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일과가 끝난 후 찾아오는 오락 시간에 무슨 큰 의미가 있겠냐만은 나는 이것에 매우 열정을 쏟고 있습니다. 

내일로 향하는 무력한 나에게 한가지 빛이 되어주는 것입니다. 이 열정이 좋은 느낌으로 지속되길 바랍니다.

허나 나라는 인간은 추한 주제에 호승심이 깊어 내 뜻대로 되지 않으면 끝을 봐야합니다.


하루는 그랬습니다. 노인 하나와 시비가 붙어 그를 아주 못쓰게 만들 작정이었으나, 허나 결과는 뻔하지 않습니까?

힘의 모자름이 더 없이 통감되기에 나를 저 아득히 먼 아래의 르상티망으로 끌고 갑니다.

헤어나오기 힘든 절망에서 저 노인은 아득바득 기어올라오려는 나를 밟으며 머리를 짚는 것 같습니다.

결국엔 나는 서른번의 기회를 모두 날려먹고나서야 머리가 차가워졌습니다.


언제는 또 그랬습니다. 아직 여름 휴가 분위기가 다 가시지 않은 행사날, 하늘에 떠있는 상자를 상대하고 있었습니다.

아직 어린 시절의 나는 무서움을 모르고 달려들었으나, 상자 안의 어린아이에게도 똑같은 취급을 받았습니다.

결국 끝내 분을 이겨내지 못했고, 나는 이 분하고 답답한 마음을 안도감으로 승화시킬 돛대와는 인연이 잘 없습니다. 


아마 이 때부터 내 호승심이 싹을 틔운 것일지 모릅니다. 나를 화나게 만드는 것들에 눈을 까뒤집고 달려드는 버릇은 이미 제 오락의 한 방법이 되었습니다.

앞으로가 두렵습니다. 내 앞으로의 삶에 시련은 필수불가결입니다. 그런데도 그 시련을 제대로 견디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에는 장담치 못하겠습니다. 나는 살아갈 자신이 없습니다. 나는 노인이 되기 전에도 죽음당할지 모릅니다. 나는.


그런데 오늘은 또 그랬습니다. 저는 보고야 말았습니다.

아름답게 휘날리는 날붙이와 갈대빛깔의 소녀.

강아지와 같이 귀여움을 품은 소녀가 그 노인에게 저를 구제해줄 빛입니다.


젖 먹던 힘을 짜내며 옛 적과 같은 실수를 범하기 보단 스러져가는 나에겐 구제가 필요합니다.

내게 케오베를 내려주십시오. 이 미련하고 나약한 아해를 살려주십시오.

보답이라고는 뭐하나 미약하게나마 불꼬리를 보여드리외다.


제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