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탄- https://arca.live/b/alchemystars/34439272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남자 목소리에 내 머리는 하예졌고 삐-하는 소리도 들리더라 뭔가 어릴 때 감기 걸리면 몸이 약해서 조금만 열이나도 어지럽고 세상에 빙글빙글 도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였어


 아내가 날 배신했다는게 너무 무서웠고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급하게 전화를 끊고 집에 들어갔다 운전하는데 집중도 안되서 코너 돌다가 도보 올라타서 차밑 다 긁음


 쨋든 홀린듯 집에 들어가서 침대에 누워서 생각함 

잘못 들었겠지...아 유산한 친구 남편인가보다 하하...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지만 하나 더 내 가슴에 비수를 박는 사실은 아내 친한 친구 중에 최근 결혼이나 임신 소식을 들은 사람이 없었어 우린 일찍 결혼한 편이거든 결혼한게 27살이니까. 

 이미 유부녀인 친구는 있지만 임신했다고 들은 사람은 없었어 정신차리려고 세수하고 폰을 보니까 아내가 카톡으로 부재중으로 수십통 연락을 해놨더라

무슨 일이야 오늘 왜 그래? 전화 왜 안 받아? 어디야?


난 바보같이 희망을 가졌어 아 아내가 날 걱정하는구나 내가 생각하는 그런게 아니겠지 착각이겠지 그러면서도 다시 전화할 용기가 안 나서 톡으로 "내인 일찍 들어와줘" 이것만 보내고 잠들었다 다음날 출근은 해야하니까...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어제 남은 밥에 간장참기름 넣고 비벼먹고 회사 출근 준비를 하는 중이였어 도저히 출근할 힘이 안나서 팀장, 과장님한테 오늘 몸이 너무 안 좋다 죄송하다 오후 출근 가능하겠냐 말씀드림 두분다 "신혼이라 신났네 어제 너무 힘쓴거 아냐? 홍삼엑기스 마시고 와" 라며 승인해주심 그렇게 쉬면서 아내 기타리는데 11시쯤되니까 현관문 도어락 소리가 들리더니 아내가 들어왔어 난 바로 현관으로 가서 아내 옷 매무새랑 얼굴을 살펴봤어 화장을 안 한 채더라 

 

 화장을 생각하니 어제가 문득 떠올랐어 분명 아내는 급한 일이라며 나갈 때 풀메이크업 상태였어...내 전처는 썅년이지만 친구가 유산했다는데 풀메하고 갈만큼 경우 없는 사람이 아니였거든?

 거기까지 생각하니 옷차림도 수상한거야 왜 유산했다는데..단정한 옷차림도 아니고 저런 몸매가 딱 들어나는 옷을 입고 나간거지? 결혼 후엔 부끄럽다고 입지도 않던 옷을?


온갖 생각을 다 하다가 내가 눈물 흘리면서 물었어 

나: 어제 어디에 있었어?

쌍년: ...

나: 말을 해줘 거짓말하지 말고

쌍년: 내가 뭐라 말하면? 믿을거야? 당신 상태보니 지금 정상이 아닌데? 

나 : 믿어 말해줘. 

쌍년: 아니 당신 지금 미쳤어 이거 의처증이야 정신병이라니까? 나 짐 싸서 엄마 집에 갈거야. 당분간 떨어져 살자.


 떨어져 살자 라는 말을 들으니 울분이랑 참고있던 눈물이랑 다 터지면서 고래고래 소릴 질렀어 

다 들었다고, 그 남자 누구냐고, 왜 병원에 있다, 친구 유산했다 거짓말 하는거냐고...그 친구 누군지 말해보라고...


 아내는 날 쳐다보지도 않고 묵묵히 자기 짐 챙기러 방에 들어가더라 이쯤되니 내가 진짜 정신병인가? 내가 미친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 더 이상 말하고 싸울 힘도 없어서 나도 말 없이 출근함 

 

회사가서 수척한 표정으로 업무하는데 다 그러더라 운동 좀 해야겠다 보약 좀 마셔라. 자기들 딴엔 부럽다 금술 좋다고 하는 말이겠지만 난 정말 죽을 것 같더라 그러다 다른 부서에내 동기가 갑자기 나한테 담배 한 대 태우러가자고 옴 

자주 만나고 이야기하던 사이는 아니라 얘가 무슨 일이지? 하면서 테라스로 나감 

                                    -2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