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아이테르인 조종사가 움브라톤의 거리를 거닐고 있었다. 양손으로 한 가득 쇼핑백들을 낑낑대며 든 채로 말이다.



 이 곳에서 쇼핑을 들기던 엘시에게 끌려다니면서 짐마차로써의 역할을 대신 해주다가, 그녀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그만 뒤처지고 말았던 것이다.

 결국 이 곳 저 곳을 혼자 헤매게 된 조종사는 결국 지치게 되어 근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한다. 해가 점점 저물기 시작해선지, 조종사도 피곤함을 느껴오는 중이었다.

  그 때, 마침 휴식을 위한 벤치를 발견했다. 하지만 그 벤치의 한 쪽은 움브라톤 출신으로 보이는 남성 한 명이 보였다. 그는 굉장히 어두운 표정으로 한 숨을 푹 푹 내쉬고 있었다.

 



 무언가 큰 고민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 조종사는 그 특유의 오지랖을 이용하기로 했다. 짐을 잠시 내려놓으며 그의 옆에 앉은 조종사는 그에게 질문을 건넸다.


 "무언가 큰 고민이 있으신가요?"


 그러자 남자는 고개를 살짝 돌려 조종사를 흘끗 쳐다보더니, 이윽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 애들은 가렴. 절대로 이해 못 할 거야."


 미성년으로 보이는 사람은 잘 모를까봐 무시하는 것일까?  조종사는 거드름을 피우며 끈질기게 고민을 재촉했다.


 "걱정마요! 이래뵈도 여러가지 사건를 해결한 적 있다구요!"

 "...... 그런 게 아니야."


 여전히 말하는 것을 꺼리는 남자. 허나 조종사의 의욕 넘치는 눈빛에 남자는 결국 한 숨을 한 번 더 내쉬며 입을 열었다.


 "... 최대한 돌려 말할게."

 "엥? 돌려서요?"


 그의 이상한 말에 조종사가 의문을 표했지만, 남자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오랜만에 일터에서 일찍 퇴근을 하게됐거든. 그래서 집에 잠깐 들어갔다가 일찍 퇴근한 김에 아내한테 줄 선물을 좀 사가지고 오겠다고 했어."

 "네, 그런데요?"


 남자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진다. 잠시의 침묵이 이어지다가, 남자는 멈춘 말을 다시 내뱉었다.


 "... 그런데 아내가 기뻐하면서 목욕하고 기다리겠대..."

 "......"


 남자는 두 손으로 얼굴을 덮으며 고개를 떨궜다. 그렇게 무거운 분위기와는 달리, 그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없었던 조종사는 다시 질문을 던졌다.


 "저... 그게 어떤 문제가...?"


 허나 남자는 대답은 하지않거 더욱 슬픔에 빠진채로 부르짖는다.


 "문제야아아~! 어어엄 청 문제라궈어어어~! 역쉬 넌 나를 이해모테! 으헝헝헝헝!"


 그렇게 부르짖기 시작한 남자는 그대로 일어서더니, 울면서 거리 저 편으로 달려가 사라져버렸다. 워낙 순식간의 일인지라 조종사는 어떻게 손를 쓸 시간도 없이 그 벤치에 방치되고 말았다.

 잠시 뒤, 조종사가 사라진 것을 알아챈 엘시가 그를 찾으러 돌아올 때까지, 벤치에 앉은 채로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었다.

















 짐 정리를 위해 레디젤 렌치가 임시로 거주중인 레디젤 사막의 한 캠프. 조종사의 양해 속에서, 엘시 일행은 이 곳에서 하루 묵기로 한다.

 




 엘시는 신이 난 채로 쇼핑해온 짐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마침 샌드버그 사냥을 위해 출동한 사메야마와 이브는 중앙에 피워논 모닥불 근처에서 일행들과 난장판을 일으키고 있었다.

 



마지는 어딘가에서 구해온 납작한 폭탄들로 신중히 카드쌓기를 하는 중이었다.




 카프카는 모닥풀 옆에 앉아 조용히 잠을 청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앉은 채로 앞에 타오르는 모닥불을 응시하는 조종사. 아직까지 저녁에 있었던 남자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것 때문에 여태 생각에 잠겨있었고.

 이브가 그의 곁에 앉으며 조종사의 상태를 살펴본다.


 "무슨 생각을 하고있어?"

 "아, 이브."


 이브에게 아까 움브라톤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언제부터인지 카프카도 잠에서 깨어나 조종사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음... 무슨 뜻이지?"

 "목욕을 하면 안되는 사정이 있는걸까? 신체적으로 뭔가 문제가 있다던가..."

 "그러면 남자쪽에서 먼저 말리지 않았을까...?"


 각종 추측이 난무했지만, 정확한 결론을 낼 수가 없었다.



 그 때였다.









 일 때문에 여기 왔다가 책만 주구장창 읽고 있는 예리아가 일행의 뒤통수에다가 대고 한 마디를 한다.







 "아이테르 군. 세상엔 모르는 것이 약일 때도 있는 법이란다."



 그 말을 끝으로 예리아는 다시 책을 읽는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말을 들은 조종사와 일행은 여전히 물음표만을 띄운 채로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