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초등학교 때 범생이/따돌림 포지션이었어.

아이들은 일탈하는 거 좋아하잖아. 벨튀라던가, 경비아저씨 놀리기 같은 거.

근데 나는 그런 걸 안했지. 오히려 애들한테 훈계하듯이 이런 거 하면 안된다는 식으로 얘기하니까 선생도 아닌 내가 말하니 더 싫어했겠지.


근데 엄마는 그때 유행했던 학생회장 캐릭터에 매료되어있었어. 꽃보다 남자나 1박2일 이승기같은.

그래서 나를 학생회장 선거에 나가게 했지. 물론 나는 애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고 있었으니까 나가기 싫었고. 근데 아무도 못 말려 한번 빠지시면.

그래서 나는 혼자 선거운동하는 기분이 뭔지 참 잘 알아. 그  엿같은 외로움에 대해서 너무 잘 알아. 다 나를 싫어하는 공간에서 나를 어필해야하는 막막함을 알아.

근데 엄마는 나를 학생회장 만들고 싶다고 학부모한테 홍보문자 보내고...(선거규칙 위반이지) 창피는 내가 다 받고. 아직도 트라우마야 그건.

이런 학생회장 선거를 4번 나갔어. 다 떨어졌지. 기권표가 내 표보다 많았고.

선거 연설을 하면 들리는 야유소리는 아직도 생생하다.


아무튼 커서 대학교에 들어와서 학과 회장이 필요했거든.

근데 이게 힘든 자리다 보니까 다들 힘겨워하기도 하고 우리 과 애들이 묻어가는 스타일이라서 내가 해야겠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었어.

 애들도 다 내가 할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나도 어느정도 각오를 하고있었는데. 말씀은 드려야 할 것 같아서 회장해보려는데 하면 본가 자주 못들어갈 수 있다고 하니까.


근데 엄마는 자기 우울증이라고 자기 죽는 꼴 보고 싶냐면서 안된다고 하시더라.


나는 결국 뭐 회장은 포기했고, 결국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지. 내 의지로 다른 사람들한테 신용을 받고 내 의견을 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었어. 예전엔 그러지 못했으니까.  나는 그때 내 트라우마를 내 힘으로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 참. 인생이 막막해. 


엄마한테는 서운한점에 대해 말해도 못들은척하고.

다른 취미를 갖게하기에도 우리 집은 돈이 없어. 애초에 집 밖을 나갈 마음조차 없으셔. 언제는 내가 어느 지역에 취업할것같은지를 물어보고 따라오겠다는 듯이 부동산을 알아보자고 하시더라. 내 진짜 독립은 언제가 될까?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요즘 느끼는게 무언가가 나를 조여오고 있는 기분을 느껴.

시간이 얼마남지 않은 느낌이 들어.


의절하라고? 어떻게?

싸우라고? 우리엄마가 너무 불쌍한걸. 돈 없는 게 너무 서럽잖아.


난 요즘 가난을 체감하고 생활비를 어떻게든 줄여보려고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내거든.(알뜰폰을 쓴다거나/대용량으로 구매를 한다거나) 근데 그것조차 싫으신가봐.


이것말고도 말하고픈게 많은데, 앞길이 너무 막막해.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하려는 일도 잘 안되네. 자포자기해버린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