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아아아..."

갑자기 시작부터 한숨을 쉬어서 미안하다. 난 이 로도스 아일랜드의 전술 지도가이자 리더인 박사라고 한다.

근데 왜 한숨을 쉬었냐고? 그야..고민이 생겼기 때문이다.

며칠 전 림 빌리턴을 갔다. 그곳에서 '레이'라는 카우투스족을 만났다.

스타킹이 소세지같이 생긴 그런 카우투스족이었다.

사냥 실력이 훌륭하기에, 열심히 설득해서 로도스로 데려왔다.

여기까지 오면서 서로 이야기도 듣고, 하소연도 하며 친분도 쌓았다.

그곳에서 만든 인연으로 로도스까지 와서 스나이퍼 오퍼레이터로 활약 중이었는데...




"저기...레이?"

"......."

"뭐...무슨 일 있어? 응? 왜 이렇게 조용해."

그녀가 날 무시한다. 정말 투명인간 취급을 한단말이다!

말 걸어도 고개를 숙이고 침묵을 유지, 게다가 계속 말걸면 그냥 숙소로 들어가 문을 잠근다.

허 참!

분명히 림 빌리턴에서 만나고 로도스까지 오면서 친분도 쌓고 서로 스스럼 없는 그런 사이였다.

근데 하루 아침에 이렇게 쌩을 까다니?

너무 어이가 없으면서도 속상했다.



"하아....어쩌지...내가 뭐 잘못이라도 했었나?"

아무리 생각해도 큰 잘못은 없는것같다.


그나마 잘못한건...

'우와 레이야 너 스타킹 소세지같이 생겼다.' 정도...? 이건 그냥 농담이었는데.


어쨌든, 난 이대로 두고볼수만은 없어서 결국 숙소까지 찾아가기로 했다. 암! 한 공동체의 리더인 내가 구성원을 모른척할수는 없지!



-레이 숙소 앞-


"후우....제발..."

카우투스족이 좋아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당근을 하나 챙겨왔고, 이제 준비가 끝났다.

똑.
똑.
똑.


........


응답이 없다.

그래도 다시한번.

똑.
똑.
똑.


.........


.....


없다.

반응이 없다.

그냥 철저히 무시당했다!


"씨....발.."

설마 안에 레이가 없나 하고 문에 귀를 대보았지만, 뭔가 이상한 찰팍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있긴 한가보다.


'젠장...레이..나한테 왜 그래...'

희망이라도 남기기 위해 한 마디를 하고 떠나기로 했다.



"...레이. 얼마나 힘든 일이 있는진 모르겠지만, 있다면 꼭 말해줘. 난 언제나 너의 펀이니까. 내가 필요하면 사무실로 와. 뭐든지 해줄테니까."


그 말을 끝으로 난 당근을 문 앞에 두고 내 침실로 갔다.



-침실-


우울했다.

내가 뭔 잘못을 했다고 저렇게 무시하지? 내가 못생겼나? 걍 내가 싫나? 시발 아니면 야동 보던거 들켰나?


온갖 고민이 들었다. 그야 나는 인간관계에 예민한 타입이라 이런 일이 너무 신경쓰이기 때문이다.

"하아...잠이나 자자 에라이..."

결국 고민을 그만 두고 잠을 청하려 했다. 청하려 했는데..


달그락. 끼긱...긱...철커덕!


???


'이건...이건 잠긴 문이 열리는 소리인데.'


공포에 질렸다. 존나 무섭다.


게다가...침입자는...


"하아...하앗...하아아...흐아아..."


시발 숨을 매우 거칠게 몰아쉬고 있었다.

날 죽이려고 흥분한건가??

누구지? 리유니온의 첩자? 암살자? 귀신? 도둑?

'...시발 죽일거면 컴퓨터에 있는 야동만 지우고 죽게 해주세요...'


배게를 붙들고 테라신께 기도를 올렸지만, 무시당했던걸까, 침입자는 안에서 다시 문을 잠궜다.


철커덕.


씨발 좆됐다. 진짜 좆됐다.

'아미야.. 당나귀라 놀려서 미안해. 켈시야.. 할매라 놀려서 미안해... 쪽냥아...저번에 초콜릿 뺏어먹고 노트 뺏었어...미안하다... 블레이즈... 사실 그때 나 후다였어 진짜 미ㅇ'


턱.


아. 끝났다.

침입자가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지금이라도 팔 잡고 꺾어서 제압할까? 아님 팔꿈치로 머리 가격?


"...에라이 모르겠ㄷ-"


그냥 기습을 택한 나는 벌떡 몸을 돌려 침입자의 머리를 때리려고 했다.

분명히 그랬다.

그럴텐데...


탁! 꽈아아아악-

"앆!!!! 씨이잉발!!! 아파!!! 아프다고!!!"


어림도 없었는지 침입자는 내 팔꿈치를 막고 움켜쥔다음 있는 힘껏 힘을 주었다.


"ㅈ, 죄송해요. 살려주세요. 뭐든지 할게요. 돈, 권력 다 드릴게요 그러니까 제ㅂ..."

"박사."


"ㅈ, 제바...아...어? ㅇ, 이 목소리..."


정말 굉장히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올렸다.


딸깍.

불이 켜졌다.

그리고, 그 놈은.


"하앗...♡ 박사...♡ 박사앗...!♡"

한껏 상기된 얼굴과 거친 숨을 몰아쉬는 레이가 있었다.


"ㄹ, 레, 레이?? 야 너 나 완전 무시하다가 이게 무슨 ㅈ- 우으읍???"


레이는 곧바로 내 입술을 그녀의 것으로 덮었다. 저항하고 싶었지만 그녀의 손이 내 팔을 완전히 장악해 움직임은 불가능했다.


"푸하아....에헤헿ㅎ....박사아아...♡"


'씨발 뭐가 잘못된거지? 퍼퓨머 이년이 또 마약을?'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나한테 관심도 없던 레이가 왜 이지랄이냐고!!


기억을 뒤졌다. 분명히 원인이 있을것이다.
있는데...분명히...!


아.

맞다.











-약 3개월 전-


"....그리고 카우투스족은 림 빌리턴이ㄹ.. 박사."

"Zzzzz....."


"....."


매우 화가난 표정의 녹색 필라인이 걸어가 박사의 종아리를 걷어찬다.


퍽!


"아아악!!! 씨발!!! 아 진짜 켈시 저 미친할..."


"......."

켈시는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죽일 기세로 박사를 노려보고있었다.


"........예, 죄송함다. 계속하시지요."


"후...중요한건 카우투스족은 1년마다..."

'아 오늘 저녁 뭐지. 돼지고기 나오나. 채소는 없었으면...'

"한 1주 정도 발정기가 있는데 이땐 건드리거나..."


'하 시발 그나저나 거기서 특사스말고 걍 수르트 썼으면 이겼을수도...존나 아까운데...'

"말을 지속적으로 건다면 되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올 것이니 주의하도록."

'진짜 저 할매 녹단또는 왜 수업을 쳐하고 지랄이야...종족 관심 없다고...'


"...박사."

"....ㅇ, 어?? ㅇ으어? ㅇ, 왜?"

"...또 딴생각하느라 수업을 하나도 안 들었군. 내일은 수업 10분 추가다."

"에???? 아니 그건 에바지!!!"
















-다시 현재-


맞다.

발정기.

시발 수업 열심히 들을걸.


"저기이~박사아~♡ 내가 발정기인걸 알면서도... 말을 걸고 숙소까지 찾아왔다는 건...♡"

무시무시한 포식자가, 나에게 다가온다.


" '그런'...의미로 받아들여도 되는 거겠지이~♡ 하아...한동안 욕구를 너무 못 풀었어..."


아니야. 씨발. 저리가. 살려주세요. 제발요.


"말하기 부끄러운데에..사실 아까 박사가 내 숙소 앞에 왔을때..참지 못하고 박사 목소리 들으면서 망상하고 야한 짓 잔뜩 해버렸다아~♡"


아...설마 그 찰박거리는 소리가...

"신음소리가 안 들려서 다행이야...♡ 그래도 난 기뻐. 이제 참지 않아도 된다는 거잖아...?♡ 뭐든지 해준다했지 분명히...♡"


"ㄹ, 레이...? 그...ㄴ, 너 제정신이 아닌거 같으니 잠시 진정하고...!"


우당탕!

레이가 날 완전히 제압해 바닥에 눕히고 올라탔다.


" 아니~?♡ 난 완전 제정신인데에~♡ 눈앞에 이렇게 자기를 먹어달라고 애원하는 먹잇감이 있는데...안 먹는게 더 이상하지 않나...?♡"


뚝.
뚝.
뚝.


레이의 바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

또한 레이의 입에서 떨어지는 침 소리.

또또한 내 눈에서도 떨어지는 눈물 소리.

난, 벗어날 수 없다.



"그럼...잘 먹겠습니다아~♡"




















-1년 뒤-


어느 훈련실.




"야, 걔 봤냐?"

"에? 뭐?"

"아 그 화제의 인물 있잖아. 그 카우투스족 아기!"

"아아아! 맞아맞아! 봤어! 진짜 신기하게 생겼더라. 그래도 아기여서 귀여웠어ㅋㅋㅋ"


"켈시 선생님 말로는 어쩌다 누가 데려왔다고 하시던데... 진짜 귀엽더라니깐ㅋㅋ 나중에 또 보러가자. 어...근데 레이는?"

"아 레이? 컨디션 회복 목적으로 잠시 휴가 갔어."


"그래? 어쩔 수 없네...잠깐만. 설마...박사도 휴가야?"

"오? 어떻게 알았어? 컨디션 불량이라고 쉬더라."

"쩝...진짜 이상해."

"뭐가?"

"레이 휴가랑 박사 휴식이 맨날 겹치지 않아?"

"아하...생각해보니...확실히...그런 느낌이 있지 "

"그리고 웃긴건 휴가 끝나면 레이는 엄청 만족한듯이 돌아오는데, 박사는 무슨 멸치가 돼서 돌아온다니깐?ㅋㅋㅋ"


"진짜 신기하긴 해ㅋㅋㅋ 3개월마다 기가막히게 겹쳐버리니... 박사는 휴가 갖다와서 더 초췌해지기나하고ㅋㅋ"


"그래 참 신기하다"


"그럼그럼"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