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의 책

어떤 잠꼬대, 어떤 울음소리, 어떤 난리. 먼 옛날로부터 온 알 수 없는 원망과 미래에 대한 기이한 공포가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지루한 이유는 이 책이 조잡한 모방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이 오래되고, 위대하고, 오래도록 잠들어 있는... 진리의 존재를 설명할 방법은 없다. ——과연 그럴까?


1. 꿈 속 여인의 책

진리, 볼 수 없다. 신도, 네가 보인다. 부름, 그 있는 곳을 알다. 거부, 넌 할 수 없다.


글: 그녀는 진리는 눈으로 볼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진리는 눈을 가지고 있어 날 볼 수 있다. 진리가 날 볼 때 나는 진리의 부름을 듣고 진리가 있는 곳을 알게 된다. 아니, 난 그녀의 진리를 거절한다. 그녀는 악의 화신, 그녀의 웃는 모습은 암귀보다도 소름 끼친다. 그녀의 미모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죄악이다. 그녀는 내가 진리를 거부할 수 없기 때문에 그녀를 거절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녀가 몸을 돌리자 붉은 치마가 그녀와 함께 춤을 추었다. 그 치마는 매우 특별해서 마치 물처럼 흐른다. 그녀가 몸을 돌리자 붉은 치마가 그녀와 함께 돌며 그녀와 나를 에워쌌다. 아니, 난 그녀의 진리를 거절하고 또 한 번 거절했다. 붉은 치마는 살아있는 것처럼 스스로 움직여 땅에 떨어지고 피부에 달라붙는다. 그녀가 원을 그리며 돌자 치마가 눈처럼 흩어져 한 조각, 한 조각 내 몸에, 내 입술 끝에 떨어졌다. 나는 내 몸에 흐르고 있는 피와 같은 이상한 냄새를 맡았다. 그녀는 이것은 자신의 환대이니 잘 맛보라고 말했다. 그녀의 속눈썹은 길고, 그녀의 목소리는 천상의 소리와 같다. 그녀가 나를 본다. 아니, 나는 그녀의 진리를 또 한 번, 또 한 번 거절했다. 그녀의 몸에서 솟구쳐 나온 피는 셔츠가 되었고, 치마가 되었고, 로브와 카펫이 되었고, 붉은 왕관이 되었다. 그녀는 아직도 나를 보고 있다. 그녀의 모든 눈이 나를 보고 있다. 그녀의 몸에 있는 눈이 나를 보고 있다. 그녀의 손에 있는 눈이 나를 보고 있다. 그녀의 가슴에 있는 눈이 나를 보고 있다. 그녀의 무릎에 있는 눈이 나를 보고 있다. 그녀의 뒤에 있는 눈이 나를 보고 있다. 그녀의 머리 위에 있는 눈이 나를 보고 있다. 그녀의 등 뒤에 있는 눈이 나를 보고 있다. 그녀가 나를 보고 있다. 난 그녀에게 보인다. 난 그녀에게, 진리에게 주시되고 있다. 아니, 난 그녀의 진리를 또 한 번, 또 한 번, 또 한 번 거절했다. 그러나 나의 거절은 무의미하다. 그녀는 모든 눈으로 나를 보았다. 나의 몸에서 나온 눈이 나를 본다. 내 손에서 나온 눈이 나를 본다. 내 등에서 나온 눈이 나를 본다. 내 머리 위에서 나온 눈이 나를 본다. 진리의 눈이 내 몸에서 생겨났고, 그 후로 언제나 어디에 있든지 진리는 나를 본다. 진리가 나의 몸에서 나와, 내 몸에서 나를 본다.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2. 꽃의 바다의 책

그것, 어디에나 있는 것 같다. 아픔, 순간적으로 부풀어 오른다. 그것, 어디에나 있을 것이다. 꽃, 자신의 피바다에서 피어난다.


진리는 어디에나 있다. 흐르는 강물 속에, 푸른 풀밭에, 어두운 하늘에, 끝없는 기나긴 밤에. 나무의 어린 가지에, 꽃과 과일의 씨앗에, 질퍽거리는 오솔길에, 말라버린 폭포수 옆에. 공기 중에, 눈앞에, 피부 주위에, 발밑에. 숨을 따라 폐 안으로, 빛을 따라 망막에, 걸어가면 뒤에 남아 몸을 스친다. 입가에, 교두에, 입안에, 목구멍에, 위에, 위액에 소화되어 점막에 흡수되고 혈액에 녹아든다. 신경을 따라 몸의 구석구석까지. 간까지 전달된다. 담낭까지 전달된다. 소장, 대장, 췌장, 비장, 신장까지 전달된다. 대퇴골, 경골, 복사뼈, 발가락까지 전달된다. 책상다리 모서리에 발을 부딪친 고통처럼 신경을 따라 몸의 중앙까지 전달된다. 심장까지 전달되고, 기관지까지 전달되고, 혀뿌리 아래, 비강, 눈 밑, 뇌간, 천정까지 전달된다. 두개골, 경추, 견갑, 팔꿈치, 손목, 손가락 끝까지 전달된다. 손톱이 다 벗겨진 듯한 고통처럼 신경을 따라 몸의 가장 깊은 곳까지 전달된다. 골수까지 전달된다. 탯줄까지 전달된다. 복강의 어둠 속까지 전달된다. 아직 세상에 나지 않은 아기의 정수리 안까지 전달된다. 새싹이 아기의 머릿속에서 자라고, 아기 생각의 자양분이 되어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꽃잎마다 거룩한 색이 뚝뚝 떨어진다. 거룩한 생각은 폭발하여 여러 갈래로 갈기갈기 찢긴다. 거룩함을 입고 세상에 나온 아기가 찾아온 곳은 끝없는 황야다. 아기가 우니 황야의 모든 땅에 꽃봉오리가 생기고, 아기의 눈물에 황야의 모든 땅이 붉게 물들고, 모든 꽃봉오리가 아기의 거룩함으로 물든다. 아기는 계속해서 울고, 하늘에서도 거룩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꽃봉오리는 아기 곁에서 점차 피어나고, 황야는 거룩한 꽃밭이 된다. 진리는 어디에나 있다.


3. 진흙의 책

진흙, 진리의 겉옷이다. 진흙, 진리의 맛이다. 삼키기, 진리를 얻는 것이다. 맛보기, 진리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이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끈적한 진흙이 한데 뒤섞여 있다. 손을 넣어 만지면 매끄럽고, 점액질이 가득하고, 또 그 속에 섞여 있는 덩어리로 된 물질도 만져진다. 쥐어도 되고, 주물러도 되고, 휘저어도 된다. 그것과 하나가 될 순 없지만, 그것에 꽉 잡혀 그것의 온도가 손을 따라 어깨까지 올라간다. 그것은 생물이다. 육질이 신선하고, 영양은 풍부하여, 여러 가지 방법으로 요리할 수 있다. 부치고, 볶고, 찌고, 튀기고 모든 것이 가능하다. 굽는 것도 좋고, 수프를 만들면 최고다. 사 왔을 때 소개 글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살아있을 때 솥에 넣으면 가장 맛있다. 하지만 어떻게 잘라야 할까. 칼로 자를 때마다 끈적끈적하고 매끄러운 몸이 절묘하게 피한다. 칼날에 점액질이 달라붙어 미끄럽다. 그것을 누르고, 안에 있는 덩어리로 된 물질을 겨냥하여 자른다. 표면을 감싸고 있는 점액이 마치 부드러운 큰 입처럼 칼날을 감싸 자르지 못하게 한다. 물을 끓였다. 시간이 없다. 통째로 넣어버리자. 냄비를 타고 끓는 물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갈 때, 마치 착각인 듯 그것이 웃는 것 같다. 그것의 치아는 들쭉날쭉하고 몸을 비비 꼬더니 점액과 끓는 물이 순식간에 하나가 되었다. 그것은 소리를 냈다. 정말로 웃고 있다. 그것은 끓는 물 속에서 소리 내 웃었고, 끓는 물 속에서 나를 보며 크게 웃었다. 비웃는다. 독이 든 증기가 수면에서 올라오기 시작했다. 안개마저도 끈끈한 느낌이다. 끓어오르는 기운을 머금고 증기의 냄새가 방에 가득하다. 악취와 비린내가 콧속을 파고들어 뇌 속에서 터진다. 꿈틀거리는 냄새가 두개골을 긁는 것이 마치 손톱으로 유리를 긁는 것 같다. 할퀴면서 폭소를 터트린다. 그것이 뭔가를 말하기도 했다. 날 먹어라. 한 입, 한 입 먹어버려라. 내 맛을 음미해라. 내 끈적이고 매끄러운 감촉을 맛보고, 내가 입안에서 폭발하는 느낌을 맛보아라. 나의 맛이 네 목구멍을 타고 위까지 흘러가게 하자. 나의 맛이 네 몸에 퍼지게 하자. 우리가 하나의 맛으로, 우리가 같은 일로, 우리가 같은 존재가 되자. 진리를 맛보면 진리가 된다. 그리고 많은 사람을 맛보게 해서 더 많은 사람이 진리의 맛을 알게 하자.


4. 강림의 책

그 날, 반드시 오지 않는다. 날 믿어, 강림은 거짓말이다. 사망, 이미 과거가 되었다. 향락,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강림의 그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안심하고 편하게 놀 수 있다. 안심하고 그녀와 함께 행복을 즐긴다. 웃자. 활짝 웃자. 사랑하는 사람을 본다. 그녀의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웃는 얼굴을 본다. 그녀와 껴안고, 그녀와 빙글빙글 돌고, 그녀와 밤낮으로, 매분 매초 함께하며, 그녀와 함께 사탕을 맛보고, 함께 햇살 아래 달리고, 함께 일몰을 본다. 그녀와 미래를 자유롭게 상상하고, 그녀와 미래 아이의 이름을 생각해본다. 울자. 후련하게 울자. 빗속에서 모든 눈물을 쏟아내고, 천둥과 번개 속에서 마음을 쏟아낸다. 그날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눈물과 비조차도 아름답다. 그녀의 웃음꽃은 다시 피어날 것이다. 비가 내리면 바다로 흘러가고, 바람을 타고 하늘로 돌아가 다시 떨어진다. 이는 영원히 멈추지 않는다. 강림의 그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마음껏 달려라. 쫓아가라. 마음껏 즐거워하며 큰소리로 노래를 불러라. 말을 타고, 그녀를 품에 안고, 지평선 너머를 향해 채찍을 들고 말발굽 소리를 좀 더 빠르게, 더 빠르게. 아무도 기다리지 않고, 목표물도 쫓지 않고, 그저 마음껏 달리고 질주해서 바람이 얼굴에 스치는 느낌을 즐기자. 온 마음을 다해 세상 저편으로 달려가자. 멈출 걱정도 없고, 길을 돌아갈 걱정도 없고, 내일의 태양이 정말로 떠오를까 하는 걱정도 없다. 반드시 해가 뜨고, 둘째 날은 반드시 오기 때문이다. 강림의 그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비록 어두운 밤일지라도 달은 부드러운 빛을 발하며, 그녀의 두 눈을 밝게 비춘다. 그 눈동자는 별빛보다 더 밝게 빛난다. 함께 밤을 보며, 함께 별을 세고, 함께 달이 초승달에서 보름달이 되는 것을 본다. 일분일초마다 빛으로 목욕하고, 밤마다 별과 달 사이를 돌아다닐 수 있다. 그녀의 웃음은 초승달 같고, 그녀의 눈은 별 같고, 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긴 밤의 폭포 같고, 그녀의 목소리는 밤 꾀꼬리보다 아름답다. 그녀는 당신 곁에 있고, 영원히 당신 곁에 있는다. 왜냐하면 그날은 오지 않을 테니까. 강림의 그 날은 절대로 오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웃었다. 그녀의 웃음은 여전히 아름답고 그녀의 눈은 여전히 별과 같다. 난 올 필요가 없어. 난 항상 네 곁에 있으니까. 그녀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