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의 다른 사행시 소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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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시에 재생시키고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인보우가 이끄는 축제는 정말 왁자지껄 했다. 누가봐도 숙련된 진행자라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화려한 느낌으로 대중들을 이리저리 이끄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한 무리의 리더라고 느껴져도 무방할 정도였다. 규모가 상당한 이 축제를 막힘없이 매끄럽게 이끄는 건 쉽지 않다. 아마 여태껏 쌓아온 그녀의 진행 실력이 지금도 빛을 발하고 있으며, 계속해서 성장 중인게 분명하리라. 물론 매사에 화려하고 열정적인 그녀에게도 휴식시간은 존재했다.

 축제 분위기가 사그라드는 밤. 적막의 휴식 시간이 시작되었을 때, 그녀는 에메랄드 호의 난간에 기대어 쉬고 있었다. 밤하늘에 별이 반짝이고, 파도 소리는 고요하게 에메랄드 호를 뒤덮었으며, 하버 시티의 건물들은 서서히 빛을 밝히기 시작했다. 에메랄드 호에서 보는 하버 시티의 야경은 장관이었다. 동시에 이 장관은 레인보우에게 지난 날에 만난 사람들에 대해 떠올리게 만들어주었다. 이 곳에서 만난 인연은 그녀에게 축제를 보는 관객같은 기쁨을 선사해주었다. 과거 그녀가 암귀 때문에 겪은 불행한 일들을 까맣게 잊어버릴 정도로. 이렇게 나열된 생각들은 레인보우가 이 도시에서 축제를 벌이길 잘했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주었다.

 낭만에 한참 빠져 있을 무렵, 레인보우의 귀에 들려오는 목소리.


 "아, 레인보우! 안녕!"








 인 사를 건네오는 사람은 다름아닌 피아였다. 그런데 무언가 급한 일이 있다는 것 마냥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레인보우가 의문을 표한다.


 "안녕, 피아! 무슨 일이야?"


 빠르게 레인보우 앞에 선 피아는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사실 천천히 둘러보고 있었는데, 저 멀리 레인보우가 보이길래 빠르게 달려온 것이라 한다.


 "헥-. 헥-."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난 에메랄드 호에서 도망칠 생각 같은 건 없는데?"


 "으익! 그건 그렇지만... 사실 부탁할 일이 하나 있어."


 "부탁할 일?"


 시작은 한 소녀의 부탁에서 시작되었다. 자신의 언니가 준 소중한 보물을 에메랄드 호 어딘가에서 잃어버렸는데, 그걸 제발 찾아달라는 것이었다. 어찌나 소중했던건지, 저녁이 시작 될 즈음부터 이 밤까지 언니 몰래 계속해서 찾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걸 조종사 일행이 발견하고, 소녀와 같이 그 보물을 찾으러 다닌 것이다. 그리고 피아는 멀리서 레인보우를 발견하고 도움을 요청하러 온 것이었다.


 "보물찾기를 하고 있었네?"


 레인보우의 말에 피아가 대답한다.


 "보물찾기? 아, 그거 비슷한 거라 보면 되겠네. 아무튼 좀 도와줄 수 있어?"


 "물론! 그런 재밌는 일을 지나칠 수 있겠어?"


 "좋아! 그럼 같이 찾아보자!"


 그런데 그 보물이 어떻게 생긴 것인지 알아야 찾아낼 수 있다. 피아에게 그 보물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자, 그녀의 대답은...


 "음, 무슨 와인이랬는데..."


 "와인?"


 소녀의 보물이 왜 와인인가에 대해선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소녀가 소중한 것이니 찾아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소녀와 보물의 이질적인 분위기에 의문이 생긴 레인보우지만, 그만큼 소중하다며 오랫동안 찾으러 다녔을 소녀를 머릿속으로 떠올려보았다.


 "소중한 보물이라는데, 안찾아보는 게 이상하잖아?"


 "응. 마치 내가 구름 고래를 찾으러 여기까지 온 거랑 똑같네!"


 "좋아! 찾으러 가자!"


 그렇게 둘은 현재 있던 장소를 벗어나고는, 소녀를 위한 보물찾기를 시작했다.


 둘은 배를 돌아다니다가 멀리서 배를 수색 중인 것 처럼 보이는 사람 세 명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그 세 사람은 멜트, 팜므, 사블리 세 자매였다. 아마 조종사 일행에게 부탁을 받고 레인보우 마냥 소녀의 보물을 수색 중인 것이 틀림없었다.


 "마치 보물찾기 대회를 연 것 같잖아? 좋아. 우리가 먼저 찾아버리자!"


레인보우의 말에 피아도 눈에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헤헤. 내가 먼저 찾아버리고 허접 조종사에게 자랑해야지~."


 피아가 소녀에게서 들은 정보를 토대로, 소녀의 동선을 추적해 배의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녀 보았다. 하지만 어떠한 수확도 건지지 못했다. 왔던 곳을 한 번 더 수색해볼까 하고 궁리를 하고 있던 찰나, 피아가 무엇인가를 떠올렸다.


 "아! 그 아이. 하버 시티 선착장에도 갔었다고 했어. 혹시 거기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피아의 추측에 레인보우가 조금 걱정된다는 듯 말했다.


 "음... 누가 가져가지 않았을까 걱정되네."


 "혹시 모르니 서둘러 가보자!"


 그래도 일단 안 가는 것 보다는 나으니 한 번 가보기로 한 일행이었다. 그렇게 배에서 벗어나 하버 시티 선착장에 다다랐을 무렵, 둘은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보트와 조금 큰 배들이 선착장 이 곳 저 곳에 정박되어 있었고, 선착장을 은은하게 비추는 낭만적인 가로등들이 사방에 배치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밤인지라 사람들이 그리 많이 보이지는 않았다. 둘은 선착장을 구석구석 뒤져보기 시작했다. 허나 이 넓은 선착장을 전부 뒤지기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할 듯 보였다. 피아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레인보우에게 말했다.


 "아-. 틀렸어. 이쪽에도 보이지 않아."


 레인보우 역시 찾아내지 못했다.


 "벤치 위, 아래 다 찾아봤는데도 없어."


 "혹시 조종사가 먼저 찾아낸 건 아니겠지...?"


 벌써 누가 가져갔거나 했다면 절망이지만... 둘은 그 것 만큼은 일어나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 아이, 실망이 클 것 같은데..."


 그렇게 선착장에서의 수색을 포기해야하나 하고 생각하는 찰나... 누군가가 둘에게 말을 걸었다.


 "어이, 혹시 너희가 찾던 게 이거야?"


 트윈 테일을 한 은발의 여성 한 명이 보였다. 선글라스를 머리 위에 끼워놓고 검은 색 수영복을 입고 있었으며, 왼 쪽 눈에는 세로로 난 흉터가 보였다. 그녀는 레인보우 일행을 향해 손에 든 물건을 보여주고 있었다. 검은 색 병에 붉은 색과 하얀색이 예쁘게 디자인 된 라벨지. 소녀가 찾던 그 와인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그녀가 들고 있는 건 아무리 봐도 와인병이었다.


 "저기 벤치 아래에 놓여있던데. 안심해, 아직 따지는 않았어."


그걸 본 일행은 동시에 탄성을 내질렀다.


 "앗!"

 "아앗!"


 피아가 먼저 달려가 와인을 받아들었다.


 "이거일거야! 고마워!"


 레인보우도 뒤이어 피아 쪽으로 다가갔다.


 "찾아주셔서 감사해요."


 여성에게 감사 인사를 한 레인보우는, 피아가 들고 있는 와인병을 유심히 쳐다보며 말했다.


 "근데 우리가 찾던 와인이 맞을까?"


 레인보우의 말에 피아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마, 맞을거야! 아닐 리가 없다구! 그야 여기다가 와인병을 두고 갈 사람은 그 아이 빼곤 없... 겠지...?"


 하지만 확신에 차지 못해 말끝을 흐리는 피아. 그러자 이번엔 와인을 찾아준 여성이 입을 열었다.


 "맞을 걸? 움브라톤에서 거래되는 값비싼 와인 중 하나인 '모르와즈 컴버레이트', 게다가 한정판이야. 이런 엄청난 걸 멍청하게 흘리고 다니는 사람은 어린애들 밖에 없을 걸."


 "비, 비싸!?"


 와인을 이리저리 돌려보던 피아가 여성의 말에 기겁하며 그녀를 돌아본다. 그러다 여성의 얼굴을 자세히 보며 의문을 표한다.


 "어? 어디서 본 적 있는 것 같은데? 누구였더라...?"


 기억해내지 못하는 피아와는 달리, 레인보우는 그녀를 확실히 알고 있었다. 이전 축제 때 열린 대회에서 활약한 선수들 중 한 명. 손에서 불꽃을 일으키는 기술로 많은 손님들의 이목을 집중시켜 화제가 됐었다.


 "아, 이게 아닐 수도 있으니 혹시 따라와 주실 수 있으신가요? 아니라면 가져가셔도 좋은데. 아님, 진짜 주인을 찾아 준다거나?"


 레인보우의 말에 여성은 무심한 듯이 대답했다.


 "별로. 찾던 게 아니더라도 내가 다시 가져갈 맘은 없어. 그냥 너희들에게 맡길게. 내가 아는 '한 멍청이'가 이미 마실 걸 잔뜩 사놨다고 대결하러 오래서. 가서 그 화려한 옷 장식이 더러워지는 꼴을 봐야만 할 것 같아."


 그러고는 쿨하게 뒤돌며 작별인사를 건넨다.


 "그럼, 잘 있어."


 "아, 안녕히 가세요."


 "잘 가!"


 좀 특이한 분위기의 사람이었다. 일단, 어떻게든 와인을 찾아냈다. 이제 남은 건 이 와인이 소녀가 찾던 게 맞는지 알아야 한다. 와인의 정체를 들으니 정말 이 와인이 맞는 지에 대한 의혹이 커지는 것이다.


 "일단 돌아가자."


 "헤헤. 조종사보다 먼저 찾았다! 가서 놀려줘야지-!"


 그렇게 에메랄드 호로 복귀하게 된 레인보우와 피아였다.








 "리가 찾았어!"


 배 위에는 이미 일행들이 모여있었다. 조종사와 바이스, 카렌, 멜트네 세 자매. 그리고 시엘와 그로누까지. 아무래도 레인보우와 피아가 선착장까지 가있는 동안 보물찾기의 참가자가 늘어난 모양이었다. 그 사이에는 정말 조그마한 키의 소녀가 있었다. 조종사 일행 중간에 있는 흑발의 소녀가 잃어버린 보물을 찾기 위해 모두가 한마음으로 모여 보물찾기를 했던 것이다.


 "오-. 저기 이번 게임의 주인공들이 오는 것 같은데?"


 하얀 비키니를 입은 그로누가 레인보우 일행을 먼저 발견하고 웃으며 말했다.


 "정말로 찾을 줄은 몰랐지만, 일단 찾았어!"


 오자마자 피아는 조종사에게 자랑을 하기 시작한다. 자랑이라기 보다는 이젠 찾았으니 칭찬해달라는 느낌으로 변했지만.


"사실 저희가 아니라 다른 분이 찾으신 걸 저희가 가져온 거지만요."



 조종사는 머리를 긁적이며 엄지를 척 들어보였다. 옆에 있던 멜트는 그걸 보며 아쉽다는 듯 양 손의 검지를 맞대며 꼼지락거렸고, 그녀의 여동생인 팜므와 사블리는 멜트를 위로하듯 등을 토닥여주며 웃고 있었다.


 한편, 레인보우는 이것의 주인일 것으로 보이는 소녀에게 다가가 물어보았다.


 "혹시 이게 맞니?"


 고급져보이는 와인을 보자마자 소녀는 그걸 한 눈에 알아보았다.


 "아! 마자요! 쩡말 감사애요!모두모두 쩡말 감사애요!"


 밝은 미소와 매우 어리숙한 발음으로 소녀는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자신의 사연을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이건, 언니가 나쭝에 제가 어른이 대면 같이 마시자고 준 소즁한 보물이거뜬요. 어른이 아닌 쩌는 마시면 안뙨다고 해서 어른이 뙨 후에 언니랑 가치 마시려고 찌금까지 소쯍히 간직해왔떠요. 쩡말 감싸해요!"


 과연, 그런 사정이 있었기에 어린아이가 와인을 들고 다니는 거였다. 갑자기 갑판 위가 매우 훈훈해졌다. 뒤이어 소녀는 뭐가 생각난 듯 말을 이었다.


 "아! 언니가 도움을 바다쓰면 반드시 보답을 하라고 해써여!"


 그러다가 울상을 짓는 소녀.


 "... 그런데 지금 제가 가진 게 아무거또 없어여..."


 하지만 레인보우는 그런 소녀에게 안심하라는 듯 이야기를 한다.


 "괜찮아. 보답을 바라고 한 게 아니었으니까. 아, 오히려 보물찾기를 한 느낌이어서 재밌었는걸?"


 그 말에 소녀의 미소가 다시 번졌다.


 "에헤헤. 정말여?"


 "응. 그걸 보답으로 해둘게."


 "헤헤. 정말 착하신 뿐들이세여!"


 소녀의 미소도 모두에게 보답이 될 것만 같았다.


 "여태껏 게임을 진행해오던 진행자가 이번엔 참가자가 되서 상을 받았네?"


 그리고 그로누가 웃으며 마지막을 장식했다.


 그렇게 보물찾기는 막을 내렸다. 소녀는 언니가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을거라며 곧바로 에메랄드 호를 떠났다. 일행 모두 역시 밤중에 보물찾기를 해서 인지 얼굴에 피곤기가 잔뜩 느껴졌다. 레인보우는 내일의 축제를 즐겁게 즐기고 싶다면 다들 쉬러 가는 게 좋을 거라고 모두를 해산시켰다.


 모두가 흩어진 뒤, 레인보우는 아까 있었던 난간에 기대어 하버 시티의 야경을 다시 둘러보기 시작했다. 여전히 도시는 가지각색으로 아름다운 빛을 내뿜고 있었지만, 왠지 아까보다 더 예쁘게 느껴졌다.


 지상에서 일어나는 그 불꽃놀이를 보며 그녀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역시, 오길 잘했어."



















 조종사는 돌아가는 복도에서 바이스에게 말했다.


 "...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그 아이한테서 암귀의 기운이 느껴졌어. 왜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