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명일방주의 배경이 되는 이 행성에는 정말 희망이 있을까?


런더니움 골목 안쪽에서 배를 곯다 쓰러진 한 가울 난민을 상상해 봐.


그의 고향은 수성포의 포격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친구도 가족도 각자도생하며 그의 곁을 떠나갔지.


아츠나 무술에 대해서는 당연히 문외한인 데다가 돈 한 푼 없는 그가 황야에서 떠돈다면 어떻게 될까?


최악의 상황은 재앙에 휩쓸리는 일이지만, 그 전에 질 나쁜 강도를 만나거나 사나운 야생동물들에게 잡아먹히지나 않으면 다행이겠지.


결국 그가 선택한 것은 런더니움 하층에 몰래 숨어들어 가는 것이었어.


적어도 재앙과 위험 생물들로부터 안전한 장소이자, 일자리를 구하면 먹고 살 수는 있을 테니까.


하지만 농사만 하던 그는 공장 노동자의 삶이 얼마나 가혹한지 모르고 있었어.


하루에 16시간, 오리지늄 분진이 계속 뿜어져 나오는 기계 앞에서 장치를 조립하는 단순노동은


악착같이 버티다가 고향땅을 재건하려던 꿈을 꺾어버렸고,


일당조차 제대로 받지 못해 휴일에도 일을 하지 않으면 당장 밥 한 끼가 문제였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오리지늄 방호복이 떨어져 가는 와중에도 악착같이 돈을 벌었어.


결국 어느 날 새벽, 얼마 전부터 심해지던 기침 때문에 콜록거리며 몸을 일으킨 그는


금 간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목에 난 작은 결정을 발견하고 말았지.


감염자가 된 이후 돈은 그의 숨통을 점점 더 조여오기 시작했어.


이젠 비싼 약을 사기 위해 밥을 조금씩 거르기 시작했고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길바닥 아무 데서나 자는 노숙자 신세를 지게 되었으며


가장 절망적인 건 그렇게 악착같이 모은 돈으로 산 광석병 치료제가 가짜였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아차렸다는 거지...


결국 그는 모든 것을 놔버리기로 했어.


그날 번 돈은 술과 도박에 쏟아부어 다 써버리기 시작했고, 쓰레기통을 뒤져 통조림에 남아있는 찌꺼기를 긁어먹으며 연명하던 그에게


더 이상 잃어버린 황금빛 들판을 되찾을 희망은 남아있지 않았어.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주저앉은 그가 다시 일어나기 위해선

가울인들이 가장 좋아했던 싸이버거를 먹어야 하지 않을까?



가울 난민 3명 11시까지 찾아보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