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이 되자 와이번 소녀는 창고에 들어왔다.

그녀는 늘 해오던 일과대로 창고에 쌓인 감자를 바구니에 가득 담더니, 천연덕스럽게 하품을 했다.

이 시간은 항상 공기가 차갑다며 와이번 소녀가 인사를 했지만 박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하룻밤 묵게 해준다며 창고에 가둔 사람이 바로 그녀였으니까.

와이번 소녀는 따뜻한 감자 수프를 끓여주겠다는 말과 함께 창고를 나가버렸다.

창고 한쪽에 묶인 박사를 내버려둔 채로.



입구에서 느껴진 인기척에 박사는 다시 눈을 떴다.

몇 시간 전에 보았던 와이번 소녀가 창고에 또 들어온 것이다.

그녀는 갈퀴로 창고 바닥의 건초더미를 정리하더니, 박사 쪽을 돌아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처음 농장에서 마주쳤을 때 보였던 순박한 인상은 거짓이었단 듯이 와이번 소녀의 얼굴은 요사하기 짝이 없었다.

오늘 하루도 밭을 가느라 바빴다는 둥, 엄마는 늘 잔소리가 많다는 둥의 푸념을 하던 그녀가 박사에게 다가왔다.


박사는 저항하지 않았다. 의미가 없기도 했고,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졌기 때문이었다.

와이번 소녀도 그런 박사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는지 웃으며 박사의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녀의 손길이 닿자 박사의 벨트 버클이 찰칵 소리를 내며 풀리고, 그리 달갑지 않은 시간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