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더 걸었는지 모르겠다.
얼마나 더 싸웠는지 모르겠다.
얼마나 더 죽였는지 모르겠다.

가는 길에 움직이는 모든건 해사였다.

칼로 베어버리고, 톱으로 갈아버리고, 도끼로 으깨고, 망치로 부숴버려도, 그들의 숫자는 정말 많았다.

이윽고 가진 무기가 모두 부서졌을때, 나 의 손에 들린건 한자루의 검이었다.

이유조차 잊고 그저 싸우기만 하는 지금 칼에 대한 감각이 느껴질때마다 절망, 고통, 슬픔, 절규, 부정적인 감정이 흘러들었지만, 차마 손에서 놓을 순 없었다.

그런 절망조차 짊어지고 가야한다는 듯이, 내면의 무언가가 버리길 거부했다.

손에 들린 검은 검보단 도에 가까웠다.

한쪽 날만이 세워져있었으며, 본래 사용자에 맞게 가볍게 단조된, 단조롭지만 단순하진 않은 검.

검을 휘둘렀다.

해사의 살점이 떨어지고, 해사의 비명이 들리는듯 했다.

검을 휘둘렀다.

더 많은 살점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검을 휘둘렀다.

바닥이 그들의 체액으로 축축해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검을 휘둘렀을 때.

더이상 바닥에 서있는 해사는 없었다.

배가 고팠던 나는 해사의 살조각을 입에 넣고 씹고 삼켰다.

처음 해사를 먹었을 때와 같은 격통이 온몸에 느껴졌다.
이상했다.

처음 해사를 먹었을 때 나는 다시는 건널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이후 수없이 많은 무기를 쓰고, 수없이 많은 해사를 죽이고, 그들을 먹을 때 마다, 나의 몸은 조금씩 사람에서 벗어나고, 기억과 의식은 조금씩 흐릿해져갔다.

마치 그들과 하나가 되어가는 듯이.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나의 몸에서 느껴지는 고통은 의식이 또렷해지게 만들었다.
기억이 되돌아 오게 만들었다.

몸에 무수히 자라난 촉수와 뿔, 산호가 떨어져 나가며 피가 솟구쳤다.

투명한 푸른빛의 피.

그런 피가 점차 보라색으로 변해갔다.

이윽고 붉은 피가 흘렀다.


이윽고 난 깨어났다.

격통이 끝남과 동시에 의식을 잃었던 난 길증을 느꼈다.

해사가 되어기며 느낄리 없던 감각에 의아해 하며 물가를 찾은 나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대륙을 건너며 인간으로서 남아있던 부분은 상반신 일부밖에 없던 난, 지금 거의 인간의 형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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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소설 꾸준히 연재하시는 분들 존경스럽구마...
글 쓰는거 엄청 힘드네

그래도 재미는 있는듯

소설 피드백은 환영이다 death

이거 각색해서 이번학기 과제로 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