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갑작스러웠다. 그저 오랜 시간을 홀로 지내왔을 뿐인 내게 닥친 극적인 삶의 변화도. 새로운 만남들도.

 그래서였을 거다. 잠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 자난성을 거닐었던 건. 그런데 거기서 생에서 가장 갑작스럽고 강렬한 만남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안녕? 낯선 친구. 넌 누구니? 오로리안도 아닌 것같고, 그렇다고 암귀도 아닌 게... 신기해. 흠, 낯선 친구 멍하니 있지만 말고 대답 해주지 않을래?"

  그녀의 첫 물음이었다. 앞으로 지속될 그녀와의 수 많은 질답 중 첫 대화의 시작. 안타깝게도 그 시작이 그리 좋지는 못했다.

 호기심에 찬란하게 빛을 내고 있는 그녀의 노란 눈동자와 천연하게 흩날리는 녹빛의 머릿칼에 잠시 정신이 팔려 버리고 말았으니.


 ".....예쁘다."

 안다. 참 바보같이 보였을 걸. 그런데도 그녀는 얼굴 색 하나 변하지 않고 잊기 힘든 독특한 체취와 함께 한 걸음 다가와 웃어보였다.



 "후훗, 재밌네. 너 연구하고 싶어."


 화아아악---

 얼굴이 화끈 거렸다. 그 위험할 정도로 아찔한 미소와 가까이서 은은하게 코끝을 스치는 체취. 이에 다시 한번 정신을 뺏앗길 것만 같아서, 그렇게 얼굴을 붉히며 힘겹게 뒷 걸음질 쳤다.

 "다, 당신 누구에요? 아니, 그 전에 갑자기 그렇게 가까이 다가오시면...."
 "내가 널 불편하게 한거니? 낯선 친구?"
 ".....그런 건 아닌데. 너무 갑작스러워서."

 말과는 달리 전혀 미안한 기색없이 또 생글생글 웃으며 거리를 좁혀온 그녀. 그런 그녀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건 처음으로 저항할 수 없는, 아니 싫은 기분을 느끼며 멍청하게 답하는 것이 다 였다.

 이름도 알 수 없고, 너무도 갑자기 다가 온 그녀에게 모든 신경이 집중되며 주변이 잊혀지는 듯한 그 생전 처음 느끼는, 이 위험에서 도망쳐야 하는 걸까?

 그때, 우아하게 다가와 부드럽게 감싸는듯 어깨를 스치고 간 하얀 손가락이 몸을 부르르 떨게 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시리도록 차가운 무언가가 스치고간 이 느낌조차 싫지않았다면, 이미 도망치긴 무리인가 하고.

 그렇게 나는 용기를 냈다.

 "저, .....이름이?"

 "미자드. 블랙엄브렐라 연구소의 미자드."

 "미자드..... 미자드......"

 특이한 이름. 혹여 잊을까 조심스레 혼잣말로 그 이름을 속삭이듯 되내인다.

 그런데 내가 그러는 사이, 그녀는 손에 쥔 머릿카락을 조심스레 소매 속에 집어넣고 있었다.

 누가봐도 이상한 행동. 왜 내 머리카락을 소매에? 그 말을 내뱉기 직전이었다.

 "혹시 시간괜찮으면 날 따라오지 않을래?"

 갑작스럽게 나타난 그녀가 내게 갑작스러운 초대를 한 건.

 "네?! 이렇게 갑자기! ....아니, 저, 그게 싫은 건 아닌데. 이제 막 이름을 알았는데, 너무 빠른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아! 그 전에 제 이름은...."

 그에 당황해 횡설수설하는 내 입을 막은 건 그 순간이었다.

 "쉿! 나중에. 이름은 중요한 게 아니야. 난 너의 다른 것들이 좀 더 알고 싶어."

 그리고 그 순간 직감했다. 난 그녀에게서 벗어날 수 없을 거라고.

 어느 날 갑자기 내 삶에 나타난 그녀, 미자드에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