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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링 눈나 애호 소설임미다. 


업뎃에 명부이들 심심할까봐 쓰기 시작했는데 끝내니까 서버 열릴 때 다 됐네. 


일터에서 급하게 끼적인 거라 퀄리티가 좀 부족할 수 있어. 넓은 양해 바랄게. 


야설을 기다린 명붕이들한테는 미안하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는 말밖에 못 하겠네. 면목이 없다. 


사실 저번 니어편부터 여러모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 중이거든. 


등장인물 수도 늘리고, 관계성도 다양하게 해 보고, 표현 기법도 바꿔보고 하는 식으로. 


아무리 꼴리면 장땡인 야설이래도 맨날 똑같은 전개, 똑같은 구도, 똑같은 결말만 내면 너희들도 식상해질 거고, 나도 배우는 게 없잖아. 


그래서 계속 다양한 색을 써 보는 중인데…그러다 보니까 진도가 안 나가더라. 


그래도 내일쯤이면 로사-제이편을 내놓을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그쪽을 기다린 명붕이들은 좀만 더 인내해주라. 그만큼 좋은 작품으로 보답할게. 


추천을 누르고 댓글을 써 주면 29포인트가 공짜로 생김미다. 


불쌍한 글쟁이에게 많관부. 


그럼 오늘도 즐겨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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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천년기, 1102년 봄. 


5월 10일 09:00. 



“에츄!” 



느닷없이 성대한 재채기가 튀어나왔다. 


음, 뭐지? 



새벽부터 나와서 상촉까지 걸어왔더니 봄 감기라도 걸린 건가. 


링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응? 그대여, 왜 그래?” 


“아니, 갑자기 추워서.” 


“이리 와, 열 좀 재 보게.” 



앞머리를 손으로 쓸어올리고, 내 얼굴에 이마를 바짝 붙이는 링. 


이마에 와 닿는 시원한 감촉이 기분 좋아 살며시 눈을 감으니, 그녀가 피식 웃으며 내 뺨을 쓰다듬었다. 



“열은 없네. 감기는 아닌가 봐. 이제 눈 떠도 돼, 그대여.” 


“...응, 고마워.” 


“아픈 데는 없지?” 


“응. 갑자기 켈시랑 아미야가 걱정돼서.” 



뜬금없이 그런 생각이 든 건 어째서일까.



“음, 그러고 보니 좀 염려되긴 하네. 어쨌든, 그 기업이 별 탈 없이 운영되고 있는 데는 그대의 공헌이 컸으니까.” 


“...그런 문제가 아니라.”  


“그래도 그대여, 나를 앞에 두고 다른 여자들을 생각하는 건 실례야. 감사의 마음으로 그대에게 휴가를 선사해 준 그녀들에 대한 실례이기도 하지.” 



링이 살풋 웃었다. 



“그러니까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즐기자.” 


“...응.”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어딘가 마음이 석연찮다. 


이따 저녁때 전화라도 한 번 해 봐야지. 


그때, 딴생각하지 말라는 듯 링이 내 손을 잡아끌었다. 



“그럼, 뭐부터 할까?” 



무슨 일이지. 


링, 어딘가 초조해 보이는데. 



“뭐든 좋긴 한데, 난 상촉은 잘 몰라서. 몇 개 추천해주라.” 


“음…취강봉에 올라가서 그대와 하루 종일 대작을 하는 것도 좋고. 아, 상촉 호수 근처에 아주 매운 훠궈를 파는 가게가 있거든. 거기서 식사하는 것도 좋겠네. 뭐니뭐니해도 상촉 특산물이니까.” 

“...훠궈는 싫어.” 


“응? 왜? 그대 매운 거 좋아하잖아.” 


“아무튼 싫어.” 



덮어놓고 거절하자, 링이 온 얼굴로 물음표를 띄웠다. 


니엔이 나한테 방사성 훠궈를 먹였다는 얘기를 아직까지 못 들었으니, 그럴 만 하지. 


하지만 어쨌거나 링은 링이었다. 



“그래. 그 옆에 있는 선술집도 괜찮아. 사장이 그날 낚아 올린 린수 회를 파는데, 아주 신선하고 맛있어. 외관이 좀 허름하긴 하지만, 그대가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건 이미 잘 아니까.” 



내가 싫어한다는 한 마디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화제를 바꾸는 그녀. 


이런 사려 깊은 점, 정말 좋아해.  


그때, 회라는 한 마디에 내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났다. 



“음…링, 이런 건 어때?”  


“또 뭔가 재밌는 생각이 난 모양이네. 경청할게.” 


“낚시하러 가지 않을래?” 


“응?”  


“상촉 호수에서 물고기를 낚은 다음, 그걸 들고 취강봉에 오르는 거야. 물론 좋은 술도 좀 얻어서. 내가 꼭대기에서 회를 떠 줄게. 운해를 바라보면서 먹는 회의 맛은 분명히 각별할 거야.” 


“!” 



조금 전 링의 얼굴에 떠올랐던 물음표가 이번에는 느낌표로 바뀌었다.  


휙휙 홰치는 그녀의 꼬리를 바라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어때?” 


“최고야. 정말, 그대는 수상할 정도로 풍류를 잘 아는구나.” 



뭐, 산을 오르는 동안 린수가 상할 수도 있고 물고기가 한 마리도 안 낚일 수도 있지. 


그런데 그런 현실적인 문제는, 지금의 우리한테는 뒷전이다. 


현실 따질 거였으면 애초에 로도스 법인카드를 들고 왔어. 


이번 여행 동안에는 머리도 가슴도 낭만 하나로 꽉꽉 채우고, 마음 가는 대로 뭐든 하자는 게 우리가 정한 바다. 



“하지만 낚싯대가 없는걸.” 


“대충 만들면 돼. 옛날에 많이 해봤거든. 실이랑 바늘, 가지고 있지?” 


“응…혹시나 그대의 옷이 찢어지면 기워 주려고 가지고 왔어. 그럼 미끼는 어떻게 하려고?” 


“천지가 개벽하니, 땅 위에는 생(生)이요 아래에는 명(命)이라 했던가. 땅 속에서 벌레를 잡으면 되지.” 



즉석에서 짜낸 어설픈 시에 링이 깔깔 웃었다. 



“시 솜씨가 많이 늘었는걸, 그대여. 처음에는 풋풋하고 귀여웠는데, 어느덧 어엿한 문인이 다 됐구나. 곧 등단해도 되겠어.”    


“별말씀을. 그래서, 어떡할까?” 


“잔은 이미 채워졌으니, 들이키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은 없지. 당장 가자.”  



그녀의 말대로, 술잔을 가득 채웠으면 한 입에 털어 넣어야 하는 법. 


어째서인지 좀 과하게 신난 그녀와 손을 마주잡고 호수로 향했다. 


출근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났는데도 소란스러운 상촉의 거리를 지나.


잔물결이 온화하게 밀려오는 호숫가에 발을 딛은 순간.  



“와아….”  



내 입에서 저절로 감탄이 새어나왔다. 


호수를 가득 감싸안은 물안개. 


그 너머로 흐릿하게 보이는 마천루의 숲과, 도시의 소음을 전부 묻어버리는 물결 소리. 


이따금씩 불어오는 바람에, 수줍게 흔들리는 수양버들까지. 


꽤나 괜찮은 풍경이었다. 


취강봉까지 갈 것도 없이, 여기서 한 잔 걸쳐도 좋겠다 싶을 정도로. 



“그대여, 한 잔 할래?” 


“좋긴 한데, 낚시할 준비부터 좀 하고.” 


“어머, 유감이네. 내가 도와줄 일 있어?” 


“아냐. 내가 할게.” 



이심전심이라고 했던가. 


벌써 호리병을 딴 링에게 쓴웃음을 지으며, 수양버들 나무 아래에서 굴러다니는 나뭇가지 두 개를 주워 들었다.  


링의 보따리에서 꺼낸 실을 나뭇가지 끝에 단단히 묶고. 


라이터로 바늘을 그을린 뒤 구부려 낚싯바늘을 만들면 간이 낚싯대 완성.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어렸을 적에는 이렇게 많이 했던 것 같은데. 


시험 삼아 한두 번 던져 보고 있자니, 링이 감탄했다. 



“그대는 참, 보면 볼수록 손이 야무지단 말이야. 그런 재주는 어디서 익힌 걸까?” 


“기억은 안 나는데, 어릴 때 친구들이랑 이렇게 만들어서 낚시하러 가고 했던 것 같아.” 


“그대의 어린 시절이라…틀림없이 귀여웠겠지? 볼도 빵빵하고, 조그마한데 그대를 닮은 꼬마 아이라…헤헤, 으헤헤헤.” 



뭔 상상을 하는 걸까. 


볼을 붉히며 얼빠진 미소를 짓는 링의 손에 낚싯대를 쥐어 주고는, 다시금 수양버들 아래로 갔다. 


썩은 가지와 나뭇잎을 헤치고 땅을 조금 파자, 작은 벌레들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이거지.” 



지렁이 몇 마리. 


작은 굼벵이와 나방 애벌레 몇 마리를 잡은 뒤, 바늘에 벌레를 끼우면 준비 끝. 


얼마 전에 비가 온 탓인지, 벌레들이 지표면에 가까운 곳에 우글거려서 수고를 덜었다. 



“자, 시작할까?” 


“응.”  



링에게 돌아와 함께 낚싯대를 쥐고, 휙 하고 던지자. 


바늘이 얼마 안 떨어진 수면에 퐁, 하고 떨어지고. 


링이 내게 호리병을 건넸다.  



“슬슬 한 입 어때, 그대여?” 


“좋지. 근데 슬슬 술 부족할 텐데. 나한테 줘도 돼?” 


“그대랑 나눠 마시는 건 하나도 아깝지 않아. 다 떨어지면 그때 가서 외상을 하든 하지 뭐.” 


“하긴. 술이야 얻으면 되니까. 그것보다 린수가 잡힐지 모르겠네. 낚싯대가 어설퍼서.” 


“내가 헤엄이라도 쳐서 한 마리 물어올까?” 


“...안 춥겠어? 아직 봄인데.” 


“이거, 왜 이러실까. 나 쉐이의 파편이야. 한겨울에 바다 깊은 곳까지 잠수해도 쌩쌩해.” 



꼬리를 살랑거리며 짓궃게 웃는 링. 


진심으로 뛰어들 기세인 그녀를 보며, 나는 피식 웃었다. 


확실히 텐션이 과하다. 


평소의 그녀라면 좀 더 가볍게 말했겠지. 



“그래도 그런 짓은 하지 마. 걱정되니까.” 


“어머,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못 하게 하다니. 조금 불만이긴 하지만, 그대의 마음씨를 봐서 참을게.” 

 


뭐, 그래. 


린수가 소식이 없으면 어때. 


술기운도 오르는데다, 호수에 물결 이는 소리가 심심할 틈도 없게 귓가를 간질이고. 


무엇보다 옆에 네가 있는데. 


그렇게 아무 반응도 없는 낚싯대를 붙들고, 한참을 링과 떠들고 있자니….



“...헉, 헉. 여기 있었군요. 쉐이, 링.” 



느닷없이, 방해꾼이 나타났다. 



“사세대, 지촉인으로서, 동행을 요구하겠습니다. 당신이 느닷없이 로도스 아일랜드를 떠나 상촉에 나타난 이유, 상세하게 들려주셔야겠습니다.” 



헐떡거리는 소리에 링과 동시에 뒤를 돌아보니, 젊은 청년 한 명이 무릎을 짚고 서 있었다. 


응? 


어딘지 익숙한 얼굴인데. 


저번에 상촉에서 봤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니, 총웨 일로 옥문에 갔을 때도 봤었구나. 


이름이 분명….



“...좌락? 왜 여기 있어?” 


“오랜만입니다, 로도스 아일랜드의 박사님. 제가 왜 여기 있냐고요? 그건 옆에 있는 쉐이의 파편에게 물어보는 게 빠르지 않을까요?” 



쉐이의 감시를 맡고 있는 염국의 부서, 사세대. 


좌락은 분명 그 사세대 소속 공무원, 지촉인이었지. 


그렇다면 링의 행차에 촉각이 곤두선 것도 이해는 된다. 



“당신도 같이 가 주셔야겠습니다. 쉐이의 신병을 인계받은 주제에, 사세대에게 보고도 없이 염국 땅에 쉐이를 데려오다니. 경우에 따라서는 처벌도….” 



하지만 문제는….



“...처벌이라고 했니, 지촉인 꼬마야?” 


“뭡니까?” 


“너희가 우리의 동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거, 이해는 하는데…꼭 이 사람까지 엮어야겠어?” 


“...무슨 말씀이신지.” 


“박사가 뭘 잘못했다고. 문제가 있으면 나한테만 얘기하면 되잖아.” 


“태위님께서 뭐라고 하시든, 쉐이의 감시는 사세대의 임무입니다. 로도스 아일랜드의 박사님께서는, 쉐이들의 체재를 허락한 입장으로서 그 임무 또한 일부 인계받았다고 할 수 있죠.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일은 보고 누락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극히 원론적인 그 대답에, 링의 얼굴에 언짢은 기색이 깃들고. 



“작은 인간아, 그렇다면 어디 지껄여보거라. 우리가 몸소 너희의 보잘것없는 관청에 찾아가 머리를 조아리고, 염국의 토지에 발을 디디게 해 주십사 허락을 구했어야 했느냐?” 



나를 향해 상냥하게 미소짓던 입에서, 상상도 못 했던 위압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좌락의 말투가 지나치게 딱딱했던 것도 있었지만….


뭐, 링이 지금 저러는 이유는 이틀 연속으로 방해를 받았기 때문일까. 


오는 길에 버스가 망가진 것까지는 그렇다 쳐도. 


어제는 왕에게 붙들려 거의 하루를 통째로 날리고. 


지금은 사세대에게 엮여, 종일 붙어 있어도 모자랄 시간을 뺏기게 생겼으니 짜증이 난 것일 터다. 


하필이면 나를 건드린 것도 한 몫 했겠고. 


이해는 가. 


나도 영 기분이 나쁘니까. 


하지만 그걸 다 감안해도, 오늘의 링은 어딘가 이상하다. 


그리고 사정을 전혀 모르는 좌락은 식은땀을 줄줄 흘리기 시작했다. 



“...쉐이의 존재는 저희 염국에 있어 잠재적인 위협입니다. 지촉인이 위험분자들을 조사하겠다는데, 문제라도 있습니까?” 


“사명에 잡아먹힌 것이냐, 아니면 제 분수를 모르는 게냐? 내 오라비가 네 몸에 새긴 무의 근본을, 이 자리에서 다시금 깨우쳐 주는 편이 좋을까?” 


“한 마디만 더 하신다면, 염국의 관리에게 싸움을 거는 걸로 이해하고 압송하겠습니다. 두 분 모두.” 



그러면서도 할 말은 다 하네. 


저놈 저거, 분명히 물에 빠지면 주둥아리만 둥둥 뜰 거야. 


아차, 이러고 있을 시간에 빨리 뭐라도 해야 해. 


좌락은 끝까지 고자세로 나올 거고, 링은 더 언짢아지겠지. 


저대로 계속 내버려두면 링이 진짜로 좌락을 주둥아리만 남기고 갈아버릴지도 몰라. 


그런 생각이 듦과 동시에, 나는 서둘러 링의 앞을 가로막았다. 



“잠깐, 잠깐만, 링. 진정해.”


“...그대여, 잠깐 비켜서 주지 않을래?” 


“안 돼. 좌락한테는 내가 잘 얘기해서 돌려보낼 테니까, 좀만 진정하자. 응? 관리를 건드려서 좋을 거 없잖아.” 


“누가 누굴 돌려보냅니까.” 



등 뒤에서 꿍얼거리는 좌락. 


이 자식이 정말, 내가 지금 니 목숨줄 붙여주려고 이러는 거 안 보여? 


그때, 링이 이마를 짚었다. 



“...하아. 미안해, 그대여. 또 그대에게 폐를 끼치게 되네. 나는, 도무지 머리가 차가워지지를 않아서….” 


“응. 맡겨둬.” 



새삼 내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사람에게 반한 건지 다시금 깨달으며, 할 말이 많아 보이는 좌락을 질질 끌고 수양버들 아래로 갔다. 



“당신도 잘한 건 없습니다. 이번 일 뿐만 아니라, 그동안 쉐이의 동향에 대한 보고가 누락되어 있었더군요. 이번에 직접 오시지 않았더라면, 조만간 저희 쪽에서 항의가….” 


“이게 뭐 하는 짓이야?” 



개소리를 지껄이는 좌락의 말을 끊고, 놈을 노려본다. 



“박사님, 당신은 명석한 분인 걸로 아는데요. 제가 똑같은 말을 두 번이나 해야겠습니까?” 


“아니, 넌 옥문 사건 이후로 대황성에 처박…아니, 대황성으로 발령받았잖아. 근데 여기서 뭐 하는 짓이냐고. 여기는 사세대가 없어?” 


“그건…내부 기밀입니다.” 



입을 꾹 다문 좌락. 


어린 놈이 뭘 믿고 이렇게 오만하게 구는지. 


왜 유들유들한 링이 그렇게 대노를 했는지 대충 이해가 될 것도 같았지만, 참아야지 어쩌겠어. 



“...내가 왜 여기 왔는지는 알아?” 


“네. 열흘쯤 뒤에 옥문에서 열리는 쉐이 관련 청문회에 참석하러 오신 거 아닙니까? 저 여자를 대동하실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만.” 


“입이 비뚤어져도 말은 똑바로 해야지. 참석하러 온 게 아니라, 소환당한 거야.” 


“...그래서요?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딱히 반박은 안 하는 걸 보니, 염국에서 날 소환한 사실 자체는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얘기가 빠르지. 



“너, 내가 굉장히 많이 참고 있다는 생각 안 해?” 



젊은이 특유의 치기로 가득한 좌락의 눈동자를 쳐다보며, 분노를 담아 씹어뱉었다. 



“염국 소속 기업이 아닌 로도스 아일랜드에 멋대로 소환장을 보낸 것도 그런데, 염국 국민도  아닌 나를. 염국에 대한 범죄 혐의도 없는 나를 콕 집어서 청문회에 세우기까지. 국제법이 물로 보이나 봐?” 


“...그걸 왜 저한테 말씀하시는지. 불만이 있으시면 제 상부에 직접….” 


“내가 입을 열면 너희 상부부터 터져나갈 테니까. 그런 불상사 만들기 싫어서 너한테 얘기하는 거야.” 


“......” 



어쩔 수 없이 순응하긴 했지만, 죽자고 덤빈다면 염국을 한바탕 뒤집어놓는 정도는 가능하다. 


컬럼비아부터 시작해 빅토리아, 라테라노, 시라쿠사, 카시미어와 림 빌리턴에 이르기까지. 


로도스와 긍정적인 관계를 맺은 국가들은 수도 없이 많으니까. 


물론 그들이 로도스를 위해 전쟁까지 감수하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염국의 횡포에 대한 공동 규탄 성명을 이끌어 내는 것 정도는 가능할 터. 


아무리 막가는 염국 조정이라 할지라도, 이를 싹 무시하는 건 불가능하겠지. 


그렇게 된다면 사세대 내부도 전쟁터가 될 게 뻔한 것을. 


나는 낚싯대 두 개를 양 손에 들고 입으로 술병을 쪽쪽 빠는 링을 곁눈질하며 말을 이었다.  



“당장 있잖아. 내가 무슨 일로 염국에 왔는지, 링한테도 얘기 안 했거든?” 


“...!” 


“링이 알면 어떻게 될까?” 



링은 단순한 쉐이가 아니다. 


염국 국경, 옥문에서 수백 년간 군대를 이끌어 데몬과 싸운 전력이 있는 인물. 


아무리 세월이 오래 지났다지만, 염국 군부 내부에는 아직도 그녀를 존경하는 인물이 많이 남아 있다고 들었다. 


굳이 인맥을 따지지 않더라도, 그녀의 무력이라면 청문회장을 한바탕 뒤흔드는 건 식은 죽 먹기겠지. 


쿠웅! 



“뭣…!” 



내 생각을 뒷받침하듯, 느닷없이 호수에서 투명한 용처럼 생긴 무언가가 솟아오르더니. 


거대한 물보라가 일고. 


호수에 있던 물고기 몇 마리가 호수변으로 내동댕이쳐졌다. 


그 중 가장 실한 놈을 고르고, 나머지는 방생한 뒤 내게 힘없이 손을 흔드는 링. 


조금 전의 기세등등함은 어디 가고 얼굴이 새파래진 좌락을 보며, 피식 웃는다. 


니 대가리가 저렇게 폭발할 수도 있었다고, 좌락아. 



“어떻게, 함 터뜨려?” 


“......” 


“사고 안 치고, 그냥 둘이서 조용히 여행이나 하다 갈게. 누가 널 보냈든, 우리 좀 내버려두라고 전해 줘라.” 


“...큭.” 



어느 쪽도, 아직 성인이 되기도 전인 어린 지촉인이 감당하기엔 스케일이 너무 컸다. 


한참을 고민하던 그의 입이 어렵게 열렸다.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했습니다. 더는 두 분의 방해를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두려워서 물러나는 건 아닙니다. 먼 길 해 주신 박사님께, 염국이 베푸는 배려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래도 말귀는 알아들어서 다행이다. 


염국의 배려라는 말도 생색내는 것 같아서 영 맘에 안 들긴 했지만. 


그때.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등을 돌리는 좌락을 보니, 좋은 생각이 났다. 



“고마워. 아, 좌락. 말 나온 김에, 좀만 더 배려해주면 안 될까? 이건 그냥 관광객으로서 하는 부탁인데.” 


“뭡니까.” 

“...나랑 링이 가지고 온 술이 다 떨어져서. 혹시 술 좀 사와줄 수 있어? 열 병 정도만. 계좌 알려주면 나중에 송금해 줄게.” 


“당신은 지갑도 없습니까?” 


“...없는데? 왜?” 


“...그런 쓰잘데기없는 부탁을 사세대 지촉인한테 하는 겁니까.” 


“부탁 좀 하자. 응? 설마 그새 염국의 배포가 지나가는 나그네에게 술 몇 병 대접 못 할 정도로 좁아진 거야?” 



실실 웃으며 염국을 돌려까자, 좌락의 표정이 확 구겨졌다. 


몇 분 뒤. 


술이 가득 든 호리병 열 개를 안고 돌아가자, 여전히 언짢아 보이는 링이 나를 반겼다. 



“그대여, 왔어?” 


“응. 아, 그리고 이거 받아.” 



그런 그녀에게 품 안의 술병들을 건넸다. 



“이게…뭐야?” 


“어, 별건 아니고. 좌락이 폐 끼쳐서 미안하다면서 사 주고 가던데?”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나는 사 달라고 부탁을 했을 뿐이고. 


실제로 입막음 비용이라면서 술을 갖다바친 건 좌락이다.


술값은 로도스 아일랜드로 돌아가자마자 송금할 생각이고. 


즉, 나는 잘못한 게 없다. 



“…생소병주에 소홍주, 니니봉의 청주까지. 그 꼬맹이, 술은 좀 볼 줄 아네.” 



술병을 하나하나 끌어안고 킁킁 냄새를 맡는 그녀. 


생일날 받은 선물을 조심스레 뜯어보는 아이 같은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보면 참 귀여운데 말이야. 



“취향에 맞는다니 다행이야.” 


“그런데 그대여, 어떻게 그 꼬맹이를 돌려보낸 거야?” 


“아, 그거? 애가 국뽕에 좀 찌들어서 그렇지, 말이 안 통하지는 않더라고. 문제 안 일으키겠다고 약속하니까 알아서 돌아가던데.” 


“흐음.” 



가타부타 말 없이 술병 중 하나를 까서 들이키는 그녀. 


아직도 기분이 풀리지 않은 걸까. 


내 앞이라 그런가, 웃고는 있지만 얼굴 한 구석에 그늘이 져 있다. 


꼴꼴꼴, 푸하. 


그렇게 그 자리에서 한 병을 통째로 비운 그녀가 나를 돌아보았다. 



“...린수도 잡았고, 슬슬 취강봉으로 갈까?” 



어째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네. 


원래라면 내가 만든 낚싯대에 잡힐 때까지 지고지순하게 기다렸을 그녀인데, 굳이 쉐이의 힘을 쓴 것도 그렇고. 


대충 원인은 짐작이 갔지만, 일단 그녀가 먼저 입을 열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게 예의겠지. 


나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렇게 우리는 등산을 시작했다. 


삼산십팔봉 중 가장 험한 봉우리가 취강봉이라더니, 확실히 그렇게 불릴 만 했다. 


산세도 험하고, 계단이 잘 없는 것까지는 그렇다 쳐도. 


중간중간에는 길보다 절벽에 가까운 곳도 있었다.  


평소에 운동과 담 쌓고 사는 내가 오르기엔 너무 버거운 산이었지만….



“헥, 헥….” 


“괜찮아, 그대여?” 


“...응, 아무렇지도, 헥….” 


“업어 줄까?” 


“아, 냐…나 진짜 괜찮….” 



그래도 링 앞에서 나약한 모습을 보일 순 없지. 


이미 그녀는 보따리에 술병, 커다란 린수와 얼음이 담긴 통까지 들고 있었으니까.  


악으로 깡으로 발걸음을 내딛는 나를 보며, 링이 서글프게 웃었다. 


그 애잔한 얼굴이 산보다 나를 더 힘들게 하는 건 덤이었다. 


그렇게 점심때가 약간 지날 때쯤 정상에 도착했다. 


깎아지른 듯한 봉우리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정자.


세월에 다 깎여나간 정자 앞의 팻말에서, ‘망수평’이라는 글자가 얼핏 보였다. 



“...아이고, 죽겠다.” 


“고생했어, 그대여. 여기 물.” 


“응, 고마워. 잠깐만 기다려 링, 바로 생선 손질 들어갈 테니까.” 



그녀가 건넨 물을 들이킨 뒤, 곧바로 보따리에서 식칼과 도마를 꺼냈다. 


물론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눈 앞이 빙빙 돌았지만….


내가 힘들어 죽는 한이 있어도, 링을 굶게 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되지. 


회라는 요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비늘을 벗기고, 대가리를 따 내장을 뽑아낸 뒤, 피를 씻어낸 살을 잘게 썰면 끝. 


하지만 어디까지나 절차가 간단할 뿐, 힘들지 않다는 건 결코 아니다. 



“그대여, 뭐라도 도와줄까? 아니면 내가 할게. 그대는 좀 쉬는 편이….” 


“아냐. 시 한 수 읊어줘.”


“...그대가 원한다면. 즉흥시라도 지어내 볼게.” 



식칼로 긁어 비늘을 벗겨내는 건 상당히 번거로우며. 


내장을 씻어내는 것 또한 물이 부족한 산 위에서는 적잖이 귀찮은 일이다.


행여나 링이 있는 정자에 비린내라도 배길세라, 정자 밖에서 햇빛을 맞으며 칼질을 하고 있자니 땀이 뻘뻘 흘러내렸다. 


그래도 괜찮다. 


링을 위해서니까. 


그렇게 링의 낭랑한 목소리를 들으며 어찌어찌 손질을 마치고 나니, 제법 정갈하게 썰린 회 한 접시가 나왔다. 



“링, 오래 기다렸지?” 


“...으응, 아니야. 고생 많았어, 그대여.” 



손수건을 꺼내 땀을 닦아 주는 링. 


생선회를 바닥에 내려놓고, 그런 링과 마주앉는다. 


바로 앞에서 보니, 여전히 그녀의 얼굴에 짙게 드리운 그림자가 더 도드라져 보인다. 


여기서 참아 주는 게 그녀를 위한 일일까. 


아니면, 먼저 이야기를 꺼내는 게 나을까. 


잠시 고민하던 나는, 이내 입을 열었다. 



“...링, 혹시 그런 생각 하고 있는 건 아니지? 너 때문에 내가 불행해지는 것 같다거나.” 


“...!” 



그녀의 꼬리가 허공으로 확 치솟더니,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하고. 



“...티, 많이 났어?” 


“응, 뭐. 오늘 아침부터 대충 눈에 보이더라.”  


“......”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들려주지 않을래? 아직 너 혼자 마음을 더 정리하고 싶은 거라면 기다릴게.” 



이어진 말에, 고개를 푹 숙였다. 


왜지, 좀 당황스러운데. 


내가 뒤통수만 긁적이고 있자니, 링이 조심스레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나 때문에 그대가 번거로운 일에 계속 휘말리는 것 같아서. 이번 여행 내내. 어제 왕 오빠 일도 그렇고, 오늘 꼬맹이도 그렇고. 이미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있었는데….” 



뒤이어 나온 예상대로의 대답에, 나는 살짝 웃고 말았다. 

 

역시, 링은 링이구나. 



“만약에 그대 옆에 서 있던 사람이 내가 아니라 다른 이였으면, 그대가 이런 수고를 겪을 일도 없었겠지 하는 생각을 하니까 조금 우울해져서….” 


“그것 때문에 꽁해 있었던 거야?” 


“...응. 그대라면 이런 일로 날 탓하지 않을 거라는 거 알지만….”  


   

잔뜩 다운된 표정으로 술병을 매만지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괜히 웃음이 나온다. 


혼자 돌아다니다가 이런 일을 겪었으면 그냥 웃고 말았을 텐데. 


유독 내가 엮이면 예민해지는구나. 


그 마음도 정말 기쁘고. 



“내 존재가, 그대에게 항상 행복이었으면 좋겠는데….” 



뭐든 솔직하게 얘기해주는 점도 좋아해. 


씁쓸하게 중얼거리는 링의 곁에 살며시 앉아,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행복 맞아.” 


“응?” 

 

“너랑 같이 있으면 행복한 거 맞다고. 아니, 좀 다르구나.”   


“......” 


“어떤 힘든 일을 겪어도, 네가 옆에 있으면 행복해. 하지만 아무리 즐거운 일을 해도 네가 옆에 없으면 불행할 거야. 어쩔 수 없어, 이미 이렇게 돼 버렸으니까.” 


“...그대여.” 



링도 이해하고 있을 거다. 


내가 어떤 마음으로 지금 그녀 옆에 있는 건지 정도는. 


이미 몇 차례 말로 꺼내기도 했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내게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마음을 재확인하고 싶다는 욕망일까, 아니면 나에 대한 죄책감일까. 



“내 옆에 다른 사람이 있었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거라고? 그건 아니야, 링. 누구랑 얽히더라도 귀찮은 일은 반드시 일어나. 그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차이일 뿐이지.” 



어느 쪽이든 상관없어, 전부 좋아. 


전자는 사랑스럽고, 후자는 조금 감동인걸. 



“그런 걱정이 되는 거, 충분히 이해해. 그리고 솔직히 말해 줘서 고마워. 그런 널 위해서라면, 좌락 한 트럭이 와도 행복하게 상대할 수 있어.” 


“...그대여.” 


“그러니까 그런 표정 짓지 말아줘. 짜증내는 왕보다, 네 그 우울한 표정이 더 무서워.” 



아직도 울상인 네 뺨을 장난스레 꼬집었다.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워. 


아마 너의 볼을 만져 본 인간은, 전 테라에서 내가 유일하려나.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 여태까지의 사소한 피로는 전부 눈 녹듯 사라지는 것 같아. 



“...줄곧 궁금했었어.” 



그런 내 손에, 링이 살짝 얼굴을 비빈다. 



“응? 뭐가?” 


“총웨 오빠나 동생들의 곁보다, 만난 지 일 년도 안 된 그대의 곁이 더 마음 편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뭐, 나도 켈시보다 링이 편하게 느껴지는 건 마찬가지니까 피장파장인가. 


아니면 말고. 


피식 웃으며 그녀의 결 좋은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래서, 이유는 찾았어?” 


“응. 방금 확실히 알았어. 그대는…나를 긍정해 줘.” 



음, 그랬었나. 


긍정해 준다는 말이 오냐오냐해준단 뜻 맞지? 


최대한 링한테 맞춰주려고 노력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또 너무 어리광을 받아준 기억은 없는데.


고개를 갸우뚱하는 내게, 링이 애틋하게 미소지었다. 



“그대가 생각하는 그런 뜻이 아니야. 내가 고민할 땐, 가장 나다운 길을 추천해 주고. 내가 스스로을 잊어버릴 정도로 이성을 잃었을 땐, 가장 나를 배려하는 방법으로 나를 진정시켜 줘. 

그리고 내가 불안할 때는, 항상 이렇게 다가와서 다정하게 품을 내어주지.” 


“당연한 거 아냐?” 


“그걸 당연하다고 말하는 그대의 상냥함이…나를 완성시켜. 쉐이로서의 본능을 누르게 하고, 링이라는 한 명의 사람을 한없이 포근하게 해 준단 말이야.” 


“...그렇구나.” 


“그런 그대에게 조금이나마 보답하고 싶다는 게, 최소한 폐를 끼치고 싶지는 않다는 게 내 마음이었는데….” 


“이미 넘치도록 보답받고 있어. 그러니까, 그런 걱정은 하지 마. 그럴 일은 없겠지만, 네가 내게 폐를 끼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내가 먼저 말할게. 그러지 않는 한, 안심하고 웃어줘.” 


“...응. 그대여, 정말 좋아해.” 



그리고 그제야 활짝 웃으며, 내게 살짝 키스하는 링. 


말 몇 마디로 풀릴 이런 바보같은 걸로 끙끙 앓고 있었던 그녀가 한없이 답답하면서도. 


그 답답함조차 사랑스러운 것은. 


내가 링에게 반해서인가, 아니면 내가 반한 상대가 링이라서일까. 


달콤한 땀 냄새와, 햇빛을 가득 머금은 머리카락의 향기. 


그리고 한순간 닿았다 떨어진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에,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음, 회 먹어야 되는데.” 



그렇게 중얼거리며 바라본 그녀의 눈.


회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 보이는 눈빛이었다. 


아마 그녀도 내 눈을 보며 똑같은 걸 느끼고 있겠지. 


상관없어, 오히려 좋아. 



“...정 그대가 그렇다면.” 



그림자 한 조각 없이 맑게 개인 얼굴로, 그녀가 개구쟁이 같은 미소를 짓고는 입에 회 한 점을 물었다. 


그리고 또 다시 내게 키스했다. 


딱 그녀가 칠 법한 장난에, 절로 웃음이 나온다. 


비린 맛은 하나도 없고. 


탱글탱글하고 쫄깃한데다, 달콤하기까지 해. 


거, 누가 잡고 누가 썰어낸 회인지 참. 



“...기막히게 맛있네.”  



입 안에 남은 회 조각을 우물거리며 말하자, 링이 짓궃게 웃으며 외투를 살짝 벗어젖혔다. 



“그대의 칭찬이 린수의 맛에 대한 것인지, 아니면 그 이외의 것을 말함인지 어리석은 나는 모르겠는걸.” 


“음, 그러고 보니 나도 헷갈리네. 둘 다 따로따로 맛을 봐야 알 것 같지만, 아쉽게도 린수는 더 없는 모양이야.” 



내 말에 꽃이 피듯 미소지은 그녀가, 그대로 내 위에 올라탔다. 


정자의 지붕 아래로 쏟아져 내리는 햇빛이 눈부시고. 


또 너의 해맑은 웃음이 너무 밝아서, 눈을 뜨고 있을 수가 없어. 


원래 계획과는 완전히 달라져 버렸지만, 뭐 어때. 


이게 오히려 우리다워서 좋은데. 



쉐이 합체까지, D-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