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iler ALERT!



파편 1083


림 빌리턴의 연락 담당자가 편지를 보내 오기를, 하청 공사업체가 지하에서 '거대한 금속 구조체'를 탐지했다. 아직 발굴이 시작되지 않았으나 현장에서 추산한 크기는 로도스 아일랜드의 전고와 일치한다. 


내가 계약서에 누차 강조하고 연락 담당자를 통해 강조한 대로 그들은 탐사 보고서 사본을 보내지 않았다. 내가 너무 닦달을 한다면 '결정화 시대 초기의 채굴 플랫폼'이라고 둘러댄 걸 림 빌리턴 측에서 의심할지도 몰랐다. 


그들이 역사적인 고고학 발굴에 참여하고 있다고 믿게 해야 했다. 비밀을 지키는 것을 조건으로 후한 보수를 내걸었다. 


로도스 아일랜드 재건은 여러 시설 하청업자에게 인계되어 완성될 것이다. 공사 자금은 컬럼비아, 볼리바르, 카시미어에 있는 복수의 기관으로부터 출자했고, 공사의 전모를 추적할 수 있는 자는 없다. 걱정할 수준이 아니고, 중요성도 이루 말할 수 없다. 



가장 비관적으로 가정하자면 지하의 오리지늄이 유동하여 석관이 오래 전에 작동을 정지하고 그 안에는 유해만이 남아 있었을 것이다. 그랬을 가능성은 희박했고, 석관이 외력에 의해 파괴될 가능성도 마찬가지였다. 오리지늄은 여전히 대지 위에서 자라고 있으니, 난 그것의 창조자, 내 창조자가 이 별보다 먼저 죽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걱정되는 건 석관이 아니라 내부였다. 내가 대지를 걷게 하기 위해 그는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 어쩌면 그 대가는, 그 사람을 내가 더 이상 잘 알지 못하는.....'개체'로 만들기에 충분했을지도 몰랐다. 


로도스 아일랜드를 발굴하면 함선으로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오리지늄이 그를 깨울 때까지 오래된 묘실을 폐쇄한 채로 유지할 수 있다. 테라를 위해 모든 위험을 잠시 차단할 수 있다. 그러나 희망을 선택할 기회는 단 한 번뿐이다.


나는 내 스스로의 노력만으로는 이 난잡한 대지를 위해 미래로 가는 길을 낼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 난 그의 도움을 바라고, 또 그가 자신이 바라던 희망의 씨앗이 싹트고 있는 것을 보길 바란다. 


Mon3tr, 나는 무작정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난 네가 이 모든 보험이 되기를 바란다. 만일 필요하다면 난 내 스스로를 철저히 파괴해 네가 더 이상 제약받지 않도록 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네가 나를 대신해 마지막 답을 내려야 한다 - 희망이냐, 패망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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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의 멘토가 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번은 처음이 아니었다. 아미야는 착한 아이였고, 카즈델을 떠난 후 우리가 많은 사람을 잃었고, 낯선 이가 많이 합류하여 주변이 격변했음에도 아미야는 모든 사람과 친구가 되려고 노력했다.


비록 잠시 동안은 이 책임이 무엇인지 완전히 노력하지 못했으나, 아미야는 로도스 아일랜드에 더 많은 책임을 지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나는 테레시아가 했던 것처럼 아미야가 '문명의 존속'을 파악하도록 도울 수는 없었다. 


이 왕관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테레시아는 최대한으로 아미야를 보호했지만, 아미야의 어린 몸은 여전히 벅찬 하중을 견뎌냈다. 오늘날까지도 그녀의 신경계는 여전히 오리지늄과는 다른 새로운 '침입자'에 적응하고 있다. 아미야는 복잡한 신경 합병증, 광석병, 외부로부터 밀려드는 강한 감정을 동시에 직면해야 한다. 

또한 아미야는 여전히 대지에 관한 모든 것을 배워야 한다. '문명의 존속'은 결코 개체가 자발적으로 지적 발전을 모색하는 과정을 대신해 줄 수 없다. 책의 목차와 책갈피 하나를 얻었다고 책 전체를 알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난 로도스 아일랜드 간부의 일에 아미야를 이끌고 참여하기 시작했고, 이 함선의 모든 사람이 각각 어떤 역할을 했는지 보여 주기 시작했다. 

"켈시 선생님-그럼 저는요-제가 뭘 도와드릴 수 있을까요?"


아미야가 이렇게 물었을 때 '나쁜 녀석들' 호는 막 착륙하려던 참이었다. 아미야가 입을 크게 버리고 엔진을 향해 함성을 지르는 것을 보았다. 


"로도스 아일랜드의 리더가 되겠어?"

"리더....."


아미야는 귀를 막고 나를 쳐다보았다. 아미야는 단어의 뜻을 이해했다. 랜딩기어가 계류장에 부딪히자 우리 아랭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심장 박동처럼 떨리는 소리가 들렸다.


"제 생각엔, 켈시 선생님, 열심히 할게요!"


아마도 그 순간, 마침내 준비를 마친 건 아미야뿐이 아니라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아미야는 테레시와도 박사와도 그렇게 다르며, 누구의 '환영'도 아닌 로도스 아일랜드의 아미야가 될 것이다. 아마도 그 순간 그녀는 나보다 한 발짝 더 내딛고 귀를 쫑긋 세우며 내 앞에 섰을 것이다. 아미야도 많이 컸으니까. 


Mon3tr, 희망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는 한 번뿐이라고 말한 적 있다. 내가 틀렸다. 확고부동해 보이는 것도 어느새 변하는 것처럼, 희망은 언제나 존재한다. 


Mon3tr, 앞으로 아미야를 잘 보호하도록. 기본 행동 전략에서 이 명령의 우선순위를 재지정하겠다. 이건 내가 맡긴 다른 임무와 동등하게 중요하다. 



파편 1096


이 기록 시점 30분 후에 정예 오퍼레이터 회의에서 체르노보그 행동 방안 표결이 있을 것이다. 아미야가 로도스 아일랜드의 리더로서 이 결의를 추진한 지 2년 만에, 우리는 체르노보그의 석관에서 박사를 깨우기로 결정했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운명의 봉인을 벗길 것이다. 


테레시아가 실을 풀었지만, 그럼에도 만약 어떤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박사에게 이미 일어났다면, 우리는 다시 한 번 찾아올 기회를 잡을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원하는 대로 자신을 찾을 수 있을까? 알 수 없다. 


우리는 답을 기다려야 한다. 이번에는 아미야와 함께 기다리고 있다. 아미야는 내 진실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지만, 아미야의 결정은 더 이상 그 때문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Mon3tr, 나는 모든 것을 너에게 대등하게 공유한다. 내가 생각한 것, 과거와 미래에 대한 견해가 오늘날 우리의 기반구조에 새겨져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너의 파괴력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나는....아니, 타인들은 네 견해를 경청하고, 네 신랄하고 날카로운 사고를 신뢰해야 할 것이다.

이 길은 험난하니, 절대 잊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