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도 :

그 남매가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야.

밤의 영장기관에 납치당해서 무서웠을 텐데...우리를 웃으면서 맞이해 줬어.


세벤 :

동생 쪽은 병문안 갈 때 사 간 그 쓸데없이 휘황찬란한 가게의 케이크에 푹 빠져 있었지만.


알도 :

괜찮지 뭐. 마음에 생긴 상처가 조금은 나았다는 뜻이니까.

검사 결과를 들어보니 몸에도 문제는 없는 것 같고.


세벤 :

내 엘리멘탈을 나눠 줬으니까. 독기의 영향은 남아있을 리가 없지.



세벤 :

.......꼬마. 의식은 남아 있지? 지금부터 내 엘리멘탈을 네게 조금 빌려줄게......

그 엘리멘탈의 힘으로 네 안의 독기를 억눌러.


흄 오우거 :

가아아아아아아아......!


세벤 :

......자. 동생이 기다리잖아. 얼른 돌아가서 안심시켜 줘.



알도 :

그 때 세벤이 뭘 했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세벤이 그렇다고 하면 안심되네.


세벤 :

잘 모르면서 안심된다고.....알도 너 사기당할 상황엔 조심 좀 해라.


알도 :

아무나 무턱대고 믿는 건 아니니까 괜찮아. 그리고......

엘리멘탈이 어떻냐는 이야기는 몰라도 세벤이 굉장한 녀석이라는 건 알고 있으니까.


세벤 :

그건 뭐......당연한 말이지만.


알도 :

그 남매도 구해주러 온 세벤에게 크게 감사했지.

굉장해! 멋져! 라고 많이 칭찬했잖아.


세벤 :

......그녀석들 호들갑이 너무 심해.

샤먼의 소질이 귀중해서 구해주러 온 거였는데 날 히어로 취급하고.


알도 :

그렇게 말은 해도 그 남매는 세벤이 좋은 사람이라는 걸 이미 다 알아 버렸을걸.

아까도 오빠 쪽이 제자로 받아달라고 했잖아. 신뢰받는다는 증거야.


세벤 :

그런 건 됐고. 뭔가 안 내킨단 말이지......


알도 :

그런데 왜 보류하는 거야? 전에는 제자로 삼겠다고 했잖아?


세벤 :

그건......

......녀석에게 제대로 된 친구가 있는 것 같았으니까.


알도 :

친구가 있는 게 뭔가 문제가 있어?


세벤 :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정령 볼 수 있는 녀석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해?


알도 :

음.....반 정도?


세벤 :

틀려. 답은 한 명......나 혼자뿐이야.

알도의 시대랑 다르게 이 시대에서는 그런 걸 느낄 수 있는 사람조차 거의 없어.

신도 정령도 유령도 영화나 소설 속에서만 존재하는 판타지로 전락했거든.

평소에는 프리즈마에 크게 의존하면서 사실 정령은 존재하지 않았다......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니까.


알도 :

너무한걸......정령들이 자기 몸을 던져서 세상을 지켜 줘서 시층이 산산조각나지 않고 끝난 거잖아.


세벤 :

......자기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 그런 바보같은 녀석 뿐이야.

특히 학교란 곳은 규칙이나 규범같은 평범한 걸 좋아하는 녀석들이 모이는 곳이지.

정령이 보인다고 말해 봐. 거짓말쟁이로 불리거나 배척당해서 결국 붕 뜨게 돼.

샤먼이 된다는 건 그런 거야. 저 어린 애를 그런 신세로 만들 순 없잖아.


알도 :

세벤이 학교를 싫어하는 게 혹시 샤먼이라는 것을 부정당해서인 건가......


세벤 :

......글쎄. 남의 말대로 행동하는 건 성에 안 맞을 뿐이야.

그리고 정령의 존재를 의문시하는 공부가 부족한 교사에게 배울 일은 없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지금도 작은 정령 정도는 있을......텐데.......


 .............와줘......


알도 :

세벤? 왜 그래?


세벤 :

지금 뭐 안 들렸냐?


 ......도와줘......괴로워......


세벤 :

꼬마 목소리......?


알도 :

난 아무것도 안 들리는데......


 좁아서......괴로워......여기서 꺼내줘......


세벤 :

..........

역시 나 말곤 안 들리는 것 같아.


알도 :

그럼 그 목소리라는 게 뭘 전하고 있어?


세벤 :

그건......


 ......도와줘......누군가.....내 목소리......안 닿는 거야?


세벤 :

......날 부르고 있어. 그러니까 잠깐 가 볼게.

이 목소리에 답하는 건 분명 샤먼인 내 역할일 테니까.

알도는 돌아가도 좋아. 금방 끝내고 올게.


알도 :

아니. 나도 갈게. 나한테는 목소리가 안 들리지만 도움이 될 지도 모르니까.


세벤 :

......「정말로 들려?」라는 말은 하지 마.


알도 :

당연하지. 이런 상황에서 세벤이 거짓말을 할 리가 없잖아.


세벤 :

................응. 그래.

그럼 따라와. 샤먼의 소질이 없는 일반인이라도 없는 것보단 나을 테니까.

목소리의 방량을 보니 장소는 아마 감마 구역일 거야.


알도 :

알았어. 바로 가자.


-


세벤 :

.........그렇군.


알도 :

난 모르겠지만 근처에 있는 건가.


세벤 :

이 근처에 있는 작은 정령들이 소란스러워 하고 있으니까 틀림없어.

뭐, 찾아봤자 알도에게 보일 지는 모르지만.


알도 :

그건 괜찮아. 고대에서 몇 번이나 정령들과 만나 대화한 적도......

어라? 정령이라면 왜 목소리가 안 들리는 거지?

샐러맨더랑 그 권속과는 평범하게 대화했었는데.......


세벤 :

......대정령과 평범하게 대화하는 건 냉정히 생각하면 이상하지만...알도니까 그건 됐어.

몇 만년도 전의 정령은 지금보다 힘이 훨씬 강했어.

그래서 체내의 엘리멘탈량에 상관없이 볼 수 있고 대화할 수 있었겠지.

하지만 지금 이 시대에는 이제 누구나 인지할 수 있는 정령이 없어. 그러니까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거라고 생각해.


알도 :

그렇구나......


세벤 :

샤먼인 나도 이 고글 없이는 직접 볼 수가.......


??? :

세기의 대발명! 제노 프리즈마를 거치지 않고 자연의 힘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기술을 마침내! 마침내! 발견했습니다!


알도 :

......뭐지? 저쪽에서 누가 연설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아저씨 :

저 괴짜 할아버지 질리지도 않나 보네. 제노 프리즈마 없이 자연의 힘을 이용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지나가던 여자 :

그런 예능이 아닐까? 이제 과학자가 아니라 코미디언이라고 소개하는 게 나을 텐데.


에리나 :

왜 그래, 언니? 저 사람이 신경쓰여? ......흠흠.....안드로이드 쪽이 신경쓰인다고.......


알도 :

저기 있는 할아버지는......


세벤 :

왜? 알도가 아는 사람이야?


알도 :

어? 안 기억나? 전에 제노 도메인에서 만난 세벤의 힘을 연구한 사람이잖아.


세벤 :

아-......그러고 보니 그런 녀석도 있었지. 인상이 약해서 지금까지 잊고 있었어.


알도 :

잊기에는 임팩트가 큰 할아버지였을 텐데.


세벤 :

남의 얼굴을 기억하는 건 잘 못해. 그것보다 저 안드로이드......


과학자 :

우리의 생활에 빠질 수 없는 프리즈마. 대정령의 화석이라고도 불리는 이 기적의 돌은 수 백년 전부터 고갈 상태에 놓였습니다.

그걸 해결하기 위해 만든 제노 프리즈마도 지금은 그 안전성을 의문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죠.......

그래서 제가 생각했습니다! 프리즈마에 의존하지 않고 자연의 힘을 이용할 수 있을까라고!

그렇게 도달한 게 이쪽! 공기 중에 존재하는 정령의 힘을 자유롭게 다루는 샤먼 안드로이드!


알도 :

샤먼 안드로이드? 세벤같은 일이 가능하다고?


세벤 :

샤먼 안드로이드라.......


과학자 :

자연 에너지를 사용므로 고갈의 염려도 없고 오염의 염려도 없죠.

옛날에 지상에 존재했다는 자연 과학 왕국에도 지지 않는 이 기술...... 여러분께 보여드리죠!

토옷......!


 으윽......


알도 :

정말로 바람을 다루고 있어......

리이카도 자신을 만능이라고 소개했지만 안드로이드는 굉장한 걸.



리이카 :

......만능입니다!


알도 :

이봐, 세벤.......


세벤 :

...................


알도 :

세벤?


과학자 :

어라? 자네는 언젠가 만난 샤먼 군이잖아. 이제야 내 연구를 도울 생각이......


세벤 :

들 리가 없잖아.

그것보다 그 안에 있는 녀석을 꺼내 줬으면 하는데.


과학자 :

안에......? 글쎄? 무슨 말일까? 이 안에 사람이 있다는 건가?


세벤 :

당신이라면 사람을 집어넣을 법도 하지만...그 안에 들어간 건 사람이 아니야.

그 강한 엘리멘탈은 정령의 것이야. 그것도 작은 정령의 것도 아닌......더 강한 힘을 가진 정령의 것이야.


과학자 :

정령!? 그 이상한 연기가 정령이었다고? 크~ 그걸 알면 다른 장사법을 썼을 텐데.......


알도 :

이상한 연기......?


세벤 :

됐고.....얼른 그걸 꺼내!


과학자 :

잠깐!

안드로이드를 만지는 건 허락할 수 없어.....!


바람의 정령 :

으으.....겨우 나왔네......


알도 :

이건......코린다 벌판에 있던 녀석이잖아. 왜 이 시대에 있는 거지?

그리고 뭔가 투명해 보이는데......


지나가던 여자 :

어? 아무것도 안 들어 있지 않아?


지나가던 아저씨 :

뭔가가 흐릿하게 보이는 것 같지만......그냥 눈이 좀 피곤한 것 뿐이겠지.


에리나 :

언니. 저거......


알도 :

다들 반응이 다른데? 어떻게 된 거야?


세벤 :

안 보이는 거야. 정령을 인지할 수 있는지는 각자의 체내 엘리멘탈 보유량과 정령의 힘의 세기에 따라 결정되니까.


바람의 정령 :

......인간들...바람의 정령인 나를 가둬놓다니 용서 못 해.

그 교만함에 벌을 줄 테니까......!


지나가던 여자 :

꺅! 뭐야......또 바람이......


지나가던 아저씨 :

아야.....눈에 먼지가 들어갔어.......


에리나 :

......모자가 날아가는 줄 알았네.


바람의 정령 :

......어때? 이런 벌을 받으면 날 잡을 생각은 못 할걸.


알도 :

앗...정령이 사라졌는데......?


과학자 :

어? 잠깐 잠깐! 정령 군! 가지 마......!

나의.....나의 일확천금의 꿈을......


에리나 :

울고 있어......위로하는 게 좋으려나......


지나가던 여자 :

나이도 지긋해 보이는데 애처럼 울고 있잖아.


지나가던 아저씨 :

의미를 알 수 없는 발명을 보여놓고 남들 앞에서 울다니...나라면 부끄러워서 못 견디겠다.


세벤 :

......칫.

이 할아버지는 괴짜에다가 쓸데없는 발명만 하지만 진지한 사람이야.

아무것도 안 하고 비웃는 사람들보다 훨씬 나을 걸.


과학자 :

자네......! 역시 내 공동 연구자가 되고 싶은 건가......!


세벤 :

......안 한다고 몇 번이나 말해야 하는데. 남을 자기 뜻대로 조종하려는 사람이 제일 싫어.

그리고 안드로이드 안에 들어가는 건...사양하겠어.


과학자 :

아...안되나. 계속 들어가는 게 아니라 연구 자금이 모일 때 까지만 들어가면 되는데 수지맞는 아르바이트 아닌가?


세벤 :

안 할 거라고. 그리고......그런 걸 괴짜라고 하는 거야.

뭐, 됐어. 할아버지도 앞으로는 더 진지하게 연구해.


과학자 :

그러고는 싶어도 돈이 없어서......괜찮다면 내 자금 원조라도......


세벤 :

알도. 방금 그 정령을 쫓아가자.

그 정령...보통 녀석이랑 다른 느낌이 들어서 조금 신경쓰여.


알도 :

그래. 약해진 건 같았으니까 얼른 찾아야지.


세벤 :

약했어? 아까 그 녀석이?


알도 :

그도 그럴 게 몸이 투명했잖아? 힘을 잃어버린 게 아닐까 해서.


세벤 :

투명해......?

그래. 알도에겐 그 정령이 그렇게 보였구나.


알도 :

그렇게 말하는 건...세벤에겐 뚜렷하게 보였어?


세벤 :

당연하지. 난 샤먼이니까. 그 분야에선 알도랑은 단련된 기간 자체가 다르거든.

뭐, 힘이 약해진 정령이라면 나도 못 보겠지만......

그것도 포함해서 확인하러 가자.


알도 :

......하지만 어떻게? 완전히 놓쳤는데.


세벤 :

..........

......그래.....알아냈어.......


알도 :

세벤? 누구랑 말하는 거야......


세벤 :

이 근처에 있는 작은 정령들의 말로는 폐도 루트 99 쪽으로 간 것 같아. 지금이라면 쫓아갈 수 있을 거야.


-


세벤 :

......있군.


알도 :

쫓아와서 다행이야. 안드로이드 안에 갇혀 있어서 걱정했어.


바람의 정령 :

또 인간이야.....너희도 날 잡으려고?

그 할아버지도 그 하얀 옷 입은 인간도 날 굉장하다느니 기적이라느니 말하면서 좁고 어두운 곳에 가뒀는데.......

선량해 보이는 얼굴을 했어도 본성은 다 똑같아.


알도 :

너 다친 데는 없어......?


바람의 정령 :

절대 안 속아! 이번엔 당하기 전에 혼내줄 거야......!


세벤 :

하아......


알도 :

세벤. 뭐라고 말하는 거야? 그리고 왜 무기를 든 건데......


세벤 :

그래. 알도에겐 이 녀석의 목소리가 안 들렸지.

간단히 말하자면 너희를 혼내주겠다고 했어.


알도 :

뭐!?


세벤 :

자. 온다......


-


바람의 정령 :

아야야......정령인 내가 인간에게 당하다니......


세벤 :

그렇게 자만하니까 지는 거야. 맞설 거면 상대를 잘 보고 싸우는 게 어때?


바람의 정령 :

시끄러워. 쓸데없는 참견이야. 나도 시간을 들이면 강한 힘을 낼 수......어?

혹시 너....내 목소리가 들려?


세벤 :

뭐랬더라? 버릇없는 인간에게 벌을 준다......고 했지? 부끄럽지도 않아하고 잘도 그런 말을 하는군.


바람의 정령 :

부......부끄럽다고? 대체 왜? 난 천벌을 제대로 줬어.

잘 가꾼 머리 모양을 푸석푸석하게 만들고 눈에 먼지가 들어가서 아프게 하고......다들 곤란해 했잖아......!


세벤 :

천벌이 작은데......이런 식이면 피해도 적어서 다행이지만.

......그래서? 넌 대체 어디에서 왔어?


바람의 정령 :

어디라니.....

저쪽 폐공장 같은 곳에서 도망쳤어. 기계투성이 방에서 형제들이 도망치게 해 줬어.

난 바람의 정령이야! 그런데 좁은 곳에 가둬두다니, 경의가 부족하지 않아?


세벤 :

정령에 대한 경의가 부족하다는 건 나도 동의하지만 지금 묻고 싶은 건 그런 게 아니라......

그거랑은 다른 질문을.....네가 어디서 태어났는지를 묻고 싶은데......

.....패스. 이런 설명을 잘 하는 알도에게 맡기겠어.


알도 :

어? 난 세벤이랑 다르게 이녀석의 목소리는 못 듣는데......


세벤 :

통역이라면 제대로 할게.


알도 :

알았어......

난 네 목소리를 들을 수 없으니까 일방적으로 말하게 돼서 미안해.

이해 해 줬으면 좋겠지만...우리는 널 돕고 싶어서 쫓아 온 거야. 잡을 생각은 없고 적의도 없어.


바람의 정령 :

..............


알도 :

이 시대에는 정령의 힘이 약해져서 인간의 눈에는 안 보인다는 것 같거든.

하지만 너는 보여. 그래서 신경쓰이는 거야.

샐러맨더나 실프같이 강한 힘을 가진 정령이었어?


바람의 정령 :

실프? 날 가둬놓은 녀석은 날 그렇게 부른 것 같은데......


세벤 :

실프라면 바람의 대정령 실프? 그런 것 치고는 너무 작은데......


알도 :

아니. 내가 만난 실프는 더 거대하고 우아한 느낌이었어.

이 녀석은 어느 쪽이냐면 그 권속에 가까운 모습을 갖고 있거든.


세벤 :

그럼 이 녀석은 왜 실프라고 소개하는 거지?


바람의 정령 :

소개하지 않았어. 왠지 그 이름은 잘 와닿지도 않고......

그냥 하얀 옷 입은 놈들이 날 그렇게 불렀을 뿐이야.


세벤 :

아까부터 몇 번이나 말한 하얀 옷 입은 녀석이 누구야?


바람의 정령 :

나랑 형제들을 잡은 너무 싫은 녀석이야!

다들 무사할까......구하러 돌아가려고 해도 나 혼자선 아무것도 할 수......없고.......

..........


세벤 :

......왜?


바람의 정령 :

너.....인간의 대표로서 우리에게 사과할 생각이 있어?

도와준다면 인간들이 내게 한 짓을 묻지 않을게. 마음이 내키면 답례도 할게.

자, 이렇게 약속할게.


세벤 :

왜 부탁하는 입장인데 깔보는 시선인 건데......


알도 :

왜 그래?


세벤 :

이 녀석의 형제가 잡혀 있대. 우리가 도와주길 바라는 것 같아.


알도 :

그래. 곤란하다면 도와 줘야지. 세벤도 그럴 생각이잖아?


세벤 :

...........하아.

샤먼이라면 동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존중해야 한다......라는 우리 집 가훈도 있으니 도와줄게.

그리고 한 번 끼어든 이상 도중에 내팽개치는 건 마음에 안 들기도 하니까.

......그래서? 어디로 가면 돼?


바람의 정령 :

저쪽......저쪽에 있는 공장같은 곳 제일 안에.


세벤 :

......알았어. 일단 공업도시 폐허 안을 찾아볼까.


-


세벤 :

......역시 이 근처까지 오니 정령들의 기운도 약해졌어.


알도 :

나는 있는지도 없는지도 모르지만 역시 정령에게도 좋아하는 장소랑 싫어하는 장소가 있는 걸까?


바람의 정령 :

난 하늘 근처가 좋아. 넓고 끝이 없어서 자유로운 느낌이니까.


세벤 :

증조할아버지가 말했는데, 정령이란 건 자신의 성질과 비슷한 곳을 좋아한댔어.

화단과 분수는 땅과 물의 정령. 주방과 난로는 불의 정령. 바람의 정령은......의외로 그것들 중에 있어.


알도 :

헤에......바람의 정령만 특이하네.


바람의 정령 :

당연하지. 바람은 그 무엇에도 속박되지 않고 어디든 가니까!


세벤 :

부유 플레이트 위에 사니까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을 뿐이지.


알도 :

그래. 이 시대엔 어딜 가도 하늘이 가까이에 있으니까.


세벤 :

......그렇지.

바람의 정령만은 지상에 살던 때보다 하늘로 이주한 후에 발견되는 일이 늘었다고 증조할아버지도 말했었고.


알도 :

발견되는 일이 늘어났다니.....마치 지상에 살았다는 것 같은데.


세벤 :

실제로도 살았었으니까. 엘지온이 완성되기 전 까지는 오염된 지상에서 살았대.

요전에 어디에서 엘지온 완성 100주년이라는 걸 본 것 같으니까...아마 그 정도로 오래된 이야기겠지.


바람의 정령 :

..............아.


세벤 :

왜 그래?


바람의 정령 :

......형제의 기운이 느껴져! 나 먼저 가 볼게.......!


세벤 :

이 기운이 정령......?


알도 :

앗, 기다려......! 마음대로 가면 떨어지잖아.


세벤 :

......신경쓰이긴 하지만 일단 쫓아가자.



저건 뭔데......


알도 :

고대의 마물이야. 왜 이 시대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세벤 :

그게 아니라. 저 마물......섞여 있어.


알도 :

섞여 있다니, 대체 뭐가? 그리고 안색이 나쁜데 괜찮은 걸까?


세벤 :

......나중에 말해줄게. 지금은 일단 저 마물을 진정시키자.


-


세벤 :

......일단 이 녀석을 진정시킨 것 같아.


알도 :

그런데 아까 말한 섞여있다는 건 무슨 뜻이었어?


세벤 :

알도에겐 안 보이겠지만 이 녀석의 안에 정령의 기운이 있어. 그것도 꽤 이상한 형상으로......

다른 생물을 잘게 조각내서 억지로 하나로 꿰멘 느낌......이라고 하면 알겠지?


바람의 정령 :

......아. 너에겐 보이는구나. 꿰메진 내 형제가......


알도 :

......그건......

하지만......그런 끔찍한 일을 대체 누가 무슨 목적으로......


??? :

어라? 이런 곳에 애들이 오면 안 되지.


바람의 정령 :

너......


알도 :

당신이야말로 이런 곳에 뭘 하는 거야?

여긴 폐쇄된 곳이잖아. 용건이 있는 거야?


과학자 :

너희가 경계하는 건 당연하지만 난 너희에게 위해를 줄 생각이 없어. 오히려 지키고 싶을 정도야.


세벤 :

..........


바람의 정령 :

인간! 저놈이야! 저놈이 우리를 잡은 하얀 옷 입은 녀석이야!


과학자 :

그 생물은 위험한 존재거든. 나쁜 짓 못 하게 가둬놨는데 도망쳤어.

그러니까 너희 옆에 있는 그걸 넘겨주지 않을래?


세벤 :

들리지 않는 게 불쌍할 지경이군.

이런 상황에서 영화였다면 적인지 아군인지 모르는 게 정석이겠지만......

우리에겐 처음부터 범인이 누군지 알려주는 녀석이 있거든.


과학자 :

무슨 말이지?


세벤 :

이 녀석들은 당신에게 못 넘겨. 샤먼으로서 정령을 괴롭히는 녀석을 도와줄 수는 없으니까.


과학자 :

샤먼......자연과 대화하며 교감해 정령을 자신에게 품는 기술을 가진 사람인가.

설마 그걸 쫓다가 그의 연구 대상과 만나게 될 줄이야. 내가 온 게 실패였어.


알도 :

......이 억지로 꿰메진 마물을 만든 게 당신이야?


과학자 :

그런 것까지 알아내다니. 샤먼의 눈은 굉장히 우수하군.

실험하는 중이 아니었다면 너희의 말을 천천히 듣고 싶었겠지만...지금은 더 우선해야 할 게 있거든.



바람의 정령 :

.....형제? 어째서?


불의 키메라 정령 :

아아....무사했구나......

이런 몸이 되어버렸지만......널 지킬 수는 있어서.....다행이야.


과학자 :

흠......그것보다 동료를 지킨다는 의사는 있나 보군. 곤란한데.

보조 장치인 정령이 육체의 주도권을 잡았다는 건 아직 조정이 필요하다는 건가.

역시 이건 파기해야 겠어......


알도 :

뭣.....당신 무슨.......


과학자 :

아직 쓸 수 있는 부품을 회수했을 뿐이야.


알도 :

부품이라니.....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세벤 :

......그 큰 벌레같은 녀석에게도 미세하게나마 정령의 기운이 느껴져.

당신...정령을 이용해서 대체 무슨 실험을 하는 거지?


과학자 :

미안. 난 그와 다르게 쓸데없는 대화는 좋아하지 않거든.

설명을 듣고 싶으면 이 앞에 있는 구 KMS사의 데이터 센터로 와.

......그럼 이만 실례하지.


알도 :

잠깐......!


-


알도 :

제길.....놓쳤어......


바람의 정령 :

..........

저기, 인간.....왜 너희는 이런 짓을 하는 거야?

살아있는 채로 육체를 뜯어놓는...그런.....끔찍한 짓을.......


세벤 :

......모르니까 그러는 거야.

너희가 고통을 느끼는 것도, 너희에게 의사가 있다는 것도 그들은 모르니까.


바람의 정령 :

......인간 따위 싫어.


세벤 :

..............

.....알도. 이제부터 어떻게 할래? 난 아까 그 녀석을 쫓아갈 건데.


알도 :

응. 무슨 목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짓은 용서할 수 없어.


세벤 :

그 남자, 이유가 알고 싶으면 데이터 센터로 오랬지.

일단 거기로 가 보자.


-


과학자 :

......흠.....이건......그래......정말 대단해.

이쪽의 영장 기관에선 여기까지 도달한 건가.

어라? 너희는......


알도 :

이봐. 당신은 무슨 목적으로 정령들에게 그런 끔찍한 짓을 하는 거야.


과학자 :

무슨 말이지? 너희와는 처음 만났는데......


세벤 :

거짓말을 할 생각이야? 여기로 오면 이유를 설명 해 주겠다고 아까 당신이 그랬잖아?


과학자 :

.....내가? 아. 그래......그런 거라면 상관없어.

일부러 이런 곳까지 와 줬으니까 내 연구에 대해 설명해 줄게.

그래. 우선 전제부터......자정 작용이라는 걸 아나?


세벤 :

단어만은 아는데 그걸 대체 왜 말하는 거지?


과학자 :

자연이란 건 강한 존재야. 하천과 대기에 축적된 오염 물질을 스스로의 힘으로 제거할 수 있지.

부유 플레이트 밑에 펼쳐진 대지도 언젠가 녹음이 넘치는 땅으로 돌아올 거야.

하지만 그러려면 천 년, 만 년이라는 단위의 너무나도 긴 시간이 들어. 난 그 사이클을 앞당기고 싶어.


알도 :

그거랑 정령이란 무슨 상관이 있는데?


과학자 :

큰 상관이 있지. 그들은 지상을 정화하기 위한 장치거든.

관측용 정원을 이용한 실험에서는 정령을 풀어둔 곳만 토양과 공기 중의 성분 테이터가 양호했어.

그걸 보고 작은 정령들을 상자에 모아서 지상으로 떨어뜨려 봤는데......

아쉽게도 끌어올렸을 때는 완전히 사라져 있었어......


바람의 정령 :

뭣......오염된 대지에 떨어뜨리면 아무리 정령이라도 힘을 잃고 사라지는 게 당연하잖아.


과학자 :

그래서 상자가 아닌 오염된 지상에서도 살 수 있는 생명력이 높은 생물의 안에 정령을 넣어 본 거야.


세벤 :

......뭐?


과학자 :

내가 소속되어 있던 제7연구소는 키메라를 연구한 적도 있어서 소체가 부족하진 않았지.


알도 :

제7연구소.....그건 설마......!? 당신도 영장 기관의 관계자라고?


과학자 :

영장 기관을 알고 있나. 젊은 애들은 모를 거라 생각했는데.


알도 :

이 정령들도 영장 기관의 희생자......당신들은 대체 얼마나 많은 정령을 상처입힌 거야!


과학자 :

어이없군. 내 연구소는 원래대로라면 먼 옛날에 절멸한 종을 부활시켜야 했어.

그리고 인체 연구를 테마로 하는 연구소에서는 보통 사람은 도달할 수 없는 힘을 얻은 피험자도 있다고 들었지.

피험자는 선택받았다는 걸 오히려 감사해야 할 지경인데.


알도 :

어림도 없는 소리! 당신들 때문에 큐리오가 얼마나 고통받았는지 알기나 해......!


과학자 :

그렇게 성내지 마. 나도 모르는 사람이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으니까. 

과거의 유물 이야기는 이제 마칠까. 그것보다 내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연구 이야기를 계속하지.


세벤 :

......됐어. 긴 이야기는 질렸다고.


과학자 :

어라? 지금까지는 서론에 불과했는데.


세벤 :

관심없어. 내가 알고 싶은 건 당신이 이 실험을 그만둘지 안 그만둘지니까.


과학자 :

......하아. 설명이 안 통하는 애들이군.

답은 NO다. 이 연구는 앞으로도 우리가 만물의 영장으로 군림하기 위해 필요하니까.


바람의 정령 :

뭐가 만물의 영장이야! 대지를 오염시키고 대정령이 남긴 엘리멘탈의 잔재마저 다 써버린 찬탈자 주제에......!


알도 :

그런 식으로 정령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게 필요하다고? 진심으로 그런 말이 나와?


과학자 :

너는 동물을 먹는 건 불쌍하다.....라고 말하는 타입이려나.


알도 :

무슨 말이야? 말 돌리려고 해도 안 통해.


과학자 :

말 돌리는 게 아니야. 이 질문은 정령을 실험에 쓰는 것에 대한 기피감이라는 이야기와 큰 관련이 있으니까.

알고 있나? 식물도 동물도 모두 똑같이 죽음의 순간에 비명을 지른다는 것 같은데.

하지만 동물을 먹는 건 불쌍하다고 외치는 사람들은 절대로 식물을 먹는 행위를 멈추겠다고 하지 않지.

당연한 거야. 우리의 생명을 유지하려면 다른 생명을 먹는다는 행위가 반드시 필요해.


세벤 :

하아.....정말로 짜증나는 말을 하는 녀석이네. 열받아.


과학자 :

정령의 목숨은 식용 식물과 다르지 않아. 그런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지상의 정화는 사라져 가는 생존권을 확보하기 위해 필수 불가결. 그리고 정령은 그걸 위한 도구지.

인간에게는 정령의 비명이 들리지 않아. 모습도 볼 수 없고. 동정을 느낄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세벤 :

보이지 않는 건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란 건가......

나도 그런 체질로 태어났다면 그렇게 생각했겠지.

하지만 나한텐 들려. 당신이 없다고 취급하는 것들의 비통한 목소리가.

이 녀석은 계속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어. 내게는 그게 들려. 들린 이상 그냥 두면 잠자리가 찜찜할 테니까.


바람의 정령 :

인간......너.......


세벤 :

그러니까.....미안하지만 인류의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그런 연구는...여기서 파괴하겠어.


과학자 :

그래.....그럼 어쩔 수 없군. 마침 그가 데려온 아이도 돌아왔으니까......

너희들의 상대는 이 아이들에게 맡기지.


-


이제.....죽여 줘......

부탁이야.....끝내 줘......


-



땅의 키메라 정령 :

아아.....다행이다.....이걸로 편하게......될 수 있어......


물의 키메라 정령 :

고마워.....이제 고통받지 않아도 돼.


세벤 :

..........


과학자 :

......어리석은 짓을. 이 연구가 성공하면 인류는 옛날의 광대한 생활권을 되찾을 수도 있는데.

너희는 미래의 사람들에게 원망을 사게 될 거야.


세벤 :

이런......원망을 사도 내가 알 바 아닌데.

먼 미래에 살아갈 누군가야말로 내게는 보이지 않는 존재니까.

......나는 지금 보이는 이 녀석을 고르겠어.


바람의 정령 :

...........!


알도 :

응. 도움을 바라는 상대가 있는데 그냥 둘 수는 없으니까.


과학자 :

하아......어쩔 수 없군. 뒷일은 네게 맡겨도 되겠지?


알도 :

그러고 보니 아까도 누군가 아는 사람이 있는 듯이 행동했는데......


세벤 :

......같은 얼굴? 쌍둥이인가?


과학자 :

그래. 그런 변명이 가능할 지도 모르겠군.


세벤 :

쌍둥이가 아니라면 자신의 클론을 만들었다는 거야?


과학자 :

꿈같은 이야기지만 그건 내 연구소 관할 외야. 그는, 그래.....

평행 세계에서 온 나 자신. 그렇게 말하면 너희도 알아듣겠지?


과학자 :

......아니. 그들에겐 그런 말보다는 이시층이라고 하는 게 더 알기 쉬울 거야.

우리의 연구소로 침입해 끝난 세상으로 돌려보낸 너희들이라면.


알도 :

그 말은......밤 시층의 영장 기관 사람이었나.


밤의 과학자 :

정답. 겨우 데이터 수집을 마치고 영장 기관으로 돌아갔더니 건물이 통째로 사라져 있어서 놀랐어.

그리고 밖에 있던 감시용 드론을 보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았지.

저쪽 시층에서 마중이 오지 않는 걸 고려하면 이미 소멸했다고 보면 되고, 결과적으로 너희들은 구원받게 됐지만......

이쪽의 나와 만나지 않았다면 길거리에서 방황하고 있었겠지.


알도 :

왜 그렇게 태연하게 여기는 거야. 당신이 태어난 시층이 사라졌잖아.


밤의 과학자 :

그게 어쨌는데? 지상을 버린 인류가 하늘에 적응했듯 인간은 어디에서든 살 수 있어.

난 실험만 할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해. 다른 데엔 별 관심 없어.

그럼.....난 이쪽 시층의 나와 다르게 쓸데없는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으니까 슬슬 쉬러 갈게.

이 시설에 있는 키메라 정령들을 살처분해야 하니까.


알도 :

처분이라니......왜 그런......


새벽빛의 과학자 :

너희가 여기서 난리를 친 덕분에 키메라 정령들을 제어하기 위한 장치가 망가졌거든.

아직 특허도 못 땄는데 여기서 도망쳐서 노출되면 성과를 뺏길 지도 모르잖아?

그리고 무엇보다 키메라 정령들은......


세벤 :

알도. 방금 있던 녀석이 사라졌어!


알도 :

뭐?


새벽빛의 과학자 :

정말로 저쪽의 나는 성격이 급해. 그리고 그는 나보다 과격하지.

너희도 빨리 이 시설에서 도망치는 게 좋을 걸. 그는 건물째로 날려버릴 테니까.


알도 :

......시설째로!? 놈이 대체 어디로 간 건데.


새벽빛의 과학자 :

글쎄. 시설 내에는 있겠지. 어디로 도망가면 좋을지.....힌트 정도는 주는 게 좋으려나?


세벤 :

그런 건 필요없어. 안 들어도 나라면 알 수 있어.

그 건방진 정령도 같이 사라졌어. 아마 쫓아갔겠지......

여기서 몇 플로어 떨어진 곳에서 녀석의 기운이 느껴져. 그걸 쫓아가면 그 남자도 찾을 수 있을 거야.


알도 :

알았어. 세벤만 믿을게. 시설이 파괴되기 전에 놈을 찾아내자.


-


바람의 정령 :

......안 놓쳐.

너만은......절대로 용서하지 않아.


밤의 과학자 :

쫓아온 모양이지만 미안하게 됐군. 난 평범한 인간이야. 정령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아.


바람의 정령 :

......응. 알고 있어. 내 목소리는 네게 들리지 않아.

그리고 네게는 이제......들려주고 싶지도 않고.

네가 우리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면 나도 네 말을 들을 필요가 없으니까......!


밤의 과학자 :

.....역시. 유사 실프에 관한 연구는 완전히 파기해야 겠어.


??? :

......겨우 따라잡았다.


너......마음대로 돌아다니면 찾기 힘들어서 곤란하다고.


알도 :

갑자기 사라져서 걱정했잖아.


바람의 정령 :

..........


밤의 과학자 :

실험 동물에게 정을 주는 건 그렇게 현명한 행동이 아니야.

특히 그건 폐기가 결정된 개체인데. 꼭 사랑을 주고 싶다면 다른 개체를 사랑하는 걸 추천할게.


알도 :

다른 개체?


밤의 과학자 :

어라? 이쪽의 말이 많은 나는 너희들에게 정령 제조 방법에 대해 말하지 않은 건가?

실험에 쓰이는 정령들은 내가 이쪽 시층에 갖고 온 프리즈마로부터 복원한 거야.

그러니까 원본이 되는 프리즈마만 있으면 얼마든지 대체품을 만들 수 있지.


바람의 정령 :

......! 웃기지 마! 너희는 언제나 항상 그런......!


밤의 과학자 :

과학의 기본은 트라이 앤 에러. 성공할 때까지 몇 번이고 다시 만들면 돼.


세벤 :

이제 됐어. 당신은 이제 말하지 않아도 돼.


밤의 과학자 :

나도 그럴 생각이야. 이쪽도 준비가 끝났으니까.


알도 :

앗.....! 여기에 있던 데우스 엑스는 전부 자폭했을 텐데......


밤의 과학자 :

응. 이건 이 시설에 남아 있던 기체의 잔해로 복원한 거야. 내 시층에서도 같은 게 있었거든.


세벤 :

인간형 로봇은 이제는 우주물 영화에도 안 나오는 건데......

악의 과학자처럼 행동하는 건 부끄러우니까 졸업하는 게 어때?


밤의 과학자 :

저급한 도발에 넘어갈 생각은 없어. 이쪽은 너희를 시설째로 날려버리면 끝이니까.


세벤 :

도발? 그런 건 시간 벌기라고 하는 거 아닌가?


바람의 정령 :

절대로 네 생각대로는 안 될 거야......! 절대로, 절대로...놓치지 않을 거야!




밤의 과학자 :

어떻게 된 거지? 부상이 멈췄다고? 저 정령의 힘인가?


세벤 :

헤에.....바람의 사슬로 움직임을 막았나. 시간을 들이면 강한 힘도 쓸 수 있다고 했는데, 제법이잖아.

......알도!


알도 :

알고 있어. 바람의 정령이 발을 묶어놓은 동안 우리가 저 녀석을 무찌르자.


-


세벤 :

......받아라!



밤의 과학자 :

큭.....데우스 엑스를 파괴하다니. 역시 예상 외야.

그래서? 날 어떻게 할 거지? 정령들의 원수라도 갚을 건가?


세벤 :

아니. 더 이상 말하는 것도 귀찮고 프리즈마만 넘기면 돼.


알도 :

어? 하지만 이놈 때문에 정령들이 고통받았잖아?


세벤 :

이 녀석은 진짜 열받지만 정령이 학대당했다고 말해봤자 못 보는 사람들이 믿어 줄 것 같아?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이 녀석을 한 대 때리고 자기 죄를 알게 하는 것 말곤 없어.


밤의 과학자 :

죄? 인류를 위한 연구를 하는 내게 대체 무슨 죄가 있다는 거지?


알도 :

자신이 정령과 마물들에게 한 짓을 기억 못 한다고 할 생각이야?


밤의 과학자 :

기억하고 말고. 나는......우리는 인류가 다시 지상에서 살 수 있도록 키메라 연구를 했을 뿐이라고.


세벤 :

분명 또 한 명의 당신도 같은 말을 했지.

이시층이었나? 다른 세상에서 태어났지만 같은 사람이라면 역시 생각이 같나 보지?


밤의 과학자 :

글쎄. 이쪽의 나는 내가 그를 대신하려고 접근한 것도 모를 만큼 우둔했는데......

뭐, 나도 그도 정령을 실험에 쓰는 걸 죄라고 생각하지 않는 건 확실해.

공기가 빨려들어가는 게 불쌍해서 호흡을 멈추자는.....식으로 되는 건 아니잖아?


바람의 정령 :

..........


세벤 :

당신들이 동일 인물이라는 건 방금 한 말로 알았어.

말해봤자 아무 짝에 쓸모가 없었다는 것도.


바람의 정령 :

.....아핫.....아하핫......!

그래.....너희들은 우리의 목숨을 그런 식으로 보는구나.

아아...아닌가......보이지도 않는댔지.

......나.....바보같네.....인간이 알아주길 바라는 건 처음부터 무리였는데.......



알도 :

잠깐...검은 안개같은 게 모이고 있는데 괜찮은 거 맞아?


세벤 :

아니, 이건......


밤의 과학자 :

천의 엘리멘탈이 명의 힘에 침식당하기 시작한 거야.

그쪽 샤먼 군에겐 다 보이지 않나.

이게 바람의 정령을 베이스로, 명에 속하는 정령들을 교배해 만든 키메라 정령이라는 걸.


세벤 :

정 반대의 성질을 한 몸에 넣어? 어떻게 해야 그런 최악의 수법을 생각할 수 있는 건데.


밤의 과학자 :

칭찬으로 받아들이지.


알도 :

천과 명...두 엘리멘탈을 갖고 있으면 뭔가 위험해져?


밤의 과학자 :

인간이라면 문제는 없겠지. 뭔가의 이유로 엘리멘탈이 반전됐다는 사례도 있고.

다만 정령을 구성하는 성분의 대부분은 엘리멘탈이야. 거기다가 상반되는 성질의 엘리멘탈을 넣었지.

몸 안에 엘리멘탈이 반발하고 있어. 그 고통은 굉장히 심하겠지.

이전의 유사 실프는 고통으로 발광했어. 성질을 반전시킨 결과 독기를 두른 존재가 됐어......

이 피험체도 빨리 처분하지 않으면 내 시층 때처럼 부유 플레이트를 오염시킬 지도 몰라.


알도 :

그런......!


바람의 정령 :

......뭐야 이게.....괴로워.....의식이 뭔가에.....삼켜져......


세벤 :

젠장! 야......! 내 목소리 들리냐?


바람의 정령 :

너.....뭐 하는 거야......


세벤 :

내가 가진 천의 엘리멘탈을 네게 빌려줄게! 그러니까.....그 따위 독기는 스스로 떨쳐내!


바람의 정령 :

마음이 엉망이 된 나를......너는 도와주려고 하는구나.

으윽.....으윽......


알도 :

해냈다! 검은 안개가 걷혔어!

오우거가 됐던 아이 때처럼 세벤의 힘이 독기를 이겨냈어!


세벤 :

아니.....이 녀석의 안에서 독기가 완전하게 사라진 건 아니야.


바람의 정령 :

네.....말대로......내 안에는 검은 안개가 있어서 파괴하고 죽이고 멸하라고 외치고 있어......

하지만 그것의 말대로는...절대로 하지 않아......!

나는 자유를 사랑하는 실프의 권속이야. 이제 그 무엇에도 갇히지 않을 거야. 그리고......

넌 제법 좋은 녀석이니까. 그러니까 죽이지 않을게.


세벤 :

......말했잖아. 넌 무리야.


바람의 정령 :

......그러면 인간.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죽을 테니까......

잘 있어.....세벤.


세벤 :

뭐가 잘 있어냐고.....목소리 떨리는 거 다 들켰으면서.

폼 잡으면서 사라질 생각이었겠지만 그건 도와달라고.....하는 걸로 보였다고......


밤의 과학자 :

......왜 그걸 죽이지 않았지? 그건 이미 독기를 뿜어낼 뿐인 폐기물에 불과한데.


알도 :

당신 아직도 그런 소리를......!


세벤 :

그 녀석은 이제 그냥 두자. 시간 낭비고 대화할 가치도 없어.

그것보다 녀석을 쫓아가자. 그리고 그 때는 그 안개를 걷어내자.


알도 :

그런 말을 한다는 건 뭔가 방법이 있다는 거겠지.


세벤 :

글쎄. 샤먼인 나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이야.

다만 그 녀석에게 남은 시간은 그렇게 많지 않아. 그러니까 어서 세계수로......

아니지. 상태를 보아하니 갈 수 없을 지도 몰라. 그 대신.....닐바로 가자.


알도 :

잘 모르겠지만 닐바로 가면 바람의 정령을 쫓아갈 수 있나 보네.


세벤 :

정령이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하는 곳은 거기 말곤 없을 테니까.


-


알도 :

......정령들에게 이야기는 들었어?


세벤 :

아니. 녀석들의 기운은 있지만 겁먹어서 숨어 있으니까 대화는 불가능해.

아무리 정령과 대화할 수 있다고 해도 상대가 입을 닫으면 역시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알도 :

그런가. 그럼 거리를 둘러보면서 찾을 수밖에 없겠네.

어? 뭐지? 뭔가 발 밑에......

이건......닐바 악단의 스트리트 라이브 개최 공지?


세벤 :

선전용 안내문이네. 이 근처에선 아직 종이 안내문을 쓰니까.

하지만 이 정도로 많다니 역시......


??? :

우와~ 흩날려서 미안해.

앗......주워 주는구나. 고마워! 아까 바람이 불어서 날아갔길래 곤란했는데.

......아, 오빠! 닐바에 왔구나.


세벤 :

오빠? 쟤가 알도 동생이야? 왜 닐바에 있지?


알도 :

아니, 시엘은 동생이 아니라 여행 동료야. 세벤은 만난 적 없었어?


세벤 :

글쎄? 만났었나? 옷이 눈에 띄니까 어딘가에서 만났다면 잊지 않았겠지.


알도 :

(그 이미지가 강한 연구자를 잊어버린 시점에서 설득력은 별로 없는데......)


-


알도 :

......자, 여기.


시엘 :

줍는 거 도와줘서 고마워. 둘 덕분에 살았어.


세벤 :

......잠깐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이 근처에서 강한 바람이 불지 않았어?


시엘 :

응. 조금 전에......예고도 없이 강한 바람이 불어서 날아가는 줄만 알았어.

게다가 슬퍼지면서 울고 싶어지는 바람 소리였어.


세벤 :

그 바람...어디로 불었는지 알아?


시엘 :

어.....박물관 쪽으로 불었어. 안내문이 거의 다 저 쪽으로 날아갔거든.


세벤 :

박물관이라.....알려줘서 고마워.

알도, 가자. 녀석이 있을 지도 몰라.


-


세벤 :

이 근처에선 거리보다 정령들의 소란이 강하게 느껴져.


알도 :

그럼 바람의 정령이 있는 곳이 가까이에 있다는 거지?


세벤 :

아마도......

야, 너희들......이 근처에서 바람의 정령 못 봤어?


 몰라. 몰라. 엉망이 돼서 왔지만 그건 더 이상 정령이 아니야.

 맞아. 맞아. 동료가 아니야. 우리가 사는 곳도 엉망이야.


세벤 :

.......봤나 보네. 그래서? 너희들이 사는 곳이 이 박물관이야?


 아니야. 아니야. 건물 뒤에 뜰이 있어. 거기가 우리의 즐거운 집이야.

 세계수가 보이는 작은 뜰. 엘리멘탈이 가득한 아름다운 뜰. 하지만 지금은 엉망이야.


세벤 :

.....흠. 뒤에 뜰이 있나.


알도 :

정령들이 뭐래?


세벤 :

박물관 뒤에 작은 뜰이 있대. 거기에 녀석이 있어.


알도 :

여기엔 몇 번 와 봤지만 뜰이 있었나......


세벤 :

아마 이 박물관 주인의 사적인 정원같은 곳이겠지. 부자는 그런 걸 만드는 걸 좋아하니까.


-


세벤 :

젠장......! 문에 자물쇠가 걸려 있어.


알도 :

......잠깐, 무기를 꺼내서 뭘 하려는 거야?


세벤 :

길게 고민할 시간이 없잖아. 그럼 해야 할 건 하나야......!


알도 :

..........


세벤 :

여기 주인한텐 변상이든 사죄든 나중에 얼마든지 해야지.

지금은 일단 녀석을 찾아야 해......


-


알도 :

여긴 뭐지......

공기가 탁해......굉장히 불길한 예감이 들어.


세벤 :

녀석은.....

.............있어.

너...아무리 하늘이 좋다고 해도 이렇게 찾기 힘든 곳에 가면 안 되지.

너 찾느라고 시간이 많이 걸렸어.


알도 :

우린 널 도와주러 온 거야.


바람의 정령 :

아아-......왜 온 거야.......

모처럼 폼잡고......죽을 수 있을 줄 알았더니 헛수고가 됐어......


세벤 :

그건 미안.

하지만 우리도 널 도와준다고 했으니까 안 도와줄 수는 없어.

우리 증조할아버지가 말했어. 샤먼이라면 한 번 맺은 약속은 어기지 말라고......


바람의 정령 :

약속이라니... 내가 멋대로 말한 것 뿐인데.......


세벤 :

그랬었나? 기억 안 나.

그것보다......이제 시간도 없고 뭐라 말하는 것도 귀찮으니 내가 후딱 도와주게 두지 않을래?


바람의 정령 :

아마.....무리일 거야......열심히 억눌러 봤지만......

너의.....인간의 모습을 보면......엉망이 된 마음이 더 부글거려서......내가 무너져 내려서......

인간이 밉고 죽이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어......


세벤 :

......미워해도 괜찮잖아? 널 그런 식으로 대한 놈들같은 녀석들은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고.

다른 세상의 녀석이니까 상처입혀도 돼. 다른 생물이니까 도구 취급해도 돼.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남의 소중한 존재를 태연하게 짓밟는......그런 인간은 썩을 만큼 넘쳐나.

그러니까 아마 네 형제같은 희생자는 앞으로도 계속 생겨날 거야. 인간이 멸종하지 않는 한 계속......


바람의 정령 :

............!


알도 :

세벤. 왜 지금 그런 말을......


세벤 :

내가 지금부터 할 일에 대한 후회같은 걸지도 모르니까.


알도 :

무슨 말이야?


세벤 :

.............


바람의 정령 :

아아.....인간을 죽이고 싶어. 멸종시키고 싶어. 넌 죽이고 싶지 않지만 죽이고 싶고 망가뜨리고 싶고 베고 싶고 갖고 놀고 싶고 파멸시키고 싶어......


세벤 :

......알도. 슬슬 무기 드는 게 좋을 걸.



샤먼이라면 동료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존중해야 한다......

네 분노도 증오도 그대로 받아들일게.


-



바람의 정령 :

......고......마워......

내 안에 있던 엉망이 된 마음이 전부...전부 사라져서.......

처음부터 이랬으면 좋았을 텐데.......마지막까지 폐를 끼치기만.....했네.

하지만 이걸로 겨우 자유롭게 됐어......


알도 :

세벤.....구할 방법이 있지? 구하려고 쫓아 온 거잖아.


세벤 :

..........


바람의 정령 :

이대로 형제들의 곁으로 갈 거야.

난 평범한 정령이 아니야. 존재하기만 해도 토지를 오염시키니까......

그러니까 여기서 사라지는 게 나한테도, 너희들한테도 제일 좋겠지.


알도 :

하지만 너무하잖아.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태어나고 인간의 사정 때문에 죽어야 하는 건......


바람의 정령 :

괜찮아. 왜냐면......더 이상 인간에게 이용당하는 것도 싫고 말이야.


세벤 :

......알았어.


바람의 정령 :

응. 이대로 끝날게......

난.....너희들이 싫지 않았어......

고마워. 세벤, 알도. 마지막에 만난 인간이.....너희같은 녀석들이라 다행이야.


세벤 :

......착각하지 않았으면 하는데. 난 널 이대로 죽게 둘 생각이 없거든.


바람의 정령 :

......어?


세벤 :

알았어......라고 말한 건 네가 하고 싶은 말을 알았다는 뜻이었어.

왜 내가 네가 원하는 걸 전부 들어 줄 필요가 있는 건데.

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야. 남의 말대로 할까보냐.


알도 :

다행이다. 구할 방법이 있었구나.

하지만 대체 어떻게 할 생각이야?


세벤 :

원래 샤먼의 역할은 자신의 육체에 신과 정령을 강림시켜 그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자들에게 전하는 것.

이제는 힘을 그렇게 쓰지 않지만 정령을 강림시키는 기술 자체는 이어받았어.


바람의 정령 :

설마 했는데......날 네 몸에 강림시키려는 거야? 이렇게 독기로 물든 나를......?

인간은 독기에 약하잖아. 견딜 수 없어.


세벤 :

내가 독기 따위에 질 거라고? 어림없는 소리지.

지켜 보기나 해. 바로 잘못 생각했다는 걸 인정하게 될 테니까.

대지에 깃든 자들이여. 나는 그대와 함께 존재하리다. 그대의 목소리를 전하리다.

지금 바로 몸을 주겠노라. 귀한 존재여, 부름에 응해 이 몸에 강림하라......!



......이게 명의 엘리멘탈......아아, 제길......기분 나쁘잖아......


알도 :

세벤, 괜찮아? 나도 뭔가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세벤 :

알도는 내 힘을 못 믿겠어?


알도 :

믿어. 난 세벤이 굉장한 녀석이라는 걸 알고 있어. 그러니까 믿지 않을 리가 없잖아!


세벤 :

......그러면 내가 이기는 걸 그대로 특등석에서 봐.

너도 그걸로 충분해.


바람의 정령 :

너, 왜 그렇게까지......


세벤 :

아까도 말했을 텐데. 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한다고.

날 방해할 순 없어. 너희도, 그 누구도......!

명의 힘인지 뭔지 모르겠지만...됐으니까! 나한테! 따라......!



알도 :

어떻게 됐어? 바람의 정령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는데......


세벤 :

녀석은 지금 내 안에 있어. 독기 때문에 많이 약해져서 당분간은 나올 수 없겠지.


바람의 정령 :

왜 이런 일을......자신의 엘리멘탈을 손상시켜 가면서까지 날 도울 필요는 없었잖아.


세벤 :

내가 샤먼이니까. 도와줄 이유는 그걸로 충분해.


알도 :

돕고 싶어서 도왔다.....세벤은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거야.


세벤 :

......뭐, 그런 느낌이지.


바람의 정령 :

이상해. 네 말은 내게 닿는데 일부러 듣지 못하는 녀석을 위해 통역도 해 주고.


세벤 :

그건 아무래도 좋잖아......


바람의 정령 :

......세벤. 너는 정령 마법을 쓸 수 있구나.


세벤 :

그게 어쨌는데?


바람의 정령 :

이제부터는 내가 네게 바람의 힘을 빌려줄게.

유사체라고는 해도 난 실프야. 주변의 작은 정령들보다 훨씬 강해.


세벤 :

그래? 힘 같은 건 굳이 안 빌려줘도 좋은데.


바람의 정령 :

...............응?

에엣!? 대체 왜? 이럴 때일수록 멋지게 계약해야 하는 거 아니야?


세벤 :

시끄러워......말했지? 난 속박당하는 게 싫다고.

그러니까 널 속박할 생각도 없어. 힘이 회복되면 세계수든 어디든 원하는 곳으로 가.


바람의 정령 :

음.....알았어.......

그럼 나도 마음대로 너한테 힘을 빌려줄게.


세벤 :

뭐? 필요 없댔잖아.


바람의 정령 :

난 바람의 프리즈마에서 만들어진 유사 실프야. 자유를 사랑하는 내가 네 말에 따를 이유는 없잖아.

난 네게서 절대 안 떨어질 거니까! 각오해!


알도 :

둘이 무슨 말을 하는지 난 모르겠지만 뭔가 즐거워 보여.


세벤 :

그렇게 즐거운 건 아니야. 이 녀석......나한테서 떨어질 생각이 없어.


알도 :

시끌벅적하니 좋잖아. 동료가 늘어나는 건 좋은 일 아니야?


세벤 :

뭐, 나쁘지는 않지만......

.....그런데 피곤하네. 오늘은 이제 아무것도 안 하고 싶어.


알도 :

그럼 이곳의 문을 부순 걸 사과하러 가는 것도 다른 날로 미룰까?


세벤 :

아차.....잊고 있었어.

미루면 귀찮아지니까 빨리 끝내자. 여기 관리자가 어디에 있지?


알도 :

엘지온 세타 구역에 살고 있는데, 집은 아니까 내가 안내할게.

재미있는 사람이니까 세벤도 대화해 보면 놀랄 거야.


세벤 :

수리비.....내가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이면 좋겠는데.


-




알도 :

이해해 줘서 다행이야.


세벤 :

...........


알도 :

세벤? 왜 그래?


세벤 :

정령을 구하기 위해 문을 부쉈다고 했는데 설마 믿어 줄 줄은 몰라서.....조금 놀랐어.


알도 :

하핫. 그 사람, 의심은 켜녕 정령의 존재에 흥분했으니까.

그리고 뜰을 모두에게 개방할 이유가 생겼다고 수리비를 내기는 켜녕 오히려 감사를 받았고......


바람의 정령 :

응응. 우리 정령에게 경의를 가진 좋은 인간이었어.


세벤 :

거짓말 마. 놀란 주제에.


바람의 정령 :

시끄러! 좋은 인간인지 알 수 있을 때까지 경계한 것 뿐이야!

난 널 지켜야만 하니까!


세벤 :

나보다 약한 녀석이 그런 말을 해도......


알도 :

......문을 부순 건 해결됐으니까 이제 그 과학자들만 남았네.


세벤 :

아- 그런 녀석도 있었지. 하지만 다른 세상에서 왔느니 정령이 어쨌느니라고 말해도 EGPD가 들어줄 것 같진 않아.


알도 :

그래서 레오한테 말해 보려고. KMS의 높은 사람인 것 같고, 로스트 라보 사건에 대해서도 잘 아니까.


세벤 :

흠. 그럼 그걸로 끝인 거지? 그녀석에 대한 설명은 알도에게 맡......

......아니. 내가 설명할게.


알도 :

어? 이런 설명이 싫다고 하지 않았어?


세벤 :

정령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알도에게 녀석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역할을 맡길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아까 그 아저씨같이 못 보고 못 듣는 사람에게도 내 목소리를 들어주는 녀석은 있는 것 같고.


바람의 정령 :

넌 인간이니까 당연히 인간에게 목소리를 들려 줄 수 있잖아?


세벤 :

똑같은 언어를 쓴다고 꼭 전해지는 건 아니야.


바람의 정령 :

흠......


세벤 :

어릴 때는 왜 내가 하는 말을 믿어주지 않냐고 화만 냈었지만......

제대로 설명하면 알아주는 녀석도 있었어.


알도 :

응. 세벤의 목소리는 제대로 상대에게 들릴 거야.


세벤 :

......샤먼이라면 동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존중해야 한다.


알도 :

세벤네 집의 가훈...좋은 말이야.


세벤 :

이건 샤먼의 마음가짐이라고 어릴 때부터 질릴 만큼 계속 들어왔었는데.

이번 일로 의미를 잘못 알고 있었다는 걸 십 몇년이 지나서야 겨우 알게 됐어. 


알도 :

무슨 말이야? 그대로의 의미가 아니야?


세벤 :

이 가훈의 「동료」란 아마 대지에 사는 모든 생물같은...그런 스케일의 뜻이었을 거야.

알았을 때는 온 세상의 모두가 동료라고 생각하는 녀석이 바보인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누구의 목소리도 가벼이 여기지 말라는 의미라면 모를 것도 없지.

샤먼은 인간과 정령 사이에 선 중개역 같은 사람이잖아? 그러니까 양쪽의 목소리를 들어야 해.

내 이야기를 들을 생각이 없는 상대라고 해도 처음부터 포기한 채 이 녀석은 안된다고 생각하면 틀려먹는 거겠지.


알도 :

세벤. 좀 변했네.


세벤 :

별로 변한 건 없어. 그냥...제자가 생기면 철없다는 말을 들으면 안 되니까.


알도 :

그건......응. 그 아이도 기뻐하겠지.


세벤 :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볼 수 없는 녀석에게 조금씩 양보할 거야.

......정령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싶다면 우선 샤먼인 내가 상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해.

(이제 이 녀석의 형제들같은 녀석이 생겨나지 않았으면 하니까......)


바람의 정령 :

......너 꽤 좋은 녀석이구나.


세벤 :

뭐?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바람의 정령 :

네 목소리는 나한테 전부 다 들리니까 숨길 생각은 하지도 마.


세벤 :

하아......잊고 있었네.


바람의 정령 :

......나, 널 만나서 다행이야. 네가 있어서 인간을 저주하는 존재가 되지 않고 해결됐으니까.


세벤 :

너 참 솔직하네. 처음에 만났을 때는 주변 사람들이 못 듣는다고 막말이나 한 주제에.


바람의 정령 :

......상관없어. 이 목소리는 너한테만 들리니까.

고마워. 세벤.....앞으로도 잘 부탁해.






Additional Class

리베라 벤티

바람의 정령과 이어진 세벤의 클래스가 개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