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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있었다. 



“...사리아 씨, 왜 이러시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됨다!” 


“로사를 포기하라고 골백 번쯤 말했다. 안 들어먹은 건 너고.” 



로도스 훈련실, 스파링 경기장 위. 


제이는 열심히 링 바닥을 굴러다녔다. 


그리고 두 손에 칼슘을 두른 사리아가 무시무시한 기세로 그런 제이를 쫓고 있었다.  



“이미 그날 밤에 로사 씨랑 있었던 일은 다 말씀드렸잖슴까!” 


“나는 네 연애를 얼마든지 응원할 용의가 있다. 상대가 그 아이가 아니라면.” 


“왜 로사 씨는 안 되는 검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도망가는 제이, 그리고 링을 다 박살낼 듯 주먹을 휘두르는 사리아. 


이 기묘한 추격전에, 체력단련을 하던 오퍼레이터들이 전부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말했잖나. 그 아이는 아프다고. 네가 아무 생각 없이 던지는 말 한 마디가, 그 아이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다.” 


“알고 있슴다!” 


“원래라면, 그날 밤에 네가 멋대로 그녀를 상담한 것도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병증이 있는 환자의 내담은, 주치의 혹은 그에 준하는 상담 경력자가 아니면 안 된다. 


로도스 내규에도 분명히 명시되어 있는 내용이며. 


의학계에서 통용되는 상식이기도 하다. 


물론 제이의 알 바는 아니었다. 



“상관없지 않슴까! 전 그녀를 생각해서…!” 


“그녀를 생각해서, 뭐. 만약 네 행동으로 로사의 상태가 악화되기라도 했다면 어쩔 거지?” 


“...거기서 더 나빠질 게 있긴 했습니까?” 



링에 기대 숨을 몰아쉬며 제이가 내던진 한 마디에, 사리아가 멈칫했다. 



“...뭐?” 


“제 말을 뭘로 들으신 검까! 그날 새벽, 로사 씨는 죽으려고 하고 있었단 말임다!” 


“그렇다면 침착하게 의료진을 호출했어야지. 네가 멋대로 상담을 하는 게….” 


“유연함이 부족하다고 대장한테 그렇게 잔소리를 들으셨으면서, 변한 게 없으심다!” 



죽음을 각오한 걸까. 


이젠 도망치는 것도 포기하고 바락바락 대드는 제이의 모습에, 지켜보고 있던 오퍼레이터들이 참담하게 시선을 돌렸다. 


내일부터 로도스 식당의 음식 퀄리티가 한참 떨어지겠구나, 씁쓸하게 생각하면서. 



“입장 바꿔 생각해 보십쇼! 만약 사리아 씨가 저였고, 그 상황의 로사 씨가 대장이었다면! 사리아 씨는 대장을 그대로 내버려두실 수 있었겠습니까?” 


“...그건.” 


“대장도 많이 괴로워하셨잖슴까! 자기 잘못된 지휘 때문에 다치고 죽은 분들 생각하시면서! 그때 사리아 씨는 주치의를 불렀슴까, 아니면 곁에서 이야기를 들어 드렸습니까?” 


“...경우가 다르다, 제이. 나와 박사는….” 


“다르지 않슴다! 로사 씨와 대장은 참 많이 닮으셨단 말임다! 실수를 하고, 스스로를 상처 입히더라도 그 실수를 되돌리고 싶어한다는 점에서!” 

“......” 



그런데 상황이 조금 이상했다. 


금방이라도 제이를 짓뭉갤 듯 단단히 쥐어졌던 사리아의 주먹이 멈칫하고. 



“두 분 모두 나약해서 그렇게 힘들어하는 게 아니라는 거, 사리아 씨도 잘 아시지 않슴까! 희생된 사람들 때문에 괴로워하는 건 약함이 아니라 상냥함임다! 저는 그래서 대장을 존경하고, 로사 씨를 좋아하는 검다!” 


“...제이,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목소리를 조금만….” 


 

피떡이 되기 직전처럼 보였던 제이는 멀쩡히 살아 꽥꽥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제이 쟤가 말을 저렇게 잘했었나? 



“어제 저한테 말씀하셨죠? 불행조차 함께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연애해도 행복할 거라고. 저한테 그런 사람은 로사 씨임다. 그녀의 상냥함을 좋아하고, 그런 그녀의 덧없는 아름다움에 반했슴다! 평생 곁에서 지켜주고 싶슴다!”


“...어, 그래. 그…그건 알겠고, 제이야.” 


“죽이려면 죽이십쇼! 전 로사 씨 포기 못 합니다!” 


“아니, 알겠다고! 그러니까 소리 그만 지르고 주변 좀 봐라, 이 막귀 새끼야!” 



얼굴이 시뻘게진 사리아가, 박사와 쏙 빼닮은 말투로 소리를 빽 지르고. 


그제야 정신이 든 제이가 황망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빨개진 얼굴로 시선을 피하는 오퍼레이터들. 


그리고 숫제 홍시 같은 얼굴로 문간에 서서, 링 안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한 사람. 


제이는 멍하니 그녀와 시선을 맞추었다. 



“...어, 로사 씨?” 



로사의 시선이 흔들렸다. 



“...죄송해요, 저, 엿들으려고 했던 건 아니었는데.” 


“...그, 언제부터?” 


“박사랑 사리아 씨 이야기를 할 때부터….” 



그녀의 그 한 마디에, 순간 현기증이 돌았다. 


이건 꿈일 거야. 


아니, 꿈이어야만 해. 


속으로 되뇌이며, 제이는 결연한 표정으로 사리아를 돌아보았다. 



“사리아 씨, 이거 꿈이지 말입니다.” 


“...아니다, 이 병신 같은 자식아.” 


“분명 꿈일 검다. 아, 그래. 딱 한 대만 때려주십쇼. 칼슘 제대로 둘러서요. 안 봐주셔도 됨다, 어차피 꿈이니까 안 아플 검다.” 


“...됐다. 가라. 둘이 카페를 가든, 갑판에서 얘기를 하든 해. 점심 식사 준비는 내가 지원하지. 박사에게도 보고는 해두마.” 



뭐, 저 아이를 여기로 보낸 걸 보면 이미 대충 상황은 알고 있는 거겠지만. 


씁쓸하게 중얼거리는 사리아를 무시한 채, 제이는 그대로 털썩 무릎을 꿇고 말았다. 


아, 연애는 물 건너 갔구나. 


오늘은 대장 붙잡고 술 먹으면서 밤새 하소연이라도 해야겠다.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면서. 



—---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아예 물 건너간 건 아니었다. 


혼이 다 빠진 채로 훈련실을 빠져나오는 내내, 로사는 제이 옆에 꼭 붙어 있었으니까.  


문제가 하나 있었다면, 그녀가 제이의 방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했던 거. 



“...그, 들어오십쇼. 좀 누추하긴 합니다만.” 



왜 카페나 다른 좋은 데 냅두고 굳이 제이의 방을 선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뭐 그녀가 그러고 싶다는데 어쩌겠는가. 


착잡하기 그지없는 제이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로사는 신기하다는 듯한 얼굴로 제이의 방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다. 



“좋은 냄새가 나네요.” 


“아, 그…제가 주방 일을 하다 보니까 냄새 배기가 쉬워서요. 항상 신경쓰고 있슴다.” 



킁킁, 허공에다 대고 냄새를 맡고. 



“이건, 제이 씨가 연구하는 레시피인가요?”  


“...예. 쉬는 시간에 할 게 없어서.” 


“맛있어 보이는데, 언제 한 번 만들어 주실 수 있나요?” 


“아직 미완성이라서요. 준비되면 바로 만들어드리겠슴다.” 



요리 연구를 위해 벽에 붙여 놓은 포스트잇들을 흥미롭다는 듯 들여다보며, 제이에게 이런저런 질문들을 한다. 


그냥 그녀가 자신의 방 안에 있다는 것만 해도 정신 나갈 것 같은데 이리저리 들쑤시기까지 하니 정말 미칠 노릇이었다. 



“그, 로사 씨. 잠깐만 기다려주시겠슴까. 차든 뭐든 내오겠슴다.” 


그러니까 제발, 마음 가라앉히고 혼자서 생각 정리할 시간을 줬으면 했는데.  



“전 괜찮아요.” 



그녀는 그것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도대체 어쩌라는 걸까. 


방금 남들 앞에서 공개 고백을 해버린 남자의 심정이 어떨지, 이 여자가 알기나 할까? 



“대신에, 곁에 앉아 주실래요?” 



모르는 게 분명하다. 


제이의 침대 위에 털썩 걸터앉아 옆 자리를 손으로 톡톡 치는 걸 보니, 확실하다. 


제이는 넋이 입을 통해 빠져나가는 기분을 몸소 실감하며 비틀비틀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폭, 침대의 부드러운 촉감이 하체에 와 닿고. 


로사에게서 나는 부드러운 사프란 향기가 제이의 예민한 코를 자극했다. 


뭐지, 인내심 테스트인가. 


기억력에는 자신 있어도 인내심은 영 꽝인데. 


합격하면 뭔가 보상이 있을까? 


그럼 실패했을 때 벌칙도 있다는 건데. 


그렇게 한껏 맛탱이가 간 제이의 뇌내가 온갖 기괴한 망상들을 쏟아내고 있을 때. 



“...제이 씨.” 



로사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네, 넵.” 


“저한테 뭔가 할 말 없으세요?” 



박사라면 이럴 때 이렇게 말했겠지.


좆됐다, 라고.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제이는 도대체 무엇을 생각하는지 모를 로사의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다. 



“...죄송합니다.” 


“뭐가요?” 


“로사 씨 기분은 생각하지도 않고, 사람들 다 있는 데서…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글쎄요. 그건 상관없어요.” 

 


이게 오답이라고? 


금방이라도 창문을 깨고 뛰어내릴 것 같은 제이의 표정에, 로사가 살짝 웃었다. 



“저요, 솔직히…기뻤어요.” 


“네?”  


“그 동안, 줄곧…저 혼자서 속앓이하고 있었거든요. 저는 항상 제이 씨한테 어리광부리기만 하는데, 제이 씨는 웃으면서 그걸 또 다 받아주시고. 죄송하다고 항상 생각은 해도, 막상 제이 씨만 보면 또 마음이 녹아내려서….” 



응?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 


지금 로사 씨가 우르수스어로 얘기하고 있는 게 맞아? 

문맥이 전혀 이해가 안 되는데. 



“무언가 보답을 해드리고 싶은데, 제이 씨는 욕심이 없는 분이라…그냥 요리를 맛있게 먹는 것만으로 더없이 행복해하시고.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도 그런 바보 같은 제이 씨가 정말 좋은걸. 그런 생각을 하다 잠드는 날엔, 신기하게 악몽을 안 꾸더라고요.” 


“...로사 씨, 지금 무슨 말씀을.” 

“그렇게 혼자서 계속 고민만 하고 있었는데, 오늘 제이 씨 말씀 듣고 결심이 섰어요.” 



얼떨떨하게 중얼거리는 제이에게, 로사가 몸을 바짝 붙였다. 


향기가 더욱 진해지고, 보석처럼 붉고 푸른 눈동자가 제이의 코앞에서 반짝인다. 



“...저, 사실 많이 아파요. 아직도 제가 싫고요. 왜 제가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로사 씨….” 


“하지만 제이 씨 옆에 있으면…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게 돼요. 저번에 말씀하셨죠? 요리를 맛있게 먹어 주는 손님을 보면, 고민이 사라진다고.” 


“ㄴ, 네.” 


“제게는 제이 씨가 그런 존재인가 봐요.” 



이젠 제이의 한쪽 팔을 끌어안다시피 한 로사가, 그의 귀에 대고 속삭인다. 


간지러워. 


팔에 와 닿는 부드러운 이건 또 뭐고. 


냄새는 도대체 왜 이렇게 좋은 거야. 


이미 한참 전에 뇌정지 상태가 온 제이에게, 로사는 그대로 결정타를 꽂았다. 



“...좋아해요. 우직하고 상냥한 당신을, 정말 좋아해요. 당신을 볼 때마다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될까 싶을 정도로 죄책감이 들지만, 그런 죄책감마저 사르르 녹아내리게 만드는 당신을, 진심으로 좋아해요.” 



과거에 대한 아픔도,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전부 내려놓은 채, 그저 온 마음을 다해 고백하는 그녀. 


그 애처롭고도 아름다운 모습에, 제이의 이성은 끊어지기 직전까지 내몰렸다.



“로사 씨.” 


“...네.” 


“저 이런 경험 없슴다. 그렇게 말씀하셔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로사는. 


그런 제이의 마지막 한 조각 이성조차. 



“마음 가는 대로 하셔도 돼요, 제이 씨. 제이 씨 마음도 이미 들었고, 제 마음도 방금 이야기했으니까요.” 



너무도 상냥하고 달콤한 미소와 함께 끊어내버렸다. 


그 다음 일은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로사 씨!” 


“꺄악…!”
 


정신줄을 놓은 제이가, 그대로 로사를 안아 침대 위로 넘어뜨리고. 


코트 아래 감싸여 있던 그녀의 풍성한 두 봉우리가 출렁였다. 


이제 와서 수줍게 얼굴을 붉히는 앙큼한 그녀에게, 제이는 그대로 키스했다. 


키스보다는 입술박치기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한, 서툴기 그지없는 입맞춤.


하지만 두 사람에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는 듯 했다. 



“응, 읍…! 제이, 씨…!” 

“로사 씨, 좋아함다. 정말 좋아해요. 평생 곁에 있고 싶슴다.” 


“기뻐, 요….” 



뭐든 그렇지 않은가. 


마음만 있다면, 딱히 상관없다. 


테크닉이 능숙하든 어설프든. 


장소가 땀내나는 남자애 방이든, 오성급 호텔 룸이든. 


그저 원초적인 감정에 지배된 로사가, 살며시 제이의 목을 끌어안고 유혹한다. 



“저, 가슴이 답답해서…옷, 벗겨 주실래요?” 



대답 대신, 덜덜 떨리는 손으로 로사의 코트를 끄르고. 


안에 입은 제복의 단추를 풀어내리는 제이. 


이윽고, 북극곰의 새하얀 두 봉우리가 제이 앞에 그 위용을 드러냈다. 



“...대단함다. 정말, 아름답습니다.” 


“...그렇게 반응하시니까 저도 좀 부끄럽네요.” 


“만져 봐도, 되겠습니까.” 


“참, 마음대로 하시라니까요.” 



살풋 웃는 로사에게 어설프게 마주 웃으며, 제이는 천천히 로사의 봉우리를 매만지기 시작했다.


매끈하고, 폭신하며, 부드럽다. 


물이 꽉 차지 않은 풍선을 만지는 듯한, 포근한 느낌. 


만지고만 있어도 행복해지는 그 감촉에, 이십 몇 년간 사용처를 찾지 못했던 제이의 분신이 버럭 화를 내고.



“응, 아흣…! 제이 씨, 만지는 방법이 야해요.” 



로사가 몸을 살짝 비틀며 신음소리를 내더니, 스타킹 신은 발로 제이의 얼굴을 장난스럽게 건드렸다. 


그리고 이미 눈이 돌아간 제이는….



“여기도 핥아도 되는 검까.” 

“제이 씨, 잠깐만-”



그녀의 발을 그대로 붙잡고 고개를 박았다. 


쿰쿰하고 촉촉하면서, 결코 불쾌하지 않은 산뜻한 냄새. 


어떻게 사람이 발냄새까지도 향기로울 수 있지.


로사 씨, 당신은 혈관에 장미 수액이 흐르는 겁니까. 



“하아앙, 응, 안, 돼요, 거긴, 더러운….” 


“전혀 더럽지 않슴다. 맛있네요. 잘 익은 송이버섯 맛임다.” 


“으읏, 변, 태…!” 

“이미 절 좋아한다고 말하셨슴다. 무르기 없기입니다.” 



한껏 얼굴을 붉히면서도 거부하지 않는 로사.


그런 그녀의 따뜻한 발바닥이 끈적해질 때까지 음미한 제이는, 그녀의 다리를 내려놓고  다시 가슴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미 로사가 마음대로 하라고 수차례 말한 바. 


굳이 그런 걸 따지지 않더라도, 이미 능지가 박살난 이 북극곰은 눈에 뵈는 게 없었다. 



“달콤함다. 이건 땀임까.” 

“흐읏, 응, 아앙, 하아아앙!” 



정신없이 그녀의 가슴을 주무르며, 딱딱하게 튀어나온 젖꼭지를 부드럽게 핥는 제이. 


한창때인 우르수스 남성의 성욕에, 로사는 이제 와서 말릴 생각도 못한 채 몇 번이고 음란하게 몸을 비틀 뿐이었다. 


그때, 한참 로사의 육신을 탐닉하던 제이의 시선이 로사의 음부에 가 닿았다. 



“...로사 씨, 여기도 만져도 됨까.”


“응, 읏…흐으으응!”


대답할 정신도 없는 듯 했다. 


제이는 그대로 손가락을 들어, 그녀의 타이즈를 천천히 찢고. 


이미 한껏 젖어 있는 그녀의 음부를 살살 쓰다듬기 시작했다. 


그러자 로사의 반응이 더욱 격렬해졌다. 



“아, 거기는, 안, 대애, 하아아아아앙!” 

“앙탈 부리지 마십쇼. 몸은 정직함다.” 


“응, 흐으으응, 으으응!”


제이의 손가락이 한 번 스칠 때마다 로사의 허리가 활처럼 꺾이고. 


발작하듯 마구 튀어오른다. 


그녀에게서 나던 암컷의 향기가 더욱 강해짐과 함께, 제이의 분신이 금방이라도 바지춤을 뚫고 나올 듯 강하게 일어섰다. 



“으…로사 씨, 죄송한데…이것 좀 어떻게 해주십쇼.” 


“응아…?” 


흐릿한 눈빛으로 고개를 든 로사가 그 쪽을 쳐다보더니. 


이내 몸을 일으켜, 제이의 그곳에 얼굴을 천천히 부비기 시작했다. 


바지 너머로도 확실히 느껴지는 부드러운 살의 감촉과 체온에, 제이는 저도 모르게 신음을 삼켰다. 



“...윽!” 


“이게, 제이 씨의…그렇구나.” 



홀린 듯한 말투로 중얼거리며, 천천히 바지 지퍼를 열어 제이의 분신을 해방시키는 로사. 


드디어 세상의 풀려난 제이의 흉물이 힘차게 꺼떡거리고. 


로사가 숨을 삼켰다. 



“...크네요. 보건 교과서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더.” 


“그런가요. 잘 모르겠슴다, 쓸 데가 없어서.” 


“응, 소냐가 분명…이렇게 하면 남자들이 좋아한다고….” 



하지만 당황도 잠시. 


전 귀족답게 빠르게 냉정을 되찾고, 제이의 물건을 혀로 살살 핥는 그녀. 



“가, 간지럽슴다.” 


“어라, 이상하다. 이렇게 해 주면 기분 좋다고 했는데….” 



고개를 갸웃하는 그녀였지만, 이내 노력이 부족했다고 판단한 걸까. 


아예 온 몸으로 제이의 하반신을 끌어안고, 입 전체로 제이의 물건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크,윽…!” 


 제이의 뇌리를 강렬한 쾌감이 강타했다. 


따뜻하고, 촉촉한데다 부드럽다. 


동씨 아저씨가 꿍쳐놓은 성인 잡지를 보며 스스로를 위로할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제이의 물건을 문 채로, 로사가 이쪽을 올려다본다. 



“어, 때여, 기분 좋으신가요?” 


“최, 곱니다…!” 



등골에 소름이 돋고, 분신의 뿌리 부분에서 무언가가 울컥거리는 희한한 느낌이 치민다. 


이 무언가를 뱉어내고 싶다.


그녀의 입 안에 기운차게 이걸 뿜어내고, 해방감을 만끽하고 싶다. 


하지만 그녀는 제이가 그런 쾌락을 누리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슬슬, 사정할 것 같으세요?” 


“네…?” 


“입 안에는 안 돼요. 그건…여기에.” 



제이의 물건에서 입을 떼고 입맛을 다시며, 은근슬쩍 다리를 벌려 보이는 로사. 


찢어진 타이즈 아래로 내비치는 그녀의 계곡에서, 끈적한 물이 흘러내린다. 



“저는, 우등생이었답니다? 당연히 보건 과목에서도 1등이었고요. 남녀의 성교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는 확실히 알고 있어요.” 


“...으.” 


“와 주세요, 제이 씨.”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제이를 유혹하는 로사. 


하지만 제이는 마지막으로 초인적인 자제력을 발휘해 들꿇는 성욕을 억눌렀다. 


완전히 그녀와 뒤섞여 짐승으로 원시회귀하기 전에, 그녀에게 전해야만 하는 말이 있었다. 



“...로사 씨.” 


“네?” 


“저, 로사 씨를 정말 좋아함다.” 


그 말에, 새삼스럽다는 듯 웃는 로사. 


하지만 제이의 말은 멈추지 않았다. 



“로사 씨가 불행한 이유, 알고 있슴다. 힘들어하시는 것도 알고요. 이런 저라도 괜찮으시다면…로사 씨 곁에서 평생 있으면서, 로사 씨의 불행을 나눠 들고 싶슴다.” 



고백이라기보다 프러포즈에 가까운 선언. 


제이 정도로 우직한 남자가 이런 말까지 한다는 건, 맹목적이라 해도 할 말 없을 정도로 진심이라는 소리다. 


그리고 그 마음을 정확히 캐치한 로사가 활짝 웃었다. 



“좋아요.” 



정말 오랜만에 짓는, 꽃이 피는 듯한 미소였다. 



“저, 제이 씨가 아니면 싫어요.” 



그 미소에, 제이는 마지막으로 생각했다. 


아, 이제 뒷일 생각 안 하고 해버려도 되겠구나. 


그 생각과 함께 아까 전부터 잔뜩 성이 나 있던 제이의 물건이, 그대로 로사의 음부를 찢고 들어갔다.



“응, 앗, 아, 파앗…!”

“...죄송함다, 로사 씨.” 


“시, 러…! 로사가 아니라, 나탈리아…!”


오랫동안 본명으로 불리길 거부해 왔던 그녀였다. 


그녀의 본명은, 그녀의 트라우마와 직결되어 있었기에. 


하지만 이제 와서 제이에게 그녀의 본명을 알려주는 이유는…뭐, 뻔하겠지. 



“...나탈리아. 조금만 참아.” 

“응, 으응…! 신경 쓰지 말고 움직여 줘, 제이 오빠…금방, 기분좋아진다고…교과서에서 그랬으니까….” 



우르수스 보건 시간에는 도대체 뭘 가르치는 걸까. 


문득 그런 궁금증이 든 제이였지만, 그런 사소한 걸 신경쓸 때가 아니지. 


숨 쉴 틈도 없게 제이의 분신을 빡빡하게 조이는 그녀의 안을 음미하며, 제이는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흐응, 아아아앙!”

“나탈리아, 나탈리아…사랑해!”
 
“나, 도옷, 흐읏, 으으으응!”


고통에 눈물짓고 마구 도리질을 치면서도, 제이의 감정에 호응하는 로사. 


그런 그녀의 모습이 안타까워, 뺨을 쓰다듬으면서도 제이는 허리를 멈추지 않았다. 


기억력 하나는 좋지만 성 지식은 아예 없는 제이였으니까.


우등생이었던 그녀의 말이 맞아떨어지기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아앙, 흥, 이거, 이, 상, 왜…..” 


“네 안, 훨씬 빡빡해졌어. 기분 좋은 거야?”
 

“으응, 흥, 아, 냐, 그냥, 머리가-” 



눈이 돌아가고, 목소리에 열락이 묻어나는 걸 보니 기분 좋은 모양이다. 


그렇다면 제이도 더 이상 사정 봐줄 필요가 없겠지.



“제이, 오, 빠아, 안아줘, 꼬옥, 안아조오, 하앙!”

“응. 이리 와, 나탈리아.” 



그녀를 꼭 끌어안아 들어올린 제이는, 그녀의 풍성한 머리카락에 고개를 묻고 허리를 힘껏 쳐올렸다. 


그 작은 동작 한 번에, 제이의 품 안에서 로사의 몸이 크게 경련했다. 



“읏, 흐응, 거기, 조아, 아앙!” 

“기분 좋은가 보네.” 



찌걱, 찌걱, 찌걱. 


늘 고요했던 제이의 방 안에서, 두 사람의 살이 부딪히는 음란한 소리가 가득히 울려 퍼지고. 


약간의 생선 비린내와 탈취제의 냄새가 섞여 나던 공기에서는, 살과 땀, 체액이 섞인 끈적한 향이 난다. 


샤워라도 하고 했어야 했나, 뒤늦은 후회가 제이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지만….



“응, 오빠아, 나, 이상해애, 몸이, 뜨거워….” 


“...나도, 그래.” 



제이의 목을 꼭 껴안은 그녀는 잡생각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코앞에서 제이의 눈을 애틋하게 들여다보며 키스하는 로사. 


그런 로사에게는 미안하지만, 아까 사정하지 못한 탓일까. 


아니면 처음이라 지나치게 긴장한 탓일까. 


해소되지 못했던 사정감이, 그녀와 맞닿을수록 점점 강하게 치밀어 오른다. 



“응, 오빠, 안에다, 안에다아, 하응.” 


괜찮겠어, 하는 물음이 일순 떠올랐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안에 싸면 어떻고, 아기가 생기면 어떤가. 


함께, 아니 그녀가 힘들다면 제이 혼자서라도 키우면 된다. 


이미 그녀의 불행을 떠안을 건 각오했으니, 책임은 제이 혼자서라도 지면 될 뿐이다. 


그렇게 결심하며, 제이는 있는 힘껏 그녀를 안았다. 



“알았어, 나탈리아. 슬슬, 쌀게.”


“응, 으응, 하앙, 흐으으응!” 



교성을 뱉으며 제이의 목에 있는 힘껏 어금니를 박는 로사. 


순간 멈칫한 제이였지만, 꼭 감은 그녀의 눈에 맺힌 눈물을 보고 다시금 허리를 쳐올리는 제이. 


그리고 한 순간.


두 사람의 절정이 동시에 폭발하고.



“...으으으윽!”

“하앙, 하아아아아아앙!” 



별이 폭발하는 것 같은 쾌감이 튀며. 


아까부터 잔뜩 성이 나 있던 제이의 분신에서, 새하얀 백탁액이 힘껏 뿜어졌다. 


등골을 타고 오르는 전율에 경련하면서도, 제이는 행여나 로사가 다칠까 조심스레 그녀를 내려놓았다. 



“...나탈리아, 괜찮아?” 


“학, 하악, 하앙, 아앙-” 


완전히 눈동자를 까뒤집은 채 조수를 뿜는 그녀를 보며, 제이는 뒤통수를 긁적였다. 


여자의 절정은 남자의 그것보다 훨씬 오래간다더니, 진짜였구나. 

 

처음 보는 그녀의 흐트러진 모습에, 분신이 또 다시 한껏 성을 내려고 했지만….


그녀와 함께 기분좋아지는 게 아니면 의미가 없지. 



“...나탈리아?”



하지만 제이의 기다림이 무색하게도, 방금 한 번의 관계로 체력이 방전되어 버린 것일까. 


쓰러진 로사는 곧 새근새근 소리를 내며 잠에 빠져들어 버렸다. 


저런, 무드가 없는 것도 정도껏이어야지. 


피식 웃으며 속으로 중얼거린 제이는, 그녀의 머리를 끌어다 자신의 무릎 위에 얹고는 조심스레 쓰다듬기 시작했다.  



“잘 자, 나탈리아. 좋은 꿈 꾸렴.” 



이런 자신의 작은 손길이, 그녀를 악몽으로부터 지켜주기를 진심으로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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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US. 독타&사리아. 



한바탕 폭풍이 지나간 제이의 방 밖에서, 박사와 사리아는 동시에 서로를 쳐다보았다. 



“...한 건 했나?” 


“내가 했지. 넌 제이 줘팬 것밖에 없잖아.” 


“네가 로사를 훈련실로 보낼 때까지 제이를 붙들고 있었던 건 나였다, 박사. 너야말로 늘 하던 상담 한 번 한 게 전부면서 말이 많군.” 


“...이년이?” 


“뭐, 씹새가.” 

“...좋아, 누구 말이 맞는지 섹스로 결정한다.” 


“찬성하지. 지는 쪽이 점심 식사 준비 도와주러 가는 걸로.” 


“받고, 오늘 야식 담당까지 레이즈.” 


“콜.” 



서로를 보며 피식 웃은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사무실로 향하기 시작했다.


손을 꼭 마주잡은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