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의 황무지는 차갑고, 고독합니다. 그 위에서 떠도는 용병의 삶은 비정하기까지 합니다. 



용병의 삶이란 차가움을 넘어 비극적이고, 잔악합니다. 



그제 같은 모닥불에서 온기를 쬐며 고향과 이름을 알려준 용병이, 어제 같은 술집에서 회포를 나눈 동료가, 바로 직전까지 같이 싸운 전우가 배신해 뒤를 찌를 수 있는 것이 용병의 삶이요 황무지의 현실입니다. 



그 누구도 그들의 고됨과 시렴을 알아주지 않습니다. 그들을 고용한 고용주마저 그들의 최후를 신경쓰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작전 중 용병의 수가 줄어든다면 지불할 몫도 적어진다며 좋아할 작자들입니다. 



용병의 생명은 그들이 목숨으로 얻어낼 보상보다도 가볍습니다. 그들은 황무지에서 거친 모래바람에 스러질 마른 갈대입니다. 



하물며 테라 각지에서 박해받는 살카즈 용병들은 어떨까요. 



하지만 외드레르는 다릅니다. 



그는 단신으로 언제 죽어나가도 다른 누군가가 쉽게 대체할 수 있는 그런 흔해빠진 용병이 아닙니다. 



그에겐 가족이 있습니다. 이것이 그가 황무지와 용병과 배신의 삶에서 투쟁하고 생존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같은 용병 출신에 성격도 똑부러지고 아름다운 외모까지 갖춘, 그와 가장 오랜 기간동안 함께 싸워오며 신뢰와 사랑을 키워온 아내, 이네스. 



말괄량이에 이젠 사춘기까지 왔는지 자꾸 틱틱대며 황무지에서 고생하는 아빠 마음도 몰라주는 것 같아 서운하게 만드는, 하지만 사실 속도 깊고 정도 깊은 맏딸, W.



아직 어리지만 부모의 마음을 최대한 헤아리고 도와주려하는, 잔악하고 비정한 용병이란 직업이 그녀 내면의 순수함과 선함을 망가뜨리지 못해 정말 다행인 사랑스러운 막내딸, 파프리카.   



가족들이 외드레르가 그토록 오랫동안 황무지에서 버티게 만들어준 근간입니다. 



하지만 이제 황무지에서의 삶도 곧 끝입니다.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외드레르에게 오퍼레이터 합류 제의를 보냈으며, 이미 그를 제외한 이네스, W, 파프리카는 모두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오퍼레이터로 고용되어 지내고 있습니다. 



육상함선 위의 삶은 황무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따듯하고 안락하며, 안전하기까지 합니다. 적어도 자다가 습격을 당해 목이 베이거나, 임무 성공 후 나눠가질 몫 때문에 또 한 번 목숨을 걸 일은 없을테니까요.



외드레르는 가족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는 당연히 로도스 아일랜드의 제의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는 오래간만에 가슴이 두근거림을 느꼈습니다. 이는 외드레르 같은 황무지 위의 베테랑 용병에게는 드문 일입니다. 


곧, 이제 정말 곧입니다. 


조금만 더 버틴다면, 조금만 더 기다린다면 이 춥고 외로운 삶도 끝입니다. 


따스한 함선 위에서, 지금은 사진으로만 만족하고 있는 가족들과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된 식사도 같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푹신한 침대가 적응이 안 될 수도 있겠지만 이네스와 같이한다면 금방 적응될 것입니다. 


외드레르는 그런 소박하다면 소박할 기대를 가슴 속에 품고, 마지막으로 가족사진을 바라본 후 차갑게 얼어붙은 황무지 위 침낭에서 다시 잠을 청했습니다. 



외드레르는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무언가 이상합니다. 


분명 약속한 시간이 지났습니다.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이미 연락을 보내왔어야 했습니다. 


무엇이 잘못된 거지?


외드레르는 떨리는 마음으로 로도스 아일랜드 본사 홈페이지를 접속했습니다. 


"외드레르 거를 거면 개추"


"합성옥의 수호자를 찬양하라"


"속보)외드레르 아직도 기다려"


"솔직히 외드레르 애플힙 꼴리지않냐"



외드레르는 또 속았습니다. 



괜찮습니다. 용병에게 배신은 익숙한 일이고, 외드레르 같은 베테랑에게는 일상일 정도니까요. 



외드레르는 차라리 내심 다행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래도 자기말고 다른 모든 가족들은 모두 로도스 아일랜드에 머물고 있으니까요. 



오히려 그는 자신의 채용을 번복한 로도스 아일랜드의 박사에게 이네스가 항의하다가 문제라도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들었습니다. 



외드레르는 연락이 닿는대로 괜찮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이네스에게 전해야겠다가 생각하며 다시 잠을 청했습니다. 



황무지의 밤은 깁니다. 



오늘따라 외드레르는 황무지가 춥다고 느꼈습니다. 






오직 로도스 아일랜드만이 이 살카즈 가정을 다시 만날 수 있게 할 수 있습니다. 

오늘도 외드레르는 황무지에서 쓸쓸히 살아갑니다. 

지금 당신의 선택으로 오랫동안 홀로 묵묵히 일해온 한 가장이 다시 가족들과 재회할 수 있습니다. 

반대라면, 저들은 영영 다시 만날 수 없을 것입니다. 

외드레르는 당신의 선택을 기다립니다.



바이럴 글은 처음써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