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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버트론 자유 제국의 자랑스러운 국민 여러분, 저는 8대 프라임으로서 이 자리에 서 있는 노바 메이저, 노바 프라임입니다. 지난 데카 사이클1)동안 우리 행성은 큰 위험을 겪었습니다. 케미너스 타이탄 폭동 사태2)로 인하여 수많은 우리의 위성 거주민들이 스파크를 잃었고, 모틸러스 프라임의 무책임한 사임으로 제국의 경제와 사회가 무너졌습니다. "


아이아콘, 사이버트론을 비롯해 모든 트로니아 구역의 행성국가들의 무역의 중심 도시.  사이버트론 자유 제국의 새로운 지도자로 등극한 노바 프라임이  트랜스루센티카 타워 앞 광장에서 그의 휘황찬란한 날개와 시선을 압도하는 갑주를 두른 채 국민들에게 연설하는 중이었다. 


 광장의 포디움에서 선 노바 프라임의 모습은 아이아콘 시민들 뿐만 아니라 사이버트론의 중심 지역, 뿐만 아니라 수많은 식민 위성, 타 행성국가에도 중계되고 있었다. 프라임의 양 옆에는 갈바트론사이클로너스, 지악서스 등 그를 따르는 사이버트론의 각 분야별 지도자들이 함께 서 있었다.  창조주 프라이머스를 신봉하는 기사단, 서클 오브 라이트를 이끄는 다이 아틀라스 신관 또한 노바 프라임의 옆에서 묵묵히 검을 들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 사이버트론의 미래를 위협하는 각종 혼란들로 인해 불결했던 우리 민족을 향한 프라이머스님의 시선이 더 이상 곱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올스파크3)의 창조주이자 그 분신께서 저희에게 노여움을 사셨음이 분명합니다. " 노바가 다이 아틀라스를 응시하며 연설을 이어나갔다. 다이 아틀라스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 저는 이 시련을 견뎌내기 위해서는 사이버트론의 영광을 저 은하계에 널리 펼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민족이 무슨 민족입니까. 우리를 기만하고 억압한 더러운 가짜 창조주들로부터 자유를 쟁취해 내었으며 올스파크의 축복을 받아 기술의 진보와 풍족한 자원을 힘입어 트로니아 행성계, 아니 모든 은하계에 저희의 위엄을 선포했습니다! 우리는 이미 많은 동포를 잃었습니다. 이제는 새 동포를 만들어나갈 시간입니다. "


관중들은 환호했다. 


" '프로젝트 익스펜션'. 사이버트론의 영향력을 트로니아 행성계 밖으로 넓혀 새 문명을 일구는 계획. 저희는 이를 실행에 옮김으로서 문명을 가꾸지 못한 생명체들에게 지적 능력을 향상시켜주고, 장기적으로 그들과 교류하며 저희의 기술과 지식을 전파할 것입니다."


노바 프라임이 손짓하자 스커지가 홀로그램 이미지를 광장의 거대한 모니터에 띄웠다. 이는 중계 중인 모든 화면에 공유되었다. 아이아콘의 거대한 마천루들만한 크기의 함선들이 발사대에 놓여 정비를 받고 있는 모습이었다. 장관이었다. 


"이 함선들의 이름은 아크 입니다. 이들에겐 각각 양자 엔진이 내장되어, 행성계를 넘나드는 장거리 워프가 가능하지요."


떠들썩한 관중석. 사이버트론 궤도 밖 정거장, 위성에서 지켜보고 있는 시민들과 화면을 보고 있던 타 행성 종족들마저 수군대기 시작했다. 노바가 한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처럼.


"또, 이 배는 사이버트론인이라면 누구든 승선이 가능합니다. 왜냐, 우리는 선택받은 민족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사이버트로니안으로 태어난 시점부터 그 자격이 주어진 것입니다."


이를 지켜보던 일부 의원들과 타 행성 종족들이 팔짱을 끼고는 고개를 절레 절레 젓는다. 노바 프라임은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것이 장착한 마스크 위로 드러날 정도로 웃음을 지어보였다. 


"아크 오더에 승선해 무사히 사이버트론으로 복귀한 선원들에게는, 인생을 제대로 누릴 수 있는 제 2의 기회가 찾아옵니다. 이들에게는 사이버트론 제국에서 원하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와 안정적인 미래가 보장된다는 뜻입니다!"


수군대던 관중석은 갑자기 환호하기 시작했다. 광장 바깥에서 도로를 고치고 있던 노동자 메크들부터 엘리트 가드에게 심문을 받고 있는 엔젝스4) 취객, 뉴스를 통해 연설을 듣고 있던 시스텍스의 플리퍼5)들까지. 사이버트론에서 삶다운 삶을 누리지 못하는 메크들이 노바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 명예롭고 또 명예로운 함대의 이름을 아크 오더. 방주의 기사단이라 칭하겠습니다. 사이버트론 자유 제국의 자랑스러운 국민 여러분. 기회는 모두에게 열려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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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 오더 발진 3일 전-


"기회는 모두에게 열려있다면서요!"


"미안하다 꼬마야. 넌 탈 수 없어."


타이거팩스. 사이버트론의 주요 함대들이 위치한 곳이자 제 2의 인생을 꿈꾸는 수많은 사이버트로니안들이 너도 나도 아크 오더에 올라타기 위해 모여 있는 곳. 


행성 전역에서 모인 수천 명의 사이버트론인이 승선을 위한 면접장에 줄을 서 있다.  


스파크 타투로 뒤덮힌 폭주족, 지하 검투사로 보이는 덩치들, 장사치, 군인, 모노포머, 한쪽 팔다리가 없는 메크 등. 


자신이 사이버트론인이라 주장하며 변장하고 면접을 보려는 외계 종족들이 경비병들에게 쫓겨나는 광경도 볼 수 있었다.  


아비규환이 되어버린 면접장의 중앙 줄, 아크-9의 면접장에서 두 메크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글쎄 안된다니까. 아카데미 졸업장부터 떼고 와." 둘 중 덩치가 큰 메크가 우뚝 서 팔짱을 낀 상태로 말했다.  그의 이름은 하울러. 연한 녹색에 중장비 알트 모드를 연상시키는 생김새였다. 


"이봐요 덩치, 전투원으로 지원하는데 아카데미 졸업장이 왜 필요한거죠?"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따지고 있는 젊은 메크. 하울러보다 짙은 녹색에 얄쌍한 몸의 그는 이라고 불렸다. 


"너. 연설만 듣고 부가 설명은 에너존에 말아먹은거냐? 아무리 이 함대가 사이버트론 전역의 별종들을 다 받아준다지만 믿을 수 없는 놈을 태울 순 없어." 하울러의 차가운 한 마디. 아크-9 함교에서 항해사로 승선할 예정인 그는 발진 3일 전에 면접관 일까지 해야 한다는 사실에 몹시 피곤할 뿐이었다. 


면접장 안에서 계속 버티고 서 있는 컵을 경비원들이 제압했다. 그의 주변에 있는 수많은 메크들이 컵에게 빨리 나오라며 손짓한다. 주변에서 야유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에 대해서 뭘 안다고..." 줄 밖으로 튕겨져나온 컵이 중얼거렸다. 


컵은 몸을 한 번 쓱 털고는 한숨을 쉬었다. 씩씩대며 걸어나오는 그를 향해 누군가가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못 배운 놈이 사치는."


순간 컵은 스파크가 타오르는 듯한 분노를 느꼈다. 컵은 고개를 즉시 돌렸고 그 말을 한 메크가 누구인지 그의 시각 센서에 정보가 입력되기에 속도는 충분했다. 검은색 외장에 작은 키를 가진 메크였다.  검은 메크는 컵이 자신을 째려보자 한쪽 입고리를 씩 올려보이며 말했다. "왜, 찔리냐?" 


블랙잭. 컵과 마찬가지로 전투원으로 면접 줄에 서 있던 메크였다. 


"말조심해." 컵이 그에게 말했다. 블랙잭은 어이가 없다는 듯 실실 웃으며 답했다, "왜, 자격도 안되는 것들이 발악하는 꼴 보기 싫은게 죄야?"


컵은 눈을 부릅뜨고 블랙잭을 내려보았다. 블랙잭도 지지 않고 눈을 치켜세웠다. 계속되는 신경전. 주변의 메크 여럿이 언성이높아진 둘을 무리지어 구경하기 시작했다. 주변을 의식한 컵은 이내 표정을 풀더니 미소를 지었다. 


"그래, 발악해서 미안하다." 


면접관의 다음! 하는 소리와 함께 블랙잭은 고개를 휙 돌리고 앞을 향하기 시작했다. 주변 메크들도 잠깐 수군대다가 자리로 돌아가는 분위기였다. 순간, 블랙잭의 상체가 붕 뜨더니 그의 몸 전체가 바닥으로 내팽개쳐졌다. 컵이었다.  블랙잭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컵을 향해 달려들었다. 블랙잭은 작은 몸집임에도 날렵한 움직임으로 컵의 다리를 가격하기 시작했다. 넘어지는 컵. 그 또한 블랙잭의 다리를 부여잡고는 이리저리 돌리다가 그를 던졌다. "으아악!" 하는 블랙잭의 신음과 함께 그가 넘어진 메크들에게서 욕설이 들려왔다. "나한테 이거 던진 놈 누구야?!" 인상이 험상궂은, 덩치 큰 메크가 블랙잭을 한 손으로 든 상태로 컵에게 씩씩대며 다가왔다. 


"오, 젠장." 컵이 말했다. 덩치 큰 메크가 컵에게 주먹을 날렸고, 그 충격으로 주변에서 구경하던 메크들이 여럿 싸움에 휘말리기 시작했다. 모르는 곳에서 주먹이 날아오고, 그 주먹의 주인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군중들 틈에서 싸움판이 벌어졌고 컵과 블랙잭은 그 와중에도 서로에게만 공격을 가하고 있었다. 줄은 그대로 엉망이 되었다. 몸과 몸이 엉켜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너, 이거 안 놓으면 후회할 거다!" 컵에게 멱살이 잡혀 두 손으로 저항하는 블랙잭.


"미안한데 난 못 배운 놈이라 눈에 뵈는게 없거든!" 다른 메크들에게 두들겨 맞으면서도 블랙잭을 움켜쥐는 컵.


혼돈 그 자체가 된 면접장. 멀리서 경비원들이 몰려왔다. 면접을 보던 하울러 또한 놀란 표정을 지으며 달려왔다. 


순간, 멀리서 무언가 돌진해오는 굉음이 들렸다. 흰색과 푸른색이 섞여있고 광택이 나는 자동차 한 대가 그 주인공이었다. 


흰색 메크는 알트 모드 상태로 군중을 향해 몸을 날려버렸다. 그 충격으로 싸우고 있던 모두가 서로에게서 떨어져 넘어졌다.


 "왜들 이리 화나셨어?" 로봇 모드로 변신하는 정체불명의 메크. 바퀴가 달린 발. 길쭉한 다리. 하얀색 외장들이 겹쳐진 상체 사이로 푸른빛을 띄는 창문이 드러났다. 얼굴 쪽에는 하늘색으로 빛나는 바이저를 쓰고 있어 알아보기가 어려웠지만 그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는 옵틱6)의 눈동자만큼은 올스파크 우물의 정 가운데처럼 밝았다. 그는 그를 쳐다보는 현장의 모두를 향해 호쾌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넌 뭐야?" 싸움에 휘말렸던 군중들이 흰색 메크에게 몸통박치기를 맞은게 기분 나빴다는 듯 씩씩대며 그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흰색 메크가 대답할 틈도 없이 컵이 다른 메크들에게 덤볐다. 으르렁대며 팔다리 전부를 써 공격해대는게 마치 한 마리의 짐승 같았다. 


"오우..." 흰색 메크가 아프겠다는 듯 눈쌀을 살짝 찌푸렸다. 괴성을 지르며 그에게 달려드는 블랙잭. 허리 쪽에서 스파크가 튀고 있고, 옵틱의 초점이 나간 것으로 보아 싸움에 정신이 팔려 이성을 잃은 것으로 보였다. 


"자, 모두들. 우리 모두 지성체잖아? 대화로 차근차근 풀어볼까." 흰색 메크가 말을 시도해보지만 블랙잭을 비롯한 여러 메크가 그를 향해 인정사정 없이 덤비기 시작했다. 


"첫 날부터 재밌네." 흰색 메크는 자리에서 가만히 서 있는 채로 공격을 피하기만 했다. 다른 메크들은 상당히 빠른 그의 회피에 허우적대며 넘어질 뿐이었다. 주먹질을 하던 컵은 싸우다 말고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컵은 감탄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빠르다." 라고 중얼거렸다.


"저놈 누구야?"


"왜 저리 빨라?"


"평범한 봇이 아닌 것 같은데." 


구경꾼들이 여럿 몰려오기 시작했다. 흰색 메크는 마치 그 시선을 즐기는 듯 히히 웃으며 계속해서 공격을 회피하고만 있었다. 


"다들 그만!!" 군중들 틈으로 몸을 삐집고 들어와 싸움판을 제지하려는 하울러. 흰색 메크를 보고는 잠시 멈칫하더니 싸움을 구경할 뿐이었다. 


 계속되는 집단 근접전. 구경꾼들이 더 몰려옴에도 계속해서 그에게 덤벼대는 메크들을 보며 흰색 메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바이저를 해제했다. 드러나는 그의 푸른빛 옵틱. 흰색 메크는 빠른 속도로 상대하던 메크들을 향해 주먹을 한 대씩 날렸다. "흡!" 복부를 맞은 블랙잭이 통증을 호소하며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옆에 있던 자들 또한 흰색 메크의 공격 한 방에 급소를 맞은 듯 나가떨어졌다. 


"후우-" 한숨을 쉬며 손목을 돌려대는 흰색 메크. 바이저를 다시 장착하니 그의 옵틱이 가려졌다.


"어떻게... 한 거죠?" 에너존 피투성이가 된 컵이 몸을 부르르 떨며 그에게 물었다. 흰색 메크는 쓰려저가는 컵을 향해 다가가 그를 부축했다. "싸움에서 필요한건 화려한 기술도, 엄청난 화력도 아니야. 정확한 한 방만 있으면 되지." 말을 듣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컵.


상황을 수습하기 시작하는 하울러와 경비원 메크들. 그들은 급히 흐트러진 줄을 재정비하고 싸움에 참여한 메크들을 다시 자리로 돌려보내기 시작했다. 하울러는 상당히 화가 난 표정으로 컵을 자리에 눕히고 있는 흰색 메크에게 다가갔다. 


"장난해? 몇 명을 때려눕힌 거야. 내 구역에서 폭력은 용납 못 해." 하울러가 흰색 메크 앞에서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며 그를 내려다보았다. 


"나도 폭력은 싫어하는데 일이 커질 것 같아서 말이야." 미소지으며 대답하는 흰색 메크.


"당신, 뭐하는 작자야? 보아하니 평범한 지원자는 아닌 것 같은데." 하울러가 흰색 메크를 위아래로 훑으며 의심스럽다는 듯 물었다. 흰색 메크는 아무 말 없이 한쪽 입고리를 내리지 않은 채 면접장 너머로 보이는 타이거팩스 우주 공항에서 정비 중인 아크-9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킬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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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저 배 함장."




그의 이름은 서치라이트. 아크 오더의 9번째 함선의 새로운 함장이 될 사이버트로니안.


어쩌면 고난일 수도, 모험일 수도 있는 앞으로 펼쳐질 수많은 여정 앞에서 


그는 그저 호쾌하고, 또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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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데카 사이클/Deca-Cycle] 사이버트론의 시간 단위. 지구 시간으로 환산하면 약 10년.


2) [캐미너스 타이탄 폭주 사태/Camien Titan Uprising] 사이버트론의 위성 캐미너스에서 발생한 타이탄 족의 폭주 사건. 자세한 것은 링크 참조.


3) [올스파크/Allspark] 사이버트로니안 생명의 원천. 올스파크의 우물을 통해 주기적으로 새로운 스파크를 생성한다.


4) [엔젝스/engex] 인간의 술에 해당하는 사이버트로니안 음료. 회로의 온도를 급격히 높혀 일시적인 쾌락을 제공함과 동시에 정신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5) [플리퍼/Flipper] 변신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도착증에 걸린 메크들을 위해 돈을 받고 변신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이버트로니안의 직업군. 몸을 파는 행위로 인식되어 사회적인 시선이 그리 곱지 않다.


6) [옵틱/Optic] 인간의 '눈'에 해당하는 사이버트론 신체 부위. 개체마다 색깔이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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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에도 언급했듯이 이 소설에 등장하는 컵은 우리가 아는 똥쪼가리가 아니라 오토봇도 되기 전 젊은 뉴비임


작중 언급한 타이탄 폭동 사태는 노바가 프라임 되기 전 벌어진 사건으로 자세한 전말은 나중에


궁금한거 있음 스포 없는 선에서 답해드리니 질문 부탁함


그럼 오늘도 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