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문제였을까? 그렇게 반문한다면, 마피아 주제에 시라쿠사를 위하여 나섰다는 것일까? 


바깥에서 흘러들어온 것들을 처리하기 위해 집안 전체가 나섰던 것이 문제였을까? 


집안의 어른들을 말리지 못하고, 그저 제 할 일을 다하면 충분할 거라고 믿었던 그녀 자신의 문제였을까?


알 수 없다. 이제는 너무 늦고 말았다. 남은 것은 시라쿠사인들의 존경과 감사뿐이나, 그것은 의미가 없다.


텍사스는 혼자 살아남았다. 시라쿠사를 위한 투쟁 위에서, 모든 혈육의 피를 밟아 선 체.


텍사스, 라고 불리는 사람은 시라쿠사를 떠나 정처 없이 방황하다가 어느날 펭귄 로지틱스의 엠페러에게 제안을 받았다.


칼질을 좀 할 줄 아는 것 같으니, 모쪼록 회사의 사람들을 지켜 달라고.


그래서 텍사스는 계약을 했다. 그녀 자신의 죽어버린 눈동자가 마주보는 사원증을 받아든 체, 또 다시 소속을 가졌다.


가족을 잃고, 의미를 잃은 텍사스가 죽지 않고 아직도 살아있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었다.


엠페러가 그러했고 그가 붙여준 엑시아가 그리 만들었다. 샨크타 족의 너른 오지랖은 동행하는 동료를 언제나 애정했으니까.


텍사스가 두 칼을 뽑아 휘두르면 막을 수 있는 이들이 더 적었고, 엑시아는 언제나 그녀의 등을 지켰다.


로도스 아일랜드와 인연이 닿았을 때도, 망가진 감정은 그대로였다.


그녀였던 것은 그녀를 구성하는 파편들이 완전히 으스러지며 불완전해졌다.


지켜야 할 것들을 지키지 못한 대가를 그렇게 치루고 있었음이라.


박사는 그녀에게 새로이 품을 수 있는 것들을 품으라 권했으나, 부서진 마음을 이어 붙여줄 것을 찾기란 요원했다.


멸족해버린 가족들은? 홀로 남겨진 불쌍한 천애 고아는 누가 보살펴 주나?


텍사스는 어른이었음에도 예상하지 못한 비극으로 가족의 품에서 독립해야만 했고, 외로운 늑대는 눈물마저 잃어버렸다.


그저, 죽지 않았기에 조금이나마 짊어질 수 있는 것을 찾으려 했을 뿐인데.


"...텍사스 씨...!"


스즈란은 눈물을 흘리며 자신을 끌어안은 텍사스의 이름을 절규하듯 뱉었다.


사실 그러지 않아도 되었다. 텍사스의 실력이라면 얼마든지 스즈란을 노리던 쇠뇌촉들을 쳐낼 수 있었을 테니.


그저 과거의 망령이 발을 붙잡아서, 용납할 수 없었던 스스로를 도저히 용서하지 못했던 텍사스가 자초한 일이었다.


칼로 쳐내는 대신에 스즈란을 끌어안고 텍사스는 제 몸으로 받아냈다. 너댓발의 쇠뇌촉이 등을 파고들었다.


어찌나 장력이 강하던지 그 몸에 박히고도 덜덜 떨리며 깃대가 운다.


꼭 스즈란을 안으며 


이번에는 지켜냈노라고 끊임없이 중얼거린다.


그러나 지켜낸 것은 가족이 아니고, 영원히 늑대는 지켜야 했던 이들을 뒤쫒으리라.


이번에는 자신도 데려가 달라고 울부짖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