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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돌아온 링 눈나 애호 소설임미다. 


아...주말 내내 한 자도 못 쓰다가 갑자기 케짱 엄청 뜨거운 칼 쏘듯 다다다 써버렸네. 


분량도 뭔가 애매하고, 퀄리티도 그닥 맘에 들진 않지만...그래도 다음 편 전개를 위해서 여기서 끊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했음. 


슬럼프가 온 건가, 야설도 이 글도 잘 안 써져서 요새 고민이 좀 많음. 


그래도 힘 닿는 데까지, 연중런 안 치고 열심히 써볼게. 


추천을 누르고 댓글을 써 주면 29포인트가 공짜로 생김미다. 


불쌍한 글쟁이에게 많관부. 


그럼 오늘 글도 즐겨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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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천년기, 1102년 봄. 


5월 11일 07:00. 


염국 상촉. 



상촉 호수 옆에 있는 작은 선술집에서, 때 아닌 아비규환이 벌어지고 있었다. 



“아이고, 링 아가씨! 이게 무슨 일이야!” 


“링 씨! 도대체 무슨…혹시 쉐이 부활의 징조인가? 잠시만 기다리십쇼, 제가 지금 사세대에 연락을…!” 



‘슈’라는 사람의 편지를 읽자마자 거품을 물고 기절한 링. 


그리고 패닉에 빠진 사장님과 좌락. 


보아하니, 이럴 때 뭘 해야 할지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 듯했다. 



“사장님, 술 주세요! 황소병주, 아니 생향주로!” 


“수, 술은 왜….”


“빨리요!” 


“...생향주? 아, 알겠소!” 



다급하게 외치자, 신속하게 선반에서 낡은 술병 하나를 꺼내 오는 사장님. 


곧바로 그 술병을 넘겨받아 마개를 따고, 링의 상반신을 팔로 받친 뒤. 


그대로 입가에 술을 흘려 넣는다. 



“...이게 뭔.” 



좌락이 어이없다는 듯한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았지만,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조용히 봐봐, 링은 이러면 멀쩡해지니까.” 



링이라는 생물은 참 신기해서, 아무리 아파도 술을 먹이면 낫는다. 


만약 술을 먹여도 차도가 없다면, 뭔 짓을 해도 못 고친다. 


그렇게 아직 링을 떠나보내기 싫은 간절한 마음을 담아, 술병을 거의 다 비웠을 때. 



“핫, 황소병주! 아니, 생향주인가?” 



링이 기적처럼 눈을 번쩍 떴다. 


일어나자마자 술의 종류를 맞히는 링을 보며, 나는 피식 웃었다. 



“맞혔어. 황소병주랑 생향주의 맛과 향은 거의 동일하지만, 끝맛에서 느껴지는 시큼함의 정도가 다르지. 너라면 그 부분이 신경쓰여서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거든.”


“역시 그대야. 나를 잘 아는구나.” 


“...천지신명이시여, 이게 도대체 뭔.” 



좌락의 넋두리를 무시한 채. 


내게서 술병을 넘겨받아 마지막 한 방울까지 털어먹은 링이, 맑게 개인 얼굴로 나를 돌아보았다. 



“그래서 그대여, 우리 무슨 얘기 하고 있었지?” 


“네 여동생, 슈가 우리를 초대했다고.” 



이 얘기 하면 또 기절할 것 같은데, 해도 되나? 


그런 의문과 함께 머뭇머뭇 이야기를 꺼내자, 아니나다를까 링의 안색이 다시 새파래졌다. 



“아, 응. 그랬구나. 알겠어.” 



도대체 왜 저럴까. 


미쳐버린 바둑꾼 앞에서도 당당했던 링인데. 


슈가 그렇게 무서운 사람이야? 


꼭 그런 건 아니라도, 링이 이렇게까지 덮어놓고 벌벌 떠는 데는 무언가 이유가 있겠지. 


나는 손발을 바들바들 떠는 링을 부축해 일으키며, 좌락을 돌아보았다. 



“좌락, 잠깐 둘이서 얘기 좀 하고 올게. 괜찮지?” 


“...예. 편하게 말씀 나누고 오십쇼. 저는 여기서 기다리겠습니다.” 


“사장님, 술 한 병만 더 주실래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링을 데리고 가게를 나왔다. 


호숫가를 걸으며 주기적으로 술을 복용시켰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안색이 완전히 돌아온 링이었다. 


그녀가 머쓱하게 나를 돌아보았다. 



“...미안해, 그대여. 추한 꼴을 보였네.” 


“아냐. 오히려 신선해서 귀여웠어. 그보다, 슬슬 얘기해주라. 네 여동생이 그렇게 어려워?” 



내 의문에, 한숨을 푹 내쉬며 천천히 이야기하는 링. 



“...응, 어렵다기보다…나랑 성격이 완전 반대거든? 엄청 꼼꼼하고 똑부러진데다 잔걱정도 많은 아이라서. 만날 때마다 상대하기 버겁단 말이야. 내가 언니인데.” 


“그렇구나. 그럴 수 있지. 그래서 넌 어떻게 하고 싶어, 링?” 


“...음, 모르겠어. 동생이 보고 싶다는데 안 갈 수도 없고….” 



약간 쪼그라든 듯한 그녀의 말투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누굴 대하든 유들유들한 링이지만, 그녀 또한 사람이다. 


껄끄러워하는 상대가 있어도 이상할 건 없지. 


오히려 그 부분이 인간미가 느껴져서 좋은데. 


그렇게 생각하니 또 그녀가 사랑스럽게 느껴져서, 걸음을 멈추고 링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솔직히 말해 줘. 이건 우리 두 사람만의 여행이잖아. 네가 가기 싫다면 마음 편하게 거절해도 되는 거야.” 


“...난, 정말 안 가고 싶지만…그래도 갈래.” 


“무리할 필요 없다니까 그래.” 



가기 싫으면 마는 거지, 그래도 가는 건 또 뭘까. 


그런 내 의문을 해소하듯, 링이 내 손을 잡고 얼굴을 비볐다. 


따뜻하고 몰캉몰캉한 그녀의 볼살이 내 손을 간지럽히고.



“응. 나 무리하고 있어. 솔직히 그대랑 아름다운 것만 보고, 즐거운 일만 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란걸. 소중한 여동생을 만나러 가는 시간조차 아깝게 느껴질 정도로.” 


“그럼….” 


“하지만 그 이상으로, 내 여동생에게 그대를 자랑하고 싶어. 봐, 슈. 언니는 이만큼 멋진 사람을 만나서, 지금 이렇게 행복하단다-하고.” 



이내 떨리는 손을 들어올린 링이, 살며시 내 뺨을 어루만진다. 

  

그 손길에 담긴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에, 내 가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대면하기 껄끄러운 사람이라면 나도 얼마든지 있어. 


저어기 용문의 웨이옌우 선생님이라던가, 카시미어의 이올레타 씨도 있고. 


아무리 중요한 일 때문이라도 그런 사람들과는 최대한 마주치고 싶지 않아. 


눈을 마주칠 때마다 마른침이 넘어가고, 말 한 마디가 오갈 때마다 온 몸의 모공에서 식은땀이 흘러나오는 것 같거든. 


네게 슈가 그런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너는 나를 위해 상대하기 힘든 사람 앞에 나서겠다고 하는구나. 


그런 네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아마 이것뿐이겠지.   



“고마워, 링. 내가 옆에서 지켜줄게. 슈가 너 못 괴롭히게.” 


“...응, 그대여. 믿고 있어.”    



대견함과 고마움, 그리고 친애의 감정을 가득 담은 내 말에, 링이 조용히 키득거렸다. 



“그럼, 결정 난 거네.” 


“그렇지. 응. 수주봉의 온천에 가 보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서도.” 


“대황성 갔다가 다시 오면 되지. 어차피 여기서 대황성까지는 차로 두 시간 정도밖에 안 걸리니까.” 


“좋아.”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


이걸로 이번 여행의 다음 행선지가 정해졌다. 


까다로운 시동생이 기다리는 대황성으로. 



—---



그렇게 몇 시간 뒤. 


우리는 좌락이 권력을 남용해 싸게 대여한 리무진 안에 앉아 있었다.  


여기서 대황성까지는 그래도 길이 잘 닦여 있는 편이라, 차를 타고 가도 상관없다나 뭐라나. 


운전석에 앉은 좌락이 이쪽을 돌아보았다. 



“어려운 결심 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사님. 슈 씨가 정말 기뻐하실 거예요.” 


“...응, 그래.” 


“대황성은 정말 아름다운 곳입니다. 들판에서는 보리가 노랗게 익어 가고, 가는 곳마다 노랫소리와 웃음 소리가 가득하죠. 분명 마음에 드실 거라 자신합니다.” 



느닷없이 대황성 홍보 대사로 전직한 좌락이었다.


그 외에도 그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았지만, 지금의 내게는 좌락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저, 링? 이게 도대체 뭔….” 


“...긴장하면 가끔 이래. 신경쓰지 마, 그대여.” 


“아니, 아예 종족이 바뀌었는데?” 

“...그러니까, 신경쓰지 말라구.” 



품 안에 있는 링. 


아니, 뭔가 기묘하게 빵실하고 통통해진 조그만 링을 상대하기에도 벅찼기 때문. 


이 생물을 도대체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색깔도 링의 꼬리처럼 파랗고, 목소리도 링을 꼭 닮아서 정말 예쁘다. 


허리춤에 미니어처 술병을 매달고 있는 걸 보니, 이 생명체가 링이라는 것에 의문의 여지는 없지. 


그럼 문제가 뭐냐고? 


그걸 제외한 모든 것. 



“...쉐이 파편들은 다 이래?” 


“...몰라. 부끄러우니까 물어보지 마.” 



짧고 뭉툭한 네 다리. 


틀에서 떨어지기 직전의 비눗방울 같은 짧뚱한 생김새에, 어딘가 맹한 큰 눈. 


거기다 또 만지는 촉감은 신기하게 좋단 말이지. 


폭신폭신하면서 쭉쭉 잘 늘어나는 게, 찰진 빵 반죽을 가지고 노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용 비눗방울…버블…드래곤버블?” 


“그건 또 뭐야.”   


“아냐. 아무튼 원래대로 돌아오긴 하는 거지?” 


“응. 긴장 풀리면 금방 돌아오니까,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돼.” 



한 시간 반쯤 전이었나. 


리무진에 탑승해서 한창 가는 중에, 링이 갑자기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이런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물론 그때는 굉장히 난감했지만, 지금이야 뭐. 


언젠가는 돌아온다고 하니까. 


무엇보다 이 모습은 이 모습대로 귀여운걸. 



“아으으아-” 


 

링 버블을 쓰다듬고 문지르며 놀고 있자니, 어느샌가 잊혀져 있던 좌락이 문득 이 쪽을 돌아보았다. 



“...그러고 보니 여쭙는 걸 까먹었는데, 박사님은 링 씨랑 도대체 무슨 관계십니까?” 


“에헴, 그건 말이지. 우리는-” 

“내 아내야.” 


  

여행을 시작한 이후로 기묘하게 많이 들려오는 질문에, 묘하게 신난 링 버블이 내 무릎 위에서 대답하려던 찰나. 


그녀의 볼따구를 쭉 늘려 입을 막고, 대신 답을 했다. 



“...아, 역시 그랬군요. 대충 눈치는 채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그래?”


“예, 뭐. 슈 씨가 대충 언질 주기도 하셨고요.” 


“그대여, 너무해. 내가 대답하고 싶었는데.” 



내 배에 머리를 쿡쿡 박으며 칭얼거리는 링 버블.


대신 비행기라도 태워 줄까 해서 허리를 잡고 무심코 들어올리니, 그대로 쭉 길어진다. 


도대체 이 사랑스러운 생물은 뭐지.


보고만 있어도 간식을 챙겨주고 싶어지는구만. 



“미안. 대신 술 줄게. 아까 선술집 사장님이 좀 챙겨주셨어.” 


“정말?” 


“언제 내가 너한테 거짓말 하든?” 



코트 주머니에서 작은 위스키 병을 꺼내 보여주니, 링 버블이 반색을 했다. 


그녀의 허리춤에 묶여 있는 나무 술잔을 끌러 술을 조금 따라 주자, 두 발로 서서 다소곳이 받아 마신다. 


음, 귀여워. 


원본 링도 마구 쓰다듬어주고 싶을 만큼 귀엽지만…솔직히 링을 처음 보고 귀엽다고 말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다들 예쁘다거나 단아하다고 말하겠지. 


근데 링 버블은 진짜 그냥 귀엽다. 


빵실빵실하고 하찮은 게, 다른 수식어가 필요없을 만큼 귀여워. 



“...슬슬 도착합니다. 과한 음주는 삼가 주십시오, 슈 씨가 좋아하지 않으실 테니까요.”   



“더 줘, 그대여.” 


“응. 나도 한 잔 마셔야겠다.” 



그렇게 둘이서 놀고 있자니, 어느새 차가 멈춰섰다. 



“내리시면 됩니다.” 


“그대여, 나 좀 들어줘.” 


“응.” 



좌락의 말에 따라 링 버블을 들고 내리자, 장관이 펼쳐졌다. 



“...와아.” 



눈 닿는 모든 곳에 펼쳐진 논밭. 


상촉 근처의 경작지와는 다르게, 계획적으로 설계된 듯 둑방에는 나무로 된 통로가 깔려 있었고. 


이곳저곳에 최신 기술이 적용된 풍향계를 비롯한 설비가 널려 있었다. 


언젠가 보았던 라인 랩의 수경재배 시설을 연상시키는 모습인데. 



“박사님, 링 씨. 대황성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여전히 농촌이었다. 


흙과 물의 내음이 섞인 시골의 공기가 코끝을 간지럽히고. 


시원한 바람이 머리카락을 흔들고 지나갔다. 


이 토지가, 아무리 모습이 변했어도 자신들은 아직 사람들의 피와 땀을 먹고 작물을 키워내는 농경지라 주장하기라도 하는 걸까. 


역시 시골은 올 때마다 마음이 편해진단 말이야. 


그렇게 링 버블을 안고 농촌의 정취를 한껏 만끽하고 있자니….



“어디 보자, 슈 씨가 마중을 나오신다고 하셨는데…아, 저기 계시네요! 슈 씨, 여깁니다!” 



좌락이 느닷없이 한껏 밝아진 표정으로 어딘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내 품 안에서 얌전히 고로롱거리던 링 버블이 화들짝 놀라 코트 아래로 숨어드는 게 아닌가.


당황할 새도 없이 그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소녀가 보였다. 



“고생했어, 좌락.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쉬어.” 


“예, 그럼 전 이만.” 



언젠가 링은 슈를 놓고 이렇게 이야기했었다. 


정말 예쁜 아이니까 반하지 말라고. 


확실히 농담이나마 경고할 만 했다. 


나긋나긋하고 부드러운 목소리. 


초봄, 얼음을 깨고 막 기지개를 켠 대지 같은 황금색. 


그리고 무성한 산천초목의 파릇파릇한 색을 예쁘게 섞어 놓은 듯한 머리카락. 


우윳빛 피부에, 인자하기 그지없는 감청색 눈동자까지. 


사람이라기보다 섬세하게 빚어진 예술품에 가까운 소녀가 거기 있었다. 


잠시 넋을 잃은 내게 다가온 슈는, 방긋 웃으면서 손을 쓱 내밀었다. 



“안녕. 처음 뵙겠습니다, 형부. 언니한테 이야기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슈야. 먼 길 와 줘서 정말 고마워.” 


“...어, 어어. 별말씀을.” 



링 버블이 코트 안에서 나를 콱 깨물고서야 겨우 정신을 차린 나는, 그 손을 맞잡았다. 


이런, 안 되지. 


곁에 링이 있는데, 딴 여자한테 눈을 돌려? 


지금은 버블이기는 하지만.  



“그런데, 언니는? 안 보이네.” 


 

고개를 두리번거리는 슈. 


그와 함께 링 버블이 더욱 격렬하게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이젠 벨트까지 끄르고 바지 안에 숨어들 기세. 


마음 같아서는 거기에라도 숨게 해 주고 싶었지만….



“...하아, 형부. 초면에 정말 미안한데, 혹시 코트 한 번 벗어줄 수 있어?” 



안타깝게도, 이 처제는 눈치가 더럽게 빨랐다. 


인자한 빛이 싹 가신 그녀의 날카로운 시선에, 나는 코트를 벗을 수밖에 없었고….


링 버블은 슈의 무자비한 눈빛 앞에 그대로 노출되었다. 


내 허리춤에 대롱대롱 매달린 상태로. 



“...언니.” 



이젠 인자고 뭐고 다 때려치운 슈가 이를 북북 갈아붙이며 링을 노려보았다. 



“...아하하, 아, 안녕, 슈. 잘 지냈니?” 



뒤늦게 상황이 심각함을 눈치챈 링 버블이 어색하게 한쪽 발을 들어올렸지만….


때는 이미 한참이나 늦어 있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추태야, 동생 앞에서.” 


“...그, 그게 있지, 슈야. 사실은 언니가….”


“어유, 술 냄새 봐. 듣기 싫어! 당장 따라와, 술부터 끊게 해 줄 테니까!”  



슈의 입에서 쩌렁쩌렁한 호통이 터져 나옴과 함께. 


나는 반사적으로 링 버블을 품에 꼭 끌어안고 튀었다. 


이대로 링을 슈에게 넘긴다면, 두 번 다시 내가 알던 링을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본능적인 공포 때문이었다. 



“링, 괜찮아! 내가 지켜줄게!” 


“형부는 또 어디 가! 아, 진짜 돌아버리겠네! 당장 안 돌아와?”  


“차라리 날 죽여! 링만은 안 된다!”
 

“뭔 헛소리야! 아니, 괜찮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냥 이상한 놈이었잖아! 땅에 심어 버리기 전에 거기 서!” 


 

나와 링, 그리고 슈. 


우리 세 사람이 상견례를 시작하는 방식은….


옛날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사골이 나올 때까지 우려먹었던 농촌 추격전이었다. 



쉐이 합체까지, D-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