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줄 요약 보려면 밑으로 내려가시오.

최근 바이알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간 것을 보았는데, 어떻게 하면 주류 보관 및 나눔에 적합한 바이알을 찾고 고르는 지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제 궁금증도 해소할 겸 이렇게 조사를 진행하였고 여러분들과 공유하고자 이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한번 나눔을 받으면서 버릴 뚜껑이 하나 있어 이를 분해하면서 바이알의 구조와 주류 보관 및 나눔에 용이한 바이알을 찾고 고르는 법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모든 유해성 조사는 당연하게도 상온(20도) 기준입니다. 이를 임의로 가열하면 없던 유해성도 생길 수 있고, 이로 인한 유해 물질 노출은 글쓴이의 책임 밖입니다.

우선 바이알은 사진에 있는 것 처럼 생겼고, 구조 또한 사진에 있는 것 처럼 유리 몸통, PP재질 검은색 뚜껑, 그리고 가장 오른쪽의 흰 속재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속 재질은 '라이너'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유리 몸통, 뚜껑, 라이너 이렇게 3가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유리야 당연히 알코올과 반응하지 않으니 우리는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뚜껑은 대부분 PP(Polypropylene)로 되어있습니다. PP재질의 경우에는 알코올에 대한 매우 강한 내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 또한 특수한 경우 이외에는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문제는 저 흰색 부분, 라이너의 재질입니다. 라이너는 부품의 마모 및 변형을 막기 위해 부착되어 있는 작은 판인데, 이는 라이너 + 충격 흡수용 PE 폼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는 안타깝게도 보통 PP재질로 만들지는 않습니다(왜지?). 라이너의 재질은 크게 4가지 재질(다른 특수한 재질 또한 있을 수 있습니다)로 이루어져 있는데, 고무, 실리콘, PET(polyethylene terephthalate), 테프론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 재질 중 알코올 보관에 적합한 재질과 적합하지 않은 재질이 있습니다.

첫번째 재질, 고무 라이너는 존재는 하지만 보통 우리가 사용하는 바이알에 넣어놓은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래도 가끔 찾아보면 고무 라이너 바이알이 존재하긴 합니다. 그런데 주의할 점은 고무는 정말 여러가지 종류의 고무가 존재하는데, 보통 재질 표기에는 고무라고만 적지 이것이 Nitrile이다, Silicone이다, EPDM이다, 이런 식으로는 표기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고무는 알코올과 반응하지 않는다는 말만 듣고 사용할 수 있는데, 반응성 표기표를 참고해서 보면, 고무의 재질에 따라 Ethanol에 반응할 수 있는 재질이 있고 반응하지 않는 재질이 있습니다. 저희가 사용하는 고무가 어떤 종류인지 시중에서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반응하지 않는다는 지식인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고 사용하지 마시고 그냥 고무 라이너 제품은 주류 보관용으로 사용하지 맙시다.

두번째 재질, 실리콘입니다. 의외로 조사하기 매우 힘든 재질이었는데, 왜냐하면 출처를 알 수 없는 연구 찌라시들과 72시간 동안 물과 알코올에 실리콘 젖병 소재를 넣었더니 실록산이 검출되었다나 뭐라나 하는 이야기들이 오고 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처음 글을 썼을 때 제가 이러한 찌라시가 섞인 여러가지 개씹ㅈ이버 글과 Silicon에 대한 Alcohol의 반응성(여기서 Silicon과 Silicone은 다른 물질입니다. 저도 이걸 햇갈림.)을 잘 못 학습하다 보니 잘못된, 편향된 정보를 말씀드린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내가 다시는 네이버 글 참고하나 봐라... 모든 건 기업 연구자료, 논문이 체고시다!


다시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실리콘은 우리가 마시는 맥주, 와인, 화이트 스피릿, 위스키 및 럼에 반응하지 않는다는 조사를 얻었습니다. 재료 공학과 관련된 기업에서 연구한 Silicone membrance compatibility chart를 3곳 이상 확인해보았습니다. 각각 모두 hard drink, 즉 알코올이 포함된 음료를 통한 실험을 하였을 때 실리콘과 알코올이 A-Excellent 등급, 즉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알코올에 대한 사용 주의가 있긴 하나 이는 실리콘의 조직이 치밀하지 않아 증발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지 인체에 유해한 영향이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므로 실리콘은 주류 보관용으로 적합한 것 같습니다. 다만 장기 보관시 알코올의 증발에 관한 주의 및 우려가 있으므로 장기 보관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출처 및 관련 문헌 : Rubber Chemical Resistance Chart, Rubber Compatibility Chart - Mykin Inc

MedArray, Inc. (permselect.com)

Silicone Membrane Chemical Compatibility Chart | TYM


세번째 재질, PET(polyethylene terephthalate)입니다. PET의 경우 가장 제가 조사하기 힘든 재질이었습니다. 어떤 곳에서는 50% 이상의 알코올 함유 용매와는 사용하지 말 것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또 어떤 곳에서는 130 proof 알코올에도 버틸 수 있는 FDA 인증 주류용 플라스틱 바이알을 파는 곳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가 마시는 주류의 경우에는 괜찮은 듯 합니다. 많은 PET의 내약품성을 조사한 표에서는 대부분 30일 이상 Ethyl alcohol을 보관하였을때 매우 적은 손상 또는 아무런 손상이 없다는 결과과가 나왔으며, 출처에서는 우리가 마시는 beer이나 white spirit으로도 실험한 모양인데, 이 화이트 스피릿의 도수가 얼마인지는 나와있지 않으나 무해하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따라서 PET 라이너도 주류 보관에 적합한 재질인 것 같습니다.  

출처 및 관련 문헌 : 050303GeneralChemicalResistanceofPET-20050303-003-EN-v1.doc (filmsandgraphics.com)


네번째 재질, 테프론입니다. 가장 반응성이 낮은 물질 중 하나로 알려져 있는 테프론은 당연하게도 알코올에 매우매우매우강한 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테프론은 쓰는 것이 가장 마음 고생 없으면서 가장 주류 보관에 적합한 재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테프론 라이너는 두 가지 결점을 가지고 있는데, 하나는 비싸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테프론 라이너가 뚜껑 밀봉 불량률을 높인다는 것입니다. 테프론 라이너를 사용하면 바이알을 택배로 보낼 시 제 경험상 4병 중 1병은 누수가 일어났습니다. 다행히 이 누수는 시음이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고 그냥 견출지의 볼펜 글씨를 녹여 알아보기 힘들게 하는 정도의 불편함이라, 감수하고 사용해도 됩니다.


여기서 호기심에 저처럼 바이알 뚜껑은 분해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라이너를 보면 플라스틱 코팅이 되어있는 스티로폼처럼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어 혹시 이 코팅이 벗겨지거나 손상되면 스티로폼이 알코올과 만나 반응하거나 용해되어 우리 몸에 큰 해를 끼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는 앞에서 말하듯이, 스티로폼이 아닌 PE 폼으로, 스티로폼과는 다른 재질입니다. PE는 크게 보통 LDPE와 HDPE로 나뉘는데, 이 둘 모두 에탄올에 강한 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험에 따르면 95%의 Ethanol과 30일 이상 접촉시켰는데 HDPE와 LDPE 모두 손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우리가 쓰는 PE foam은 LDPE로 만드는데, 이 또한 알코올에 내성이 강합니다(영문위키 왈 Excellent resistance!). 따라서 우려한 일은 일어나지 않으니 크게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출처 및 관련 문헌 : Chemical Compatibility Chart - LDPE, HDPE, PP, Teflon Resistance (calpaclab.com)

Microsoft Word - Chemical Resistance Chart.doc (cretexseals.com)

Plastic Container Guide | Litesmith

Low-density polyethylene - Wikipedia


그럼 또 이러한 질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엥 위스키 바이알에 보관하다 보면 PET 라이너의 경우 위스키 색으로 변색되던데? 이거 안전한 거 맞아? 네! 괜찮습니다. 왜냐하면 플라스틱은 액체를 완벽하게 차단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플라스틱 병이 물이나 알코올을 넣어두고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무게를 재어보면 플라스틱의 미세한 틈새를 통해 액체가 빠져나가 무게가 가벼워집니다. 이 말인 즉슨 위스키가 플라스틱으로 스며들어 변색을 시킬 수 있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반응하지는 않으니 안심하세요.

본문의 내용과는 관련없지만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었는데, 물의 투과율이 알코올 투과율보다 높아 40 ABV 주류를 넣고 오랜 시간을 기다리면 도수가 높아지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 입니다. 그럼 혹시 짐 빔을 넣고 오랜 시간 기다려서 부커스로 만들어버릴 수 있나???

 


세줄 요약)

1. 병과 뚜껑 재질은 신경쓰지 말라. 유리든 PP든 알루미늄이든 안전하다.

2. PE 폼은 괜찮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3. 라이너의 재질은 실리콘, PET도 괜찮다. 정 불안하면 믿고 쓰는 테프론.


한줄 요약)

믿고 쓰는 삼우과학.



언제나 그렇듯이 오류 지적 환영합니다. 댓글로 지적해주시면 다시 조사해보고 바꾸겠습니다.


후 조사하고 쓰는데만 5시간이 걸렸네...

+수정 2023.11.01) 실리콘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적은 것으로 확인되어 바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