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팡의 설정에 해박하지 않아서 캐붕 설정붕괴 같은 게 심할 거라 생각함.

오타도 신경 쓴다고 쓰는데 무식해서 많을 거고.

미리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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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움브라톤의 외곽. 작은 텃밭이 딸린 오두막. 질 좋은 석제로 지어진 것인지 오래되어 보이는 것 치고 멀쩡하다. 과연, 이 정도 되는 집이기에 외곽에서 밭일 하면서 먹고 살 생각을 할 수 있는 가. 하고, 콘스탄틴은 생각했다.


 "아이구, 청년이 깔아둔 덫 덕분에 우리 작물 파먹 던 놈들이 얼씬도 못하게 됐어! 마음 같아서는 더 머무르다 가라고 하고 싶은데 북방에 가야한다고? 내 그간 정도 들었고 고마워서 여비로 쓰라고 두둑히 챙겨줄게."

 "예, 고맙습니다."

 "아유, 뭘. 암만 젊은 사람이라도 집 없이 떠도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 내가 잘 알어. 자, 여기. 이거 받어."


 멍하니 다른 생각과 함께 대답하며 콘스탄틴은 주머니를 넘겨 받았다. 짤그랑 하는 나이티움 부딪히는 소리. 이 안에는 그가 보름 간 오두막에 머물며 일한 보수가 담겨있었다.

 주머니를 열어보지 않았으나 무게감이 상당했다. 오두막 주인의 말대로 넉넉한 값을 받은 듯 했다. 이 정도면 적어도 다음 목적지까지 먹을 보존식을 넉넉하게 구비할 수 있으리라. 오두막에 머무르는 동안 잡스러운 일을 여럿 했으나 이 정도면 그럭저럭 할 만한 일이 아니었을까. 여행하는데 이만한 벌이는 찾기 어려우니 차라리 여기서 더 일을 하는게 어떨까 싶은 마음도 생겼다.


 "그래도 그간 한솥밥 먹으면서 정도 들고 적적하지 않아 좋았는데, 이렇게 훌쩍 가버린다고 하니 서운하긴해. 청년도 분명 같은 마음이라 생각하긴 하는데, 그래도 어쩌겠나. 부모님 기일에 맞추려고 슬슬 출발하겠는데 오래 잡고 있을 순 없지."


 "여기가 외곽이긴 한데 사실 움브라톤이랑 그렇게 안 멀거든? 그런데 다들 왜 위험하게 그러고 사냐고 난리야 난리. 하여튼 전쟁 끝난지가 언젠데! 겁만 많아가지고. 내가 고생고생해서 키운 작물 사먹는 놈들이 그런소리 하는 꼬라지 보면 참 내 속이 뒤집힌다니까? 청년은 그래도 그런 편견 없이 괴짜취급 안 하니 같이 지내는동안 참 좋았어. 정말 요즘 것들 치고 머리가 제대로 박혔다니까. 응? 에이, 당연히 칭찬이지. 뭘 미심쩍어하나?"


 "그나저나 정말 북방까지 걸어서 갈 생각인가? 아무렴 여기저기 다녀 본 자네만 하겠냐만은, 여기서 북방까지 걸어가는게 뭐 하루 이틀 걸릴 이야기인가. 차라리 여기서 지내면서 돈 더 모아서 비공정이란걸 타고 가는게 어떠겠나? 거, 일루미나가 기술하나는 좋다지? 듣자하니 표가 없는 건 아닌 모양이던데... 아, 배를 탄다고? 하기야 위험하긴 해도 걷는 것 보다야 낫겠군. 음음."


 수다스러운 오두막 주인의 이야기에 적당히 대응하던 콘스탄틴은 역시 더 머무르면 안 되겠다고 생각을 굳혔다.

 잠시 더 오두막 주인의 이야기에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는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몇 번째일지 모를 인사를 건네고 오두막을 등졌다. 이제는 무슨 말로 붙잡으려 해도 더는 대응하지 않으리라. 그리 생각하며 울타리의 문을 밀었다. 그러자 울타리가 말을 걸었다.


 "그, 안녕하세요?"


 가늘고 여린 목소리였다. 보름 동안 울타리가 말을 걸어온 적은 없었기에 콘스탄틴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말을 걸고 있는 울타리를 확인했다. 하지만 그곳에는 기대와는 다르게 크고 동그란 안경을 쓴 소녀가 보였다. 덩치가 작아 울타리에 완전히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래. 반갑다."


 아무래도 오두막 주인은 자신 이후로 이런저런 일을 할 사람을 미리 고용한 것이리라, 콘스탄틴은 판단했다.

 그렇다면 이 소녀는 자신의 후임이 되는가. 비록 보름이었으나 이곳에서 지내면서 얻은 지식과 일의 요령을 가르쳐야하는가. 마침 자신에게는 보름간 해왔던 일과 감상의 기록을 고스란히 담아 놓은 노트가 있었다.


 "아유! 내 정신 좀 봐! 그러고 보니 말해준다는 것을 깜빡했네!"


 잠깐 고민하는 사이 어느새 다가온 오두막 주인이 호들갑스럽게 말했다. 소녀와 오두막주인은 이미 구면인지 서로 살갑게 인사하며 안부를 나눴다. 그리고 오두막 주인이 소녀를 소개했다.


 "이쪽은 시라양이라고, 저어기 나처럼 외곽에 사는 괴짜양반의 제자인데. 젊은이가 우리 집에 덫을 깔아주기 전에 야생동물 퇴치해주곤 했어. 자네가 떠나기 전에 소개시켜 달라는 이야기를 전해 받았지 참."

 ".... 네. 대충 비슷해요."


 시라는 어딘가 못 마땅한듯 오두막 주인을 흘겨보곤 콘스탄틴에게 시선을 옮겼다. 북방 출신이라 들었긴 했지만 그리 추운 날씨도 아닌데 그는 온 몸을 꽁꽁 싸매고 있었다. 심지어 머리도 덥수룩하니 보는 사람이 답답할 지경이었다. 그래도 더위를 못 느끼는 것은 아닌지 드러난 눈가의 피부가 촉촉했다. 하긴, 저렇게 껴입고 무거워 보이는 총과 짐을 짊어진다면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날 것 같았다.

 시라는 콘스탄틴을 유심히 관찰했지만 이외에 특별히 알아낸 것이 없었다. 대상의 관찰은 중요하다고 스승에게 배웠으나 아직 배움이 깊지 못했다. 어린 시라의 눈썰미는 대단치 않았다.


 "방금 들으신대로 저는 시라라고 해요. 환상동물 마스터의 제자로 공부하는 사람이에요."

 "환상동물 마스터... 인가."


 콘스탄틴은 시라가 끌어안고 있는 물체에 시선을 옮겼다. 짙은 남색에 검붉은 무늬가 있는, 광택이 흐르고 있으나 물렁물렁해 보이는 그것은 시각적으로 상당히 불쾌했다. 저런 요상한 것을 어린 소녀가 들고 있어 이상하다 여기긴 했으나 저것은 환상동물이었나. 콘스탄틴은 호기심이 일었다.


 "아무래도 아저씨한테 이야기를 미리 전달 받지 못 하신 것 같네요."

 "나에게 용건이 있나?"

 "네. 당신은 북방출신에, 오늘 북방으로 향한다고 들었어요."


 시라의 확인에 콘스탄틴은 대답없이 긍정했다.

 작게 심호흡 한번. 시라는 조금 긴장한 마음을 추스르고 무뚝뚝한 콘스탄틴의 눈을 응시했다. 환상동물을 끌어안을 팔에 힘이 들어갔다.

 오두막 주인에게 듣기를, 그는 그리 말이 많지 않다고 했다. 소란스러운 것을 썩 좋아하지 않는 모양이라고 했다. 떠돌이라 여행에는 이골 난 사람이라고 했다. 몸 쓰는 일에 익숙한 듯 보이고 대체로 유능하다고 했다. 언제 어디서든 무언가를 기록할 수 있는 수첩과 펜을 소지하고 있다고 했다. 움브라톤의 노동자 모임과 관련이 없기에 비교적 싼 값에 쓸 수 있었다고 했다. 이야기해보니 거칠고 굴곡 진 삶을 산 모양이나 인격적인 부분이 문제가 있지는 않아 보인다고 했다.

 이중 직접 확인한 것은 단 하나도 없으나, 나름대로 신뢰 관계가 있는 사람으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 만약 그 내용에 거짓이 없다면. 지금 시라에게 있어 콘스탄틴은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다.


 "당신의 여정에 함께하고 싶어요."


 미처 추스르지 못한 긴장에 말이 조금 떨렸다. 마주한 눈에 간절함이 서렸다. 팔에 힘이 많이 들어갔는지 안고 있는 환상동물이 꾸물거렸다. 콘스탄틴의 눈이 좁혀졌다.

 갑작스러우나, 정황상 시라는 북방에 가고자 하는 것 같았다. 이유는 알 수 없다. 다만 어린 나이이기에 홀로 여정을 떠나기에는 여의치 않다고 판단 한 것 같았다. 하지만 요즘에 북방으로 향하는 이는 드물었기에 자신을 찾아온 것인가.

 대략적인 상황을 이해한 콘스탄틴은 잠깐 고민했다. 여정에 일행을 늘리는 것은 그의 취향과 거리가 멀었다. 사람이 늘면 경비도 는다. 돈이야 그가 대줄 필요는 없겠으나, 아이를 돌보는 것도 일이라지 않던가. 이런 여아를 데리고 여행을 한다는 것은 모르긴 몰라도 상당히 피곤한 일 같았다.

 원래 같으면 고민할 필요도 없는 사항이었지만,

 그는 시라에게 시선을 내렸다. 대답 없이 마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녀는 숨도 못 쉬는 것 같았다. 시선을 더 내렸다. 정체불명의 환상동물. 그리고 짐이 들어가 있을 트렁크. 아무래도 그녀는 북방으로 향할 준비를 마친 상태인 것 같았다.

 그렇다면, 그 여정에 저 정체불명의 생물을 데리고 간다는 의미인가.

 환상동물 마스터의 제자. 먼 여정에 함께하는 정체불명의 환상동물. 그는 아직 듣지도 않은 내막에 기대감이 서렸다.


 "옷은 제대로 챙겼나?"

 "네? 옷이요?"

 "그렇게 입고 북방에 가면 삼십분 내로 얼어 죽을 거다." 

 "음... 그렇군요...?"


 시라는 알쏭달쏭했다. 그의 말이 허락인지 거부인지 알 수 없었다. 눈에서는 감정이 드러나지 않았기에 짐작도 어려웠다.

 사실 이 순간 콘스탄틴의 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는 새로운 자극에 약했다. 하지만 그의 입가는 코트에 가려져 있어 눈높이가 낮은 시라는 알 수 없었다.


 "아무래도 지금 네 준비성을 확인해봐야겠군."

 "네에?"


 그녀가 멍청하게 대답하는 사이 콘스탄틴은 시라의 트렁크를 빼앗았다.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이었다. 어버버 하다가 자신의 짐을 빼앗긴 시라는 펄쩍 뛰며 그에게 달려들었으나 완력으로 성인 남성을 이길 턱이 없었다.

 콘스탄틴은 그대로 그녀의 트렁크를 열어 짐을 꺼냈다. 밀봉된 위생 용품, 정돈된 옷가지, 안쪽에 쑤셔져 있던 간식거리 등등. 콘스탄틴은 그중 옷 몇 벌을 집으며 조목조목 설명하듯 말했다.


 "과연, 나름대로 따뜻한 옷을 챙긴다고 챙겼군. 하지만 북방의 혹한을 너무 얕잡아 봤다. 그곳은 외투 좀 껴입는다고 버틸 수 있는 날씨가 아니다. 내복 하나 없이 이런 거나 입으면 동상 걸리는게 일상일거다."

 "아, 알겠으니까 어서 돌려놔요!"


 생각지도 못한 것을 지적받았다는양, 시라는 새빨개진 얼굴로 그에게 달려들었다. 콘스탄틴이 그 예시가 바로 이것이라는 듯 들고 있는 자신의 속옷을 빼앗고자 폴짝폴짝 뛰었으나 그의 팔이 길어 닿지 않았다.

 스스로의 무력함을 통감한 시라는 씩씩대며 콘스탄틴을 노려봤다. 과연, 보름만 가지고는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없는 노릇이긴 한가보다. 오두막 주인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조용하니 사고 치지 않는 계열의 사람이라고 들었는데 경험하니 너무나 딴판이지 않은가. 시라는 뒤에서 껄껄 웃는 오두막 주인이 원망스러웠다.

 혹시 자신이 여행에 따라 붙는게 싫은 것인가? 곧 침착함을 되찾은 시라는 이를 악물고 생각해 보았으나 그가 마땅히 자신에게 이런 수치심을 안겨줘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저 그가 자기 행동에 얼른 만족하기를 바라며 그를 노려볼 수 밖에. 그저 혼자 속으로 화를 삭힐 수 밖에.

 콘스탄틴은 그녀의 또 다른 속옷을 들어 앞뒤로 돌려 보더니, 한번은 눈을 질끈 감고 관자놀을 짚으며 고민하더니, 곧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꼬마야. 옷에 곰이 그려져 있다고 곰 가죽으로 만든 옷은 아니다. 다음 부터 옷을 고를 때는 조심하도록."

 "이 인간 무례하네 진짜!"


 시라는 울 것 같은 얼굴로 소리 질렀다.

 오두막 주인이 보름 동안 같이 살면서도 알 수 없던 콘스탄틴의 특징.

 그는 호기심을 자극 당하면 말이 많아지곤 했다.




어린 시라 상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