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옛날 옛적에

02. 닉시관





03. 농담의 나라



롤랑은 물에 젖은 옷을 짜냈다.


롤랑
"또 비가 오는군..."

"후... 사람들은?"


습격자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동료들 또한 사라져 있었다.


롤랑
"음?"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그 모습을 숨을 죽이고 지켜보았다.

멀리서 기사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는 곧바로 칼을 뽑아들었다.


???
"...롤랑?"


롤랑
"올리비에! 놀랐지 않은가!"


올리비에
"하하..."


두 사람은 빗 속을 걸으며 짧은 대화를 나눴다.


올리비에
"그래서——"

"가늘롱이 농담 축제를 제안했다고? 그는 농담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닐텐데."

"그리고 그 수습기사는 '롤랑' 농담을 친 후에 화살에 맞아 죽었다고..."


롤랑
"내 말했지 않은가, 아무도 농담을 싫어하지 않을 거라고."

"행군할 때 가벼운 농담은 사기 진작에 도움이 된다네."

"그때만 해도 피곤하기만 한 행군이 농담 몇 마디로 정신이 좋아지고 투지가 불타올랐지."


올리비에
"..."

"실례가 될 수 있겠지만, 한 가지 사실을 말해주어야 하겠네."

"그대의 농담이 좋았던 적은 딱 한 번 밖에 없었다네."

"철수 준비를 할 때."


롤랑
"그것 참 유감이로군."


올리비에
"사실은 기사들 중 반역자를 추적하고 있었는데, 그들의 다음 작전지가 빵뽕 숲이라는 정보를 손에 넣었다네."

"그러고 보니 이미 습격을 당한 후 같군, 서둘러 돌아가도록 하지."

"어찌 되었든 무사해서 다행이네, 주님께서 보우하셨군, 롤랑."


그는 롤랑의 등을 두드려주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롤랑이 갑자기 검을 뽑아 올리비에의 귀 옆을 베어내었다.


올리비에
"젠장!"


화살 하나가 올리비에의 귓가에서 두동강났다.


롤랑
"앞의 숲 보이는가? 일단 거기로 가 있게, 나머지는 나중에 얘기하도록 하지."


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몸을 숙이고 다리를 강하게 고정한 채 말과 함께 숲 속으로 들어갔다.

올리비에의 말이 멀리서 날아온 화살을 발목에 맞고 쓰러졌다. 

말의 몸이 올리비에의 다리를 깔아뭉갰다.


올리비에
"——!!!"


롤랑
"..."


습격자 I
"올리비에다!"


습격자는 크게 기뻐했고, 그는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검을 빼들었다.


습격자 I
"롤랑 만큼의 성과는 아니지만, 그래도..."


커다란 그림자가 올리비에의 몸을 덮었다.


롤랑
"조심——"


롤랑이 말을 타고 달려오며 검을 휘두르자 검은 그림자가 반으로 갈라졌다.

비명과 함께 올리비에의 위로 따뜻한 액체가 흩뿌려졌다.


습격자 II
"빌어먹을..."

"뭘 겁먹고 뒤로 물러서고 있는가? 적은 겨우 두 명이다!"

"윽——"


목이 떨어졌다.

시야는 끊임없이 회전하고, 주변은 점점 어두워졌다.


습격자 II
"..."


그는 자신의 말 위에 머리 없는 몸이 타있는 모습을 보았다.


롤랑
"어서, 올리비에, 내 손을 잡게——"


올리비에는 겨우 눈을 떴고, 핏 속의 염분이 눈을 따갑게 했다.

좁은 시야 사이로 롤랑의 형상이 보이자, 그는 손을 뻗어 그 손을 붙잡았다.


올리비에
"매복을 조심하게, 그리고 적이 노리는 방향으로 가지 말고... 우회하게!"


롤랑은 그의 손을 잡고 단번에 말 위에 태웠다.


롤랑
"안심하게나, 친구, 다 안다네!"


말이 두 명의 기사를 태우고 숲 속으로 달려갔다.

빗줄기가 점차 거세지더니 이내 모든 소리를 삼켜버렸다.


롤랑
"보게, 방금 알아챈 건데, 내가 이 구석에서 그 사슴을 잡았지."


올리비에
"구석? 짐승이 있는 지 확인을 해 봐야..."


그는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롤랑
"됐네, 올리비에! 여긴 안전하네. 자, 어깨랑 다리 좀 보지."


어둡고 습한 숲 한켠에는 땅에 청록색 이끼가 무성히 자라 있었다.

롤랑은 칼로 화살의 나무 막대 부분을 잘라냈다.


올리비에
"——방금 말발굽 소리 들었나?"

"거진 스무 명 정도가 우리와 함께 숲으로 들어왔지, 그리고 한명한명이 모두 훌륭한 장비와 갑옷을 갖추고 있었네. 게다가 화살도 충분해 보였고."


롤랑
"하지만 우리는 아직 살아있지, 올리비에."


올리비에
"...그래서? 롤랑, 위기는 아직도 많이 남았네, 지금 당장의 위기가 아니더라도, 더한 위기가 수없이 많이 남아있지."

"누군가 그대를 여기서 죽이려 하고 있네."


갑작스러운 침묵이 둘을 감쌌다.


롤랑
"올리비에, 들어보게."


올리비에
"무엇을?"


롤랑
"아라크네가 한 마리 있었네."


올리비에의 목이 뻣뻣해졌다.

아라크네는 습하고 어두운 곳을 좋아하는 맹독 거미였다.

그는 천천히 롤랑을 바라보았다.

롤랑은 두 손을 합쳐 거미 모양으로 만들어 공중을 기어다니는 시늉을 하고 있었다.


올리비에
"..."

"롤, 랑!"


올리비에는 더 이상은 못 참겠다는 듯 주먹으로 땅을 내리쳤다.


올리비에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겠는가? 이런 농담은 하나도 웃기지 않네!"

"적은 무려 이십에, 증원이 올 가능성도 있지... 하지만 우리는 겨우 둘 뿐!"

"도대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아직도 농담이 나올 수 있는 건가!"


롤랑
"음, 농담이 필요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네만."


올리비에
"입 닥치게!"

"일단은 우리의 계획을 말해주도록 하겠네..."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계획이 있었다.


올리비에
"그들은 이미 자네가 내일 브르타뉴에 도착할 예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던 것 같네."

"하지만 내가 자네를 맞이하러 올 줄은 몰랐겠지."

"그러니 최악의 경우에는 그대가 여기서 탈출하고 내가 그대의 망토를 입고 시선을 끌면..."


아주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올리비에
"잠깐——"


"이 상황을 기회 삼아 잘 이용한다면, 반역자를 찾아내는 게 가능할지도..."


배신자의 정체를 추측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였다. 그의 머릿 속에는 이미 짐작가는 사람이 있었으니까.


롤랑
"그 계획에는 반대할 수밖에 없겠군, 그 작전대로라면 둘 중 한명만 살아 나갈 수 있는 것 아닌가?"


올리비에
"둘 다 여기서 죽는 것보단 한 명이라도 살아 나가는 게 현명한 판단이겠지."


롤랑
"..."


올리비에
"원군이 와줄 거란 생각은 하지도 말게."


멀리서 갑자기 나팔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올리비에
"적이다!"


롤랑
"지원군이군!"


둘의 입에서 동시에 다른 말이 나왔다.


롤랑
"귀가 어떻게 됐나 보군, 오드의 나팔 소리도 못 알아듣겠는가?"


올리비에
"나팔은 단지 도구일 뿐일세, 아무나 불 수 있지."

"만일 오드가 포로로 잡혔다면? 아니면 습격자가 알데와 같은 곳에서 나팔을 구입했다면?"


롤랑
"됐네, 들어만 봐도 알 수 있지. 오드 말고 또 누가 그렇게 나팔을 불겠나?"

"오드의 친오빠 되는 사람이, 그것도 구분 못하다니."


올리비에
"하지만 더 많은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지 않겠나?"

"물론 폐하의 결정에 의문을 품는 건 해선 안될 일이지만, 그대의 이런 모습을 보면 브르타뉴 요새의 앞날이 참 걱정이군."


사령관은 어떨까?

그도 납득했다.


롤랑
"그대의 말이 맞네."


올리비에
"잘 됐군, 그럼 내 말대로..."


롤랑
"기사 올리비에, 여기에서 기다리게."

"그리고 위협이 사라지면 브르타뉴로 가서 이곳의 상황을 알리게.


올리비에
"..."


롤랑
"만일 내가 사라지게 되더라도, 그대가 사령관을 맡으면 되겠지."

"걱정 말게, 내 폐하께 '올리비에가 사령관이 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하여 가능한 만큼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편지를 보낼 테니."


올리비에
"..."

"기사 소설을 너무 많이 본 게 아닌가?"

"가령 그대가 여기서 죽고, 내가 살아 나가서 그대의 추천서를 높으신 분들께 보여주고 다닌다고 치지."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할 것 같나?"


롤랑
"조금의 이야기 끝에 그대를 브르타뉴 요새의 총사령관으로 임명하겠지."


올리비에
"..."

"아무래도 폐하께서는 그대의 단순한 사고방식이 마음에 들었나 보군."

"그들은 어째서 그대가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나를 살려 보냈는지 의심하기 시작하겠지."

"그 다음에는 왜 그대가 죽을 때 주변에 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왜 하필이면 나를 총사령관으로 추천하는 편지를 남겼는지도."


롤랑
"그들이 그대가 편지를 위조했다고 생각할 거라는 얘긴가? 그리고 날 기습한 것도 그대라고 생각할 거고?"

"그들을 너무 나쁘게 생각하는군."


올리비에
"롤랑, 사람을 '선'과 '악'으로만 구분하는 습관은 버리는게 좋을 걸세."

"인간이라는 건 상당히 복잡하다네, 특히 높으신 분들은 나보다도 훨씬 더할 테고."

"더군다나..."


그는 또다시 침묵했다.

그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오랜 의심이 있었다.

롤랑이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롤랑
"계속 말해보게."


올리비에
"내가 조사해본 결과, 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배신자는 12기사중 한 명일 가능성이 높네."


올리비에의 어깨에 심한 통증이 느껴졌고, 그는 심호흡한 뒤 말을 꺼냈다.


올리비에
"마인츠의 가늘롱."


롤랑은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


롤랑
"올리비에, 정말 감동이군."

"그대가 농담이란 것도 할 줄 알게 되다니."


올리비에
"..."


롤랑
"너무 그러지 말게, 나도 그 추측에 어느 정도는 동의하니."

"하지만 그 이전에, 증거가..."


먼 곳에서부터 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사단 한 소대가 나무를 뚫고 나왔고, 맨 앞에는 여기사가 서 있었다.


오드
"오, 롤랑, 왜 이런 곳에 계신가요?"

"걱정 마세요, 주변에 있던 이들은 모두 생포해 우리가 잡아두었어요."

"——둘 다 크게 다친 것 같은데, 어서 돌아가요."

"근데 그 전에... 질문!"

"담요가 침대한테 하는 말은?"


올리비에
"..."


롤랑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롤랑
"걱정 마, 내가 감싸줄게!"
* [Don't worry. I got you covered!], 원문은 엄호에 가까운 의미이나, 한국어로 이불이 침대보고 엄호 이러면 그냥 개소리라 그냥 의역함



오드
"하하, 정답! 제가 엄호하겠어요!"


올리비에
"..."



- 브르타뉴 요새 -

빗물이 브르타뉴 요새의 길거리를 씻어내리고 있었다.

도축장에서 나부끼는 피비린내, 가죽 공방에서 풍겨오는 알칼리 냄새, 그리고 하루종일 사라질 생각이 없던 땀냄새도 빗물에 씻겨 사라지고 있었다.

이제는 생선 비린내만이 번지고 있었다. 물고기 비늘이 묻은 창자가 오드의 발 옆으로 흘러내려 오다 오드의 발길질에 차여 날아갔다.


오드
"좋은 사람 연기를 해줄 분이 필요한데, 아스톨포 기사님은 어때요?"

"나쁜 사람은 무조건 르노 씨고요."

"그 분들께 부탁해서 저들을 심문해달라고 하면..."


올리비에
"아니, 그저 성을 노리는 습격자일 뿐이겠지, 그 둘을 데려올 필요는 없어."

"일단 롤랑을 데리고 좀 쉬도록 하지, 안색이 마치 썩어 들어가는 사과 같군."


롤랑은 옆에서 말하는 목소리를 듣고는 있었지만, 그 목소리는 점점 희미해져 갔다.

목소리는 점점 울렁이는 소리로 바뀌어 갔다. 

눈이 감기니 어둠이 마치 밀물처럼 모든 것을 집어삼켜갔다.



"똑, 똑, 똑."


- A 나이트의 방 -


올리버 포그
"윽!"


안안 리
"우왓!"


다급하게 서로를 밀던 둘은 햇살이 쏟아지는 방 안으로 밀려 넘어졌다.


APPLe
"오! 새로운 손님이 두 명 늘었군요."


안안 리
"와, 나이트 씨, 방에 있었구나!"

"흠흠, 내가 말했지, 그냥 회로가 노후된 것 뿐이라고, 버틴 씨가 기술자를 불러야 되겠는걸!"


A 나이트
"오해를 하게 만들어버린 모양이군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필부는 멀쩡하니까요."


APPLe
"이 APPLe이 보장하죠, A 나이트 씨의 갑옷에 비치는 햇빛의 굴절률은 문제가 없습니다."

"저희는 단지 작은 이야기 모임을 가지고 있었을 뿐입니다."


A 나이트
"그렇습니다, 기사 롤랑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죠. 그런데 APPLe 씨는 필부가 이야기하는 능력이 다소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는 듯 합니다."

"그래서 필부가 듣는 이가 이해하기 쉽도록 기사 롤랑을 연기하고 있었습니다."


번쩍거리는 손을 양 옆으로 벌렸다.


A 나이트
"새 손님 두분, 필부는 당신들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


04. 견본품



• 기울임꼴로 작성된 부분은 스토리 중간에 포함된 내레이션을 의미함.

• 오역이 있을 수 있고, 지적을 받으면 판단 후 수정할 것임.
잘못된 지적을 받았다고 화 안내니까 제발 그냥 이거 아니다 싶으면 혹시 모르니까 지적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