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 오더 발진 7일 전-


" '프로젝트 익스펜션'. 사이버트론의 영향력을 트로니아 행성계 밖으로 넓혀 새 문명을 일구는 계획. 저희는 이를 실행에 옮김으로서 문명을 가꾸지 못한 생명체들에게 지적 능력을 향상시켜주고, 장기적으로 그들과 교류하며 저희의 기술과 지식을 전파할 것입니다."


비탈리스 시, 케이트라 지역.


아주 작은 한 술집.


노바 프라임의 연설이 술집 벽에 달린 모니터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가게 안의 그 누구도 내용에 집중하고 있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자신들의 테이블 앞에 놓인 샤닉스 뭉치와 도박용 칩을 뚫어져라 쳐다볼 뿐이었다. 딜러 메크가 칩을 이리저리 섞고 테이블에 펼쳤다. 메크들은 고개를 들이밀며 너도 나도 칩의 앞면에 무슨 숫자가 새겨져있는지 말하기 시작했다.


"17. "


"5. "


"22."


"9."


.


.


.


"...23."



"정답 23!" 


도박꾼 메크들의 탄성 소리. 코웃음을 치고는 테이블 가운데에 놓인 어마어마한 양의 샤닉스 동전을 두 팔로 모아 품 속에 넣고 있는 메크는 서치라이트였다. 도박꾼 중에 하나가 성을 내며 테이블을 뒤집고는 서치라이트의 멱살을 잡고 말했다, "너 아까부터 계속 거슬렸는데 대체 어떤 사기를 쳐대는거야? 어?!" 


서치라이트는 피곤하다는 듯이 고개를 푹 숙이고는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치며 대답했다, "그냥 눈썰미가 좋을 뿐이야." 


푸른 바이저 사이로 비치는 서치라이트의 옵틱은 맑고 청아하게 빛났다. 도박꾼 메크는 알 수 없는 위화감에 휩싸이더니 그를 바닥에 내팽겨치고는 주먹을 날리려고 시도했다. 서치라이트는 재빨리 몸을 피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많은 돈 잃은 메크들이 이성을 잃고 서치라이트에게 달려들었다. 바텐더 메크는 이마를 탁 짚더니 자리를 피했다. 


주먹과 주먹이 부딪혔고 메크들의 몸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서치라이트는 혼자서 대여섯을 상대하며 그들의 급소만을 골라 공격했다. 그의 입가에 에너존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웃고 있었다. 


"아카데미 수석 졸업을 따낸 인재가 여기서 패싸움이나 하고 있다니, 사이버트론의 미래가 안타깝네." 


누군가 술집에 발을 딛으며 말했다. 메크들은 싸우다 말고 그를 쳐다보았다. 침묵이 흘렀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화려한 날개와 고풍스러운 외부 장갑을 두르고 있었다. 맑은 하늘색과 강렬한 붉은색이 조화된 그의 색상과 수려한 외모는 그가 사이버트론 고등 평의회의 의원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쇼크웨이브였다.


서치라이트는 쇼크웨이브와 눈을 마주치자 옵틱을 굴리며 싸우고 있던 메크에게 손을 뗐다. 가게를 나가려는 그의 어깨를 쇼크웨이브가 붙잡았다, "잠깐 얘기 좀 하지."


서치라이트는 그가 의원임을 깨닫고 자리를 피하려 했으나 자신이 지금껏 만났던 의원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았다. 짧은 시간에 그가 느낀 쇼크웨이브는 가식이 없고, 가면을 쓰지 않은, 위화감이 없는 자였다. 


잠시 후. 술집 주변 골목. 


벽에 기대 팔짱을 끼고 있는 서치라이트는 쇼크웨이브가 한 말이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되물었다, "뭐라고?"


"말했잖아. 아크 9의 함장직, 거절하지 말고 받아들여줘." 쇼크웨이브가 말했다. 서치라이트는 그의 말을 애써 모른 척 하고 있을 뿐이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 서치라이트가 고개를 으쓱하며 말했다.


"의회가 당신에게 제안한 함장 자리 거절했다며, 나도 의원이기 때문에 그 정도는 알고 있어." 쇼크웨이브가 지지 않고 말했다. 


위화감. 권력에서 오는 압박. 서치라이트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었다. 


"윗사람들이 보냈나? 어떻게든 나 승선시키려고-" 서치라이트가 골목을 나서며 걷기 시작했다. 


"-아니. 이건 내 단독 행동이야." 쇼크웨이브가 그를 따라가며 말했다.


"이유는?"


"많은 자들이 위험에 처했어." 


서치라이트는 멈춰섰다. 쇼크웨이브가 하는 말이 거짓말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째서? 의원이 단독 행동을 하면서까지 남을 위해 자신의 자존심을 포기한다니. 이는서치라이트가 존경할 만한 행동이었다. 이는 곧 호기심으로 변했다. 


"그럼 날 설득해봐." 서치라이트가 쇼크웨이브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아크 9의 원래 함장, 하이-빔은 내 절친한 벗이었어. 내가 아는 한 그는 양자 생성기 옆에 잘못 서서 죽을만큼 둔한 메크가 아니야. 그는 예민하고, 신경질적이었지만... 정의로웠어. 그렇기에 그를 노리는 자들이 많았던 거지." 쇼크웨이브가 설명을 시작했다.


"네 말은 내가 거절한 자리의 전임자가 살해당했다는 건가?" 


"아직까지는 추론이야. 잘 들어, 노바 프라임의 이 확장계획. 여러모로 수상한 점이 많아. 갑자기 트로니아 외우주로 영향력을 넓히겠다는 것도, 갑작스럽게 대규모 인력을 동원해서 함선을 건조할 수 있었던 것도 . 수많은 양자 엔진이 갑자기 생겨난 것도."


"재밌네." 


서치라이트는 턱에 손을 대며 곰곰히 생각했다. 그리고 대답했다, "열심히 해결해봐." 


그는 알트모드로 변신해 다시 술집으로 향했다. 사실 이 때의 서치라이트는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정치가들이 뭐라 떠들든, 프라임이 얼마나 대단한 존재이든 간에 그는 그저 영원하지 않은 그의 삶에서 가치를 찾고 싶었을 뿐이었다. 


누군가 빼도 박도 못할 근거를 가지고 그를 붙잡지 않는 이상 말이다.


쇼크웨이브가 알트 모드로 변신해 날아올라 그를 따라잡았다.


"난 네 비밀을 알아! 넌 특별한 존재지. 네가 아카데미를 수석으로 졸업할 수 있었던 것도, 경력도 뭣도 없는데 아크의 함장으로 추천받은 것도 너의 노력보다는 재능 덕이잖아. 그 재능을 이딴 도박에나 썩힐 셈이야? 말해봐, 서치라이트. 만약 세계가 멸망한다면, 넌 여기서 죽을 텐가? 아니면...


...뭐라도 바꿔보려고 발버둥치다 죽을텐가?" 쇼크웨이브가 소리쳤다. 


위화감. 권력에서 오는 압박. 서치라이트가 가장 싫어하는 것.


서치라이트가 이 젊고 열정 넘치는 의원을 만나서 느낀 것은 그 반대였다. 


양심에서 오는 압박. 


그가 느끼고 싶었던, 어쩌면 지금까지는 피해왔던 감정이었다. 


앞에 어떤 일이 도사리고 있을지 그는 몰랐다. 


하지만 그 불확실성이 없으면 삶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서치라이트는 멈춰섰다. 그리고 그는 변신해 쇼크웨이브를 응시했다. 쇼크웨이브 또한 땅에 착지해 변신해 그의 답을 기다렸다.


"날 찔리게 한 건 네가 처음이야." 서치라이트가 쇼크웨이브를 향해 활짝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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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썬더윙 호(아크 9) 함교. 


"서치라이트, 너 괜찮아?" 나이트라의 목소리가 생각에 잠긴 서치라이트를 정신 차리게 했다.


손에 턱을 괴던 서치라이트는 눈을 깜빡이고는 고개를 일으켜세웠다.


"그럼, 괜찮고말고. 다들 현 상황 보고해줘." 서치라이트가 함교 전원에게 말했다.


"정상 궤도 진입했고... 현 시간 부로 썬더윙 호, 트로니아 구역에서 벗어났습니다." 하울러가 항해 모니터와 지도를 곰곰히 응시하며 말했다. 함교의 선원들은 기념비적인 첫 출항을 기뻐하며 서로의 어깨를 툭툭 치며 수고의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서치라이트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의자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피며 말했다, "텔레트랜 X, 우리의 첫번째 목적지를 보여줘."


함교 정면의 거대한 창문에 모니터 화면이 재생되었다. 


"선발 드론이 탐지한 저희의 첫 트로니아 구역 외 미탐험 지대는 식별번호 R-902, 일명 레갈리스 V 행성입니다. 이곳에는 원시 유기체 문명 '보타니칸' 부족이 서식하고 있으며 특이사항으로는 그 어떠한 기계와 금속에 대한 기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 함교 안에 울려퍼지는 텔레트랜 X의 목소리. 


이어 모니터에 보타니칸 족의 자료 화면이 재생되었다. 초록색 식물이 몸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작은 생명체들이었다. 


"이들은 정체불명의 녹색 에너지를 사용해 행성의 토착 식물들을 조종, 이를 활용해 자신들의 신체는 물론이고 집, 무기 등을 스스로 만들어가며 살아갑니다. 드론이 관측한 바에 따르면 최근 이들은 또다른 토착 생명체인 '열화충'으로 인해 터전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우리의 목적은 이들 문명을 구하고 사이버트론과 우호 관계를 맺는 것입니다."


화면에는 보타니칸 족 개체 일부가 녹색 에너지를 나무, 숲에 흘려보내 형태를 조종하는 모습이 보여졌다. 다음 화면에서는 불을 내뿜는 거대한 곤충들이 나타나 이들이 만든 마을을 불태우는 모습이 재생됐다. 


"우호 관계라, 내 전문인데." 서치라이트가 말했다.


"단순히 접근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우리가 저 열화충들을 해치운다고 해도 저들이 우리를 반길지 적대할지는 모르는 거니까." 나이트라가 화면 속 보나티칸들을 응시하며 말했다. 


"그거야 우리가 얼마나 잘 해치워주느냐에 따라 다르지-" 서치라이트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지직- 


갑자기 모니터 화면이 사라졌다.


"통신입니다. 아크 1 벤쥴리 익스펜스 호로부터 도착한 신호입니다." 텔레트랜 X가 말했다.


함교는 이내 조용해졌다.


"타이밍 적절하네, 위대하신 프라임." 서치라이트가 혼잣말했다. 


화면을 가득 채운 것은 노바 프라임의 모습. 아크 오더의 지도자이자 프로젝트 익스펜션을 시작한 장본인, 사이버트론의 8대 프라임 왕조. 그의 양 옆에는 함대의 첫번째 아크인 '벤쥴리 익스펜스' 호의 간부 갈바트론, 사이클로너스, 스커지, 지악서스, 스트랙서스 등 내로라 하는 사이버트론 자유 제국의 유명 인사들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다.


"반갑다, 제군들. 프로젝트 익스펜션의 책임자로서 이렇게 24대의 모든 아크가 성공적으로 출항해 각자의 여정을 떠나는 모습에 자랑스러울 따름이다. 


이미 알다시피 자네들은 약 1 메가 사이클1년동안 트로니아 구역 외의 미탐험 행성을 탐사하고 사이버트론의 문명을 전파하는 임무를 맡게 될 것이다. 


아크 오더의 각 함선은 다른 항로와, 다른 임무가 배정되어 있다. 이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는 자네들에게 달렸다. 


명심했으면 하는 것은 임무의 중요성이다. 지난 타이탄 폭동 사태와 모틸러스의 사임으로 사이버트론의 범우주적 위상은 크게 실추되었다. 타 행성정부의 신뢰와 우리 문명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우리의 영향력을 넓히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보는 바이다. 


...프라이머스가 그대들과 함께하길 바란다."


통신이 종료되었다.


"프라임이 정치는 평의회에 맡겨두고 몸소 함대에 승선한다니, 역시 신기하다니까~! 비범하다고 해야되나 무모하다고 해야되나." 서치라이트가 의자를 빙글빙글 돌리며 말했다. 


"함장님, 방금 메드베이에서 보고가 하나 들어왔습니다. 그... 밀항자가 한 명 있다는 것 같네요." 아트파이어가 모니터에 뜬 신호를 보며 말했다. 


"밀항자?"

"밀항자?" 


서치라이트와 나이트라가 동시에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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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메드베이.


드롭킥의 CR 체임버 앞. 나이트라가 의학 장교 미네르바와 언쟁을 벌이고 있고 조수 터바인은 그 옆에서 묵묵히 치료 기구들을 손보고 있었다. 서치라이트는 팔짱을 끼며 드롭킥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었다. 


"상황이 어떻게 꼬인 건지는 모르겠는데, 이건 밀항이야. 선원도 아닌 자가 벌써 트로니아 구역 밖까지 와버렸다니. 미치겠네. " 나이트라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저희는 규정대로 했을 뿐입니다. 긴급 이송이 필요한 환자를 메드베이로 옮겼고, 그에 따라 보고도 한거죠. 그 이후는 당신들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미네르바가 대답했다. 그리고는 서치라이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네가 판단해, 함장. 어떡할거야?" 나이트라가 서치라이트에게 물었다.


CR 체임버 앞 치료대에 앉아있던 드롭킥은 갑자기 많은 이들이 자신을 둘러싼 탓인지  긴장한 듯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있을 뿐이었다. 서치라이트는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드롭킥의 옵틱을 오랫동안 응시하더니 그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드롭킥의 손에는 푸른색 선들이 가지처럼 뻗어있는 모양으로 은은한 무늬가 흐릿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래서 2급 아웃라이어라고 했나?" 서치라이트가 그에게 물었다.


"네? 아, 네..." 드롭킥은 서치라이트의 시선을 부담스러워하며 말을 더듬었다. 


"능력이 뭐야?" 


"네?"


"네 능력 말이야." 


"전...


...남을 고칠 수 있어요." 


드롭킥은 눈치보며 자신의 빛나는 두 손을 조심히 보여주었다. 서치라이트가 피식 웃었다. 이내 그는 자신의 왼쪽 손을 이온 캐논으로 변형시켜 오른쪽 손을 향해 한 발을 장전했다. 나이트라, 미네르바, 터바인은 일제히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 자리에서 굳었다. 나이트라가 외쳤다, "서치라이트 너 뭐하려고-" 


펑-!


서치라이트의 오른손은 증발되고 없었다. 에너존 피가 절단부를 통해 흘러내렸다.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드롭킥은 기겁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뒷걸음질쳤다. 서치라이트는 입가의 미소를 유지한채 오른팔을 뻗어들어 드롭킥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말했다, "고쳐봐."


드롭킥의 손이 사르르 떨렸다. 그는 기억했다. 자신이 처음 능력을 사용했을 때를. 자신이 다른 사이버트로니안과는 다른 '별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를. 남들이 자신을 괴물 보듯이 보기 시작한 때를.


그리고 그는 섀터를 기억했다. 지금쯤 전투부 선실에 가있을 섀터였다. 드롭킥을 자신과 별반 다르지 않은, 같은 스파크를 지닌 친구로 알아봐준 그 때의 섀터를 기억했다. 


지금은 드롭킥에게 있어 다시금 자신을 증명할 때였다. 능력에 책임 질 줄 아는 자라는 것을.


드롭킥은 두 손을 조심스레 서치라이트의 오른쪽 손목의 절단부에 갖다 대었다. 그리고는 정신을 집중했다. 


서치라이트는 드롭킥의 표정을 살피고는 자신의 손이 다시 생성되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드롭킥이 손을 댄 부분에 푸른색 빛이 돌기 시작했고 서치라이트의 오른손이 서서히 다시 나타났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나머지 메크들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우뚝 서 있을 뿐이었다. 서치라이트는 뿌듯함과 만족스러움이 교차하는 표정을 지었다. 치유가 끝나자 드롭킥의 얼굴과 몸 전체가 창백해졌고 그는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터바인이 달려와 그를 부축했다. 그는 옵틱으로 드롭킥의 몸을 스캔하며 말했다, "에너존 부족 상태에요. 어떻게 갑자기-"


"자신의 에너존을 소비하는 치유 능력이군. 상상 이상인걸."  미네르바가 흥미롭다는 듯이 말했다. 


서치라이트는 자신의 새 손을 만지작거리곤 신난다는 듯 손목을 빙빙 돌렸다. 그리고는 힘겹게 몸을 겨누고 있는 드롭킥에게 다가갔다.


"규정 같은건 필요없어. 자신을 내어주고 누군가를 살릴 의지만 있다면, 내 선원이 될 자격은 충분한거야." 서치라이트가 말했다. 그는 드롭킥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괜찮으시다면 이 친구 메드베이에서 저희와 함께 일해도 좋을 것 같네요." 미네르바가 드롭킥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는 나이트라와 서치라이트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서치라이트는 여전히 긍정의 미소를 짓고 있었고 나이트라는 무표정으로 시선을 회피했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모양이었다. 드롭킥의 입가에 작은 안도의 미소가 번졌다. 


우르르- 


갑자기 함선 전체에 강한 진동이 느껴졌다. 메드베이에 있던 모두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주변을 급히 두리번거렸다. 


"뭐지? 엔진 오작동인가?" 나이트라가 외쳤다. 


서치라이트의 통신기 너머로 들려오는 아트파이어의 목소리, "함장님? 당장 함교로 돌아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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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함교.


창문에 전개된 모니터 화면을 가득 채운 것은 정체불명의 메크의 얼굴. 곳곳에 흉터가 가득하고 전투 마스크와 투구로 둘러싼 외모였다. 마스크 아래로는 굵은 철사들을 엮은 것 같이 자라난 수염이 튀어나와있었다. 함교의 모든 선원은 침묵했다. 나이트라, 하울러, 아트파이어는 긴장 상태였고, 서치라이트 또한 턱을 어루만지며 화면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얼굴의 주인공이 입을 열었고 화면 너머로 거칠고 둔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이름은 썬더트론. 스타 시커즈의 리더이자 타이달 웨이브 호의 함장이다. 3 사이클 안에 너희 배를 우리에게 내놓지 않으면-


-전원 학살할 것이다." 


위험. 위화감과는 다른, 서치라이트가 느낀 이 감각은 위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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