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공허에서 니어 가문의 문장이 달린 칼을 봤다는 편지를 니어 가문에게 보낸 비비아나. 



그것은 마가렛 니어가 올 것을 기대하며 보낸 편지였고 며칠을 학수고대한 끝에 전달자로부터 드디어 니어 가의 사람이 츠빌링슈튀르메에 도착했단 소식을 듣고는 비비아나는 반색하며 달려갔지만 



눈앞에 당도한 것은 다름아닌 무에나 니어. 



기대한만큼이나 큰 아쉬움에 눈에 보일 정도로 실망한 비비아나였지만 그걸 아는건지 모르는건지 신경쓰지 않는 진지한 태도로 자세한 정보를 캐묻는 무에나. 



그동안 만나본 니어 가문의 사람들과는 사뭇 다른 태도와 기색 때문에 당황과 반발심까지 드는 비비아였지만 그가 찾는 것이 바로 그녀가 진정한 기사라고 추켜세우는 빛의 기사, 마가렛 니어의 양친이라는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되고 그를 돕겠다고 나서버리게 되고, 



그런 비비아나를 처음에는 거부하려 했지만 지금 현재 니어 부부의 행방에 대한 정보를 가장 근접하게 알고 있는 정보원이기도 하고, 본인은 부정해도 카시미어에서 전설로 꼽히는 출정기사 출신으로써 인접국인 라이타니엔에서 마음대로 활동하기는 애로사항이 있어 결국 라이타니엔인인 비비아나의 합류를 받아들인 무에나. 



하지만 둘의 뜻밖의 동행은 생각보다 좋아지지 못했는데, 이유는 바로 둘이 빛의 기사를 대하는 태도의 차이. 바로 마가렛 니어에 대한 상반된 견해와 평가였던 것.  



비비아나는 상술했듯이 마가렛 니어를 진정한 기사의 표본, 어릴적 고탑에서 죽은듯이 지내면서 할 수 있었던 유일한 행위인 독서 과정에서 읽은 카시미어 기사 소설에 나온 영웅의 실현이라고 보며 추앙했지만, 



무에나는 마가렛을 그저 모두 허무하고 아무 의미없는, 그자체로는 아무런 영광도 긍지도 없는 '기사'라는 칭호만 가지고 위험한 줄타기를 하는 철없는 조카로만 보는거지.



비비아나는 처음 만나는 무에나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마가렛에 대해 물어보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예상치 못한 박한 평가와 그런건 아무 상관도 없다는 무심하고 무정한 태도. 



그런 쓰잘데기 없는 것에 집중하지 말고 니어 부부 찾는 것에나 도우라는 것처럼 여겨지는 무에나의 매정한 태도에 배신감까지 느끼는 비비아나였지만 이미 돕겠다고 나선 이상, 무를 수도 없는 일에 비비아나는 잠자코 무에나를 따라다니게 됨.  



그리고 며칠 뒤. 



며칠동안 무에나를 따라다니면서 친분이라도 쌓고 기왕이면 그와 마가렛의 소원한 관계도 풀려고 노력한 비비아였지만 결국 비비아나도 한계에 도달하게됨.  



그동안 카시미어에서 스포츠 기사로 지내면서 알게된 여러 사교적인 화법을 동원했지만 날로 차가워지는 무에나의 딱딱한 대답으로 늘 비비아나의 시도는 번번히 막혀버렸고, 비비아나 또한 무에나의 조카에 대한 냉담하고 염세적인 평가를 듣는 것에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고 있었던 거임. 



사실 비비아나의 그런 시도 자체가 무에나에게는 썩어버린 카시미어를 연상시킴과 동시에 경멸을 불러일으키면서, '결국 마가렛과 좋은 승부를 겨뤘다는 이 아가씨도 한낱 스포츠 기사에 불과했단 말인가?' 라고 평가를 깎아먹는 짓이었지만 비비아나는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거임. 



그리고 마침내, 비비아나가 먼저 무에나의 염세적인 태도에 질리고 말음.    



비비아나는 '부패한 카시미어에 빛의 기사는 그 실상을 바꿔낼 상징이자 희망이다, 그리고 감염자와 비감염자 모두가 따를 영광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고, 



무에나는 '한낱 개인이 밝게 빛난다고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카시미어는 부를 위하여 가진 모든 영광과 명예마저 팔아버린 곳이다, 부패의 온상에서 그들이 쥐어주는 칭호와 작위에 무슨 따를만한 가치가 있는가, 그것마저도 그들이 필요없다고 생각하다면 다시 박탈당하게 될 것'이라고 설전을 주고받음. 



결국 무에나는 며칠 간의 카시미어 탐색에도 성과도 없었기 때문에 비비아나와의 이별을 고함. 비비아나도 더이상의 미련을 못 느끼고 무에나를 떠나고자함. 



하지만 둘의 이별 직후 예상치 못한 습격이 발생하는데, 바로 비비아나의 가문 영지를 노린 습격이었음. 



사실 현재 라이타니엔의 정세는 상당히 위험한 상태였음. 



귈데네스게사츠가 위치킹의 잔당들이 일으킨 위치킹 부활 시도로 인해 폐기 당했고, 



쌍둥이 여황 중 힐데가르트 그리마흐트 여황이 공허에서 데몬을 막기위해 홀로 남음으로서 현재 라이타니엔에는 리젤로테 에비게그나데 여황만이 남아있는 상태였음. 



당연히 쌍둥이 여황 체제에서 단일 체제로 정치 체제 개편이 필수였고, 그에 따른 잠깐의 정치상 혼란은 어쩔 수가 없었음.



라이타니엔 내부로는 에비게그나데가 위치킹을 두번이나 죽임으로서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결속했지만, 



라이타니엔 외부에서 보기에는 쌍둥이 여황의 전력 중 반이 사라졌고, 귈데네스게사츠까지 폐기 당했으므로 지금이야말로 최적의 기회라고 본 거임. 



이런 상황에서 선제후가 사망하고 현재 아무도 관리하고 있지 않은 먹음직스러운 무주공산이 라이타니엔에서 놀고 있다? 



이걸 보고 누가 참겠음? 



비비아나는 그녀의 아버지 베르너 폰 호흐베르크의 딸이므로 호흐베르크 가문의 합당한 상속인이었고, 본인이 영지의 상속과 관리는 포기했지만 여전히 그에대한 권리는 가지고 있었음. 



적들은 그걸 노리고 비비아나를 습격한 것이었음. 



결국 비비아나는 저항했지만 완벽한 기습에 비비아나는 적들에게 끌려가고 말음. 



무에나는 이를 뒤늦게 알게되고, 그래도 며칠 동안의 인연이 있으니 그녀를 구해주러 가기로 함. 



적들의 포로가 되버린 비비아나. 영지를 내놓으라는 협박에 저항하지만 여황의 목소리를 포함한 그 누구도 널 구해주러 오지 않을 것이라는 말에 흔들리기 시작함. 



그 말이 맞음. 



비비아나는 라이타니엔에서 어린 시절을 보낼 때는 아버지마저 그녀를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취급해야 했고, 카시미어로 팔려갔을 때도 그녀는 옆나라에서 온 잘 만들어진 공예품과 다를 바가 없는 쇼의 눈요깃거리에 불과했음. 



라이타니엔에 돌아온 직후에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이젠 라이타니엔에 그녀를 찾는 친척도 인연도 남아있지 않게 되었고, 호흐베르크 가문의 영지 사람들조차도 누구도 그녀를 알거나 관심에 둔 사람이 없었음. 



결국 모두에게 아무곳도 아닌 취급을 받으며, 그 아무것도 아닌 것 때문에 네가 죽게될 것이라는 협박에 흔들리고, 그 흔들리는 자신에게 '빛의 기사라면 흔들리지 않을텐데'라는 자괴감에 비비아나가 무너지던 그 순간, 이순간 가장 나타나지 않을 것 같았던 사람이 나타나니, 바로 무에나 니어였음. 



그녀를 가장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대하던 무에나가 비록 빛의 기사처럼 눈부시진 않지만 분명 비슷한 검술로 "눈이 부시지는 않을 거다."라는 말과 함께 아츠와 검술로 그 모든 적을 쓸어버리는 모습을 보며 비비아나는 굉장히 놀라게됨. 



비비아나는 무에나와 헤어지는 순간에는 그를 '니어'라는 이름이 부끄러운 환멸감에 젖은 은퇴 기사라고 생각했었지만, 그가 보여준 진정한 모습은 무려 빛의 기사를 뛰어넘을 정도의 강함이었음. 



둘은 이어서 몰려오는 적까지 함께 맞서 싸우게되고 끝내 적을 완전히 격퇴하게됨. 



상황이 끝나고 무에나의 무언의 시선을 느껴 자초지종을 설명하게된 비비아나. 



비비아나의 과거와 정체까지 거슬러올라가는 이야기를 듣고나서 무에나도 비비아나에 대한 평가를 조금 바꾸게 됨. 



사실 이전까지 무에나는 비비아나를 어디 라이타니엔의 대귀족의 딸로 부패한 카시미어에서 좀 놀다 가려고 했던 외국인 여행자로만 여기고 있었음. 



그러니 마가렛을 열광적으로 찬양하는 비비아나가 얼마나 같잖게 느껴졌겠음. 



하지만 비비아나의 어릴 적 사정과 현재의 처지, 그리고 카시미어에서 마가렛을 만나고 그때의 경험과 라이타니엔에 돌아와 겪은 설명들을 들었을 때, 무에나는 자신이 생각한 것이 틀렸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음. 



게다가 비비아나가 공허에서 데몬을 물리쳤던 경험을 토대로 자신의 촛불 아츠를 마가렛 니어의 검창처럼 재현해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비비아나와 같은 배경을 가진 이에게 마가렛이 어떤 의미를 주고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직접 두 눈을 보게된 이상 무에나는 '빛의 기사'를 달리 봄과 동시에 니어 부부에 대한 애환과 향수를 느끼게 됨. 



일련의 소동을 겪고 다시 니어 부부를 찾기 위한 여정에 나선 무에나와 비비아나. 이전보단 분명 가까워진 것 같은 사이를 느끼며 둘은 라이타니엔을 넘어 테라 각지를 다니게 될 것임.



하지만 무에나도 미처 알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사실 비비아나는 어린 시절부터 '아빠'라는 존재에 애착심이 있었다는 것. 



이는 어린 시절부터 겪어온 '아빠'와 '부성애'의 부재, 그리고 최근까지 단 한 번도 스스로 인생을 결정해본 적이 없는 억압된 삶에 따른 환멸과 자괴, 그리고 그에따라 자연스레 동경하는 대상에 대한 집착과 애착. 



이 모든 것이 형성되어 이전에는 그래도 동성인 마가렛 니어에 대한 억눌린 애착이, 



이제는 그보다도 더 강하고, 더 빛나진 않을지라도 감춰진 본성은 니어만큼이나 굳세고 올곧으며, 빛의 기사보다도 더 전에 '니어'라는 이름에 걸맞는 살아있는 전설, 게다가 그녀보다 나이도 많고 성도 다른 무에나에게 발현되면서



 그를 마치 그녀의 인생기 동안 만나지 못한 아버지 같은 존재로 여기며 



무에나에게 그동안 억눌린 욕망을 발산하며 분명 부성애가 아닌, 하지만 스스로는 부성애라고 여기는 비뚤어진 사랑을 갈망하고 집착하면서 니어 부부 찾기를 빙자한 둘의 위험한 여정이 시작되는 



그런 망상을 생각해봤는데 


누구 써줄 사람 없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