어나야 하는거야'


선생님 전 얼마나 계속 일어나야하는 것이죠? 소녀는 생각했다.


'넌 분명히 강해질 수 있을 거야.'


제가 강해질 수 있는 걸까요? 소녀는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을, 어딘가 타인의 일처럼 보면서 생각했다.


'네 친구들이 왔어.'


친구? 친구는 이런 짓거리를 하는 건가요.

일부러 웃음거리로 삼고, 조금이라도 반항하면 깔아뭉개고, 남이 보지 못할 곳에 폭력을 휘두르나요?




"강해지길 원해?"


오늘도 '친구'와 놀고 돌아가는 날, 두건을 쓴 여성이 소녀에게 다가갔다.

소녀는 순간 솔깃했으나, 무시하기로 정했다. 예전에도 이렇게 다가왔다가, 자신을 속이려고하는 '친구'도 여럿 있었기 때문이다.


"불쌍하게도 상처가 많이 났잖니"


소녀의 상의를 걷어올려, 멍이 든 배 부분을 보면서 여성은 이어말했다.

소녀는 갑작스러운 여성의 행동에 비명을 지르려했으나, 질러봤자, 자신과 헤어졌던 '친구'만 올 것이라고 생각해서 다시금 입을 다물었다.

그런 소녀에게 여성은 다시 말했다.


"강해지길 원해?"


방금보다 또렷하게, 그리고 천천히 잠기는 듯한 목소리에 소녀는 여성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런 소녀의 반응을 보고, 여성은 빛나는 무언가를 꺼냈다.


"강해지길 원한다면 이 것을 몸에 박으면 돼."


또 거짓말일 것이다. 자신을 놀리기 위한 것이다.

소녀는 그렇게 되뇌였다. 하지만 손은 그 빛나는 것에 점점 다가갔다.

이미 수많은 '친구'와 부담감으로 인해 망가져가는 불빛은, 유혹에 너무 약해져버렸던 것이었다.


아아, 힘을 넣은 다음부터는 소녀가 원하는 대로 되었다. 잘 안되던 감응도 쉽게 되었고, '친구'와의 관계는 바뀌어, 방금도 하나의 '친구'에게, 아니 모두에게 자신에게 해줬던 '우정'을 되돌려주었다. 아아 단지 선생님, 당신의 저주는 이해할 수가 없었어. 당신이 원하는 대로 강해졌잖아? 너희가 원하는 대로 갚아준 거잖아? 너희가 나한테 이랬으면서 나를 원망해? 배신자? 실패작? 웃기지마, 나는 해냈어, 해냈다고, 그런 저주를 나한테 퍼붓지마.


소녀는 차츰 변해가고 있었다. 정신성이 암귀에 물들여가고 있었다. 




17년의 세월이 지났다. 대부분의 동족이었던 것에는 보답을 해주었고, 이제 남은 것은 꼴보기 싫은 동생 뿐이겠지.

그렇게, 소녀였던 것은 생각하고 있었다.


새로운 아이테르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 아이테르도 죽이려고 했다. 죽이려고 했는데, 어째선지 이미 버렸던 소녀의 모습이 그 아이테르에 아른거렸다.

자신보다 강한 오로리안 사이에 껴있는 모습이, 짓밟혀도 계속 살아가려는 모습이, 소녀와 겹쳐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여성의 말도 내심은 기뻤다. 그 아이테르가 자신과 동족이 될 거라는 것이,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 자신을 이해해줄 사람이 생긴다는 것이.

그러니까 그에게도 보여주자, 자신이 해내는 모습을 보여주자, 너도 할 수 있다고, 너도 이쪽으로 오자고, 누군가가 나를 이해해줬으면 좋겠어.  누군가 나와 같이 있어줬으면 좋겠어. 더 이상 외로운 것은 싫어

하지만, 그는 자신을 마지막까지 거절했다.



결국 소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해줄 사람이 하나도 없이, 외로이 살았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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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 성능 어떠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