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자이렌 여신의 가호아래 아일랜스 대륙의 인간들은 전에 없을 태평성대를 누리고 있었다.

비록 몇십여년전 발생한 마족 대침공을 이겨내며 그 과정에서 당대의 성녀를 희생하는 손실이 있었지만,
역으로 여신의 대리자인 성녀가 과감한 결단으로 자신을 희생하며 세크리파이스를 침공 초기에 발동하여 마왕군의 선발대를 모조리 전멸시켜버린 덕에 인류는 큰 인적 피해나 물적 손실 없이 무난히 마왕군을 변경의 황무지로 쫒아낼수 있었다.

이후 성황의 인도 아래 오염된 각 지역을 엘자이렌교의 주교급들이 퓨리피케이션을 통해 정화하며 성기사단의 발빠른 대처로 마족의 땅 경계선에 방어선을 구축하였고, 이후 수차례 일어난 마족의 침공을 성공적으로 막아내며 인류의 황금기가 도래한 것이다.

그래... 분명 그랬을 터였다...

대륙력 665년에 발생한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
.
.

------------------------------------------------
대륙력 665년

'으음... 잠시 잠들었었나...'

커다란 나무 위에서 짐가방을 끌어안고 앉아 휴식을 취하던 와중에 잠시 잠이 들었나 보다.
잠에서 깨어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새 아침해가 떠오르며 나뭇잎 사이사이를 통해 하루의 시작을 고하고 있었다.

주변에 크게 위협이 될만한 몬스터나 야생 들짐승은 없다지만
아무래도 휴식을 취할때는 무방비한 상태가 되기에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나무위로 올라가 휴식을 취했건만
정작 잠이 든 사이에는 아무 일도 없었던듯 하다.

털썩

먼저 짐가방을 나무 아래로 던져놓고 잇따라 나무에서 뛰어내리는 핑크빛 장발에 가죽 망토를 뒤집어 쓴 여인
'조금만 더 기다려줘요... 반드시...'

잠깐이나마 편함을 추구한 자신을 나무라는듯 인상을 한번 구기고는 다시 갈길을 나서는 이 여인의 이름은 [플레이어 이름].


아직 앳되보이는 외모와는 다르게 걸음걸이에서 절도가 느껴지고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흩날리는 망토 밑으로는 여인의 몸으로는 가누기 힘들것 같은 중장갑 무장을 한 이 여인은
최근 모험가 길드에 등록을 마친 신참 모험가 이다.

신참 모험가 치고는 과하다 싶은 장비를 착용하고 있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자면
먼저 '인류의 황금기'와 역사상 최악의 시대라 불리는 지금의 '인류의 암흑기'를 알아봐야 한다...

.
.
.


------------------------------------------------
대륙력 630년, 역대 최강이라 불리웠던 마왕의 대침공을 성녀의 세크리파이스로 막아내고, 마족들이 퍼트린 대지의 오염을 퓨리피케이션으로 정화하며, 성기사단의 '방벽'을 통한 안보 확보로 인해 분명 인류는 황금기를 맞이했다.

상인들은 더이상 마기에 취한 몬스터들의 서식지를 벗어난 폭주상태를 마주할 위험을 걱정하지 않아도 됬고
마족과 인류의 전선에서 이탈한 마왕군의 탈영병들이 민가를 습격할 걱정도 없어졌으며
성기사단의 꾸준한 몬스터와 도적 토벌을 통해 수많은 무역로와 항구들이 다시 활발히 성장하였으며
여신의 자비라는 명목하에 신전과 성당에서는 전쟁난민과 상처입은 민중에 대한 구휼 정책을 활발히 하여
인류는 전례없는 인구수 폭증과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하지만 전례없던 평화가 너무 오래 지속되었던 탓일까...
어느새 인류에게는 삼십여년간 이어진 이 평화가 너무나 '당연시' 되었고, 마족들의 침공은 마치 연례행사 같은 취급을 하며
매년 마족들의 침공을 막으러 최전방으로 이동하는 성녀와 병사들을 배웅하는것이 축제처럼 굳어졌다.


하지만 인류의 눈부시고 찬란했던 황금기는 '그 사건'으로 인해 막을 내리게 되었다

.
.
.



------------------------------------------------
대륙력 647년, 대도시 팔세린의 어느 한 민가

응애! 응애! 응애!

"어머, 사장님! 축하드려요! 따님이셔요!"
"여신님 감사드립니다... 고생 많았어요 부인, 분명 당신을 닮아 현명하고 아름답게 커갈 우리 딸이에요"
"고마워요 서방님...우리 딸아이 얼굴좀 볼수 있게 조금만 더 가까이 와주실수 있을까요...?"

파세린의 만물 잡화점을 운영하는 레오넬은 36살의 나이에 방금 막 태어나 눈도 못뜬채로 세상을 향해 울부짖는 늦깍이 딸을 마치 세상에 다시없을 보물을 품듯이 조심스레 품에 안은채로 방금 막 출산을 마친 아내에게 다가갔다

------------------------------------------------
대륙력 656년

"아빠, 오늘이에요! 성녀님이 나쁜 악당들 혼내주러 가는날이요! 얼른 광장으로 가요!"
"그래, [플레이어 이름]는 성녀님을 정말 좋아하는구나"
"그럼요! 나중에 전 저렇게 이쁘고 착한 성녀님을 지켜주는 멋진 기사님이 될거에요!"
"응? 성녀님이 아니라 기사님이 되겠다고?"
"아이 참, 아빠두... 성녀님은 여신님이 선택하시는거니까 저는 그런 성녀님을 지켜주는 기사님이 될거에요!"
"하하, 아무래도 우리 [플레이어 이름]는 아빠딸이 맞긴 한가 보다! 하하"
"그러게 말이에요 ㅎㅎ 당신이 젊었을적에 모험가였던게 어디 안가네요"


------------------------------------------------
대륙력 664년, 성기사단 팔세린 지부 훈련장

"하앗!"


텅!~



"거기까지! 승자! [플레이어 이름]!"




"이야... 저녀석이지? 우리 성기사단 역대 최연소 입단자"
"맞아, 처음 입단 시험장에 나타났을땐 곱상한 외모때문에 어디 귀족가 자제가 취미삼아 들어오려는줄 알았는데..."
"저정도 미모면 팔세린 제일, 아니 사실상 아일랜스 전체에서 상위권 아니냐?"

"외모도 출중해, 실력도 좋아, 성격도 호탕해... 벌써부터 리히트 녀석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단원들한테 노려지고 있다던데?"
"어차피 우리같은 쩌리들은 가망도 없을테니 그냥 눈호강 시켜주는 저 외모에 감사나 하자고..."



전직 모험가이자 현 상인인 아버지 레오넬의 외동딸로 태어나,
한평생을 성녀의 호위기사단이 되는것을 꿈꾸며 단련해 왔으며,
이제 막 17살의 꽃다운 나이에 최연소 성기사단으로 입단한 [플레이어 이름],


빼어난 외모와 출중한 실력을 바탕으로 성기사단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굳히며
성녀 직속 호위단까지 올라가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 사건'이 발생했다...




------------------------------------------------
대륙력 665년

그날도 여느해와 마찬가지였다. 특별히 다를것도 없었다.

딱히 특이사항이랄것도 없었고, 매년 이맘때쯤 흉포해진 마물들을 앞장세워 마족들이 '방벽'으로 몰려드는건 연례행사같은 느낌이었다.


비록 이전 대의 성녀가 순례순방도중 방문한 수해지역에서 과도한 신성력 소모와 지역 열병, 그리고 과로로 인한 스트레스로 과로사 한지 몇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곧바로 새로운 성녀가 발견되었고 이미 몇차례 마물침공도 무사히 넘겼었다.


최근 몇해간은 쳐들어오는 마물들의 숫자도 이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고 하기도 하고, 얼마전 새로 부임한 성녀는 역대 최강의 신성력을 보유했다고도 하니 올해 역시 큰 문제 없이 마물침공을 넘길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대륙 최대규모 도시 슬라인에서 대주교가 신탁을 통해 올해의 마물침공 시기를 예언할때까지만 해도 모두가 그리 생각했었다...





"방패 간격을 충분히 좁혀라! 신성력을 두른 너희의 방패는 마물들의 산성액이든 하급 마족들이 날리는 화염구든 막아낼수 있다!"

"거기! 가만히 있지 말고 할거 없으면 궁수들에게 화살 보급이나 해줘!"

"할수 있다! 엘자이렌 여신께서 우리를 굽어 살피신다!"



밀려드는 마물들과 마왕군을 상대로 수성전을 펼치는 인류 최대이자 최강의 요새, 통칭 방벽.

전세는 팽팽했으나 통계학자들이 분석한대로 마족침공의 규모는 해가 거듭할수록 규모가 서서히 줄어들고 있었고

올해는 왠지 유독 적군들이 적극적이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들도 이 의미없는 침공에 지쳐가고 있다는 뜻일까, 저들도 저들 나름의 사정이란게 있는것일까...


방벽의 수비대장은 공세가 잦아들 기미가 보이자 경험을 쌓게 하기 위해 경력이 적은 병력들을 방벽 위에 세워두고 

마치 훈련이라도 하는듯 느긋한 모습이었고, 성녀 역시 올해도 무사히 공세를 버텨내었다는 안도감에 긴장하여 굳어있던 자세를 풀고 있었다.



그리고 이미 한번 침공을 겪은 [플레이어 이름역시 이 방벽에서 신참 병사들을 다독이는 역할로 참전해 있었다.


"어이, 그렇게 어깨에 힘을 잔뜩 주고 있으면 금방 방패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게 될거다. 어깨가 아닌 허리와 하체로 버티고 상체는 방패의 자세를 고정하는데에만 사용하는게 장기전을 고려했을때 더 좋을거야"

"가... 감사합니다! 성기사단의 에로ㅅㅡ... 아... 아니... 백부장님!"

"에ㄹ... 에? 뭐? 뭐라고 했어? 미안, 방금 화염구 폭발 소리때문에 못들었어!"

"아... 아닙니다! 지적 감사합니다!"






그시각, 대도시 팔세린


"후우... 아무리 우리 딸이 잘났다곤 하지만... 그래도 역시 불안하구려..."

"당신도 참... 애도 아니고, 성녀님 직속 호위단을 잡화점 점주가 걱정을 하는걸 알면 다들 웃을거에요...ㅎㅎ"

"그 고운 얼굴에 상처라도 생기면... 어흑..."

"작년에도 아무 상처 없이 잘 다녀왔잖아요. 걱정말고 얼른 여기 재고표 정리나 좀 도와줘요"


쿠웅....


"알겠소... 응? 무슨소리지?"

"어머...? 어디서 마차 사고라도 난걸까요...?"



그것은 매우 이질적이었다.

마치 이곳에 존재해서는 안되는 것이 존재하는것처럼...

마치 물속에서 불이 붙은것처럼...


처음엔 허공에 뜬 작은 점처럼 보이던 그것은 점점 커져갔고

이윽고 공간을 가르는 집 한채 크기의 틈이 벌어졌다.


고대에 실족되었다고 알려진 마법...

'게이트' 였다.


대로의 시민들은 모두 가던길을 멈추고 이 이질적인 현상을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지켜보고 있었다


쿵...


쿵...

쿵...


쿵 쿵 쿵...

쿵쿵쿵쿵쿵쿵


게이트 너머에서 울려퍼지는 고동은 점점 커졌고 그 숫자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게이트를 통해 넘어온것은...



크오오오오오!


마물이었다. 

그것도 흔히 볼수 있는 코볼트나 고블린이 아니라,

지하던전이나 마족령 경계선의 방벽에서나 볼수 있는, 마왕군 최전방의 돌격대장... 미노타우르스 였다



"꺄아아아아아악!"
"도... 도망쳐!!! 마물이 여긴 어떻게!!"
"겨...경비대!! 치안 경비대를 불러와!!"

"경비대가 아니야! 성기사단을 불러!!"



미노타우르스의 포효를 신호로 삼은듯,

게이트를 통해 넘어오는 마물들이 점점 늘어났고, 그 수는 수십에서 수백으로 눈 깜짝할 사이에 불어났다.



대도시 팔세린, 대륙 중앙에 위치하여 무역을 통해 성장한 인간의 도시

지금껏 인류 역사상 마왕군이 팔세린까지 침공한 적은 단 한차례도 없었고, 무역도시인 만큼 이곳 경비대는 주로 도적이나 약탈자들을 대상으로 한 전투훈련만 했을뿐... 마물이나 마족에 대한 대응법 같은건 알지도 못했다.

이 주변에서 나타나는 마물이래봐야 슬라임이나 고블린 정도였고, 그런건 주둔하고 있던 소수의 성기사단들로도 충분했으니까...



"세상에... 어떻게 이런일이..."

"여신이시여... 저희를 굽어살펴주시옵소서..."

"일어나서 달려! 가만히 있으면 죽어!!"

"엄마아아아 흐아아아아아앙"


도시는 순식간에 피바다가 되었다

게이트를 통해 넘어온 수백의 마물들은 주변에 혼비백산하여 소리지르는 인간들을 향해 달려들었고

여자라면 어리고 젊고를 가리지 않고 등에 메고온 뼈로 이루어진 '가방'에 집어 넣었고, 남자들은 잡아먹기 시작했다



"어디... 얼추 정리가 되었으려나..."


게이트를 통해 짙은 자주빛 피부에 은발을 한 마족이 걸어 나왔다.


그는 마치 자신의 동네를 산책하듯이 곧장 영주의 사저로 흥얼거리며 걸어갔다

일반적인 산책과 다른점이 있다면... 주변이 꽃밭이 아닌 피로 범벅이 된 거리라는 점과, 꽃향기가 아닌 피냄새로 진동하고 있었다는것...



그렇게 마족이 영주의 사저로 들어가고 얼마 후, 

마물들은 마치 시장에 가져온 가방이 가득찼으니 장을 다봤다는듯이 

곧바로 몸을 돌려 게이트를 통해 돌아갔다.


하지만 게이트가 다시 축소하고 사라질때까지, 마지막으로 걸어나온 마족은 나타나지 않았다.





마족의 땅 경계, '방벽'



거칠게 몰아치던 공세가 잦아들고 마물과 마족들이 물러나기 시작하자 방벽을 지키던 병사들이 환호하기 시작했다.


"올해도 어떻게 무사히 잘 넘겼군요"

"얼른 돌아가 씻고 싶은 생각 뿐이네요"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엘자이렌 여신께 감사를!"



수많은 병사들과 성기사단, 사제들이 어우러져 올해의 침공을 잘 막아낸것에 기뻐하며 안도하던중 갑작스런 외침이 들린다


"어...? 저... 저기! 후방 봉화대에서 연기가!!"


"뭐...? 우리가 봉화를 피운적이 없는데 뒤에서 연기가 보인다니 무슨소리야?"



봉화는 만일의 경우 최전선의 경계의 방벽이 뚫렸을 경우를 대비해, 다음 방벽에서 침공에 대한 대비를 하라는 연락수단으로 배치해 놓은 연락시설이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경계에서부터 도시로 전달되어야 할 봉화가 거꾸로 도시에서 부터 경계의 방향으로 피어오르고 있던 것이다.



"그럴리가... 아니야... 분명 뭔가 착오가 있던걸거야..."

"가족들은... 마을 사람들은...?"

"전군! 정신차리고 최소한의 장비만을 가지고 돌아간다!"

"거기! 당장 장비 챙겨서 튀어와! 당장 출발한다!"


"엄마... 아빠... 괜찬으신거죠...?"

.

.

.



참혹한 광경이었다.

몇겹이나 배치되어 있던 연락시설과 2차, 3차 방벽을 넘어 도시로 최대속도로 복귀하던 병력들은 지쳐있었고, 아무리 빨리 달려도 마지막 방벽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도시와는 통상 이틀의 거리였다.

그 긴 거리를 쉬지도 않고 먹지도 자지도 않으며 꼬박 하루만에 주파했지만, 그들앞에 펼쳐진 광경은 너무나 참혹했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아이들이 뛰어놀며 산책을 하던 꽃밭은 피칠갑을 하고 있었고

활기를 띄던 시장거리는 신선한 과일과 야채들 대신 반쯤 뜯어먹힌듯한 시체나 파괴된 건물의 파편들로 난장판이었다


곳곳에는 경비대와 시민들의 신체 일부가 뒤엉켜 있었고

부숴진 각종 병장기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뭔가 잘못되었다


마족의 침공은 방벽에서 완벽하게 막아내지 않았던가...?

그런데 어떻게 방벽의 뒤에 있던 도시가 이 모습일 수가 있는건가?



방벽 수비전을 마치고 정비할 시간도 없이 부랴부랴 최소한의 전투장비만을 챙겨 복귀한 병력들을 맞이한건 화환과 시민들의 환호성이 아닌

거리에 즐비한 시체들과 피비린내 뿐이었다


"생존자... 생존자가 있을지 모른다! 1할의 병력은 이곳에서 생존자 수색과 함께 잔해 철거와 인명구조를 실시한다! 나머지 병력은 계속 진군한다!"


병사들중엔 자신의 고향이 불타고 유린당한 모습에 주저앉거나 

마치 악몽을 꾼것이라고, 자신은 아직 방벽에서 싸우는 중일것이라고 몇번이고 자신의 뺨을 때려대는 이들,

몸뚱이는 어디가고 목 위로만 남은 머리를 감싸안고 주저앉아 오열하는 병사들이 속출하고 있었다


어수선한 병사들을 꾸짖으며 지휘관들은 신속하게 병력들의 분배를 마쳤고 서둘러 다음 도시로 향했다





"안되... 이럴순 없어..."

"여신이시여... 정녕 이것이 현실이란 말입니까..."



몇개의 도시들을 거쳐오며 같은 현상을 수차례 목격한 지휘관들은 망연질색할수밖에 없었다


분명 방벽에서의 수성전은 승리하였고

자신들은 또한번 인류를 지켜낸 영웅들이라고 생각했으나

막상 자신들이 목숨을 걸고 지키려 했던 것들이 무참히 짓밟히고 유린당한 모습을 몇차례고 목격하고 있자니

자신들의 신념과 행동에 대한 의구심마저 들게 했다



요새도시라 불리우던 파르아델, 부유함의 상징이던 팔세린, 심지어는 대주교와 성녀가 머무르는 슬라인까지...

인류가 거주하던 모든 도시란 도시는 남김없이 유린당하였고 넘쳐나던 인류의 자존심과 신념은 박살이 났다



그날, 인류는 역대 최고의 황금기의 끝과 함께 길고 긴 암흑기의 시작을 맞이했다






팔세린 도시를 지나칠때는 [플레이어 이름] 역시 자신의 집으로 달려가 부모님의 생사를 확인하고 싶었으나, 

성녀의 직속 호위단인 만큼, 슬라인의 대성당까지 성녀를 호위해야 했기에 두분이라면 분명 무사하실거라 믿고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새어나오는 피를 들이킬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도시들을 거칠때마다, 그리고 인류 최대의 도시 슬라인의 대성당이 불타는 모습을 목격했을때는 오로지 절망과 허탈감만이 온몸을 휘감을 뿐이었다.


대성당 앞은 마치 거대한 폭발이라도 있었던듯, 깊숙하게 패인 크레이터가 자리하고 있었고, 대성당에 피신해 있던 생존자들의 증언에 의해 성황이 자신의 한몸을 희생하여 성녀에게만 허락되었던 세크리파이스 주문을 통해 슬라인에 침공한 마물과 마족들을 길동무 삼아 폭사하였다는걸 알게 되었다.


인류의 정신적 지주이자 핵심 전력인 성녀가 주저앉았고, 그 모습을 대중에게 보일수 없던 성기사단 성녀 직속 호위대는 성녀를 몸으로 둘러 싸 벽을 만들었다.


몸으로 둘러싼 벽 안에는 주저앉은 성녀와 성녀를 부축하는 호위단 단장, 그리고 유일한 여성 호위대인 [플레이어 이름]만이 남아 성녀를 위로하고 있었다.


하지만 [플레이어 이름]은 누군가를 위로할 상황이 아니었다... 절망과 허탈감이 지나고 난 뒤에 속에서 끓어오르기 시작한것은 끝없는 분노...

무력하게 가족들을 지킬수 없었던 자신에 대한 분노

마족의 침공을 연례행사 취급하며 정작 도시의 방어에 소홀했던 엘자이렌 교단에 대한 분노


그리고 무엇보다... 어떤 방법을 쓴건지는 모르겠으나 무방비한 인류의 도시를 유린한 마물들과 그것을 지시한 마족과 마왕에 대한 분노였다



------------------------------------------------

'게이트' 사건 이 있은지 3달이 흐른 시점,


각 도시의 생존자들은 슬픔과 분노를 가슴에 묻고 도시를 재정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대다수의 시민들은 죽거나 실종되었지만, 상당수의 시민들은 '게이트' 사건이 발생하자 곧바로 각 도시별로 위치하고 있던 엘자이렌 교단의 지부로 피신하였고, 

엘자이렌 교단의 각 지부에는 주교와 사제들은 침공군을 물리칠수는 없었으나 교단 지부 건물에 성역 결계를 설치하고 경비대와 함께 도시를 돌아다니며 시민들을 피난시켰다고 한다.


덕분에 생각보다 많은 수의 시민들을 피난시킬수 있었지만, 그 구호활동 와중에 대다수의 사제와 주교들이 죽거나 다쳤으며, 그로 인해 엘자이렌 교단에서도 재해 복구에 전력을 다할수 없는 상황이라 복구는 더더욱 늦어졌다.


각 도시의 영주들 역시 '게이트' 사건 당시 경비대들과 앞장서서 시민대피를 도왔다.

하지만 '게이트' 사건에서 영주의 가족이라고 안전할수는 없었고, 그들 역시 대다수 자신의 가족들이 대부분 죽거나 다쳤다.


아일란스 대륙 전체에 어두운 기운이 막연하였고

엘자이렌 교단의 영향력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으며

각 도시의 치안 역시 이전과 다르게 크게 나빠져 도적과 약탈자들이 늘어났다


매 계절마다 순방을 돌며 사람들을 보살피던 성녀의 '순례' 조차 생략되었으며

성황을 잃은 엘자이렌 교단에선 성황의 공석을 채우지 못하고 대주교가 업무를 대부분 인계받아 수행하며 간신히 버티고 있었고

방벽에서 복귀한 이후 성녀는 큰 충격에서 헤어나오질 못하는듯 안절부절 못하다 대성당의 수련방에 들어가서 나오질 않고 있었다


이러한 엘자이렌 교단에 크게 실망한건 시민들 뿐만 아니라 호위단이었던 [플레이어 이름] 역시 마찬가지 였고,

한시라도 빨리 재정비 하여 수비만 할것이 아닌 마족의 땅으로의 토벌을 교단에 강력하게 제기 하였으나

돌아온 답변은 '현 인류에겐 같이 죽자는 꼴이 될것,' '지금은 토벌이 아닌 복구에 집중해야 할것' 뿐이었다


이 상태로는 도저히 가망이 없다고 판단한 [플레이어 이름]는 그날로 호위단의 직위를 내려놓고, 자신의 장비를 챙겨 나왔다.

------------------------------------------------





-------------------------------------------수정중 라인-------------------------------------------------

기본 골자
1. 대도시에서 부족하지 않은 평민의 가정에서 태어난 주인공
2. 어렸을적 부터 신앙심이 깊고 활발한 성격덕에 성기사단을 목표로 수행함
3. 17세가 되던해, 최연소 성기사단 단원으로 발탁되던 해에 마족의 침공이 발생할것이라는 예언을 통해 마족의 땅과의 경계선인 최전방으로 파견됨
4. 그런데 짜잔, 마족은 매번 인간들의 방위전선에서 어기적 거리다 성녀의 정화마법에 쓸려나가는걸 반복하다 보니 학습하여 주력 군단이 최전선으로 몰빵된 시기를 틈타 포탈을 열고 특공대를 대도시 수도로 보내 초토화 시킴
5. 당연히 성녀도 성기사단도 주력 방위군도 최전방으로 빠진 상태라 도시는 개판이 되고 이때 주인공의 가족들도 어머니는 실종되고 아버지는 살해당함
6. 뒤늦게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대도시로 병력을 회군시켰지만 이미 늦음. 대성당은 불타고 민가는 유린당했으며 성황은 마지막 발악으로 특공대를 대성당으로 끌어들여 스스로에게 '정화' 주문을 발동시켜 자폭하면서 전멸시킴
7. 분노와 절망에 휩싸인 주인공이 위에서 지시를 받아서 움직이는 성기사단으로는 유연하게 움직이는 마족들을 대응하기 힘들다고 판단, 성기사단을 나와 강해지고자 모험을 시작
8. 사실 마족이 대도시에만 포탈을 연게 아니라 인간들의 주요 거점인 항구도시나 무역도시등에도 열어서 수많은 학살이 벌어짐
9. 비록 각 도시의 주교급들이 앞장서서 마족들을 해치우긴 했지만 몇몇 주교들은 마족들에게 기생당하거나 살해당한후 마족이 주교로 의태하여 도시를 장악함
10. 이제 규모가 좀 있는 도시의 인간들은 모두 무의식적으로 마족으로 뒤바뀐 도시의 수뇌부들에 의해 강압통치를 당하거나 세뇌당하며 천천히 이교도의 세력이 확장됨
11. 이런 사실 꿈에도 모른체 오로지 강해져서 부모님 복수를 하겠다는 일념으로 눈이 먼 주인공
12. 게임 초반부는 아직 세계의 타락이 많이 진행되지 않아 패전후의 암울한 분위기로 이어지지만 인게임 기간이 경과할수록 점점 마을 npc들이나 분위기가 어두워지고 몬스터 레벨등이 점진적으로 높아짐
13. 게임 중반부쯤 되면 세계의 타락이 일정수치 이상 올라 대도시의 대성당에도 마수가 뻗쳐 성녀가 위협받게 됨
14. 플레이어의 선택지에 따라 성녀가 의태한 마족에게 겁탈당하고 육노예로 전락하면서 성녀의 인장이 주인공에게로 이전되거나 성녀를 구출하여 성녀를 동료로 받아들일수 있게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