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https://arca.live/b/alchemystars/30124518








소녀는 그렇게 소중한 이의 유해를 뒤로 했다. 헤진 공간, 부서진 뼈대와 난잡한 잔해들을 기어오른다. 뒤돌아 보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구석에 두었던 물건들을 챙긴다. 콜로서스의 배선을 들추어내 만든 로프와 골격을 깎아 빚은 날이 잘 서있는 창. 겨우겨우 지급되던 단백질 블럭과 식수, 이 외의 잡다한 것들을 담아둔 옷을 꿰메어 만든 가방. 무거울 법한 짐이였지만, 이미 익숙해진 소녀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짐을 챙긴 소녀는 깊게 한번 숨을 들이마셨다.


"후우..."


자, 출발이다.


뒤돌아 보는 일 없이, 소녀의 발이 성큼성큼 반쯤 열린 문을 향해 나아갔다. 비틀어진 문을 지나고, 뒤틀려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복도를 지나고, 겉면을 들추어내 공간을 확보한 외벽 틈을 스쳐갔다. 그저 앞으로, 앞으로 향한다. 오랜 암흑 속의 생활로 예민하게 발달한 소녀의 눈이 희미한 잔광을 잡아챘다. 붕괴된 잔해 사이로 실낱과 같이 비추어오는 외부의 광원을 지침표 삼아 나아갔다. 


발걸음은 작별 바로 후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할 정도로 가볍고, 거침없이 수월하다. 거친 붕괴의 흔적은 소녀에게 전혀 방해가 되지 못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유년기의 교육과, 플라이 문이 죽은 뒤의 5년은 소녀를 나약하게 키우지 않은 것이다.


고양이와도 같은 날렵하고 은밀한 움직임. 소녀는 거친 잔해와 좁은 틈바구니를 지나 조금씩 위로 향했다. 한없이 희미하던 빛무리는 더욱 가까워져 드러나고, 소녀는 끝이 멀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더욱 박차를 가한다.


묵묵한 소녀의 입과는 반대로 심장은 정처없이 떨려왔다. 기대와 두려움, 상반된 감정이 소녀의 마음을 두드린다. 미지와의 마주. 소녀로서는 기념비적인 첫발. 둥지에서 벗어나는 아기새와 같다. 소녀는 날개짓을 막 시작하려 한다. 슬픔과 이별을 딛고 이 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해. 콜로서스라는 둥지를 등진 채 날아오르려 한다.


"..."


1년은 하염없는 슬픔에 지새우며 생명을 태웠다. 2년은 살아남기 위한 지식의 흔적을 더듬어 나갔고, 다시 2년은 밖에서 살아남기 위한 대비를 해왔다. 소녀의 선생은 온전치 못한 기억을 더듬으며 최대한 소녀에게 많은 것을 쥐어주려 노력했고, 소녀는 따랐다. 이제 소녀의 콜로서스와 소녀가 대비했던 순간이 찾아오고 있다.


독립.


"..."


생각만큼 떨리지는 않았고, 생각만큼 차분하지도 않았다. 다만 들뜨는 것 같기도 했다. 이전까지 그렇게 우울했던 주제에 벌써 들떠있냐는 자책은 사치다. 소녀는 오래 전부터 나아가기로 약속했으니까. 따져보면 소녀가 지금까지 살아온 흔적이 지금 이 순간을 위한 것이라고 해도 좋았다. 잔혹한 세상에서 소녀를 지킬 수 있게 되기 위한 준비. 스스로가 날 수 없음을, 희미하고 망가진 자의식마저 얼마가지 못할 것임을 안 콜로서스의 준비. 모든 것이 이 순간을 위한 대비다.


그러니 우울해할 가치조차 없다. 이별은 끝났고 소녀는 떠나보냄을 알았다. 이제 소녀에게 남은 것을 행할 뿐이다.


"하아..."


오랜 시간 꾸준히 단련된 신체라고는 하나 위태로운 잔해와 어둠을 헤쳐 나아가는 것은 소녀의 숨을 차오르게 만든다. 그러나 소녀는 멈추지 않았다. 그래, 끝이 머지 않았어. 앞으로 조금이야. 


그리고 그 끝은 새로운 시작이 되겠지.


한걸음, 다시 한걸음. 갈라진 벽 틈을 단단히 쥐고 몸을 밀어낸다. 날카롭게 치솟은 골격을 철봉삼아 몸을 튕겨내고 줄줄이 매달린 무엇일지 모를 덩쿨을 감아 당기며 위로 향했다.


빛이 가까워져.


앞으로 조금.


더욱.


조금 더.


"후웃... 하아...."


좁은 틈에서 몸을 비집어 꺼낸 소녀는 쨍한 자극에 고개를 들어올렸다. 반짝이며 다채로운 빛깔을 뿜어내는 고운 가루가 아래에 탑처럼 쌓아져있고, 그 위로는 알알이 빛을 쪼개며 떨어지는, 사르륵사르륵거리는 가루가 있다.


더욱 위, 육안으로도 상당히 높은 곳으로는 소녀의 눈을 아프게 만드는 빛이 있었다.


"..."


소녀는 조금은 경계의 기색으로 천천히 가루로 이루어진 탑을 향해 다가갔다. 


"이...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아. 독일까. 빛을 반사하고, 쪼개고 있어... 이건..."


소녀의 발에 밟히는 까슬거리고도 부드러운 모순적인 촉감. 소녀는 화들짝 놀라 화려하게 몸을 뒤집어 휘며 뒤로 뛰어올랐다. 그리곤 다가온 것의 두배는 되는 거리를 벌렸다. 잔뜩 솟아있는 어깨는 소녀가 지금 저 정체불명의 물체를 경계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냈다.


"..."


샤아악!! 눈을 날카롭게 뜨며 가루들을 노려보던 소녀는, 이내 별다른 이상징후가 나타나지 않자, 천천히 어깨를 내렸다.


"...무취, 작고 딱딱해. 그리고 많아."


소녀의 시선이 가루가 떨어지는 틈, '밖'으로 향했다. 가늘게 쏟아지는 가루는 끊길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설마 이런게 밖에는 많은 것일까. 어쩌면 콜로서스 전체가 가루에 묻혀있을지도. 소녀는 스스로의 상상이 불쾌하다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안돼. 그런건, 싫어.


자신의 소중한 존재가 이런 것에 파묻혀있다니, 상상도 하기 싫다. 왜 플라이 문은 이런 것에 대해 말해주지 않은걸까.


소녀는 다시 천천히 가루를 향해 다가가,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무릎을 천천히 굽히고, 떨리는 손가락을 천천히 내려, 가루를 움켜 쥔다.


딱딱하고, 부드러우며, 까슬거린다. 이틀간 물을 마시지 못한 자신의 혓바닥을 곱게 갈아버린다면 이런 느낌일지도 모른다고 소녀는 생각했다. 그만큼 생경하고 신비로운 감각이였다. 소녀는 손을 당겨 가루를 가까이 했다.


"여전히 냄새는 없어. 으응, 딱딱한데, 많고 까슬까슬. 뭔가, 기억나...."


소녀는 혀로 입술을 적셨다. 맛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까. 아니, 아니다. 섭취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항상 화이트 문이 말하지 않았던가. 그 가르침을 항상 잊어선 안된다.


소녀는 손에 머금었던 가루를 털어버리고 굽힌 무릎을 일으켜 다시 빛이 새어 들어오는 틈을 올려다 보았다. 상당히, 높다. 소녀 40 50명 정도를 탑처럼 쌓아도 닿을까 말까 하는 높이. 별다른 손잡이도, 아래를 받칠만한 물체도 보이지 않는다. 올라갈 수 있을까.


"..."


소녀는 머리카락을 어깨 뒤로 넘기며 짊어진 가방 끈 위를 짚었다. 설마 벌써 쓰게 될 줄은 몰랐다. 로프.


매끈하고 길쭉한 것이 여럿 뭉쳐있는 감촉, 소녀는 어깨에 걸쳐두었던 로프를 손에 쥐고 그 끝을 반댓손에 두었다. 그리고 등에 매두었던 창을 뽑아 쥐었다.


"..."


묵직한 감각에 괜시리 기분이 좋아지는 듯 했다. 잠깐 창을 매만지며 흐린 눈을 하던 소녀는, 곧 고개를 흔들었다. 응, 빨리 해야지.


로프의 끝을 창 중간에 묶는다. 풀리지 않도록, 플라이 문이 알려준 방법 중 하나를 사용했다. 그리고 당겨보니, 잘 묶인 것 같다. 이정도면 끈이 풀려 떨어질 일은 없겠지. 소녀는 몇걸음 디ㅜ로 물러나며 거리를 재었다. 이정도, 아니... 이정도. 그래, 적당하다.


"...좋아."


소녀는 오른 손에 르프의 다른 끝을 감아쥐고, 왼손에는 창을 쥐었다. 굳은 살이 박힌 손바닥과 창 사이가 수렴하여 단단하게 고정되는 느낌이 소녀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었다. 마치 여느 때의 훈련과 같아서. 소녀는 깊게 숨을 내쉬었다.


"후우..."


처음은 다리, 오른 다리를 앞으로 내밀며 왼 다리를 살짝 굽혀 무게중심을 뒤로 당긴다. 휘는 허리가 천장을 향해 꺾였다. 마치 활과 같다. 이미지는 장전되는 듯한 탄력의 저장. 허리 뒷부분, 잔 근육 사이사이로 내재되는 에너지들.


뒤로 쏠리는 무게중심이 위치에 도달했다면 다음은 어깨다. 소녀의 상체가 비틀어지고, 자연스레 어깨는 뒤로 젖혀지며 손에 쥔 창을 가볍게 뒤로 당긴다.당긴 활 시위에 화살을 올려두는거다. 팔은 무겁지 않게, 허나 가볍지도 않은 상태여야 한다. 흐름을 따라 자연스레 앞으로 내밀어진 반대쪽 팔을 곧게 뻗어 목표, 빛이 새어나오는 구멍을 향했다.


좋다, 장전되었다.


"흐읍ㅡ"


숨을 들이쉬며 왼팔을 더욱 강하게 당긴다. 투창이다. 소녀가 수도 없이 연습해왔던 것. '괴물'들이 넘쳐난다는 밖의 위협에서 최소한의 자기보호를 위해 갈고 닦은 것들중 하나. 시야에 잡히는 날이 잘 든 창끝이 빛을 받아 반짝였다. 좋아. 정확한 방향, 축, 구도, 왼팔에 담기는 최대한의 힘.


지금이다.


소녀는 오른다리를 당기며 몸의 축을 앞으로 향했다. 찰나의 순간 기울어지는 신체를 느끼며 소녀의 오른어깨는 뒤로, 왼 어깨가 앞으로 당기듯 내밀어진다. 왼팔은 그에 딸려 가듯 뒤따라 나아가고 떼어졌던 오른다리는 아까보다 더욱 크게 앞으로 향하며 땅을 딛었다. 시선은 여전히 빛을 향해.


디딤발을 딛고, 왼 다리에 눌려있던 탄성을 해방시키며 소녀의 균형은 더욱 앞으로 쏠린다. 그와 같이 기울어지는 상체, 그리고 소녀의 왼팔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상체는 아까와는 반대로 비틀리며 왼 어깨를 당기고 왼팔은 이에 질 수 없다는 듯 창날을 잡은 손을 비틀며 앞으로 내밀었다. 아니, 쏘아진다.


왼 다리부터 이어지는 탄성은 허리를 거쳐 왼쪽 어깨로, 다리 부드럽게 유지되던 근육을 당겨 창을 쏘아내듯 앞으로 향했다. 크게 휘둘러지는 팔, 원심력을 사용해 가속된 그 끝의 창은 쏘아지는 가속 속에서 공기저항을 최대한 받지 않기 위해 날을 앞으로, 소녀의 인도대로 향했다.


그리고 그 가속이 정점에 달하는 순간, 소녀의 손가락은 말린 것을 펴내듯 새끼부터 하나씩 피어나며 창을 자유롭게 했다. 소녀의 눈은 매섭게 앞으로 나아가는 창을 확인했다. 이제 쥔 것은 엄지와 검지 뿐, 마치 링을 걸듯 동그랗게 말려있다.


소녀는 더욱 상체를 앞으로 당기며 창에게 마지막 가속을 선사했다. 어깨, 팔, 손목, 손바닥. 모든 부위가 창의 가속을 쉼없이 종용하고, 그 끝에 나아가게 되는 창은...


"쉬이이이익!!"


바람이 빨려들어가는 듯한 섬뜩한 파공성을 내며 하늘을 향해 솓구쳐, 빛무리를 꿰뚫었다. 완벽한 투창, 그를 따라 미친듯이 딸려올라가는 로프.


"하아..."


소녀는 가볍게 들이마신 숨을 내쉬며 딸려올라가는 줄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속으로 숫자를 세었다. 1, 2, 3, 4, 5, 6, 7, 8, 9, 10...


이제, 되었을까. 소녀는 고개를 기울였다.


"성공...?"


일단, 이 짓을 귀찮게도 다시 하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 조심해야겠지. 조심스레, 줄을 당기기 시작하는 소녀. 줄은 막힘없이 딸려 내려왔다. 아직, 괜찮아.


스륵, 스르륵. 조금씩 로프가 내려올 때마다 소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와 동시에 간절해지는 소녀의 마음. 제발, 할 수 있어. 간절하다. 귀찮음과 어서 나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함을 빚어냈다. 마치 신에게 기도하듯 묵묵히 줄을 당기는 소녀에게.


툭.


"....성공. 나, 대단해."


하는 느낌은 웃음을 피우기에 충분했다. 대단해라는 자화자찬과 함께 방싯, 웃음 지으며 소녀는 몇번 더 줄을 당겼다. 조금씩, 세게, 강도를 확인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녀가 매달렸음에도, 거뜬히 버티는 것이 확인 되자, 소녀는 눈을 감았다.


이제 밖으로, 세상으로 나아간다.


소녀의 세계는 넓어지고, 소녀는 자랄 것이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지만, 한가지만은 확실하다.


소녀는 살아남을 것이다.


"....좋아, 간다."









































"여어, 대장. 저기 번쩍이는게 솟아오르는데? 로켓, 로켓인가!"


"아?"


"북서쪽, 저어기 말이야 저기. 오, 높게도 오르네!"


"어디... 그냥 새는 아니냐?"


"땅에서부터 솟아올랐다니깐? 아, 떨어진다. 로켓은 아닌가."


"...가시, 아니 창인가. 화살일 수도 있겠군."


"보여 대장?"


"길쭉하다는건 봤다."


"헤에... 그래서, 어떻게 할까 대장?"


"느낌이 좋은데, 한번 가보자고."


"하하, 대장이 그렇다면야."










//딱히 이유없는 악의가 소녀를 덮친다!


//본래 주인공 있음. 서로 만나는건 몰?루


//창던지는걸로 분량 우려먹기 너무 달달하고.


//모래 모르는거 정상임. 책 보관한 곳은 작살났고 콜로서스 자체에도 하자가 있어서 못배운 저능아라고!


//이 글은 대회 상관없이 꾸준히 쓸거야. 보기 싫으면 바로 짐 싸고 도망칠테니 말해라.


//이 글의 목?적은...


//보빔!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 보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