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이구밍

백야극광







두 개 동시에 틀고 보면 완벽.









 플로리나는 준비해놓은 물통에 냉수를 한가득 받아오기 위해 방에서 나와 복도를 거닐고 있었다. 온 아스트라에서 딱 한 명 남은 아이테르, 그리고 그가 조종하는 콜로서스. 플로리나는 그녀의 친한 친구, 백사 아르바와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이 콜로서스에 머물고 있었다. 마침 저 멀리 복도의 갈림길에서 조종사가 폭주 중인 마지를 말리기 위해 지나간 것이 보였으나, 플로리나는 아랑곳 않고 자기 할 일을 하기 위해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윽고 들려온 커다란 폭발 소리는 플로리나가 '조종사, 안타깝네.'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녀가 복도를 더 걸으니 오락실이 나왔다. 제일 먼저 보인 것은 오락기 앞에 있던 그로누였다. 양손에 홀로그램 비트세이버를 쥔 채로 허세가 넘치는 포즈를 취하고 있었는데, 결과 창에 '퍼펙트 클리어'라는 단어가 떠있는 것으로 보아 이미 한바탕 하고 난 뒤인 모양이다. 옆에서 그걸 보고있던 루비는


 "좋은데? 이제 내가 퍼펙트를 찍을 차례야!"


 라며 한껏 불타오르고 있었고, 루즈는 절대 지지 말라며 루비를 응원해주고 있었다. 플로리나는 마음속으로 그녀들을 응원해 주고는 가던 길을 재촉했다. 


 그렇게 오락실을 지나치고 엘리베이터 앞에 닿았을 때였다.



 "망이 필요하다! 음악엔 로망이 필요해!"


 웬 힘찬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 쪽에서 난 목소리였다. 플로리나는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하기 위해 바를 확인했다. 그리고 들어가자마자 목소리의 주인공을 알아낼 수 있었다.


 "모든 음악엔 자신만의 주관과 로망이 필요한 법이지. 스스로를 빛낼 수 있는, 주인공의 노래! 안 그런가?"


 카론이었다. 그는 보나시외랑 음악에 대한 열정적인 토론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보나시외는,


 "음악은 신의 목소리랍니다. 자신의 주관 또한 신의 뜻이 아닐까요?"


라며 카론의 말에 반박을 한다. 플로리나는 둘의 중간에 끼어 어쩔 줄을 모르는 사나에도 발견했다. 아무래도 둘의 기세에 짓눌려 정신을 못차리는 것이 분명했다. 카론과 보나시외가 음악에 대한 열성적인 토론을 하는 와중, 플로리나는 둘 몰래 사나에를 살짝 빼내어 주었다. 사나에는 피곤한 웃음을 지으며 플로리나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는, 스스로 만든 '냉수용 홍차 팩' 하나를 그녀에게 선물했다. 그리고는 천천히 바를 빠져나갔다. 받아든 홍차 팩을 유심히 살펴보던 플로리나는 무심코 바에 있는 무대를 돌아보았다.


 레디젤 렌치 무리가 무대를 점령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가져온 무대 장비를 이 곳 저 곳에 설치하고 있었는데, 그 사이엔 즐겁다는 듯 방방 뛰어다니는 바바라도 보였다. 아무래도 잠시 뒤 커다란 공연이 열릴 모양이었다. 플로리나는 곧 있을 엄청난 소음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바를 빠져나갔다. 바를 빠져나가기 전에 창문 밖이 얼핏 보였는데, 거센 비가 콜로서스 전체를 때리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윗 층에 도착하자마자 그녀는 카페로 들어갔다. 카페는 지금 청소 중이었다.



 리암이라 불리는 복제인간 네 명이 카페를 청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녀들을 도와 카페 물품들을 정리 중인 파이어플라이들도 보였다. 플로리나의 목적지는 이 곳이었다. 물을 받기 위해 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커피를 제작 중인 코놀리를 발견했다. 코놀리도 플로리나를 발견하고는 반갑게 웃으며 말했다.


 "아, 안녕하세요, 플로리나씨! 커피를 마시러 오신건가요?"


 "안녕. 물통이 비어서 물을 좀 받으러 왔어."


 "그렇군요! 그럼 제가 받아드릴게요."


 "아, 응. 고마..."


 코놀리에게 물통을 건네주려다가, 아까 사나에에게서 받은 냉홍차 팩을 떠올리고는 멈칫했다. 잠시 생각을 하던 그녀는 물통과 함께 냉홍차 팩도 코놀리에게 건네주었다.


 "미안. 혹시 차가운 홍차로 부탁해도 될까?"


 "이건... 사나에씨의 냉홍차로군요! 저도 아까 받았거든요! 아, 물론 저도 사나에씨에게 커피를 한 잔 타드렸구요."


 "그렇구나. 고마워, 그럼 부탁할께."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잠시 기다리는 동안, 플로리나는 카페를 둘러보았다. 그러다 카페 창가에 혼자 앉아 무언가를 펜으로 끄적이며 고심 중인 바이스를 발견했다.



 "이티움이 많이 부족하네... 그래도 저번 달보단 많으니까, 어떻게든 할 수 있으려나..."


 플로리나는 천천히 바이스에게로 다가갔다. 그녀는 콜로서스의 지출에 대해 고민이 많아 보였다. 플로리나가 더 다가가자, 곧 바이스가 그녀를 발견했다.


 "플로리나, 안녕. 반갑긴한데, 지금 좀 바빠서."


 "안녕. 돈 관리 중인가보네."


 "으응... 최근에 조종사가 움브라톤에서 사람을 도와준다고 돈을 마구잡이로 써버렸거든."


 "... 조종사, 자본에 대한 생각이 허술한 건 여전하구나."


 "물론 사람을 도와주는 데 썼다곤 하니까 어느 정도 봐줄 만은 해. 그리고 전보다는 지출에 신경쓰고 있는 게 많이 보였거든."


 플로리나가 바이스의 맞은 편에 앉으며 지출서를 유심히 쳐다본다. 그러다 손가락으로 지출서 항목을 이리저리 가리키며 말했다.


 "이 부분의 반은 저 쪽으로 옮기는 게 낫겠어. 그리고 이 부분은 3할 정도 빼는 걸 추천할께."


 바이스가 플로리나의 말을 듣고는 그 부분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잠시 뒤, 바이스가 환하게 미소를 짓는다.


 "... 아! 정말이네! 고마워! 어떻게 한 번에 척 보고 알아낸거야?"


 "별 거 아니야. 여명 아카데미에서 학생회장으로 있었을 때 이런 일을 자주 했을 뿐이야."


 "대단해! 미안한데, 잠깐 도움 좀 받을 수 있을까?"


 "... 응. 문제없어."


 그러는 사이, 코놀리가 커피와 물통을 쟁반에 받쳐 들고왔다. 바이스도 코놀리에게 커피를 부탁했던 것이다. 플로리나의 물통엔 냉홍차가 가득 들어있었다. 고맙다고 말하며 물통을 받아든 플로리나는 냉홍차를 한 입 마시곤 비내리는 창 밖을 바라보았다.



 "...... 맛있네."







쓰다보니 사행시가 아니게 되버림; 그냥 재미로 봐주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