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 모음: https://arca.live/b/arknights/103156508?target=all&keyword=%EC%86%8C%EC%84%A4+%EB%AA%A8%EC%9D%8C&p=1



------



‘...뭐 해?’


‘당신의 지휘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다음 날부터 글래디아의 박사 관음 생활이 시작되었다. 

 


‘왜?’


‘별 거 아닙니다. 그저 육지에서 전술이라 부르는 것을 구경하러 왔을 뿐. 신경쓰지 마시길.’ 


‘...그러냐.’ 



박사의 사무실에 쳐들어가고, 지휘센터에서 작전을 통제하는 그의 모습을 곁에서 조용히 지켜보았다. 


참, 육지의 전술이나 업무라 불리는 것들이 얼마나 하등하던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입이 근질거려 고역이었지만, 글래디아는 꾹꾹 참았다. 


딱히 박사의 도움이 되고 싶은 것도 아니고. 


그가 로렌티나에게 무슨 짓을 한 건지만 알아내면 그만이었으니까. 



‘...넌 뭐지?’


‘글래디아입니다만.’


‘지금 박사의 방에서 뭘 하는지 묻고 있다.’ 


‘잠든 얼굴을 구경 중이었습니다.’ 


‘별 미친…아니, 당장 꺼져라.’ 


‘호오? 싫다면 어쩌실 겁니까?’ 



물론 감시는 결코 중단되어서는 안 됐기에, 야심한 밤에도 그의 방에 숨어들다가 불필요한 소요를 빚기는 했지만…. 


그건 사소한 부분이니 넘어가자. 



‘야, 상어야. 넌 머릿결이 왜 이렇게 좋냐? 비결 좀 알려주라.’ 


‘그러고 보니 박사님도 머리 기르고 계셨죠. 근데 갑자기 왜요?’ 


‘요새 머리가 자꾸 푸석푸석해져서 고민이거든. 그냥 자를까 생각도 했는데, 좀 아까워서.’ 


‘그런 당신을 위해, 에기르산 시베드 퍼퓸 트리트먼트! 하루 두 번 쓰는 것만으로도 비단 같은 머릿결을!’ 


‘아니 그건 또 뭔 근본없는 PPL이야. 됐다. 잊어버려.’ 


‘어, 저 그거 만드는 법 아는데. 진짜 잊어버려요?’ 


‘뭣, 진짜 알아?’ 


‘네. 성게네 실험실에서 자주 만들어서 쓰는데요.’


‘...진행시켜.’ 


‘맨입으로요?’ 


‘피자 살게.’ 



물론 상어와 그가 함께 있는 모습만 봐도 속에서 천불이 났지만, 그녀는 대대장으로서의 책임감으로 인내했다. 


사필귀정, 이 인고의 시간만 견디면 결국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올 테니까. 



‘아니 씨발 상어야! 이게 뭔데! 조합법 안다매! 왜 갑자기 부글부글 끓다가 폭발하냐고!’ 


‘푸헥, 켈록! 저도 몰라요! 어제까지만 해도 잘 됐다고요!’ 


‘어, 쏘리용. 내가 어제 쏜즈 플라스크에 프로틴 타먹고 안 씻었는데 그거 때문인갑다.’ 


‘엘리시움 이 미친새끼야, 누가 프로틴을 플라스크에 타먹어!’  


‘눈금 있어서 계량하기 딱 좋은데.’ 


‘이 씨발년놈들이….’



물론 그 인내심의 대가는 까마득히 멀었다. 


언젠가 올 그 날을 위해, 글래디아는 병신 같은 두 이베리아인의 기행을 견뎌야 했고. 



‘글래디아, 부하 단속 좀 해라.’


‘무슨 일입니까, 켈시.’ 


‘몰랐나? 어젯밤에 로렌티나와 박사가 복도에서 서류로 모닥불 지펴놓고 라면 끓여먹다 화재 낼 뻔 했다. 박사는 내가 알아서 교육할 테니, 로렌티나만 좀 어떻게 하도록.’ 


‘...하아.’   



켈시의 은근한 쿠사리를 참아내야 했으며. 



‘박사니.’ 


‘뭐.’ 


‘피자사조.’ 


‘시발 그건 또 어디서 배워먹은 좆같은 애교니 상어야.’ 


‘케오베 씨한테 배웠는데요.’ 


‘...썅. 담뱃값도 간당간당한데.’  


‘잘 됐네요! 담배 안 사서 건강도 챙기고, 귀여운 상어랑 맛있는 피자도 먹고! 돌 하나로 리베리 두 마리 잡기예요!’ 


‘귀?여운’ 


‘장난이에요. 그 동안 많이 얻어먹었으니까, 오늘은 제가 살게요.’ 



괴상한 육지식 농담을 주고받으며 낄낄대는 로렌티나와 박사를 두 눈 뜨고 지켜봐야 했다. 


처음에는 괴로웠다. 


박사의 모습을 눈에 담을 때마다 안구를 씻어내고 싶어졌고. 


천박하게 키득거리는 그의 웃음 소리를 들을 때마다 고막을 파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동네 불량배마냥 자신의 부하를 질질 끌고 다니며 기행을 저지르는 저 천박한 남자를 그대로 바다 깊은 곳에 묻어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몇 번이고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던 건. 


박사의 곁에서 진심으로 행복하다는 듯 방실방실 웃는 로렌티나 때문이었다. 


그렇게 그와 로렌티나를 지켜본 지 몇 달이나 지났을까. 


어느 날, 야밤에 박사의 방을 몰래 염탐하던 도중. 



‘상어야, 인생이 왜 이렇게 팍팍하냐.’ 


‘무슨 일 있으셨어요?’


‘아니, 그냥. 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고. 감염자들은 계속 내 손 안 닿는 데서 죽어나고. 좋아하는 사람 생겼는데, 나 주제에 누굴 좋아하는 게 맞나 싶기도 하고. 요즘 들어 부정적인 생각만 나서 죽겠다.’



뭔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사랑이라. 청춘이네요. 혹시 저는 아니죠?’


‘아냐, 임마.’ 


‘칫. 그럼 누군지만 살짝 알려 주세요. 저 입 무거운 거 아시잖아요.’ 


‘사리아.’ 


‘어머. 의외…인데, 묘하게 잘 어울리는 것도 같고. 아무튼 전 박사님 응원해요!’ 


‘...고오맙다.’


‘당연히 이런 말 한두 마디로 기분이 나아지지는 않겠죠. 그럼 잠깐 일 멈추고 시간 좀 내 주실래요?’


‘왜?’


‘노래 한 곡 불러 드릴게요. 에기르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던 사랑 노래예요.’ 


‘오.’ 



박사의 방 문에 달린 작은 창 너머로. 


그의 침대에 걸터앉은 채. 


에기르 사람의 혼이 담긴 언어, 노래를 아무렇지도 않게 박사에게 불러 주는 로렌티나의 모습을 본 순간이었다. 


흥얼흥얼, 문틈 사이로 비음 섞인 로렌티나의 깨끗한 음성이 맑게 울려퍼지고. 


박사는 의자에 몸을 기댄 채 눈을 감고 그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평소에 쓰고 다니던 바이저조차 벗은 채로. 


그런 그의 맨얼굴에 시선이 가 닿은 순간.



‘...아.’ 



글래디아의 입에서 작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좋게 말해도 아슬아슬하게 봐 줄 만한 얼굴이었지만, 그녀가 관찰자의 본분을 잊고 소리를 내 버린 건 그 때문이 아니었다. 

 

눈자위 아래를 온통 시커멓게 물들인 다크서클. 


홀쭉하게 들어간 양 뺨과, 메마른 입술. 


아무렇게나 헝클어진 머리카락에, 거뭇거뭇한 수염까지. 


저건 자기관리를 안 하는 사람의 얼굴이 아니었다. 


그런 걸 할 틈도 없이 바쁘게 사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박사의 맨 얼굴을 보는 게 처음이 아님에도, 그의 모습은 놀랄 만큼 낯설었다.  


항상 경박하고. 


어떤 사람을 상대할 때도 얼굴을 구긴 채 당당하게 욕설을 뱉으며. 


속이라고는 없는 사람처럼 가볍기 그지없던 박사가, 저렇게 고뇌로 가득한 표정을 지을 수 있다니. 


글래디아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로렌티나의 노래가 끝났다. 



‘...잘 들었어, 상어야. 귀가 깨끗해지는 느낌이네.’ 


‘에헤, 뭘요. 이런 거라도 해 드릴 수 있어서 오히려 제가 기쁜걸요.’ 


‘너랑 사리아 없었으면 난 옥상에서 뛰어내렸을지도 몰라.’ 


‘그런 말씀 마세요. 박사님 없으면 로도스 망해요.’


‘시발…내 얘기긴 해도 부정을 못 하겠다는 게 참….’


‘그리고 로도스 망하면 에기르도 같이 망하잖아요. 로도스 파산해서 저희 노숙자 되면 에기르는 누가 구해요?’ 


‘그러네. 에기르 사람들은 뭔 죄야. 엿같은 바다괴물 새끼들 때문에 하루아침에 나라를 잃었는데.’ 


‘죄가 없진 않은 것 같긴 한데요.’ 


‘...아무튼. 글래디아 걔도 망한 나라 때매 오죽 마음고생을 했으면 성격이 그 모양이 됐겠어.’ 


‘아뇨, 대장은 원래 그랬어요.’ 


‘......’ 



로렌티나의 장난을 받아 주기 위해 가볍게 던진 말이었지만, 그의 말에는 진심이 깃들어 있었다. 


평소의 글래디아 같았으면 당장 문을 박차고 들어가 값싼 연민은 집어치우라고 역정을 냈을 터. 


하지만 지금의 그에겐 차마 그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무튼 기운 내세요. 저는 항상 박사님 옆에 있으니까요.’ 


‘...그래, 힘내야지. 고맙다.’ 


‘저야말로 감사해요, 박사님. 곁에서 조금이나마 지탱해 드릴 수 있어서 얼마나 영광인지 모른답니다.’ 


‘그거 알아? 너 진짜 좋은 애야, 상어야.’ 


‘그걸 이제야 깨달으셨다고요? 좀 실망인데요.’  



서로를 보며 해맑게 키득거리는 두 사람. 


그 모습에 어쩐지 마음이 간질거려, 황급히 고개를 돌린 글래디아였다. 


진정하세요, 글래디아. 


당신은 지금 상어의 노래에 감동해서 동요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럴 만 하잖아요, 노래 하나는 스카디만큼이나 잘 부르는 로렌티나니까. 


처음 보는 박사의 약한 모습에 조금이나마 마음이 누그러진다거나 할 리가 없잖습니까. 


저는 글래디아, 어비설 헌터즈 2대대장이자 에기르의 기술 집정관입니다. 


제 목표는 오로지 에기르의 부흥 뿐. 


육지 생물 따위에 시선 돌릴 시간 따위는 없습니다. 


그렇게 몇 번이고 자신을 다잡으며 돌아서는 글래디아였지만….


한 번 물꼬를 튼 심경의 변화를 멈출 수는 없었다.   


그러고 나니, 조금씩 박사의 좋은 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박사, 경고한다. 당장 자러 가라.’ 


‘...씨발, 내가 자기 싫어서 이러는 줄 알아?’ 


‘너 일 밀려 있는 거 안다. 그래도 사흘째 철야는 무리야. 이러다 너 죽어. 강제로 재우기 전에 빨리 침대에 누워라.’ 


‘그럼 일은 조상님이 해주냐? 신규 작전기록 기획은? 볼리바르 지역 사무소 설립 계획서는? 재무부 서류 결재는? 사리아야, 걱정해주는 건 고마운데 할 건 해야지.’ 



극단적으로 자기 자신을 몰아붙이는 성실함이나. 



‘다들 이번 작전 고생 많았다. 날도 더운데 아이스크림이나 먹으러 가자. 내가 살게.’ 


‘하겐다즈.’ 


‘수르트 이 씨발 싸가지없는 년아, 말뽄새 좀.’  


‘라테라노산 최고급 젤라또.’ 


‘사주는 대로 처먹어, 좀. 야, 글래디아. 너도 아이스크림 먹으러 갈 거면 오고. 싫음 말고.’  



주변을 살뜰하게 챙기는 상냥함 같은. 


거친 말투와 잔뜩 구겨진 표정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그의 좋은 성품들이 눈에 밟히고. 



‘너, 또 혼자 밥 먹냐.’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 알았다.’ 



이전부터 알게 모르게 자신을 챙겨 주려고 했던 그의 노력들이, 조금씩 피부에 와 닿았다. 


그 사실에 호도된 것일까. 


박사는 좋은 사람이라고 했던 로렌티나의 말이, 머리뿐만이 아니라 마음으로도 조금씩 인정되기 시작했고. 

 


‘...좋은 아침입니다, 박사님.’


‘어, 응. 좋은 아침.’ 


‘오늘은 외근 작전이 없는 날이군요. 한가해서 좋으시겠습니다.’


‘...하아. 좀 한가했으면 좋겠는데.’



자신도 모르게 먼저 말을 붙이는 경우가 늘어났다. 


물론 박사의 반응은 덤덤했다. 


첫만남부터 최악이었고, 지금까지 줄곧 데면데면하게 지냈던 두 사람이다. 


이제 와서 말 몇 마디로 관계를 봉합하기란 불가능했다. 



‘...글래디아, 로렌티나, 스카디. 너희 나랑 잠깐 이베리아 갔다 오자.’ 


‘예? 갑자기 무슨 말씀을.’


‘심해 교단 꼬리 잡았댄다. 가서 족쳐보면 뭐라도 나오겠지.’ 


‘...안 그래도 바쁘신 와중에 그런 것까지 챙기고 계셨던 겁니까.’ 


‘어. 너무 바빠서 S.W.E.E.P. 사람들한테 좀 도와달라고 했어. 아무튼, 갈 거야 말 거야?’


‘...저희 셋 다 내일 외근 임무가 있습니다만.’


‘아 좀. 니네 평생 로도스 오퍼레이터로 살 거야? 너희 나라 되찾아야 할 거 아냐. 외근 일정은 이미 조정해 놨으니까, 가자면 좀 가자.’ 



하지만 지지부진한 두 사람의 관계와는 별개로, 박사는 어비설 헌터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다. 


현재 에기르의 동태를 알아내기 위해 가능한 정보망을 전부 동원했고. 



‘글래디아. 너 다음 달 2일쯤에 빅토리아 한 번 갔다 올래?’


‘빅토리아입니까? 일 없습니다만.’ 


‘이번에 그쪽 대공작이랑 연락이 닿았는데, 에기르 얘기를 잠깐 했더니 관심있어 하길래. 에기르와의 수교 및 시테러 대응 관련해서 네 의견을 듣고 싶대.’ 


‘...그런 겁니까. 알겠습니다.’ 



로도스가 없어지더라도 헌터들이 비빌 수 있는 언덕을 만들어 주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뛰어다녔다. 


그런 박사의 모습에, 글래디아는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미 범상한 에기르인 이상으로 좋은 사람이었으며. 


언젠가는 그 어떤 군소 생물보다 뛰어난 이가 될 것이고. 


바다의 미래를 위해 어비설 헌터즈와 협력할 자격이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하지만 나날이 높아져만 가는 박사에 대한 평가와는 다르게, 그녀와 박사의 관계는 여전히 뜨뜻미지근했다. 



‘박사님, 고생하셨습니다. 육지의 전술치고는 아주 훌륭했어요. 칭찬해 드리도록 하죠.’


‘...어, 그래. 고맙다.’ 



글래디아가 애써 말을 걸어도, 박사의 반응은 냉담하기 그지없었다. 


그게 글래디아의 말투 때문인지, 아니면 박사가 이미 그녀를 손절쳤기 때문인지는 몰랐다. 



‘박사님, 혹시 내일 저녁에 시간 되십니까. 함께 식사라도 하면서 에기르의 미래에 대해 토론해 보고 싶습니다.’ 


‘미안. 사리아랑 선약이 있어서.’    



어느 쪽이든, 애가 타는 건 글래디아였다. 


박사에게 예의 없이 군 과거의 자신이 괜히 미웠고. 


이전에는 가증스럽기만 했던, 박사와 노는 로렌티나의 모습이 괜스레 부러웠다. 


물론 박사와 그렇게 장난치고 놀고 싶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었다. 



‘...박사님. 오늘 작전 말입니다만.’


‘응.’


‘제가 어떤 역할을 맡길 바라십니까? 임무 수행 중 최대한 반영하겠습니다.’


‘딱히 없는데. 그냥 하던 대로 네가 알아서 해.’  



박사가 인정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걸 늦게라도 깨달은 이상.


에기르의 미래를 위해 좀 더 친밀한 관계를 쌓고 싶을 뿐이었는데. 


하지만 첫 단추를 잘못 꿴 탓일까.


박사는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았다. 


거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상마저 그녀를 억까했다. 



‘글래디아. 잠시 로렌티나와 박사를 격리해야겠다.’ 


‘...예?’


‘지난 달에 그 둘이 친 사고가 열두 건이다. 그 중 로도스에 물적 피해를 입힌 것만 일곱 건이고.’


‘그 둘이 즐거워하면 그걸로 된 거 아닙니까?’


‘...많이 유해졌군.’


‘예?’


‘아니다. 아무튼, 그 둘의 관계가 불건전하다는 말이 아니야. 하지만 그 둘은 절제를 좀 배울 필요가 있어.’



어느날 그녀의 방에 들이닥친 켈시의 몇 마디가 그 시발점이었다. 


그날 이후, 글래디아는 박사의 절친 중 한 명을 강제로 빼앗은 죽일 년이 되고 말았으니. 


당연히 로렌티나도 우울해했지만, 박사는 아예 죽상을 하고 다녔다. 


입에서는 담배가 떨어질 날이 없었고, 안 그래도 거칠던 입이 두 배는 걸어졌다. 


말할 필요도 없이 글래디아와의 관계는 더더욱 소원해졌고. 


사리아와 정식으로 연인이 된 이후에는 그나마 좀 나아졌다지만, 아직도 그와 글래디아의 사이에는 도저히 메울 수 없는 틈이 존재했다. 


처음에는 그 틈을 더 벌려 놓고 싶었는데. 


이제는 그 간극이, 잃어버린 에기르의 존재만큼이나 답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