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레르보 :

오랜만에 전 직장에 돌아왔지만 이 도시는 여전히 바쁘게 돌아가는군. 시간에 쫓겨서 심신을 쉬게 할 여유가 없어.

인간도 이 나무와 같은 속도로 초연하게 산다면 대지를 파괴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을 텐데......


꿈꾸는 세계수


쿨레르보 :

여긴 여전히 기분 좋은 장소야. 도시의 번잡함도 이 섬까지 닿지는 않으니까.


필로 :

음.....없네......분명 이 근처에 꽂혀 있었는데.


쿨레르보 :

음? 저 아이는......

거기 모자를 쓴 너......뭘 찾고 있지?


필로 :

꿈에서 본 삐죽한 검과 반짝이는 검을 찾고 있었어요.

이 나무 밑중에 검이 꽂혀 있어서 나무가 아프다고 울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검을 뽑아주려고...

너무 리얼해서 그만 큰나무 섬까지 와 버렸는데...역시 단순한 꿈이였나 봐요.....


쿨레르보 :

큰나무의 밑둥에 꽂힌 검.......옛 문헌에서 큰나무의 밑둥에서 검이 발견됐다는 기록을 읽은 적이 있는데......

너도 그걸 어딘가에서 보고 꿈을 꿨나 보네.

꽤 전문적인 지식이니까 이대로 지식을 늘려가다 보면 역사학자가 될 수 있을 지도 몰라.


필로 :

고마워요. 하지만.....제 꿈은 세계 제일의 나무꾼인 걸요!

......하지만 제가 목표로 삼은 건 나무를 베는 나무꾼이 아니라 베야 할 것을 베는 나무꾼이에요.


쿨레르보 :

그래. 네가 어른이 됐을 때 그 꿈을 이루듯이 나도 연구에 매진해야겠지.


필로 :

형의 연구......? 나무꾼을 연구하는 거낙요?


쿨레르보 :

난 식물에 관해서 연구하고 있어. 언젠가 지상을 몇 백년 전과 같은 녹음이 넘치는 곳으로 만드는 게 꿈이야.


필로 :

정말 굉장한 꿈이네요. 저도 형을 응원할게요!


쿨레르보 :

고마워. 이 아름다운 푸른 나무가 다시 한 번 그 대지에서 살 수 있도록 나도 평생을 바칠 생각이야.


필로 :

평생을 세계수에......


쿨레르보 :

이 나무는 내게 특별했거든. 어렸을 때부터 계속.


필로 :

에헤헤. 왠지 부끄럽네요.


쿨레르보 :

왜 네가 부끄러워 하는 거지?


필로 :

비밀이에요. 하지만 형에게라면 언젠가 알려줄 수도 있겠죠.

이제 슬슬 돌아가지 않으면 할아버지랑 할머니가 걱정하겠어요.

식물을 좋아하는 형. 언젠가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