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랑 코스튬 나온 기념이다. 

예전에 써놓고 깜빡 잊고 있었던 야설 올려봄. 


창작이지만 블랑, 나딘, 솔라드, 카렌 기억 영상 "신비한 한 시간"이라는 스토리 플롯에 천박한 망상들+내 맘대로 설정 곁들였음

글이 길어서 지루할 수도 있다. 


참고로 스포 당하기 싫은 사람은 반드시 뒤로가기 눌러















한적한 어느 날. 조종사는 조용한 바에서 잠시 바흐의 『길 떠나는 형을 위한 카프리치오 BWV992』를 들으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나딘이 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조종사님! 거기 계시나요?!"

나딘은 격앙된 눈으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제발 부탁이에요! 제게 나쁜 평가를 주지 말아주세요!"

나딘은 거의 울먹이듯 말했다. 조종사는 영문을 알 수 없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무슨 소리야?"

"제가 일을 마치고 돌아갔더니, 성주님이 조종사님에게 일을 배우라고 하셨어요!"

나딘은 양손으로 머리를 잡고 좌절했다.

"평소에는 안 그러셨는데 말이에요! 보고가 끝나면 항상 하이가든에 머물면서 성주님의 다음 임무를 기다렸단 말이에요!"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조종사를 쳐다봤다.

"그런데 갑자기 오늘은 절 콜로서스로 보내 조종사님을 보고 배우라니..."

그녀는 심하게 부들부들 떨며 손톱을 물어뜯었다. 조종사는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그녀 때문에 당황했다. 왜냐하면 예전에 그녀를 처음 봤을 때 분명히 차분하고 신중하고 조용한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그런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서 혼란스러울 지경이었다. 분명 바이스가 작성한 프로필에도 그녀는 어떤 일을 마주해도 놀랄만큼 신중하다고 쓰여있었는데? 조종사가 이상하다 생각하고 있을 때쯤, 마침 카페에서 쉬고 있던 카렌과 눈이 마주친 나딘은 흠칫 놀라며 카렌의 눈치를 살폈다.

"제가 뭔가 잘못한 게 있나요? 아니면 뭔가 성주님을 화나게 만들 일이 있다든지... 설마 성주님이 제가 부족한 점이 있다는 걸 아시고..."

나딘은 두 손으로 조종사의 양 어깨를 콱 잡고 절규하듯 외쳤다. 

"절 쫓아내시려는 걸까요!"

이미 패닉 상태인 나딘의 폭주는 어마무시했다. 연약한 손길 같았지만 오로리안의 힘이란 건 어찌나 쎈 건지, 허약한 아이테르는 애써 고통을 참아가며  '신중하다며! 신중하다며! 어디가?!'라며 바이스가 작성한 프로필이 틀렸다고 속으로 외치고 있었다. 카렌이 그런 나딘의 모습을 보고 한숨을 쉬며 다가왔다.

"나딘, 진정해"

카렌은 전혀 당황한 기색없이 오히려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미 나딘의 저런 면모도 알고있는 모양이었다.

"난 솔라드 전하께서 널 쫓아내려는 게 아니라, 그냥 잠깐 자리를 비우길 원하신 게 아닐까 싶어"

"자리를 비운다니요?"

나딘은 전혀 상상하지도 못했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동시에 여러번 깜빡였다.

"지난 반년 동안 솔라드 전하께선 5일 마다 한 시간씩 사라지곤 하셨어. 그리고 지금이 마침 그 시간이야."

"사라진다니! 무슨 일이 있는 거야?"

조종사도 카렌의 말에 놀랐지만 카렌은 오히려 나딘을 보고 무엇인가 더 확신한 눈빛이었다. 

"호들갑 떨지마. 사라졌다는 건 어디까지나 성주님께서 뭘 하셨는지 아무도 보지 못했다는 말이야."

"그러고 보니... 확실히 그렇네요. 전에는 일이 바빠서 눈치채지 못했어요."

나딘이 침착함을 되찾고 카렌의 말에 수긍했다.

"솔라드 전하께선 신하들을 모두 내보내셔서, 그 한 시간 동안 그분께서 무엇을 하셨는지는 아무도 몰라."

상황이 미스테리로 흘러가자 젊은 세 사람에겐 엄청난 호기심으로 다가왔다. 나딘은 울먹이던 눈빛이 싹 사라지고 도리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설마 성주님께서 비밀 계획을 진행하고 계신 걸까요?"

나딘의 음모론 가설에 카렌은 딱잘라 말했다.

"아니, 난 그분께서 사르디니아 탑에 가시는 걸 봤어."

조종사는 너무도 당연하다는 식으로 말하는 카렌을 보고 그녀가 뭔가 더 많이 알고있다고 생각했다.

"그게 어딘데?"

"백야성 구석진 곳에 있는 탑이야. 아마 전에도 계속 그곳에 가셨던 것 같아."

조종사는 나딘을 슬쩍 바라봤지만, 그녀는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조종사가 보기에 아무리 나이트워치들이 바쁘고 성주가 최대한 행적을 감추고 다녔다곤 해도, 반년 동안 수상한 점은 하나도 눈치도 못 챌 수가 있을까? 조종사는 이게 더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갖고 야경꾼이라 할 수 있나? 

"음... 카렌, 무슨 방법이라도 있어?"

조종사는 감히 백야성 최고존엄의의 비밀을 함부로 파헤치는 것은 위험하지 않나 싶어 슬쩍 카렌의 의중을 슬쩍 떠보았다. 최고존엄의 딸인 카렌이라면 당연히 최고의 방패막이 되줄 것이니 말이다. 

"한 번 가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카렌은 이 일에 전혀 망설임이 없었다. 

"카렌 대장님, 그래도 괜찮을까요?"

나딘은 전하의 비밀이 궁금하긴 했으나 한 편 자신의 안위도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녀는 차분하게 말하는 것 같았으나 이미 볼 장 다 본 조종사는 오늘에서야 나딘이 그저 평범한 보신주의자임을 깨달았다. 그래서 신중하고 차분해 보였던 것일 뿐이었다니... 조종사는 이런 보신주의자의 성격을 이용해보기로 했다.

"나딘, 이건 네 유임이 달린 문제야."

"지금 바로 가죠!"

나딘은 '유임'이라는 소리를 듣자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고 식은땀을 흘렸다. 그녀는 백야성 방향으로 손을 가리키며 얼른 가자며 보챘다. 단순하다 단순해... 하기야 그녀는 백야성에서도 평범한 출신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자기 기준에서는 오버스펙인 하이가든에 취직했으니 개천에서 콜로서스 솟은 꼴이아닐까...? 라고 생각하니, 조종사는 나딘의 의외의 모습이 인간적인 것 같아서 조금 귀엽다고 느껴졌다. 





그 시각 솔라드는 정말로 사르디니아 탑에 있었다. 카렌의 추리가 맞았던 것이다. 백야성 구석에 고즈넉이 있는 이곳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백야성의 옛세대 어르신들은 어느정도는 이 탑에 대해서 아는 모양이다. 그 중에는 솔라드... 그리고 놀랍게도 ms.블랑도 포함되어 있었다!

블랑은 이미 나체로 하얀 피부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부드러우면서도 아담한 가슴을 솔라드의 얼굴에 비벼대고 있었다. 

솔라드는 하얀 용포를 벗고서 근육으로 다져진 넓적한 몸매를 과시하고 있었다.

"아무리 늙지 않는다지만 정말 대단하군. 몇 번을 만져보고 느껴봐도 어지간한 20대보다 부드럽고 탄복스럽구나."


  


솔라드는 잠시 그녀를 얼굴에서 떨어트리고는, 그녀를 번쩍 들어올리고 말을 했다. 그녀는 성주의 칭찬에 수줍은 미소를 짓고는 그의 볼에 살짝 키스를 했다.

"20대들과 비교하다니, 전하도 저같은 것 보다는 역시 젊은 애들이 더 좋다는 거겠죠?"

"훗, 질투하는가? 하지만 애송이들은 간에 기별도 안 차거늘. 정사(政事)와 정사(情事)를 나누는 것도 비슷한 세대끼리 통하는 것이 있는 법."

블랑은 튼실한 성주의 넓은 허벅지에 걸터앉았다. 유연하게 흔들어 대는 블랑의 가느다란 허리가 교태롭게 움직였다. 그럴 때마다 솔라드의 거대한 물건이 곧추서서 딱딱하게 움찔거렸는데 블랑의 날씬한 배를 찰싹찰싹 때렸다. 솔라드는 그녀의 허리를 여러 번 더듬어 주었다. 곧이어 자기 얼굴에 비벼지는 그녀의 가슴을 살짝 잡고 애무하며 그녀의 가슴골을 혀로 한 번 쓸어내기 시작했다. 블랑도 기분이 좋은지 살짝 애교섞인 신음을 내보였다.  

"아이 참. 전하. 저번처럼 너무 과격하게 하진 말아주세요."

"왜, 그러느냐? 많이 힘들었던 것이냐 아니면 싫었느냐?"

블랑은 고개를 도리도리 하며 귀엽게 저었다. 그리고 흐으응~ 애교를 부리며 성주의 귀에 속삭였다.

"아뇨. 좋아 죽을 뻔 했답니다. 그래서 제 주체할 수 없는 방정맞은 소리가 건물 밖으로 새어나가진 않을까 염려되어요. 하도 철두철미한 전하의 따님이 우리 사이를 알게 될지도 모르잖아요?"

솔라드는 블랑의 얇은 허벅지를 팔뚝 오금에 걸쳤고 이어서 그 가벼운 몸을 들어올렸다. 블랑은 "으흣!" 하며 탄성을 내고는 솔라드의 목을 감싸 안았다. 

"백야성의 성주로서 명하노니, 오늘은 그 경망스러운 교성을 어디 참아내보거라."

블랑은 잔뜩 기대되는 얼굴을 하며 솔라드를 보며 흥분해 있었다. 눈동자에는 마치 하트가 그려져있는 것 같았다. 솔라드도 블랑의 귀여운 표정에 씨익 미소를 지어보였다.

"짐은 그대가 소리를 꾹꾹 참는 모습이 퍽 귀엽다고 생각한다."

"하여간, 못말리십니다. 예전에 하이가든 꼭대기 지붕에서 할 땐 진짜 난처했다니까요."

"하하, 짐이 가장 두려웠던 시간이 언제였는 줄 아느냐? 백야성이 그 하찮은 아이테르 매국년에게 습격당했을 때? 아니다. 그러면 내 딸 카렌이 다모클레스의 검을 발동시켜 보호막이 사라졌을 때? 아니다."

 부드럽게 속삭이지만 웅장한 힘이 느껴지는 솔라드의 말을 블랑은 잔뜩 기대하며 솔라드의 얼굴을 야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대와 하이가든 꼭대기에서 정사를 나누었을 때다. 자네 때문에 짐은 도저히 주체할 수 없었다."

"폐하!"

두 어르신의 대화에 백야의 태양조차 오그라들 것 같은 진풍경이 펼쳐졌으나, 블랑은 썩 만족스러웠는지 아양을 떨었다. 둘은 서로 좋아 죽을 지경이었다. 솔라드의 우뚝 솟은 남근은 아직 그녀에게 삽입조차 되치 않았으나 이미 블랑은 기대감만으로도 야한 물이 줄줄 세고 있었다. 블랑은 특유의 기술로 그에게 밀착했다. 그리고 지탱되고 있는 허벅지만으로 점프해보이더니 바로 한 번에 자기 질 내부로 솔라드의 길고 튼튼한 육봉을 자궁끝까지 집어넣었다. 엄청난 테크닉은 둘째치고 블랑은 저릿한지 몸을 부르르르 떨며 눈물과 신음을 간신히 참아보였다. 평범한 사람들이 이랬다가는 상당히 아픈 건 둘째치고 음경이 부러지거나 질 내부도 상당한 내상을 입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둘은 이미 이런 경지는 신체적으로 초월해 있는지 아픈 건 거의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실제로 솔라드는 가소롭다는 표정이었다.


"짐을 놀라게 하기는 아직 이르다."

"정말... 이번엔 노린거였는데 아쉽.... !"

솔라드는 그녀가 말을 끝내기 전에 엄청난 속도로 허리를 흔들어서 그녀를 찔러대기 시작했다. 

"감히 짐을 농락하려 들다니, 오늘은 특별히 짐이 제대로 혼내줘야겠군"

솔라드는 남자가 거의 사정하기 직전의 마지막 절정 할 때처럼 허리에 엄청난 가속을, 긴 시간 동안 유지하며 블랑을 보내버리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강렬하게 흔드는 그이 때문에 그녀는 목끝까지 차오르는 교성을 참아내느라 미칠 지경이었다. 반대로 솔라드는 전혀 힘들어보이는 기색은 없었지만 기분이 좋은지 중저음의 신음을 내보였다. 

 블랑은 성주의 요청대로 신음을 참기 위해 안간 힘을 썼다. 그 길고 튼튼한 육봉이 사정없이 들어오고 빠져나가는데, 질이 찢어지지 않는게 신기할 정도의 엄청난 속도로, 솔라드는 그녀에 대고 펌프질 하고 있었다. 그녀가 계속 사정해버릴 정도로 하드코어 했다. 블랑은 이미 정신이 나가버릴 정도로 황홀경에 빠져있었다. 그러나 결코 기절하거나 정신줄을 놓지 않았다. 그녀는 부활하고서 얻은 생명력 덕분인지 정력 또한 무지막지하게 증가했는데, 그 때문에 그녀는 솔라드의 테크닉 말고는 어느 남성에게도 결코 만족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 솔라드도 다른 여성에게는 만족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그는 상당한 테크닉을 갖고 있었다. 실제로 젊었을 때와 달리 나이가 들자 성감대들도 엄청 둔해져서 거의 무감각증에 이를 지경이되었고, 결국 그가 만족하기도 전에 주로 여자들이 뻗게 되고 말았다. 아니 대부분 좀만 격렬하게 해도 마비가 와서 질경련이 일어나는 바람에 섹스를 하는데 애로사항이 있었다. 하지만 블랑의 피지컬과 정력만은 달랐다. 그녀만이 솔라드의 정력을 유일하게 버텨낼 수 있었다.


"참으려고 애쓰느냐! 오늘 그대가 완전히 가버려서 기절하는 꼴을 보고싶다."

결국 그는 블랑의 등을 벽에 바짝 밀착시키고는 한 팔로 그녀의 양 발을 떠받치고 더 사정없이 박아버렸다. 사실상 벽에 기대어 있는 모습이 된 블랑은 솔라드의 한 팔과 아래에 박혀있는 육봉에만 의지한 채 매달려있는 셈이었다. 솔라드는 블랑의 입에 사정없이 혀를 들이밀어 그녀의 구강을 마음껏 침범하기 시작했다. 블랑은 사정없이 범해지는 입에 온 몸이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솔라드는 자유로워진 한 손으로는 블랑의 클리를 비벼대기 시작했다. 더 무서운 건, 손가락에 번개의 힘을 실었는지 블랑의 클리가 짜릿해졌다. 동시에 솔라드는 팔목 관절에도 특수한 능력을 부여해서 딜도마냥 손을 부르르 떨게 만들었다. 블랑도 이쯤되자 정신을 놓칠 수 있겠다 싶어 손톱을 세우고 솔라드의 등을 박박 긁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단단한 피부엔 손톱이 전혀 들어가지 못했고, 마치 칠판 긁는 느낌이 블랑에게만 전달되어 오히려 온 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니 엄청난 오르가즘에 보지가 사정없이 조이고 물만 엄청나게 내뿜어대고 있었다. 솔라드는 그 모든 걸 막힘없이 힘으로 몰아붙이며 사정없이 박아댔다. 그녀는 숨이 턱 막혀서 키스를 갈기던 솔라드의 혀를 물게 될까봐 결국 그의 얼굴을 뿌리쳤다. 그리고는 탄성을 지를 것을 간신히 참아내고, 입이라도 막아볼 요량으로 솔라드의 어깨를 '앙!'하고 깨물었다. 하지만 솔라드에게는 그렇게 무는 정도로는 통증 조차 전달되지 않았다. 

"짐의 용정(龍精)을 수여하겠다! 받아내거라!"

결국 블랑은 참지 못하고 탄성을 지르고 말았다. 자궁끝에 사정되었음에도 엄청난 정액의 양이 보지 구멍에 빠져나와 미치도록 쏟아져 나왔다.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는 파닥거리는 물고기처럼 사정없이 흔들거렸고 오르가즘으로 온 몸이 최고로 민감해져서 부르르르 떨렸다. 그래도 그녀는 기절할뻔한 것을 간신히 참아냈다. 솔라드는 그녀의 양 다리를 자기 어깨에 걸쳐주고는 그대로 꼬옥 안아주었다. 


"벌써 10분이 흘렀군. 바쁘지만 않다면 느긋하게 즐기고 싶은데 말이지."

"하앙...하아... 전하... 바쁘니 얼른 2차전으로 가도록 하죠! 전하의 용력을 맛보며 기절당하고 싶답니다."

블랑은 숨을 헐떡였지만 오히려 솔라드를 잡아먹겠다는 눈으로 쳐다보며 입맛을 다셨다. 그때였다. 바닥에 벗어놓았던 용포 주머니 안에서 경고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솔라드는 혹시 모를 누군가의 침입에 대비하여 탑 입구에 여러 장치를 준비해두었는데, 그것이 반응한 것이다. 솔라드는 언짢아졌으나 이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미리 설치해둔 루미나 렌즈를 바라보았다. 블랑도 그 화면을 같이 보았다.

"전하! 영애께서 들어왔어요! 어라, 아이테르까지? 어째서?"

"나딘이군..."


하이가든 신입인 나딘은 처음과 다르게 업무가 익숙해지자 요즘 부쩍 일처리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오늘도 일을 단번에 끝내고는 하이가든에 혼자 보고하러 와서는, 솔라드의 다음 명령을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솔라드는 그 시간에 자신이 사르디니아 탑에 가는 것을 아무도 모르게 하고 싶었기 때문에 나딘이 집무실 앞에 대기하고 있는 것 자체가 상당히 거슬렸다. 하지만 나딘에게 줄 업무가 딱히 생각나지 않았기에, 솔라드는 다크서클 가득한 그녀에게 휴식이라도 시켜 줄 요량으로 아이테르한테 보냈던 것이다. 그의 명령은 '아이테르에게서 쉬는 일을 좀 배워오라는 것'. 하지만 지금 그로서는 나딘과 아이테르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것은 이 수가 오히려 자충수가 되어 꼬이는 바람에 '카렌'까지 뭔가 눈치를 챘다는 점이었다. 


"카렌은 내가 여기에 오는 걸 알고 있었던 거군. 하지만 아직 자네의 존재는 모를 것이다. 자네가 여길 벗어나야 한다."

솔라드는 태연히 상황을 정리했고 블랑에게 탈출할 것을 명령했다.  

"폐하, 죄송합니다. 제가 남아서 흔적을 정리해야 하는데..."

얼른 옷가지를 챙겨든 블랑이 비밀 탈출구를 열고 빠져나가고 있었다. 어쩔 수 없었다. 둘이 같이 있는 걸 들키는 게 더 최악의 상황일테니까. 더군다나 블랑이 여기에 남아있어도 카렌에게 의심을 사게 될 것이다. 

"짐 걱정은 더도말고 얼른 탈출하거라. 그리고 조심하거라."

솔라드도 얼른 용포를 여며입고는 루미나로 주변의 흔적을 지우기 시작했다.  

"네, 전하. 만물은 백야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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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어두워. 여기가 백야성이야?"

"확실히 구석진 곳이네요... 저도 평소엔 여기 올 일이 거의 없어요."

조종사는 이 말을 듣고 어이없어서 나딘이 정말 나이트 워치 맞나 싶었다. 쪽팔리지도 않나? 

"야경꾼으로서 넌 그 어떤 곳도 소홀히 해선 안 돼"

역시 철두철미한 카렌은 바로 나딘에게 지적하는 것을 아끼지 않았다.  

"만물은 백야 아래! 앞으로 더 열심히 순찰하겠어요! 그 어떤 곳도 소홀히 하지 않을게요!"

조종사와 카렌은 갑자기 소리지르는 나딘 때문에 당황했다. 

"쉿! 조용히 해!"

"나딘, 조용히 해!"

조종사와 카렌 둘 다 작은 소리로 동시에 말하면서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나딘을 째려보았다. 조종사는 야경꾼이면 백야성에서 꽤 높은 중책일텐데 이렇게 눈치가 없어도 되나 싶어 혀를 끌끌 찼다. 그런데 어디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뭔가 끓이는 소리가 나는데? 저쪽에 있어!"

조종사는 말했다. 아이테르의 특유의 감각으로 미리 알아챌 수 있었다. 

"무슨 소리 들었어?"

카렌은 아직 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확실히 뭔가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아."

나딘은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성주님이 이상한 색깔의 뭔가를 끓이고 계셔..."

아이테르는 그 이상한 색깔. 붉은 색깔의 액체가 어딘가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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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맛을 봐도 괜찮겠군"

솔라드는 방에 남아있던 정사의 흔적을 루미나 힘, 즉 번개로 모두 기화시켜서 제거했다. 하지만 농밀한 향이 남아있기 때문에 블랑이 준비해 놓은 차를 끓여서 향흔을 제거했다. 그러고나서 조종사 일행이 거의 도달하자 태연하게 혼자서 편히 쉬고 있다는 연기를 하고 있었다. 

"확실히 봤어. 마치 피 같았어."

"이 냄새, 뭔가 익숙해."

카렌도 냄새를 맡게 되자 향기가 무엇이었는지 기억해내려고 했다. 

"이상한 냄새인데? 뭔가 맑은 향 같기도 하고..."

라고 말하려는 찰나 카렌이 갑자기 조종사를 밀기 시작했고, 조종사가 버티려 안간힘을 썼지만 바닥이 미끄러워 삐걱삐걱 소리가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나딘! 밀지 마!"

카렌도 조종사를 고의로 민 것은 아니었다. 나딘이 자기도 상황이 궁금하다며 더 고개를 내밀다가 중심을 못 잡고 카렌을 밀었던 것이었다. 

"음?!"

솔라드는 이미 다 알고 있었지만, 조종사 일행에게 들킨 척 연기를 했다. 아니 일부러 적당히 눈치챈 척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카렌의 목소리를 듣고 생각보다 일이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성주님이 소리를 들으셨어! 죄송하읍..."

나딘은 당황해서 말을 해버리고 말았으나 조종사가 얼른 나딘의 입을 막았다. 솔라드는 천천히 일어나 그 앞으로 걸어가려고 했다. 

"멍청아! 지금이 사과할 때냐! 얼른 도망쳐!"

조종사는 이 고문관 같은 나딘 때문에 제대로 빡이쳤지만 바로 냅다 도망치기 시작했다. 뛰면서 이런 눈새랑 같이 동행하게 되는 바람에 답답해 미칠 지경이라고 생각했다. 

"아? 도망치라구요?"

나딘은 이미 도망치는 조종사의 뒤통수만 바라보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잔뜩 얼타고 잇었다. 카렌도 이 상황에 이마를 잡고 인상을 잔뜩 구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반대로 솔라드는 나딘의 '도망'이라는 말이 들리자 오히려 당황하고 말았다. 지금 도망치다가 밖에서, 이제 막 비밀 통로로 탈출하게 된 블랑을 마주치게 될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얼른 후퇴해!"

카렌도 이 상황이 어이없었지만, 일단 나딘의 잘못은 뒤로하고 조종사를 따라 침착하게 도망치기로 했다. 

"기, 기다려요!"

이어서 나딘까지 따라서 도망을 갔다. 솔라드는 카렌과 나딘의 목소리까지 들리게 되자 '멈춰라!'라고 외쳤으나 이미 세 일행은 듣지 못했는지 요란스럽게 도망가는 소리가 복도 전체에 울려퍼지고 있었다. 저들이 블랑과 마주하는 것만은 막아야 했기 때문에, 솔라드도 어쩔 수 없이 그들을 쫓아 뛰기 시작했다. 성주가 되고나서는 별로 뛰어본 적이 없었지만 체면이고 뭐고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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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숨이 차서 목이 터질 것 같아...잠깐만! 분명히 내가 먼저 달렸는데! 너희가 왜 내 앞에 있는 거야!"

조종사는 자기가 한참 앞에 뛰었던 것 같은데 이미 도착해 있는 나딘과 카렌을 보고 넋이 나가버렸다. 역시 아이테르의 평범한 힘으로는 오로리안들을 이길 수 없다고 실감하게 되었다. 

"휴... 따라오진 않으셨겠죠..."

나딘은 일단 안심했는지 숨을 고르며 말했다.

"좋은 체력은 기사의 필수 소양이야"

카렌은 마치 조종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파악한 것처럼 말했다. 아니면 조종사의 얼굴에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다 쓰여 있었다던가. 

"조종사님, 성주님께서 마신 게 뭐였을까요?"

조종사는 아까부터 나딘 때문에 조금 화났기에, 그걸 왜 나한테 묻냐! 넌 생각이란게 없냐! 고문관 자식아!라고 말하고 싶은게 목구멍까지 차올랐으나 일단 화를 참아보았다. 

"피는 아닐 거야. 냄새가 완전히 달랐어."

"좀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어?"

카렌은 자기도 그 액체에 대해서, 뭔가 알 것 같다는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정확히 감이 잡히지 않기에 조종사에게 물은 것이다. 

"약간 맑은 향이랄까...?"

그때 조종사 뒤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무엇들 하고 있느냐?"

중저음의... 하지만, 웅장한 소리가 뒤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낮고 굵은 톤임에도 심장이 덜컹 내려앉을 것만 같았다. 

"아! 저흰... 순찰 중이었습니다."

카렌도 당황했지만 이내 침착하게 좋은 변명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솔라드는 조종사쪽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내려다보며 말했다. 

"조종사도 함께 말이냐?"

솔라드가 정곡을 찌르자 카렌도 당황해서 다른 구실좋은 핑계를 생각해내려고 했었다. 조종사도 침착함을 잃자 머리가 하얘져 이때는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성주님! 죄송해요! 저, 저흰 정말 아무웁..."

"조종사한테 백야성을 구경 시켜 주고 있었어요."

카렌이 나딘의 입을 막고는 바로 솔라드에게 핑계를 대었다. 

"그.렇.지?"

카렌은 역시나 잔뜩 쫄아있는 조종사에게 고개를 까딱해보였다.

"마, 맞아요."

조종사는 머쓱하며 하하하 웃어보였다. 

"그래서 조종사에 나딘까지 따라서 백야성에 온 것이란 말이냐?"

솔라드는 능구렁이 같은 카렌과 조종사에게 물어보기 보다는 가스라이팅이 쉬울 것 같은 나딘을 쏘아보며 얘기했다. 

"마, 맞아요. 성주님께서 제게 조종사님께 가라고 하셔서..."

거짓말은 잘 하지 못하는 나딘이었지만, '사실대로' 껴맞춰서 말한다면 얘기가 달랐다. 실제로 이렇게 하면 카렌은 순찰 겸 조종사의 안내를 하고 있었던 것이 되고, 나딘은 솔라드이 명령을 수행하고 있게 되는 것이니 모든 아귀가 잘 맞아 떨어진다. 성주가 어디있는지 위치를 파악하려고 사르디니아 탑을 가는 것도 일종의 '순찰'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나딘은 잔뜩 진장한 나머지 동공에 지진이 일어나고 있었다. 

"정말이냐? 정말 순찰을 하고 있었단 말이냐?"

이번에 솔라드는 조종사를 쳐다보며 말했다. 

"정말 순찰을 하고 있었어요."

솔라드는 조종사의 눈을 확인해보았다. 나딘처럼 엄청 긴장한 것은 아니었으나 눈을 피하면서 상황을 모면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본인들이 찔리는 것이 있으니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이다. 물론 솔라드는 이미 카렌이 뭔가 눈치를 챘을 거라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그저 재차 확인해보려고 이들을 떠본 것이었는데 나딘과 아이테르가 당황한 꼴을 보니, 카렌이 이미 솔라드의 수상한 행보를 눈치챘음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무슨일들이 일어났는지까지는 모르는 눈치였다. 만약 블랑과의 내연 사실을 의심했다면 카렌은 더 확실한 상황에 들이닥쳤을 것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카렌 성격에 아마도 마음 속에 묻어놨을 가능성도 있다. 적어도 이런 상황을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네는 거짓말을 정말 못 하는군. 게다가 나딘의 표정이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다. 나딘, 기사의 준칙을 기억하느냐?"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블랑이 빠져나가는 시간을 버는 것이었다. 그래서 솔라드는 나딘에게 기사의 준칙을 읊어보라고 시켰다. 

"죄송해요! 성주님! 반성문을 쓸게요! 감금 처벌도 괜찮아요!"

명령과는 달리 헛소리를 하는 나딘이었지만, 솔라드는 마침 블랑이 잘 빠져나왔다는 신호를 보내왔기 때문에 나딘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다행히 이 상황을 잘 넘어간듯 보였다. 

"...... 음, 좋다."

솔라드는 다시 탑으로 돌아갔다. 

"그냥 이렇게 끝인가요? 성주님은 분명히 화가 엄청 나셨을 거에요! 다 끝났어요! 끝장이라구요! 이제 진짜로 쫓겨날 거에요! 기사가 된 지도 이제 몇 년밖에 안 됐는데, 다시 돌아가서 시종이 돼야 하는 건가요..."

나딘은 자기 얼굴을 부여잡고 거의 울먹이듯이 말했다. 아마도 자신이 해임당할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평민들은 대부분 백야성 귀족의 시종으로 살아간다. 나딘은 꽤 열심히 준비해서 야경꾼이 된 걸로 알고 있는데, 조종사도 그런 나딘을 보니 조금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생각해보니 나딘에게 시종을 맡기면 답답해서 더 울화통이 터지는 건 물론이고, 백야성의 기물들이 매일매일 파손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야경꾼 계속하는게 나을 것 같은데...?


"무슨 일이죠?"

마침 블랑이 나딘의 절규를 듣고 일행에게 다가왔다. 사실 이미 다 알고 접근 한 것이고, 솔라드와 마찬가지로 이들이 어디까지 상황을 알고 있는지 의중을 떠보려고 접근한 것이다. 다만 블랑은 이들이 왜 탑으로 온 것인지 궁금했다. 

"블랑 씨군요. 이건...?"

블랑은 카렌의 반응을 보고는 오히려 안심했다. 적어도 자신을 용의선상에 두고 있지 않다는 말이니까. 블랑은 카렌의 시선이 홍차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미소지으며 말했다. 

"제가 방금 끓인 홍차에요. 아주 맛있답니다."

블랑은 홍차를 들어보이며 마치 상품을 소개하는 것처럼 얘기했다. 차라리 홍차 얘기로 화제를 돌리는 것도 방법일 거라 생각했다. 

"이 향은!?"

카렌은 오히려 홍차의 색과 향을 확인하자 뭔가 눈치 챘다는 듯이 말했다. 조종사도 마찬가지였다. 

"이 향은! 나딘! 카렌! 지금 바로 솔라드 전하께 가자!"

조종사는 두 사람의 손을 잡고는 탑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앗! 조종사님! 갑자기 내 손을 잡지 마세요! 처, 천천히 좀..."

나딘은 당황하면서 남자가 손을 잡았다는게 조금 부끄러웠던 모양이다. 하지만 블랑은 이게 아닌데!? 하며 그들을 말리려고 했으나 딱히 말릴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거기다 왜 저들이 탑으로 다시 돌아가는지 조차 눈치채지 못했다. 그렇다고 저들을 따라들어가는 건 좋을 것 같지 않아 보여서 그저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다들 대체 뭘 하는 건가요..."

블랑은 솔라드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혹여 자신이 무슨 실수를 한 것은 아닐지... 왜 저들이 다시 저 탑으로 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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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라드 전하, 저희 왔습니다."

카렌은 솔라드에게 인사를 올렸다.

"성주님..."

나딘은 다소 겁먹은 표정으로 솔라드를 바라보았다. 

"후...후우... 왜 또 다들 나보다 빠른 건데..."

조종사는 땀을 닦으며 말했다.

"또 날 미행한 게냐?"

솔라드는 이들이 다시 달려오는 걸 확인하고 다시 당황했었다. 물론 이제 방의 흔적은 거의 지웠기 때문에 안심했으나 슬슬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요! 조종사님이 강제로 데리고 온 거에요."

나딘은 미행이라는 말에 민감하게 반응했고, 솔라드에게 조종사를 가리켜보였다. 

"조금 전에 솔라드 전하께서 드신 건..."

솔라드는 조종사의 말을 듣고 조금 흠칫 놀랐다. 하지만 놀란 기색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이냐?"

"솔라드 전하께선 차를 드셨던 거죠?"

이 차는 블랑이 끓여주는 차이기 때문에, 지금 블랑과 자신이 엮이게 될 어떤 심증의 가능성이 있는 물건이었다. 솔라드는 아예 의심 받게 되는 어떤 경우 조차도 없도록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조종사가 이 차를 알아봤다는 건, 이미 블랑과의 관계는 어느정도 긍정하고 들어가야만 한다는 의미였다. 밀회의 향흔을 지우려던 짓이 하필 또 이렇게 되니 솔라드는 여간 귀찮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 콜로서스의 주인이여"

"그건 아마 기사의 홍차겠죠. 색이 붉고 맛이 순한데, 신전 기사단에서 손님을 접대할 때 내준다고 하더군요..."

여기서 조종사의 말이 끊겼다. 솔라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서, 그 고생을 한 게 내가 홍차를 끓이고 있다는 걸 알아내기 위해서였나?"

"성주님께서 홍차를 끓이신 건 맛을 보기 위한 게 아니라 휴식을 위해서였겠죠? 성주님의 지위라면, 어떤 귀한 홍차든지 쉽게 손에 넣으실 수 있을 텐데 말이에요."

솔라드는 조종사의 엉뚱한(?) 추리를 듣고 눈을 지그시 감았다. 사실 솔라드도 엉뚱한 소리를 들으면 눈을 굴리는 안 좋은 습관이 있는데, 이럴 때마다 눈을 지그시 감고 진지한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넘어가는 처세술을 익혔다. 이러면 상대방은 자신의 심리를 읽을 수 없으니까. 조종사의 추리는 합당하긴 하지만 딱히 증거가 있는 건 아니었다. 아니 지극히 상식적인 대답일 수도 있었다. 그래서 솔라드는 오히려 흡족했다. 

"그렇지."

솔라드 입장에서 이 세 사람이 이런 식으로 지금 상황을 받아들인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 자신이 변명하거나 숨기거나 할 필요 없이, 이런 누추한 변두리까지 와서 '휴식'하려는 성주임을, 이들이 그렇게 상황을 받아들이는게 훨씬 나았으니까. 

"하지만 밤에 자면 그걸로 휴식 아닌가요?"

이 진지한 상황에 찬물을 끼얹듯이 나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

"......"

솔라드, 조종사, 카렌 세 사람이 일제히 나딘을 쳐다보았다. 

"죄송합니다...."

나딘은 다시 쭈굴해졌다. 조종사는 헛기침을 하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솔라드 전하께서 필요로 하셨던 건 혼자만의 시간이었겠죠. 진짜로 자신에게만 몰두할 시간 말이에요. 그 순간에는, 백야성의 성주, 집정관, 공작도 아니고, 누구의 아버지도 아닌 온전한 자기 자신일 수 있는 거죠."

조종사의 말에 솔라드는 여전히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 물론 솔라드는 마음속으로는 미소짓고 있었다. 알아서 북치고 장구치고 해주니 얼마나 좋은가.

"그렇구나. 이해했어."

솔라드는 카렌의 말이 들리자 한 쪽 눈을 살짝 들어올리며 카렌을 흘겨보았다. 마침 카렌도 의문이 풀렸다는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솔라드도 딸의 납득한 표정을 보고 잘 속아 넘겼다며 속으로 만세를 외치고 있었다. 

"저, 저도 조금 이해한 것 같아요."

나딘도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래서, 조종사 그대는 그 사실을 알았다고 내게 말하러 온 것인가?"

솔라드는 굳이 이런 말을 하러 자신에게 왔다는 게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그저 이 아이테르도 다소 엉뚱한 것인가? 물론 마음 속으로는 조종사의 이러한 착각에 매우 고마워하고 있었다. 

"아, 그건... 사실 전 카렌과 나딘도 이 사실을 알았으면 했어요. 그럼 앞으로 성주님을 방해하지 않을테니까요. 하지만 생각해보니 확실히 이럴 필요도 없었던 것 같네요."

"조종사, 넌 가끔 세상 물정을 좀 더 알아야 할 필요가 있어."

카렌은 진지한 목소리로 조종사에게 말했다.

"확실히 그러하군. 그럼 앞으로는 날 방해하지 말거라. 모두 그만 물러가라."

솔라드는 귀찮다는 어투로 말했지만, 사실 속으로는 쾌재를 내지르고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저 순진한 조종사 덕분에 모든게 깔끔하게 해결되었다. 가장 조심해야 했던 카렌조차 이제 자신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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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에요! 그럼 저 안 쫓겨나는 거겠죠? 반성문도 안 써도 되고..."

나딘은 정말 기쁜지 해맑게 웃었다. 

"나도 안심했어."

카렌도 지그시 미소지었다.

"카렌, 무슨 걱정을 했던 거야?"

조종사가 카렌에게 물었다.

"난 사실 성주님께 마음이 통하는 이성이 생긴 건가 싶었거든..."

"성주님이 그러실 리가 없잖아요!"

카렌의 말에 나딘이 바로 대답했다. 

"그러니 이제 괜찮아. 나딘, 나랑 검술 연습이나 할까?"

"조종사님, 괜찮을까요?"

카렌은 걱정거리를 떨쳐버렸는지 이제 몸을 풀러 가고 싶었던 모양이다. 나딘은 조종사에게 어떻게 할 건지 물어보았다. 

"그래, 마침 나도 백야성을 혼자 산책해보고 싶었어. 혼자만의 시간을 즐겨볼 수 있겠네."

"그럼 나중에 봐. 가자, 나딘."

그렇게 카렌과 나딘이 떠났다. 

"그럼, 이제 어디로 갈까나."

조종사는 뒷짐을 지고 탑 근처를 서성이며 걸었다. 그때였다. 

"아, 드디어 찾았네요. 방급 허겁지겁 가더니, 대체 무슨 일이었죠?"

블랑은 카렌과 나딘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조종사에게 접근했다. 역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블랑 씨의 홍차 덕도 좀 봤구요."

조종사는 약간 얼굴을 붉히며 미소지어보였다. 블랑은 조종사에게 '홍차'라는 말을 듣고는 그제서야 자기가 떠났을 때, 솔라드가 흔적을 감추려고 곧바로 홍차를 끓였음을 어렵지 않게 추리했다. 그래서 자신이 홍차를 꺼냈을 때 그런 반응이었구나 하고.

"홍차? 솔라드 전하의 홍차 말인가요?"

"앗, 전하께서 홍차를 드시고 계셨던 걸 어떻게 알았어요?"

블랑은 앗차 싶었다. 솔라드가 이 홍차를 끓였는지 알 수 없는게 보통같으면 맞으니까. 하지만 변명할 거리는 있었다. 

"기사의 홍차를 만드는 방법은 제가 솔라드 전하께 알려드린 거니까요."

"맞다, 블랑 씨가 홍차를 좋아한다고 했었죠."

조종사는 마치 이해가 되었다는 표정으로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사르디니아 탑에서 전하를 만났죠?"

블랑은 아예 더 적극적으로 말해도 될 것 같다 생각했다.  

"맞아요! 블랑 씨는 안내자니까, 당신이 솔라드 전하께 말씀드린 거죠? 그런 구석진 곳은 당신만 알고 있을테니까요."

"꽤 정확히 맞추시네요."

블랑은 고개를 끄덕여보았다. 확실히 전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조종사가 모르는 부분이 있을 뿐이다. 확실히 그곳에서 둘 만의 밀회는 모르는 눈치였다.

그래서 '꽤' 정확히 맞췄다고 표현해주었다.

"그럼 혹시 전에 솔라드 전하께서 저한테 성전에 가서 물건을 보내라고 한 것도 설마..."

"기사의 홍차의 원료를 구매하기 위해서였죠."

사실 여기에도 복잡한 사정이 있었지만, 블랑은 속으로만 웃어보였다. 

"혼자만의 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이시네요..."

조종사는 역시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블랑을 쳐다보았다. 블랑도 그 눈빛을 읽었다.

"성주님께서 정말로 자신만의 시간을 위해 그러셨다고 생각하세요? 자, 제 손을 잡아주세요."

 그녀는 뭔가 비밀을 지키기 위해 조종사의 주의를 완전히 돌릴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그가 자신있어 하는 힘인 아이테르의 감응능력을 이용해서 다른 상황을 보여준다면 그 사실을 완전히 믿을 가능성이 있었다. 

"아... 또 하는 건가요?"

조종사는 블랑의 손을 잡는 것이 많이 부끄러웠다.  


"맞아요. 지난번처럼 당신의 감응 능력을 사용해서 살펴보세요..."


그러고 조종사에게 블랑이 전달하는 이미지가 감응되었다. 그리고 감응이 끝나자 그녀는 조종사에게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은 채 사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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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조종사는 자신의 방에서 성욕 때문에 안절부절 못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조종사는 이미 탑에 들어가기 전, 카렌과 나딘 몰래 감응능력으로 안의 상황을 확인했었다. 물론 평소에는 다른 오로리안들에게 오해를 받기 싫어서 정말 필요한 상황 아니면 자주 안 쓴다고 엄포를 해놓았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귀찮게 자신의 힘을 쉽게 빌려 쓰려고 접근하기 때문이다. 어찌되었든, 주인공이 감응전개를 했을 때는 마침 솔라드와 블랑이 마지막 절정에 다다르고 있었던 때였다. 그때 조종사는 그들의 신경에서 느끼는 감각까지 그대로 전해져서 척추까지도 찌릿찌릿해졌다. 엄청나게 부들부들 떨면서 아주 조금 사정까지 해버릴 정도였다. 겨우 신음이라도 참을 수 있었다. 나딘과 카렌 뒤에서 걷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만약 자신이 앞에서 걷고 있었으면 바로 왜 그러냐고 물어봤을 것이다. 

 두 사람이 느꼈던 절정이라는 건 꽤 자극적이었다. 특히 여자가 느끼는 쾌감, 블랑이 맛보는 쾌감이 감응을 통해서 전파되었을 때 정말 잊을 수 없는 느낌을 선사해주었다. 감응 전개 때문에 블랑에게 완전히 홀딱 반해버릴 수밖에 없었다. 



"어쩐지 블랑씨... 파스를 많이 붙이고 다닌다고 생각했는데, 솔라드 성주님 때문이었어. 대체 이 둘은 어떻게 섹스를 그렇게나 격렬하게 할 수 있는 거지?" 


사실 블랑이 특정 과거를 보여줬을 때, 조종사는 다른 과거도 몰래 엿보았다. 구문명 탐험 때 집사와 감응하게 되면서 감응 할 때 시간이 조금 느려지게 하는 방법을 터득했는데, 그러면서 오로리안들의 무의식을 더 상세히 엿볼 수 있게 되었다. 말 그대로 오로리안들의 기억을, 비록 흐릿한 정도지만, 해킹하듯이 들여다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블랑씨 기억에서 보였던 하이가든 지붕 야외 섹스는 정말..."


그 모습이 다시 상상이 되자 더 단단해진 발기상태는 아주 터져버릴 지경이었다. 평소 블랑씨가 예쁘더라도 엄청 섹시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알몸인 블랑은 정말 야했다. 게다가 저 정도로 명기라면 몸매를 떠나서 그냥 어떤 남자라도 홀딱 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나저나 자신이 카렌과 나딘, 솔라드 성주님, 블랑씨까지 완전히 속였다고 생각하니 뭔가 흐뭇해지기 시작했다. 탑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감응 전개로 상황파악을 끝낸 후, 최대한 카렌이 진실을 모르게끔 하려고 무척이나 애썼다. 이건 솔라드와 블랑 개인의 일인데다가, 동시에 아버지와 딸의 가정의 평화를 지켜주고 싶었다. 게다가 그 정도의 상황을 들켰다가는 아무리봐도 숙청당하거나 암살 당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블랑씨만 생각하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자신이 여태까지 숨겨왔던 아이테르의 비술을 사용했다. 이른바 최면 감응. 조금 새대가리스러운 쿠리어 길드원들에게 써봤는데 효과는 대단했었다. 원래 아이테르는 오로리안들을 조종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해신제 사건 때 환상 공간에 갖히게 되면서 이상한 감응 왜곡 능력이 생기고 말았다. 상상의 공간은 '연장'을 통해서 이루어지는데 이 연장이라는 건 사물을 보는 공간을 왜곡시킬 수 있는 어떤 요소이다. 기본적으로 오로리안들은 아이테르와 감응하면 빛의 궤적만을 볼 뿐이지만, 그 빛의 궤적을 연장시켜 공간 왜곡을 사용한다면 오로리안들의 정신까지 왜곡시킬 수 있었다. 빛의 궤적이란 것도 솔직히 말하면 가시광선의 일종일 뿐이다. 아이테르는 그걸 오로리안들에게 시각화해서 대뇌로 전달해줄 수 있는 능력자들이다. 하지만 보통 아이테르라면 당연히, 빛의 궤적 따위를 다른 정보로 시각화 조작할 수는 없다. 아니 정확히는 할 수는 있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며 오로리안들이 처리하는 정보량을 따라갈 수 없을 뿐이다. 즉 조작을 시도해도 주입될 시각 정보가 오로리안들의 뇌의 처리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서 시각 정보가 뭉개진다. 하지만 구문명 탐사 때 얻은 시간 왜곡을 통해서 오로리안들의 뇌 처리 속도보다 자신의 뇌 처리 속도를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었다. 즉 시간 왜곡을 통해 자신의 시간이 느리게 흐르도록 만들 수 있었다. 집사에게서 배운 능력이다. 그렇다면 그 시간 동안 여유롭게 조작하면 그만이었다. 빛의 궤적은 본래 어느정도의 미래시도 보여주는데, 이것을 암시로 돌린다면 마치 최면효과를 보게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난 블랑씨와 손 잡을 때 이미 암시를 걸어놨지. 이제 곧 블랑씨가 오는군."


그렇다. 조종사가 건 암시는 블랑이 자신을 솔라드로 보이게끔 하는 것이었다. 최면효과 때문인지 복도에서는 블랑이 약간 평소와는 다른 부자연스러운 어색한 자세로 걸어오고 있었다. 조종사는 기침을 하며 준비를 했다. 목소리 문제는, 미자드와 함께 했던 「역할놀이」 연기(※미자드 기억영상 '모두를 위해' 참고) 때의 실력을 발휘해서 솔라드를 연기할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상관 없었다.


 "전하, 제가 왔사옵니다."

 "그래 들어오거라"

블랑이 오자 아이테르는 능숙하게 솔라드 연기를 했다. 

 "전하, 아무리 스릴을 즐기신다지만 아이테르 방에서 정사를 나누자 하시다니 정말 못 말리시는 군요. 무슨 생각이신지 모르겠습니다."

 "재밌지 않느냐. 마침 아이테르는 내가 뭔가를 시켰으니 당장 오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조종사는 블랑을 보자 흥분이 되어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자 벗어라."

 블랑은 조종사가 솔라드로 보였기에 주저없이 벗었다. 하지만 블랑은 어째선지 머리가 아팠고, 조금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도 그럴게 최면감응은 기본적으로 시각 왜곡을 통해 조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뇌의 시각처리에 혼선이 생기고 쉽게 피곤해질 수밖에 없었다. 실제 시각정보와 뇌가 해석하는 정보가 일치하지 않은데 그걸 억지로 꿰어 맞춘다고 생각하면 좋다. 물론 아이테르 입장에서 한 번 암시를 걸어두면 그만이지만, 최면에 걸린 상대 오로리안은 부자연스러운 행동 양상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느릿느릿 옷을 벗기 시작했다. 다 벗자마자 슬렌더한 블랑의 몸이 그대로 드러났다.

 "뒤로 돌아라"

블랑은 뒤로 돌았다. 조종사는 흥분한채 바로 삽입을 해버렸다. 그녀는 전희 과정이 없어도 문제 없어 보였다. 

역시 손 쉽게 자기 자지 정도는 그녀에게 들어가버렸다. 조임이 생각보다 약한 것 같았다. 하긴 자기의 성기 크기에 비하면 솔라드의 크기는 엄청났으니까. 조종사는 블랑의 허리를 손으로 잡고 허리를 흔들어보였다. 하지만 뭔가 밋밋하다.  

 "블랑, 더 강하게 조여보거라!"

 "네, 전하"

설마 이런 부탁도 될까 싶었는데 효과는 대단했다. 블랑...은 정말 명기였다. 이 조임은 신세계였다. 그녀의 보지 구멍은 근육으로 차 있는 것인가? 조종사는 그 조임 때문에 바로 쌀 뻔했다. 

"전하, 오늘따라 서지 않으십니까? 평소와 크기가 다른 것 같습니다. 많이 힘드신지 오늘 흔드는 것도 힘들어보이시네요."

 조종사는 블랑의 말을 듣자마자 정신을 차렸다. 아무리 최면에 걸렸다고 하지만, 시각 외의 정보까지 세세하게 구성할 정도는 아니었다. 물론 사람이라는 게 시각 정보만으로도, 그리고 꿈을 꾸는 것처럼 몽롱하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착각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의심의 빌미를 제공하면 의식이 돌아와서 최면에 깰 수도 있었다. 이렇듯 최면 감응의 한계는 분명 있었다. 하지만 정작 조종사는 블랑의 말을 들으니 자신의 형편없는 섹스 테크닉과 솔라드랑 비교되는 것 같아서 부끄러워졌다. 

"무엄하구나, 어디 그럼 네가 그 가증스러운 허리를 직접 흔들어 보거라!"

조종사는 침대에 누워서 블랑 보고 직접 하라고 지시해보았다. 그래 어차피 이런 짓거리 하는데 나만 즐거우면 그만 아닌가. 그녀가 마침 조종사에게 올라탔다. 그리고 곧 이어 블랑의 능숙한 기승위가 시작됐다. 

'아니 근데 왜 이렇게 조임이 좋은 거야?' 

"잠깐! 잠깐! 멈추거라....! 읏!"

조종사는 조루마냥 사정해버리고 말았다. 블랑도 놀란 모양이었다. 조종사는 창피했던 동시에 이러다 들키는 건 아닐까 걱정되기 시작했다.

"폐하, 오늘 이상하군요?"

"무, 무엇이 말이냐?"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시다니... 매번 저를 이기셨잖아요?"

블랑이 의아해하자 조종사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러다 들키겠다! 여기까지 해야 하는 건가?'

"오,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겠구나 피곤하구나!"

그러고 조종사는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블랑이 조종사를 못 일어나게 했다.

"이상하네요, 오늘 따라 약하신 모습을 보이시다니... 아니 오히려 좋은데요?"

"무, 무슨 짓이냐 비켜라!"

암귀와도 맞설 수 있는 오로리안이다. 당연히 그 힘은 아이테르보다 훨씬 강했다. 아무리 벗어나려고 해도 블랑 앞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발기 부전까지 있으신 것 같네요. 치료해야 하지 않을까요?"

"괘... 괜찮다! 그런 게 아니야!"

하지만 블랑은 오히려 미소를 짓고는 흥분하고 있었다.

"이런 기회가 제게 어딨나요?  전하의 약한 모습이라니... 전하, 제가 최고의 밤을 보내도록 봉사해드리겠습니다"

"그, 그만....!"

조종사는 거의 1분도 안 되어서 계속 블랑에게 뽑히고 있었다. 사정 해버리고 발기가 안 되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그녀가 다시 흔들면 금방 살아나서 또 정액이 추출되고 있었다. 

"전하, 오늘은 정말 많이 싸시네요? 아기씨들이 아까울 정도랍니다~"

조종사는 오히려 착즙당하고 있었다.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좋긴 좋은데 이러다 말라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그래! 입으로 해라! 입으로!"

차라리 이렇게 착즙 당할 바에야 부드러운 입이 낫지 않을까 싶어서 조종사는 블랑에게 입으로 해달라고 시켰다. 블랑은 조금 실망한듯 보였지만 이내 입으로 능숙한 펠라를 선보였다. 근데 조종사가 느끼기엔 이 펠라치오도 장난이 아니었다. 목 끝에 닿아서 혀뿐만 아니라 기도 입구부근까지 자신의 성기를 능숙하게 조여주고 있었다. 

"이, 이것도 잘하는 거냐?!"

착즙이 아니라 이제 흡입당하는 것 같았다. 조종사도 쌓여있던 게 많긴 했지만 계속 꿀렁꿀렁 나오는 정액을 블랑은 계속 마셔대기 시작했다. 명기가 아니라 괴물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그렇다면 대체 솔라드는 얼마나 더한 괴물인 걸까. 블랑은 별로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꽤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늘은 제 승리네요. 폐하. 하지만 아직 이르답니다."

블랑은 조종사를 뒤집더니 손을 항문에 넣기 시작했다. 

"아니, 이게 무슨 짓!!"

 

블랑은 정말 능숙하게 조종사의 뒷구멍을 농락하기 시작했다. 조종사는 난생 처음 느껴보는 자극에 눈이 뒤집혔다. 블랑은 능숙하게 조종사의 청년막이라도 뚫으려는 듯이 휘저으며 전립선 위치를 찾아내고는 사정없이 건드리기 시작했다. 

"안심하세요. 이래뵈도 라파엘한테 정력 증진을 위한 전립선 치료는 제대로 배웠으니까요~"

그러나 조종사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조종사는 마치 여자 신음 비슷하게 내지르면서 갓잡아 올린 물고기마냥 허리를 팔딱팔딱 거리고 있었다.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 자체로 엄청난 수치였지만 전립선액을 막 쏟아내면서도 흥분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는 후회하고 있었다.

(나딘으로 할 걸....)

그는 곧 완전히 의식을 잃고 혼절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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