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2화 3화 4화


※여독 순정물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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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은 그런 상상을 해보지 않았는가, 나를 사랑해주는 남자들 사이에서 행복한 고민을 하는 그런 헛된 망상.

행복과 고통은 한 끗차이로 비켜 나가는 것일까… 


내게는 너무나 과분한 사랑이었다. 

엔시오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지 못한 주제에 다른 이의 사랑을 받아줄 만큼 내 마음은 넓지 못했다. 

아마도 엔시오가 오지 않았더라도 쿠리어는 내게 마음을 전했을 것이다.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미안해, 쿠리어.”

 

“…네, 당신의 선택이 그렇다면.”

 

그는 슬픈 눈으로 나를 보내주었다. 손등으로 눈물을 훔쳤다.

가슴이 너무나도 아팠다. 

나는 그런 그를 꼭 안아주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나를 사랑해준 그에 대한 대답.

 

“볼품없는 여자를 좋아해 줘서, 사랑해줘서… 과분한 사랑을 줘서 고마웠어…”

 

“정말… 당신을 사랑했어요… 이거면 됐어요. 더 이상은 당신이 불행하지 않게…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는 애써 참은 눈물을 내 어깨 위로 흘렸다.

엔시오는 그저 말없이 지켜보았다. 나름대로 배려해준 것이겠지.

쿠리어는 흐르는 눈물을 뒤로 한 채 나를 밀어냈다. 

 

“…사랑했습니다. 박사님.”

 

 


 

 

 

조금은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고백을 한번 했으나 차인 여자, 그런 여자를 차버린 남자.

이제 와서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마는… 그가 나를 찾아온 것은 조금 의외였다.

이제야 겨우 잊고 있었는데…

그 정적을 깨고서 엔시오가 입을 열었다.

 

“…나는 늘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네. 회사를 위해, 가족을 위해, 가문을 위해. 최선의 선택을 골라야 했고, 그 선택이 최선의 이익을 가져와야만 했다.”

 

엔시오는 손을 꽉 쥐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여태 내 선택은 늘 최선의 이익을 가져왔다. 허나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었지. 그녀가 결국 광석병에 감염되고 말았지.”

 

“그녀를 치료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모두 동원했지만, 결국 나는 실패하고 말았다. 그 절망의 끝에서 당신을 마주했지.”

 

“내게 있어 당신의 존재는 희망이자 구원이었다. 사랑하는 가족의 병세를 약화시켜 그녀의 웃는 얼굴을 다시 한번 볼 수 있게 해주었어.”

 

“당신은 언제나 그래 왔다. 내가 풀지 못한 문제를 간단히 풀고서 늘 최선의 해답을 내놓았지. 나는… 그런 당신에게 연정을 품고 말았다.”

 

“…어?”

 

“하지만 이 마음은 품어서는… 간직해서는 안 되는 마음이었다. 내게는 부양해야 할 가족이, 회사가, 나라가 있었기에 그 책임을 너에게까지 떠넘기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행복을 주지 못할망정 고행길을 같이 걷는 어리석은 남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엔시오.”

 

그는 자신의 속마음을 조금씩 털어 놀 때마다 감정이 복받쳐오는 듯했다.

나는 그런 그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당신과 사랑에 빠져 어깨를 짓누르는 짐을 벗어 던지고 싶었다. 그대와 그저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당신과 이곳에 영원히 있을 수 없어.”

 

그는 내 손을 맞붙잡았다.

내 머리를 살며시 당기며 우리는 서로 점차 가까워졌다.

그의 꼬리가 내 몸을 감아왔다. 서로 이마를 맞대며 바라보았다.

 

“그래도 나는… 그대를 사랑한다.”

 

엔시오는 천천히 내게 입을 맞추었다.

처음이었다. 그저 상상만 해봤던 그런 일이었다. 

사랑하는 남자가 내게 사랑을 속삭이며 두 입술을 포개는 지금 이 순간 나는 순간적으로 사고가 멈추었다. 

그저 이 남자가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버틸 수가 없었다.

 


내가 그를 여태 오해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싫어해서 밀어낸 것이 아니었다… 

내가 행복하길 바랐기 때문에 자신의 무게를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래서 쿠리어에게 나를 보낸 것이었다.

나를 진정으로 사랑해주는 남자가 있다면, 적어도 불행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겠지…

 

“정말… 바보 같아. 당신…”

 

“그래… 이제야 말할 용기가 난 바보를 용서해주게…”

 

“응… 사랑해, 엔시오.”

 

나는 다시 한번 그와 입을 맞추었다.

그의 향기가 스며들어왔다. 향긋한 향수 냄새가 코끝은 간지럽혔다.

 



그는 천천히 입술을 떼며 내 두 손을 붙잡으며 무릎을 꿇었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적잖게 당황했다.

 

“…그대를 사랑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역시, 나는… 당신을 사랑해서는 안 되네.”

 

“…왜, 왜 그래.”

 

“이기적인 부탁인 것을 알지만, 불가능하다는 것 또한 알지만… 부탁이다. 나와 함께 쉐라그로 떠나지 않겠나?”

 

그는 떨리는 손으로 내 손을 꽉 잡았다.

아마도 거절할 것을 알기에 그 나름대로 마음의 각오를 하는 것이겠지…

 


정말이지… 바보 같은 남자다. 

사랑만을 좇는 불나방이 되어 어깨에 짊어진 중압감을 잊어버릴까, 옳고 그름의 경계가 무뎌질까 두려운 것이겠지. 

그렇기에 내가 쉐라그의 사람이 된다면… 그곳의 영향력을 잃지 않으며 광석병의 치료 개발까지 독점으로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바보 같으면서 참으로 영악한 남자다. 내가 사랑하는 남자 엔시오데스 실버애쉬는…

 


“엔시오… 그 마음에는 거짓이 없는 거 맞지?”

 

“그래, 한 치의 거짓 없이 맹세할 수 있네. 당신을 향한…”

 

나는 그와 입술을 맞추었다. 이 바보 같은 남자가 감히 나를 자신의 사랑스러운 체스 말로 만들려는 것이 괘씸했다. 



난 그 누구의 체스 말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남자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좋아해, 당신의 말대로 할게… 다만.”

 

그는 그제야 화색이 돌았다. 그런 모습이 사랑스러워 나는 조금 웃고 말았다.

이대로 쉐라그로 간다 한들, 서로에게 악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했다.

적어도 내 두 눈으로 보았던 쉐라그는 그의 뜻을 펼치기에 너무나도 작고 약했다.

 

“조건이 있어. 적어도 쉐라그가 내가 살 정도의 수준은 되어야 하지 않겠어?”

 

“적어도 타국에서 신경 쓰고 견제해야 할 국가는 돼야 당신의 여자로서 내 기세가 생기지 않겠어?”

 

“하하… 그런 건가.”

 

“그래, 내가 쉐라그로 가는 조건은 쉐라그가 어엿한 국가로서 타국들에 인정을 받는 것. 그리고, 날 사랑하는 그 마음을 잃지 않을 것.”

 

“영악한 여자군…”

 

“어머, 몰랐어?”

 

“아니, 그런 당신을 사랑했을 뿐이야.”

 

 

아마도 그와는 오래 못 볼 것이다. 목표치를 이루기 위해 필사적으로 일을 해내겠지…

간혹 돌아오는 그를 위해 나는 자리를 지킬 것이다. 

엔시오데스 실버애쉬는 목표를 위해, 나를 위해… 반드시 해 내이고 말 것이다.

그런 남자다… 내가 사랑하는 남자는.





오늘도 평범한 하루다. 

널브러진 옷가지를 정리하고, 커피를 입에 달고서 집무실에 쌓인 업무에 허덕이고, 늘 집무실에서 빈둥거리는 엔시아와 쿠리어. 

내 몸을 더듬으며 거친 숨을 내쉬는 엔야.

 

간혹 도넛을 사오는 쏜즈와 위디...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 맑은 하늘 모든 것이 완벽하다.

그렇지만 이렇게 완벽한 하루라도 조금은 쓸쓸했다. 사랑하는 남자가 곁에 없다는 것은 정말이지 버티기 너무나 힘들다.

 

"박사, 그래서 요즘 오빠랑 어때?"

 

"응? 뭐어..."

 

"그 답답한 오빠가 대체 뭐가 좋아서... 박사 취향은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

 

"그야... 사랑스럽잖아.."

 

"늬예, 늬예."

 

 

 

바람이라도 쐬면 기분이 조금은 나아질까...

갑판에 올라서서 그가 선물한 코트를 꼭 껴안고서 흘러가는 구름을 쓸쓸히 바라보았다.

 

 

 

"그런 슬픈 얼굴은 하지 마라."

 


"... 엔시오! 언제 돌아온 거야?"

 

 

나는 그에게 달려가 안겼다. 

그는 나를 안아 올리고서 사랑스럽게 입을 맞추었다. 

오늘은 정말 완벽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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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짧았던 여독타와 은재의 순정이 끗낫슴니다!

더 잘 쓸 수 있었을텐데 별 볼 품 없는 필력이라서 이게 최선 인 것 같아요


제목인 '당신을 사랑하면 안 되나요'는 대부분의 등장 인물들에게 공통 되는 말 인 것 같아 타이틀로 잡았네요 

박사는 은재에게, 쿠리어는 박사에게, 프라마닉스도 사실 그런 기믹을 만들기는 했지만 

적당히 감초 역할로 쓴 것 같네요



쏜즈도 사실은 서브로서 넣고 싶었는데 쓰다보니 위디와 엘리시움 세 명의 콤비를 안 적을 수 없었고, 

적다 보니 쏜즈는 위디꺼라는 생각이 팍 박혀서 결국 쏜트와 엘트로 마무리 해버렸네요 


플레임브링어와 텍사스는 서로 생소하지만 흡연을 한다는 공통점으로 살짝 엮어봤는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나중에 생각이 난다면 이 둘로 뭔가 쓸 것 같아요


항상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하고,,,

다음번에는 더욱 재밌는 글로 다시 돌아오겠슴니다!