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후~어둠의 장막 Fated Encounter - The Fall of Darkness


메마른 바람이 노랗게 마른 무수한 이파리를 날리며 옆을 스치고, 인적이 끊긴 길을 구슬프게 지나간다.

코토노하는 불안하다는 듯이 등 뒤로 눈을 돌리고선, 가방을 가슴에 품고 걸음을 재촉한다.

이 며칠간, 해가 지는 속도가 많이 빨라졌다.

가만히 있으면 순식간에 어둠에 쫓겨 삼켜질 것만 같다.

여름이 지난 후, 마을은 무서운 소문으로 떠들썩했다.

오로치라고 자칭하는 누군가가 여기저기서 사람들을 습격한다고 한다.

운 나쁘게 오로치에게 걸린 사람은 홀연히 모습을 감춘다.

마치, 그런 사람은 처음부터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 처럼.

사람들은 소문을 퍼뜨린다.

오로치는 희생자를 머리부터 꿀꺽 삼킨다고.

어른이든 아이든, 남자든 여자든 오로치는 상관도 않는다고.

그저 그는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사냥감을 고르고선, 굶주린 야수처럼 아무런 용서 없이 달려든다고.

언제 어디서 오로치가 송곳니를 드러낼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다.

아무도 모른다.

그 목적도, 진의도.

길에서 이유 없이 당신 옆에 서 있던 남자가, 오로치일 지도 모른다.

노점에서 웃으며 낚시대를 내밀던 여자가, 오로치일 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는, 당신의 친한 친구일 지도 모르며, 소중한 연인일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에는, 싸늘한 어둠에 머리부터 삼켜져,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건 당신일 지도 모른다......

마을 사람들은 오로치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됐다.

싸우기 전부터, 완전히 포기한 것만 같았다.

마치 세상이 시작될 때 부터, 오로치가 언젠가 찾아와 무서운 송곳니를 드러낼 지가, 피하고 싶은 운명으로 미리 정해진 것 처럼.

어떤 의미로는 그것은 완전히 평등하고 무자비하며, 당돌하게 누구에게나 습격해 오는, 죽음 그 자체를 구현화한 것에 불과하다고, 불편한 웃음을 띄우며 얌체같은 평가를 내리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어린 딸이 깊은 밤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고, 길거리에 덩그러니 남겨진 듯 한 짝만 발견된 작고 붉은 신발이 손에 들어왔을 때, 그의 얼굴에 웃음은 사라졌고, 피를 토할 듯한 절규가 선명히 마을에 울렸다.

공포와 의심암귀의 소용돌이에 마을이 완전히 빠져버렸다.

단 하나 확실한 것은, 이제 세상 그 어디에도 안전한 곳은 없다는 것이었다.

오로치는 온다. 

언젠가 반드시, 당신이 있는 곳으로도.

친근한 미소를 지으며.

이제 자기 말고는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다.

부모든 형제든, 친한 친구, 연인이든......

오로치는 착실하게 세계를 삼키고 있다.


주변에 더 이상 사람들이 없다.

오로치 소문이 퍼지고 나서, 해가 지면 사람들은 왠만한 일이 아닌 이상, 바깥으로 나가지도 않게 됐다.

안전한 집 안에서, 마음 편한 화톳불 옆에 앉으면, 그렇게만 하면 자신에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불행은 흘러가고 다른 누군가에게 찾아간다......

누구나 그런 식으로 자신을 믿으려 했다. 고집스럽게.

적어도, 집 안은 바깥의 어둠보다 안전할 것이다.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하늘이 평소보다 흐려서, 달빛은 켜녕 별 하나조차 보이지 않는다.

어딘가 머나먼 곳에서, 슬픈 밤새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누군가가......, 뭔가가 뒤를 따라오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코토노하는 등 뒤를 신경쓰면서 걸음을 재촉한다.

괜찮아, 기분 탓이야.

아무것도 아닐 거야......

아무도 없잖아.

바보같이 자기 그림자에 겁먹는 건 그만두자.

불이 꺼진 가게의 쇼 윈도우의 모퉁이를 급히 지나면서 고개를 들자, 눈 앞에 어둠이 있었다.

「안녕, 코토노하.」

가죽 가방이 메마른 소리를 내며 돌바닥으로 된 길에 떨어진다.

......두 눈을 번뜩이며 괴물이 다가온다. 높은 비명을 지르며.......

절규를 외치려고 입을 크게 벌리자......

다음 순간, 코토노하는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