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글랜스 최후의 날

마수의 침공으로 성이 불타 여관에서 계속 지내는 미글랜스 왕.

국민들 앞에서는 강직함을 잃지 않지만 내심 복잡해 보이는데......



여관 아가씨 :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방은 어떠셨나요?


알도 :

좋은 숙소였어. 역시 미글랜스 폐하께서 애용하는 여관이야.


여관 아가씨 :

후훗......폐하가 애용하신다니 더 열심히 해야 겠네요.

하지만 왕족 분들도, 왕족이 아닌 분들도 저희에겐 모두 같은 손님이랍니다. 또 이용해 주시길 바래요.


알도 :

응. 고마워.


미글랜스 왕 :

오오, 알도군.


알도 :

미글랜스 폐하.....! 돌아오셨군요.


미글랜스 왕 :

음. 이젠 여기가 내 집 같구나.

부흥이 일단락되기까지 당분간 신세를 좀 지게 되겠어.


알도 :

성은 그냥 두고 도시의 부흥을 우선하다니, 미글랜스 폐하께선 정말로 좋은 왕 같습니다.

앞으로도 이 나라를 이끌어 가 주세요.


미글랜스 왕 :

.........


알도 :

......왜 그러십니까? 제가 혹시 결례를 저질렀나요?


미글랜스 왕 :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신경쓰지 말게.


알도 :

.........


-

미글랜스 왕 :

나라를 이끌어 달라.....인가.

난 정말로 왕에......

......검을 신봉하는 이 나라의 왕에 알맞는 존재일까.....?


??? :

실례하겠습니다, 미글랜스 폐하!


미글랜스 왕 :

음.....벌써 아침인가.


근위병 :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오늘 예정 말입니다만......


미글랜스 왕 :

기사단장과의 면회였지.


근위병 :

예,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성까지 제가 동행하겠습니다!


미글랜스 왕 :

하하하......호위는 괜찮아. 자네는 돌아가도록 하게.


근위병 :

하지만......


미글랜스 왕 :

마수왕에게 따라잡혔지만 여전히 현역이라네. 아니면......날 신용할 수 없는 건가?


근위병 :

예......알겠습니다. 그럼 전 가보겠습니다!


미글랜스 왕 :

자...라키시스와의 면회인가........회의실에서 기다리고 있겠군.

직접 가 봐야지. 그럼 어서 가 볼까.


Quest Accepted



소이라 :

보고드릴게요, 라키시스 님~

창문 너머 꽃밭에 물을 주고 왔어요~♪


라키시스 :

......그건 내가 아니라 정원사의 의뢰 아닌가?


소이라 :

아......그랬었죠~ 역시 라키시스 님이에요~!


미글랜스 왕 :

실례하지, 라키시스.


라키시스 :

미글랜스 폐하.....!? 또 이런 곳에 혼자 오시다니......


소이라 :

안녕하세요 임금님~!


미글랜스 왕 :

오오, 소이라구나.

자네의 활약은 익히 들었다네. 『햇볕의 영웅』 공?


소이라 :

아니요, 당치도 않은 말인걸요~


미글랜스 왕 :

내가 시간을 뺏은 건가? 조용히 회의실에서 기다리도록 하지.


라키시스 :

아니오......중요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소이라 군, 잠시 바깥에서 대기해 주겠나?


소이라 :

네~ 임무 끝나면 또 보고하러 올게요~!


미글랜스 왕 :

.....훗. 꽤 애먹는 것 같군.


라키시스 :

일단 전장에 나서면 흠잡을 데 하나 없는 우수한 인재가 됩니다......

그것보다 오늘 의제에 대한 건데......

귀족의 서명으로 빨리 성을 수리하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미글랜스 왕 :

흠. 또인가......


라키시스 :

예......계속 볼품없는 모습으로 방치하면 국격이 떨어진다는 이유입니다.

일부 시공업자를 직접 매수해 마음대로 수리하려고 하는 자도 있고...... 


미글랜스 왕 :

물론 그만두라고 했겠지?


라키시스 :

당연합니다. 민간 설비 수리와 교통 복구로 보냈습니다.

......그런데 수법이 서서히 대담해지고 있습니다.


미글랜스 왕 :

귀족들도 곤란하군......

하지만 예로부터 이어진 혈통을 모두 부정하는 것도 어려워. 내가 세습으로 왕좌를 이어받은 이상은.


라키시스 :

예.......저주같은 걸로 치부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글랜스 왕 :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지. 현재 부흥 상황을 말해주겠나?


라키시스 :

예. 바르오키는 마수왕과 그 측근의 공격 이후로 별다른 피해는 없습니다.

카레크 습지와 세레나 해안......특히 세레나 해안은 마수의 잔당이 잠복해 있어 항시 경계 중입니다.

왕도는 마수군의 병사가 성 침공에 주력했기 때문에 손해는 최소한입니다. 현재는 복구가 거의 완료됐습니다.

문제는......


미글랜스 왕 :

.....역시 린데인가.


라키시스 :

그렇습니다.......직접 마수군의 공격을 받은 데다 지금도 잔당에게 시달리고 있습니다.


미글랜스 왕 :

암흑 대륙과 상당히 가까우니까. 전선 기지로 정비하는 게 늦어진 건 치명적이었군......


라키시스 :

전임 기사단장은 그걸 분해하며 퇴역할 정도였으니까요.

......마수군의 선전 포고에서 개전까지 너무 빨랐습니다. 이제와서 위안도 할 수 없고......


미글랜스 왕 :

좋아. 오늘은 린데를 찾아가 직접 시찰해야겠어.


라키시스 :

흠......꽤 서두르는군요. 린데 사람들은 준비할 틈도 없을 것 아닙니까.....


미글랜스 왕 :

오히려 그게 좋아. 평범한 삶을 보여주지 않으면 시찰하는 의미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네.


라키시스 :

확실히...말하신 대로입니다. 그럼 바로 마차를 준비할 테니 함께 가는 게 어떻겠습니까.


미글랜스 왕 :

음. 라키시스도 바쁘겠군. 일단 기사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나서 같이 가지.


라키시스 :

예! 감사합니다.


미글랜스 왕 :

난 먼저 가서 도시를 보고 있겠네. 도시 동문에서 합류하자고.


-

??? :

어라. 그 뒷모습은......


귀족 :

안녕하세요, 미글랜스 폐하. 여전히 전장에 있는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낸 듯한 모습이군요.


귀족 :

지저분한 일반 기사의 집합소에서 나온 게 바로 국민과의 접촉을 중히 여기는 현군의 증거죠.


미글랜스 왕 :

......이거 이거.

고귀한 신분인 귀공들이 이 보잘것없는 불탄 성에 구태여 무슨 일로 찾아 온 거지?


귀족 :

고귀하다니요......폐하의 위광에 비하면 저희는 길모퉁이의 돌멩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냥 저희가 보낸 수리공이 보이질 않길래......


미글랜스 왕 :

수리공이라면 있어야 할 곳으로 재배치했다네.

귀공들은 평생 이해할 수 없겠지만......

찬란한 성이 아니라 국민의 생활이 바로 나라의 모습이지.


귀족 :

아쉽네요..... 폐하의 눈에는 저희 귀족이 국민으로 보이지 않는 것 같군요.


미글랜스 왕 :

......서로 떠보는 데에 의미는 없을 텐데. 용건이 뭔가?


귀족 :

떠본다니 당치도 않죠. 그냥 저희 생각일 뿐인데......

......그 전쟁에서 영웅 알도의 도움이 없었다면 폐하는 목숨은 잃고 국민이 혼란에 빠졌을 겁니다......


미글랜스 왕 :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지?


귀족 :

시정자가 한 명이라는 건 정책이 지체없이 진행되는 반면 위험 또한 수반한다는 거죠.

폐하께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국민은 한순간에 불안에 빠질 겁니다......

게다가 폐하께선 스스로 전장에 서는 용맹한 마음의 소유자니까요.

만약에라도 무슨 일이 생긴다면 큰 혼란이 생길 텐데......

폐하께서 그 위험성을 모르지는 않겠지요?


미글랜스 왕 :

.........


귀족 :

그러니......감히 진언하겠습니다.

이번에 저희가 설립한 「귀족원」 에 시정을 일부 양도해 주겠습니까?


미글랜스 왕 :

귀족원.....?


귀족 :

저희 귀족 중에서도 엄선된 지혜로운 사람들이 모인 철학 집단입니다.

법을 망라하고 규율에 정통하며 명령을 숙지하는......그런 사람들이 한 데 모여 나라를 이끄는 거죠.......

그러면 폐하께서도 안심하고 전장에 나설 수 있는데.....어떻습니까?


미글랜스 왕 :

......마수군의 본대는 제압됐고 일부 잔당이 남아있을 뿐이다.

이제 목숨을 건 전투는 일어나지 않을 거야.


귀족 :

호오......마수군과의 전쟁으로 피폐해진 나라를 노리는 하이에나라고 생각하진 않나요?


미글랜스 왕 :

..........

......결국 이곳에서 결론을 내릴 순 없다네.

귀족원......이었나. 일단 생각은 해 두겠네.


귀족 :

......거절당했네요. 힘으로 호소할까요?


귀족 :

아니요. 여관에서 사는 왕이지만 그래도 왕은 왕이니까요.

언젠가 알게 될 겁니다. 왕에게 다시 위기가 오면 말이죠......


라키시스 :

..........

.....일부러 내가 들을 수 있도록 말하다니.

어디까지나 폐하를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해서 시정의 일부를 뺏는 것이 목적인데......

그들도 갑자기 국민의 지주가 죽는 건 고통스럽다는 건가.

......뭐, 혼자 생각해도 소용이 없으니까.

도시 동쪽이었나. 어서 마차를 불러야겠어.


-

라키시스 :

기다리게 했군요. 바로 린데로 갑시다.


미글랜스 왕 :

그래. 그럼 바로 출발하지.


-

마부 :

도착했습니다. 긴 여정에 수고가 많았습니다.


미글랜스 왕 :

오랜만의 바닷바람이 몸에 녹아드는군. 린데를 방문한 게 언제였는지......


라키시스 :

우선 미글랜스 폐하께서 직접 상황을 확인하시지요.

그동안 전 이전부터 이 마을에 시험적으로 배치한 기사들을 소집하겠습니다.


미글랜스 왕 :

그래. 그럼 등대 쪽에서 합류하지.


라키시스 :

예!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

라키시스 :

.....그런가. 역시 마수들은 아직 완전히 포기하지 않은 것 같군.


브리노 :

포기를 모르는 끈질긴 놈들이야. 전멸할 때 까지 기세가 멈추지 않을 것 같아.


디아드라 :

기사를 험하게 다루는 단장님이시군. 일한 만큼 받는 용병이 훨씬 나을 지경인데.


미글랜스 왕 :

모두 모인 것 같군.


디아드라 :

미글랜스 폐하.....?


브리노 :

......이거 놀라운데. 설마 왕이 직접 시찰을 나오다니.


미글랜스 왕 :

직접 시찰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도 있는 법이지.

국민은 열심히 살고 있지만.....역시 소모를 숨길 순 없는 모양이야.


라키시스 :

예. 저도 그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곳에 기사단의 거점......린데 지부를 세울까 생각 중입니다.


미글랜스 왕 :

흠. 그래서 그들을 시험적으로 배치했다고 한 건가.

그쪽 아가씨는......


라미나스 :

전 라미나스라고 합니다.

브리노 씨와 디아드라 씨...... 그 외에 주둔중인 기사 분들을 지원하고 있어요.

그리고 음.....아버지가 신세를 많이 지고 있나 보네요!


라키시스 :

......이쪽은 제 딸입니다. 폐하를 뵙는 게 어릴 때 이후로 처음일지도 모르겠군요.


미글랜스 왕 :

오오, 라키시스의.....! 못 본 새에 많이 성장했군.


라키시스 :

말괄량이라서 곤란했는데, 기사가 되니 말썽쟁이였던 때보다는 차분해진 모양입니다.


디아드라 :

지금도 늦지 않았어. 검술은 내가 알려줄게.


라미나스 :

모처럼의 권유지만......사양할게요. 제겐 지원이 더 맞는 것 같아서요.


디아드라 :

흠......기사단장의 딸인데, 아깝게 됐어.

마음 바뀌면 언제든지 말해. 네게선 이상하게 소양이 느껴지니까.


라키시스 :

이봐, 디아드라 군......딸을 유혹하는 건 곤란한데?


브리노 :

그런데 지부라고 했는데......우린 앞으로도 이 마을에서 계속 주둔해야 하나?


라키시스 :

그래, 그렇게 될 것이다. 미안하지만 실력있는 자에게만 부탁할 수 있는 일이니까.

당분간 시험적으로 현 상태로 운용하게 되겠지만.......


미글랜스 왕 :

......아니, 그럴 필요는 없어.


라키시스 :

흠.....? 미글랜스 폐하?


미글랜스 왕 :

미글랜스 왕가의 이름에 걸고, 이 땅에서 주둔 병단의 설립을 허가하지.

라키시스. 왕도로 돌아가는 대로 희망자를 모집하고 일개 대대 수준의 기사를 린데에 배치하게.


라키시스 :

정말입니까....!? 왕도에서 일개 대대 수준의 기사들이 빠지면 귀족들이 뭐라고 할지......


미글랜스 왕 :

......귀족 눈치를 보다간 어떤 시책도 진전시킬 수 없네.

그렇지만.....

브리노, 라미나스. 자네들은 여기 남길 바란다.

디아드라. 자네는 성으로 돌아가 아나벨을 보좌하게.


디아드라 :

흠.....뭐, 상관없어. 또 그 샌님을 지켜야 하나.....


미글랜스 왕 :

이름있는 병사의 배치를 조정해 귀족들이 분규하지 않을 정도로 균형을 맞추게.

라키시스. 기사단장으로서 솔직한 의견을 말해보게. 어떤가?


라키시스 :

아니오.......지당한 지시입니다. 저도 결재권이 있다면 똑같이 배치했을 겁니다.

하지만......


미글랜스 왕 :

음.....왜 그러지?


라키시스 :

......아니오. 아무것도 아닙니다.


미글랜스 왕 :

흠.....그런가?

그럼 시찰의 목적은 달성했군. 자세한 사령은 나중에 라키시스에게 전달하지.

난 성으로 돌아가 다음 단계로 시책을 진행하겠어.

앞으로의 일을 부탁한다네......힘을 가진 젊은이들이여.


라키시스 :

......앞으로의 일인가.

요즘 미글랜스 폐하께서 뭔가 이상하게 서두르는 것 같은데......

......아니. 분명 기분 탓일 거야. 이 불길함이 단순한 불길함으로 끝나길 바래야지.


-

라키시스 :

......미글랜스 폐하. 귀족들 말입니다만.......


미글랜스 왕 :

다 말하지 말게, 라키시스. 그들의 생각은 상상력을 조금 더해보면 알 수 있어.

준비 시간을 생각하면......수작을 부릴 때는 십중팔구 이 돌아가는 길이 되겠지. 


라키시스 :

예......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미글랜스 폐하는 마차에 타지 않고 제가 미끼가 되는 방법도 있는데.....


미글랜스 왕 :

그럼 서로 갈라질 위험성이 있어. 그리고 내겐 린데에서 쉬고 있을 시간이 없다네.

왕의 책무를.....다해야 하니까.


라키시스 :

그럼 그들의 생각대로 할 겁니까.....?


미글랜스 왕 :

그래. 그럴 생각이야. 위험은 잘 알고 있지만......위험으로부터 등을 돌리는 자에게 내일은 없다네.


라키시스 :

......폐하께선 정말 곤란하군요. 말을 꺼내면 듣는 시늉도 안 하신다니까요.


미글랜스 왕 :

후훗......서로 그런 것 같은데.

마부. 자네는 여기에 남게. 말은 라키시스가......


마부 :

......무슨 말입니까?

여러분이 왕의 책무를 다하겠다면 전 마부의 책무를 다해야지요.

위험한 길에서 손님을 버리고 도망치는 마부가 되고 싶진 않아요.


라키시스 :

곤란하군....... 국민까지 폐하를 닮다니.

......그럼 저도 기사단장의 책무를 다하겠습니다.

폐하와 마부의 목숨은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

마부 :

.....나타났네요.


미글랜스 왕 :

흠......저 모습. 급하게 준비한 마물 치고는 꽤 강해 보여.


라키시스 :

저와 폐하가 각자 하나씩 맡읍시다. 쉽지는 않겠지만 문제없이 벨 수 있을 겁니다......


??? :

꺄악--!!


미글랜스 왕 :

흠, 이 비명은.....!?


메이드 :

그만둬.....주인님의 명령으로 린데로 가고 있었을 뿐인데.....


메이드 :

죽고 싶지 않아..... 누가 도와줘.....!


라키시스 :

주인의 명령으로.....!?


미글랜스 왕 :

큭.....사용인을 미끼삼아 우리를 갈라놓을 생각인가!


마부 :

고, 고식적인 수단을......


라키시스 :

폐하, 도망치세요! 마물은 제가 전부......


미글랜스 왕 :

안돼! 내가 도망쳐서 라키시스가 저들을 구하러 가면 반드시 협공당할 거야!

아무리 미글랜스의 창이라고 해도 넷에게 협공당하면 무사히 끝나지 않아!


라키시스 :

하지만.....


미글랜스 왕 :

둘 정도라면 나도 죽지는 않겠지......그들도 그걸 계산했을 걸세!


라키시스 :

......알겠......습니다. 폐하, 무운을 빕니다......


??? :

그렇겐 안돼요!


미글랜스 왕 :

저 자는......!


떠돌이 검사 :

전.....떠돌이 검사에요!

도시에서 좋지 않은 이야기를 엿듣고.......가 아니라 우연히 들어서!

이렇게 달려왔어요.....!

이 옷의 위신에 걸고......국민의 빛이 되어 이끌겠어요!


라키시스 :

무리야.....! 그 마물을 둘이나 상대하려면 성기사 정도는 되어야.....


떠돌이 검사 :

지키겠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국민만큼은......!

크윽.....!!


??? :

.....빛이라.

그럼 빛에 유인당한 벌레가 한두마리쯤 있어도 이상하진 않지.


단검을 쓰는 여자 :

......가세하겠습니다. 이번에는 백일몽에 불과하지만요.


떠돌이 검사 :

당신들은......!


단검을 쓰는 여자 :

놀랄 때가 아닙니다. 마물은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애꾸눈의 남자 :

어떤 통격도 내가 막을 테니..... 너희는 마음껏 날뛰어라.


-

애꾸눈의 남자 :

전투가 끝나고 바람이 분다.....


라키시스 :

......미글랜스의 방패인가. 그런 걸 보여준다면.....

이 창도 녹슬었다고 할 순 없지!


미글랜스 왕 :

성검은 없지만 우리 왕가에 전해지는 보검은 건재하다......

이 위광, 그 몸으로 받아들여라!


단검을 쓰는 여자 :

......때가 됐군요. 저희는 이만.


떠돌이 검사 :

잠시만요! 여러분은......


애꾸눈의 남자 :

......아직 그 때가 아니다. 언젠가 꼭......


라키시스 :

자네들.....!


떠돌이 검사 :

(아, 아바마마.....!!)

그, 그럼.....저도 이만.....!


미글랜스 왕 :

.....기다려.


떠돌이 검사 :

윽.....!


미글랜스 왕 :

.....훗. 누구인지는 몰라도......

......그 모습, 지금의 자네에겐 정말 잘 어울리는군.


미유 :

.........

.....네! 감사합니다.....!


미글랜스 왕 :

......이제 가거라. 자네의 여정에 검의 가호가 있기를.

........


메이드 :

그것보다 저희만이 아니라 폐하의 목숨까지 노리다니......

마수의 잔당은 용서할 수 없어요.....!


라키시스 :

마수.....? 저건 마수의 짓이......


미글랜스 왕 :

......괜찮아, 라키시스. 만약 누군가의 사주였다고 해도 내 목숨이 위험했던 건 사실이니까.

그들의 말에도 일리가 있어. 시정자가 국왕 하나 뿐인 체제는 시대착오적일지도 몰라.


라키시스 :

하지만......


미글랜스 왕 :

......여기서 의논해도 소용없지. 왕도로 돌아가자.

데려다 줄 수 있겠나, 마부? 자네들도 같이 가는 게 좋겠어.


메이드 :

하지만 저희는......


미글랜스 왕 :

내가 마물의 습격을 받았다고 증언하겠네. 그들을 추궁할 처지는 아니니까.


메이드 :

가, 감사합니다.....!


마부 :

마차는 이쪽입니다. 자, 따라오시죠.


라키시스 :

미글랜스 폐하......당신은 설마 정말로..... 


-

마부 :

도착했습니다. 긴 여정에 수고가 많았습니다.


메이드 :

정말 고마워요. 어떻게 답례해야 할지......


미글랜스 왕 :

.....답례는 필요하지 않아. 자네들의 주인에게 잘 부탁한다고 전해주기만 하면 돼.


메이드 :

네.....?

......아,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가 볼게요.


라키시스 :

잘 부탁한다......라면. 저희가 상처 하나 없다는 것을 알면 좀 분해하지 않을까요?


미글랜스 왕 :

......글쎄. 그냥 가만히 있지는 않겠지.

아마 바로 뛰쳐나올 거야. 오히려 안 그러면 곤란해.


라키시스 :

......불길함이 사라지지 않아. 아니...... 이건 분명......


-

귀족 :

오오.....폐하. 무사히 돌아오셨군요.

도중에 마수들이 풀어놓은 마물이 폐하를 습격했다고 들었습니다. 상처는......

.....흠. 정말로 없나 보군요.


라키시스 :

잘도 태연한 말을.....! 네놈들 때문에 폐하께서 얼마나 위험했는지.......


미글랜스 왕 :

......그만해, 라키시스. 국민들 앞에선 평정을 유지해야지.


라키시스 :

국민......?


??? :

무슨 일이지.....?


??? :

미글랜스 폐하께 중요한 이야기를 할 거라고 귀족 분들이.....


라키시스 :

뭣.....!


귀족 :

여러분, 들어보세요. 이번에 우리 귀족 계급을 가진 사람들이 귀족원을 설립하게 됐습니다.


아가씨 :

귀족원......?


청년 :

뭘 하려는 거야.....?


귀족 :

귀족원이란 왕을 대신해 시정을 집행하는 자들입니다.


라키시스 :

멋대로 말하다니.....!


귀족 :

......어라. 이번 일로 두 분도 잘 알았을 텐데요?

왕 말고도 나라의 의사 결정을 결정할 기관이 필요하다는 것을......


미글랜스 왕 :

......그래. 그렇지.


라키시스 :

미글랜스 폐하!? 인정해선 안 됩니다.....!


미글랜스 왕 :

.....아니, 라키시스. 자네에겐 말 안 했는데.....

난 사실 린데의 부흥을 지도하는 걸 왕으로서의 마지막 업무로 생각하고 있었다네.


아저씨 :

마, 마지막......!?


아주머니 :

내가 잘못 들었나.....? 지금 마지막 업무라고.....


미글랜스 왕 :

마수와의 전쟁을 거쳐 모두가 강하고 억세게 성장했어......

......왕이 없어도 이 나라의 국민은 훌륭하게 살 수 있겠지.


라키시스 :

그렇다고 귀족들에게 시정을 맡기는 건......


귀족 :

이거 이거......폐하의 마음은 상상했던 것보다 저희 쪽에 더 가까웠던 게......


미글랜스 왕 :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난 귀족원에게 시정의 일부조차 양도할 생각은 하나도 없다네.


귀족 :

네.....?

아니.....잠깐만요! 그럼 아까 한 말은.....


미글랜스 왕 :

아까 한 말에도 아무 타의가 없다네. 지금 이 순간부터.....

......국민이 선택한 대표자에 의한 의회의 설립을 선언한다!


귀족 :

의회.....!?


미글랜스 왕 :

왜 혈색이 변한 건가?

귀족원과 본질이 다르지 않은데. 그냥 「국민이 선택한 자」가 그걸 집행할 뿐......

물론 귀족에게도 참가권이 있다네. 국민의 선택을 받기만 하면 돼.

분명.....철학 집단이었나. 그게 사실이라면 조작도 하지 않겠지?


귀족 :

윽......

.....예정이 바뀌었습니다. 일단 돌아가죠.

거기 비키세요.....! 구경거리가 아닙니다!


아저씨 :

저, 저기, 폐하......아까 한 말은 귀족들을 속이기 위한 책략이었나요?


미글랜스 왕 :

아니......어떤 이유가 있어도 난 국민들 앞에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네.


아주머니 :

그럼.....폐하가 물러난다는 건......


미글랜스 왕 :

......사실이지.

여기 있는 모든 이들에게 부탁하겠네. 국민들 중 적합한 자 몇 명을 알현실로 보내주길 바란다.

귀족들에게 빈틈을 주고 싶진 않다. 가급적 빠르게 그들을 대신할 제 1차 의회를 결성하고 싶으니까.


아주머니 :

......알겠어요. 당장 모두와 의논해 볼게요!


라키시스 :

미글랜스 폐하......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까.


미글랜스 왕 :

.....그래. 왕이란 것도 조금 있으면 사라지겠지.

이 나라도 미글랜스 왕국이라는 이름에서 벗어나게 될 거야.


라키시스 :

.........


미글랜스 왕 :

그렇게 복잡한 표정 짓지 말게......

사과라고 하기엔 이상하지만, 자네에게만큼은 진심을 말해도 괜찮겠지?


라키시스 :

......얼마든지요.


미글랜스 왕 :

후후.....이건 내 아집에 불과한 건데.

난 사랑하는 딸을 왕좌라는 좁은 자리에 가둬두고 싶지 않아.

우리 딸은 세상을 알고 세상 속에서 살아가야 진가를 발휘하는 그릇이니까.

그래서.....나는 내 대에서 왕위를 끝내는 게 사명이야.


라키시스 :

.....알겠습니다. 폐하의 결정이라면 전 마지막까지 지켜보겠습니다.


미글랜스 왕 :

고맙다, 라키시스......그럼 알현실로 돌아가자.


-

아나벨 :

결의가 확고하군요.....미글랜스 폐하.


미글랜스 왕 :

.....그래. 라키시스 정도로는 놀라지 않는군, 아나벨.


아나벨 :

놀라긴 했습니다. 다만 라키시스 님이 납득한다면 알맞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라키시스 :

.........


아나벨 :

제게는 지나치게 큰 역할이지만.....

미글랜스 폐하의 왕관을......여기서 받겠습니다.

......제대로 받았습니다.


미글랜스 왕 :

후후.....


아나벨 :

왜 그러시죠, 미글랜스 폐하?


카드리유 :

아니......난 이제 미글랜스 왕이 아니야. 그저 카드리유 벨럼 미글랜스일 뿐이지.

끝나고 보니 이렇게 허무할 줄이야......


라키시스 :

미.....아니, 카드리유 님. 오랜 시간 왕의 책무를 다하느라 수고했습니다......


카드리유 :

......라키시스. 앞으로도 좋은 친구로 친하게 지내줄 수 있을까?


라키시스 :

예.....! 과분한 말씀입니다......


아나벨 :

이어서......의회 설립을 시작합니다.

시정책 1호의 가결을 통해 정식 의회의 발족을 인정합니다.

지금부터 사회는 기사단인 제가 아닌 의회원인 여러분께 맡깁니다......


의회원 :

.....그럼 제가 하겠습니다.

우선 카드리유 님......

왕으로서의 책무는, 저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마음고생의 연속이었겠죠.

정말로......수고가 많았습니다.

그 책무의 일부라도 부담할 수 있는 것을 자랑스레 여기고 있습니다.

저를 포함한......초대 의회원들은 여기 모이기 전 시정책 1호에 대해 의논했습니다.

그 내용은......

「상징으로서의 국왕」을 세운다는 새로운 제도입니다.


카드리유 :

상징으로서의......


라키시스 :

......국왕?


의회원 :

즉.......단적으로 말하자면 카드리유 님이 다시 왕위에 올라가 주셨으면 합니다.


카드리유 :

뭐라고.....!?


의회원 :

......단, 지금까지와는 달리 시정은 저희 의회원들이 전력으로 담당할 것입니다.

그리고......왕이라고 해서 꼭 왕좌에 있지 않아도 됩니다.

이번 일로 저희 국민들은...... 「미글랜스 왕」에게 지나치게 의존해 왔다는 걸 알았습니다.

앞으로는 저희 국민들이 왕의 위광에 의존하지 않고......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고 싶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왕정을 폐지하면 국민들도, 기사들도 혼란스러워 할 것 아닙니까?

왕은 상징으로서......의회원은 시정자로서.

우선 왕의 책무를 대신하는 것부터 시작하죠. 이것이 시정책 1호의 내용입니다.


카드리유 :

..............


라키시스 :

카드리유 님.....?


카드리유 :

훗......겨우 어깨의 짐을 내려놓은 줄 알았는데.

지금 당장 해방될 수는 없나 봐.


라키시스 :

그럼.....!


카드리유 :

좋다. 다시 미글랜스의 왕으로서......

......아니,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상징으로서의 왕을 계승하지.


의회원 :

그럼 다시 한 번 왕관을......


미글랜스 왕 :

앞으로도 잘 부탁하네. 나의 친애하는 국민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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