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나의 몸을 감싸고 있는 이질적이고 무방비한 디자인의 의복, 시작은 에리카의 부추김에서 비롯된 일탈이었으나, 달콤한 독사과는 그녀에게 구원을 선사했다. 허벅지에 느껴지는 찬바람은 10여 년간 굳건했던 신앙을 떨리게 했고, 스타킹의 기묘한 압박감은 난생 처음 느껴보는 자극적인 쾌감이었다.


봇을 그토록 경계하고, 멸망을 초래할 화근이라며 배척해 온 백야성이었지만, 지금까지 옳다고 믿었던 백야성의 율법은 그 로봇보다도 더욱 생기 없이 그녀의 목을 죄어왔다. 그리고 지금, 부모님의 기대, 선배를 향한 동경이라는 이름의 목줄이 남겼던 삭흔은 넓은 옷깃과 흰 스카프로 덮인 뒤였다.


인카네이션, 환생, 윤회... 옷감의 재료에서부터 제조 과정, 입는 때와 장소조차 알 수 없는 이 옷이 그녀에게 가지는 의미는 더는 몸을 가린다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었다. 하급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여명 아카데미의 학생회장이 되기까지, 그녀가 참고 견뎌야 했을 막중한 무게는 짧은 치마가 가볍게 흩날릴 때 이미 바람과 함께 날아가버린 듯했다.


체로 돌아간 듯한 배덕감과 자유를 느끼며, 그녀는 작은 반역을 결심했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헤이디에게 이단심문조 제복을 입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데서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