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비엔토에서 본 일이다.


수녀 한 명이 로도스 지휘실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STAGE 1짜리 모듈 한 개를 내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모듈이 못쓰는 것이나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편성창 픽을 기다리는 오퍼들과 같이 박사의 입을 쳐다본다. 

박사는 수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모듈을 살펴보고는

"A0."

하고 내어 준다. 



그는 'A0'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모듈을 받아서 가슴 깊이 집어 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보며 얼마를 가더니 대대장 글래디아의 방을 찾아 들어갔다. 

품 속에 손을 넣고 한참 꾸물거리다가 그 모듈을 내어 놓으며,

"이것이 정말 결정 장치로 만든 모듈이오니까?" 하고 묻는다.

글래디아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 모듈을 어디서 훔쳤어?" 수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러면 길바닥에서 주웠다는 말이냐?"

"누가 만들기도 힘든 모듈을 빠뜨립니까? 떨어지면 소리는 안 나나요? 어서 도로 주십시오."

수녀는 손을 내밀었다. 글래디아는 웃으면서

"좋소."

하고 던져 주었다.



그는 얼른 집어서 가슴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모듈에 흠집이 나지나 않았나 만져 보는 것이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수녀복 위로 그 모듈을 쥘 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어떤 바닷가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응급처치 시설 밑에 쪼그리고 앉아서 모듈을 손바닥에 놓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선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렇게 떡상시켜 줍디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찔하면서 손을 가슴에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뺏어가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저는 적폐가 아닙니다. 스탯이 높은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인형사에게 좋은 스탯을 줍니까? 

사기 재능을 받아 본 적도 없습니다. 편성창에 끼워 주시는 분도 백에 한 분이 쉽지 않습니다. 

나는 남은 부산물들 중에서 몇 개씩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재료들을 결정 장치와 바꾸었습니다. 

이러기를 여섯 번을 하여 겨우 이 귀한 모듈 한 개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 모듈을 얻느라고 여섯 달이 더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모듈을 만들었단 말이오? 그 모듈로 무얼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 모듈 한 개가 갖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