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나가 연락이 뜸해지고 어느 순간 부터 날 의도적으로 피하게 되었다.


 

이, 베릴, 레퀴엠, 요우, 카렌과 임무를 위해 떠난 후 부터 플로리나는 차츰 내 연락을 받지 않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마치 내 부모님처럼 오히려 먼저 건강을 생각하며 연락했었는데 말이다. 그래도 임무중이니 바빠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틀 전, 플로리나가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날이었다. 그녀와 이야기를 하려 했지만 약속이 있다거나, 피곤하다며 다음에 얘기하자는 말로 날 피할 뿐이었다. 채팅을 하더라도 기본적인 인사만 했을 뿐 말을 계속 돌렸기에 제대로 대화할 수 없었다. 로이나, 함께 임무를 하러 떠났던 오로리안들에게 물어봐도 왜인지 말끝을 흐리며 자리를 뜰 뿐이었다.


 콜로서스의 가사일의 관리를 도맡아 하는 리리암이라면 발이 넓어 콜로서스의 소식들을 잘 알거라 생각했기에 그녀를 찾았다.

리리암에게, 플로리나와 이야기를 하려해도 피하기만 하고 주변 오로리안들에게 물어도 대답을 피하는데 내가 모르는 일이라도 있는지 물어봤다.


리암은 순간 "....네?" 라며 잠시 놀라고는 대답했다. 그녀의 말로는, 플로리나와 로이가 플로리나의 숙소나 로이의 숙소에서 함께 나오는 것을 봤다는 오로리안들이 있었던게 다라고 했다. 리리암이 뭔가 숨기는게 있는 것 같아 그녀에게 더 캐물었다. 그러자 리리암은 얼굴을 붉히며

"답...답변...사...사실은 플로리나양의 방 앞을 지날때 신...신음 소리를 들었습니다.."


 난 어이가 없어 그게 말이 되냐며 화를 냈지만 벌벌떨며 우는 모습에 사과를 하고 자리를 떠났다.


다른 오로리안들도 대게 비슷한 대답을 했다.




나 


는 소문은 소문일 뿐이라며 괜히 날 놀리려 그러냐며 절대 플로리나가 그럴리 없을 것이라며 못을 박았지만, 리리안의 반응을 생각했을때 불안감과 의심, 분노 심지어 공포까지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설마 정말 그 둘 사이에 그런 일이 있었을까? 하지만 날 피하는 플로리나를 보면 그럴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한 것이지? 사람이 그런 짓을 할 수 있을까? 그녀가 날 버리면 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그녀가 없는 삶은 상상하기도 싫었다.

 

 잠을 잘 수 없었다. 밤을 새며 고심 끝에 플로리나의 숙소를 찾아가기로 결정했다. 그래. 일단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녀와 이야기 하다 보면 오히려 내가 오해를 했던 것이고 오로리안들이 날 놀리기 위해 농담을 했을 뿐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로리안들이 쉬는 저녁시간, 플로리나의 숙소로 갔는데, 플로리나와 임무를 함께했던 오로리안들이 숙소 앞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녀들은 나를 발견하고는  무슨 일이냐며 플로리나는 잠시 어디 나갔다, 플로리나는 자고 있다며 한눈에 봐도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소문을 들었기에 의심이 되었지만 플로리나에 대한 나의 믿음은 적어도 그녀의 지금껏 나에게 해주었던 걱정, 도움에 대한 양심과 같았다.


 잠시 숨을 돌리고 초인종을 누르려는 그 때, 아주 작은 신음소리가 들렸다. 순간 나와 그 오로리안들은 잠시 주춤했다.


".....!!!!!!!"

 

"................"

"저기........."

"조용히 해!"

 그녀들은 놀라며 내 반응을 조심스럽게 살폈다.


 난 떨리는 손으로 초인종을 눌렀다. 반응이 없었다. 두번..세번..계속해서 눌렀다.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러다 짜증을 내는 목소리가 가까워지더니 문이 열렸다.


 플로리나였다. 그녀는 홍조를 띄고, 머리는 헝클어진 채 땀에 흠뻑 젖어있었다. 흰 가운을 걸치고 있었지만 누가 봐도 나체임을 알 수 있었다. 평소였다면 짜증을 냈던 플로리나였을 테지만, 내가 올거라 생각하지 못했던 것인지 그녀의 얼굴엔 당황함이 가득했다. 플로리나는


"조...조종사? 이...이건"


이라며 얼어붙었고 아무말도 할 수 없었던 나 또한..


 이내 방안에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는...로이였다. 틀림없었다. 하반신만 타올로 가린채 문쪽으로 다가와서는 말했다.


"어이 플로리나? 누군데 아직도 안오는 거야?"

 

 순간, 로이는 나와 눈이 마주쳤다. 로이는,


"어...어? 조종사? 조종사구나? 하...하하.."


라며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으나 그것도 잠시, 나와 함께 문앞에 있는 오로리안들을 보고는 정색하며 말했다.


"어이, 내가 지금 오라고 말했던가? 나중에 부를테니까 돌아가라." 

 오로리안들은 죄송하다며 바로 자리를 떠났다. 그러고는 얼어붙은 나에게


"조종사. 이런꼴이라 미안하지만 지금 우리 좀 바쁜데 다음에 오지 않을래? 한창 좋았는데 방해가 됐거든. 할 얘기는 많겠지만 다음에 하기로 하고, 잘가라고 조종사."


그러고는 로이는 플로리나의 어깨를 감싸더니 침대로 향하려 몸을 돌렸다. 그러고 문이 닫히는 순간, 플로리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울먹이며 말했다.


"정...정말 미안해..오늘 일은 잊어줘.."


 문이 닫히고, 이내 작지만 확실하게 뜨겁게 사랑을 나누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와 할 땐 절대로 들어보지 못한 소리였다. 과연 그게 같은 사람이 내는 소리인가 싶었다. 생생히 들리는 이 소리는 격정적인 사랑이 느껴지는가 하면 혐오감이 들 정도였는데, 마치 암귀들이 짝짓기를 하면 이렇지 않을까 싶었다.


 나는 참을 새도 없이 쏟아지는 눈물을 닦았다. 도대체 내가 무엇을 잘못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셀 수 없이 생각했다. 그러는 와중에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내 의지와는 다르게 단단해진 내 고간이 너무나 미웠다.


 그렇게 너무나 운 탓인지 기운을 잃은 나는 이후의 일은 기억나지 않았다.



....




....




....




 눈을 떴다. 날은 이미 밝아져 커튼 사이로 강한 햇빛이 들어오고 있었고 내 베개는 눈물로 흠뻑 젖어있었다. 그래. 꿈이었다. 날 그렇게 챙겨주던 플로리나가 그런 짓을 할리가 없다. 애초에 말이 안됐다. 그렇게 나를 위해 헌신하던 플로리나가 그런다고?애초에 해서도 안되는 생각을 꿈을 꾼 것이다.


 안도감을 느끼고, 함교로 가 바이스와 인사를 나누고, 이번 임무에 참여한 오로리안 명단을 부탁했다. 플로리나, 요우, 베릴, 로이, 레퀴엠, 카렌..........뭔가 이질감이 느껴지는 명단이었지만 우연일 것이다.


 어쨌든 오늘은 플로리나가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날이다. 그녀가 임무를 위해 떠나기 전,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한 후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로 약속했다. 플로리나는 모르겠지만 적당한 때를 봐 오늘 그녀에게 청혼할 것이다.


 플로리나가 기뻐해주면 좋을텐데.



처음에 올렸던거에 살을 붙여서 써봄 

https://arca.live/b/alchemystars/547906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